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밤이었다. 레이나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눈이 변했다. 입학했을 때보다 훨씬 검었다. 마치 어둠이 그 안에 사는 것처럼. 손을 들었다. 검은 마력이 흘러나왔다. 거울이 검게 변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가... 뭐가 되어가는 거지?'
손가락이 떨렸다.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자신감의 떨림이 아니었다. 공포였다. 자신을 모르는 공포.
책상 위의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 리리안이 보낸 것. 열쇠와 함께 왔던 편지. 손가락이 더 심하게 떨렸다. 봉투를 뜯었다.
'넌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 문장만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필체는 흔들렸다. 마치 손이 떨리며 쓴 것처럼.
레이나는 편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열쇠를 들었다. 낡은 청동 열쇠. 뭔가 중요한 것을 열 것 같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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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깊은 곳에서 레이나는 손가락으로 가죽 표지를 따라 그었다. 먼지가 소용돌이쳤다. 베르그란트 가문 비밀 기록실—아카데미 도서관의 최하층, 오직 가문의 혈통만이 접근 가능한 영역이었다.
촛불을 켰다. 그 순간, 촛불의 불꽃이 검게 변했다.
검은 빛이 도서관 깊숙한 곳을 비추면서, 선반 위의 책들이 호흡하는 생명체처럼 보였다. 레이나의 손가락이 떨렸다. 자신의 마력이 반응하는 것이었다. 이곳이 베르그란트 가문의 비밀이 모인 곳이라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챈 것이다.
책을 펼쳤다. 낡은 종이에 적힌 필체는 손떨림이 심했다.
'다크엘프 혼혈의 마력: 착각의 기술'
페이지를 넘겼다.
'상대의 무의식적 욕망을 읽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 숨겨둔 욕심을 감지하고, 그것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을 해석하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 가문의 진정한 능력이다. 저주도, 축복도 아닌. 착각.'
숨을 쉬지 못했다.
그 말이 맞다. 모든 것이 맞다.
입학식에서 후배를 구했을 때—그 아이의 무의식적 두려움을 읽고, 검은 마력으로 '저주'라고 해석하게 만든 것. 훈련장에서 세인을 위협했을 때—그 기사 후보생의 숨겨진 영웅 콤플렉스를 증폭시켜, 자신을 '구원해야 할 악의 여신'으로 만든 것. 도서관에서 상급생들을 혼낼 때—그들의 죄책감과 공포를 읽고, 자신의 검은 마력을 '정의로운 응징'으로 해석하게 만든 것.
모두 우연이 아니었다. 모두 계산이었다. 아니, 계산이 아니라 본능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손가락이 책 위에서 떨렸다.
그 다음 문단은 더 오래된 필체로 적혀 있었다.
'경고한다. 이 능력을 쓸 때마다, 자신의 진심이 한 겹씩 묻혀간다. 처음엔 의도적이지만, 계속 사용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며,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우리 가문의 많은 자들이 이 길을 걸었고,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을 찾지 못했다.'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페이지를 덮었다.
'지금은 상관없다.'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이상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그것도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자신은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모든 '악행'이 오해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이건 생존이다. 약한 자가 강한 자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내적 독백이 흘러나왔다. 자신을 정당화하는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가 정말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더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들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욕망을, 두려움을, 그들도 모르는 진정한 마음을.
책장 앞에서 일어섰다. 촛불이 다시 검게 타올랐다. 이번엔 의도적으로 마력을 흘려보냈다. 도서관 전체의 촛불이 순서대로 검은 빛으로 변했다. 마치 도미노처럼. 마치 자신의 의지가 이어지는 것처럼.
'그렇다면 더 완벽하게 하면 되겠군.'
도서관을 나갔다.
복도는 조용했다. 아침 수업 시간이었다.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손가락을 펼쳤다 모았다. 마력이 반응했다. 이제는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완전히 통제할 수 있었다.
창문을 통해 정원이 보였다.
그곳에 세인이 서 있었다.
황금빛 머리, 곧게 펼친 어깨, 정의로운 얼굴. 기사 후보생 세인 로드벨트는 도서관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도서관에서 나오는 검은 마력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이미 뭔가가 깃들어 있었다.
중독의 빛. 아니, 무언가 더 깊은 것. 호기심? 집착? 영웅 콤플렉스? 아무도 모를 감정의 혼합물.
'저 영애... 뭔가 다르다.'
세인이 중얼거렸다. 손가락이 검으로 향했다. 자신도 모르게. 마치 그곳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그 순간 레이나가 도서관 문을 나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만났다. 레이나의 눈은 검았다. 도서관에서 본 그것처럼. 세인의 눈은 황금빛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검은 것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레이나는 미소했다. 아주 조금. 냉정함과 악의의 중간쯤 어디에 있었다.
"아침부터 무엇을 하고 있나요, 기사 후보생?"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그것이 더 위험했다.
세인의 손가락이 검의 손잡이에서 떨어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저 영애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세인이 의도한 진실이 아니었다. 그의 무의식이 말한 진실이었다. 그의 욕망이 드러낸 진실이었다.
레이나는 그것을 알았다. 이제 자신은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이유인데요."
발걸음을 옮겼다. 세인 쪽으로. 천천히. 포식자가 먹이에 접근하는 것처럼.
세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기사로서의 긍지가 그렇게 하도록 했다. 하지만 심장이 빨라지고 있었다. 마음이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이것이 정의로운 마음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기사 후보생, 혹시..."
레이나가 말했다. 검은 눈이 반짝였다.
"저를 구원하려는 건가요?"
세인의 얼굴이 굳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명백한 진실이었다.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진실.
"아니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나왔다. 의도하지 않은 말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이.
레이나는 웃었다. 아주 조용하게.
"그렇다면 계속 노력해보세요, 기사 후보생."
돌아섰다. 거침 없이. 자신감 있게.
세인은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뭔가가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옳은 일인지 악한 일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어쨌든 자신은 이미 끌려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도서관 복도에서 레이나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내가... 저 기사를 조종했단 말인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것은 쾌감이었다. 그것만은 아니었다. 죄책감? 두려움? 그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더 강한 것이 있었다.
'이건 내 능력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먼저 원했다.'
자신을 정당화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가 정말 자신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면서도, 레이나는 그것을 믿으려고 했다.
손을 벽에 댔다. 검은 마력이 흘러나왔다. 벽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다시 원래 색으로.
'완벽했다.'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정말로 자신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그 순간, 거울이 보였다. 복도 끝의 벽에 붙은 작은 거울. 레이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멈췄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다가.
'이 사람이... 나인가?