# 첫 번째 중독자, 나타나다
분수대 앞에서 세인이 무릎을 꿇었다.
"영애님. 당신을 바른길로 이끌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떨리고 있었다. 기사의 사명감이라고 부르기로는 너무 뜨거웠다. 레이나는 그의 얼굴을 읽었다.
그리고 즉시 알았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눈에는 '구원'이 아니라 탐욕이 있었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려는 필사적인 노력 뒤에, 더 깊은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저는 당신의 어둠을 본 순간부터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제 책임입니다."
거짓이었다. 세인은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드래곤 기사단에 속한 기사 후보생으로서, 제국의 법을 지키고 악을 응징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의무였고, 그가 원하는 것은 다르다.
레이나는 그 욕망을 명확히 봤다.
그는 자신의 의무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기사단의 규율, 완벽함의 강요, 선함만 추구해야 한다는 족쇄. 그 모든 것에서.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레이나였다. 아카데미 최고의 악. 완벽함을 거부하는 존재. 자신이 되고 싶었던 것의 정반대.
"일어나."
레이나의 목소리는 차갑게 떨어졌다. 세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레이나의 눈이 검게 빛났다.
검은 마력이 분수대의 물 위를 흘렀다. 세인은 그것을 봤다. 마력이 만드는 파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기사복을 벗고 있는 자신. 규칙을 무시하는 자신. 누군가의 명령을 거부하는 자신.
"당신은 날 구원할 수 없어."
레이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마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당신도 알아. 그건 거짓말이야. 당신이 원하는 건 나를 구원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타락하는 거야."
세인의 입이 떨렸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실이었으니까.
"이제 알겠어?"
레이나는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악마 같았다.
세인의 눈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동공이 수축했다. 홍채의 테두리부터 천천히. 그의 맥박이 불규칙해졌다. 목에 핏줄이 부풀어올랐다. 호흡이 가빠졌다. 마치 물속에서 숨을 쉬려는 것처럼. 그의 손가락들이 떨렸다.
"레이나."
그것만 남았다. 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단어.
"그래. 나야."
레이나는 그의 얼굴 가까이 숙였다. 그의 검은 눈에 자신의 검은 눈이 비쳤다.
"이제부터 너는 날 원해. 날 알고 싶어 해. 날 소유하고 싶어 해.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속삭임으로 내려갔다.
"너는 절대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어."
"좋아. 다시 가."
레이나가 손을 빼냈다. 세인은 그 손을 놓고 싶지 않아 몸을 앞으로 더 숙였다.
"안 돼. 더 있어야 돼."
"다음에 봐."
레이나가 돌아섰다. 복도로 나가는 길. 그곳에서 누군가가 서 있었다.
마법사 카일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보고만 있었다. 분수대 앞에서의 모든 것을. 레이나의 검은 마력을. 세인의 변화된 눈을. 그리고 그녀의 미소를.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흥미롭네."
그 한 마디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한 마디 안에는 수천 마디의 질문이 들어있었다. 레이나는 카일의 눈을 마주했다. 그의 눈은 아직 파란색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뭔가 움직이고 있었다.
호기심.
"무슨 일이야, 카일?"
레이나가 물었다. 태연한 목소리로.
"그냥... 궁금해서."
카일이 한 발 다가섰다.
"넌 정말 누구야?"
세인이 뒤에서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그 순간 복도 위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나. 우리 얘기 좀 하자."
황태자 에드먼드가 계단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니, 심각한 척하고 있었다. 그 아래는 뭔가 다른 감정이 숨어있었다.
불안감.
"물론이지."
레이나가 미소 지었다. 검은 눈으로.
"모두."
"모두?"
세 명이 동시에 물었다.
"응. 너희 모두.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레이나가 기숙사 복도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세인은 뒤를 따랐다. 카일은 옆에서 그녀를 관찰했다. 에드먼드는 계단을 내려와 앞을 막아섰다.
"먼저 나한테 말해봐. 너 정말 악한 거야?"
에드먼드의 질문이 떨리고 있었다.
"아니면 연기야?"
세인과 카일이 숨을 죽였다. 그것이 질문이었다. 그들이 모두 알고 싶었던 질문.
레이나는 세 명을 번갈아 봤다. 세인의 검은 눈. 카일의 호기심 어린 눈. 에드먼드의 불안한 눈.
"너희가 뭘 보고 싶으면 그걸 보게 돼."
그녀가 말했다.
"나는 너희가 원하는 모습일 뿐이야."
"그건 대답이 아니야."
카일이 한 발 다가섰다.
"정확히 대답해봐."
"정말 누구야?"
세인이 끝을 맺었다.
레이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었다. 검은 마력이 손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게 나야."
마력이 세 명을 향해 뻗어갔다. 그들은 모두 한 발씩 물러섰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마력은 이미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정말 누구냐고 묻는 건 의미 없어. 왜냐하면 넌 내가 뭘 원하든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레이나의 목소리가 변했다. 더 낮아졌다. 더 부드러워졌다. 더 위험해졌다.
"그리고 난 그걸 알아. 너희의 모든 욕망을. 너희가 숨겨둔 것들을. 너희가 자기 자신한테도 인정하지 못하는 것들을."
세인의 손이 떨렸다. 카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드먼드의 눈이 흔들렸다.
"그래서 넌 내 것이야. 모두."
마력이 짙어졌다.
세인은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이 떨렸다. 검은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다. 해방의 눈물이었다. 마침내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는 것.
카일은 뒤로 물러섰다. 호기심이 강박관념으로 변했다. 그녀를 알고 싶다는 욕망이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변했다.
에드먼드는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그의 얼굴에는 결정이 내려진 표정이 있었다. 왕실의 의무, 제국의 미래, 신분의 무게.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녀 앞에 서겠다는 결정.
"너희가 원하는 모든 것이야."
레이나가 다시 말했다.
그 순간 종이 울렸다.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마력이 순간 흩어졌다. 세 명이 일제히 숨을 쉬었다.
"수업 시간이네."
레이나가 말했다.
"가."
세 명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인의 눈은 여전히 검었다. 카일의 눈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에드먼드의 눈에는 뭔가 결정이 내려진 듯한 표정이 있었다.
"이따가 봐."
레이나가 복도를 돌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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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은 자신의 손을 펼쳤다. 아직도 따뜻했다. 손가락을 깨물었다. 피가 나왔지만, 그것도 따뜻했다.
카일은 연구실로 돌아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이 어제보다 더 검어져 있었다. 마치 어둠이 천천히 자신을 침식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그것이 무서웠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 같았다. 카일은 거울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유리가 깨졌다.
에드먼드는 창을 열었다. 밤바람이 들어왔다. 기숙사 전체가 조용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자유였다. 레이나처럼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자유. 하지만 그 자유는 왕실의 족쇄 안에서는 불가능했다. 에드먼드는 창밖을 내려다봤다. 기숙사 아래는 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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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이나는 도서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베르그란트 가문의 기록실. 어두운 벽장 안에, 자신의 능력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긴 책들.
그녀는 한 권을 펼쳤다. 손글씨로 적힌 기록. 아마도 자신의 할머니가 쓴 것이었다.
'어둠의 마력은 상대의 욕망을 증폭시킨다.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것을 현실처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주의하라. 능력을 쓸 때마다 너 자신도 그 욕망에 물든다. 언젠가는 너도 누가 진정한 자신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
레이나는 책을 덮었다.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세인의 손을 잡았을 때의 따뜻함.
세 명. 세 개의 욕망. 모두 자신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을 원했다. 아니, 그들을 통제하고 싶었다. 그들의 욕망을 읽고, 증폭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오해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모두의 욕망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정말 자유인가?
레이나는 거울을 봤다. 기록실 벽에 붙어있는 작은 거울. 자신의 눈이 완전히 검어져 있었다. 마치 밤하늘처럼.
자신이 느끼는 것이 정말 자신의 감정인가? 세인을 통제할 때 느꼈던 쾌감이 자신의 것인가? 카일의 강박관념을 만들어낼 때 느꼈던 희열이 자신의 것인가? 에드먼드의 절망을 보며 느꼈던 만족감이 자신의 것인가?
아니면 모두 그들의 감정이 자신에게 흘러들어온 것인가?
"나도 몰라."
레이나는 중얼거렸다. 그 순간, 책장 뒤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레이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책장 사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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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옥상에서 검은 망토를 입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손에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기록 장치가 들려있었다. 레이나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그녀의 마력 변화를 감지하는 도구들.
'기사 세인 로드벨트: 중독도 89%. 의존성 형성 완료.'
'마법사 카일 마젠토: 중독도 76%. 호기심에서 강박관념으로 전환. 자해 행동 감지.'
'황태자 에드먼드 루미나스: 중독도 62%. 정치적 변수화 시작. 자살 충동 감지.'
그림자는 기록을 마쳤다. 얼굴을 들었다. 월빛 아래서 그 얼굴은 창백했다. 그리고 눈에는 광신적인 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완벽하다."
그가 중얼거렸다.
"진짜 악역 영애가 완성되었다. 이제 제국은 그녀의 타락을 목격할 것이고, 빛의 교단은 정당한 명분을 얻을 것이다."
그의 손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빛의 교단의 상징—흰 십자가. 하지만 그것은 거꾸로 뒤집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능력에 잠식되어 결국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기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축복이 아니었다.
저주였다.
옥상의 바람이 불었다. 검은 망토가 펄럭였다. 그리고 그 인물이 몸을 돌렸을 때, 옥상의 다른 한쪽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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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루미나 아카데미 식당.
레이나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혼자.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세인이 먼저 다가왔다. 기사 후보생의 식탁을 버리고. 카일이 따라왔다. 마법사들의 식탁을 버리고. 에드먼드는 황태자 전용 거실을 나와 그녀 곁에 앉았다.
식당 전체가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레이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검은 눈으로.
"좋아. 넌 정말 누구야?"
세인이 다시 물었다.
레이나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매우 천천히, 매우 우아하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듯이.
"나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세 남자의 숨이 멈췄다.
"너희가 원하는 모든 것이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세인의 손이 떨렸다. 포크를 떨어뜨렸다. 그의 검은 눈이 더욱 짙어졌다. 마치 밤이 그의 눈을 완전히 삼켜버리는 것처럼.
카일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그의 손이 테이블을 움켜쥐었다.
에드먼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불안감이 없었다. 대신 확정된 무언가가 있었다.
그 순간, 기숙사 복도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약한 비명. 어린아이의 목소리.
"누군가... 도와줘!"
레이나의 포크가 멈췄다.
그 비명은... 시온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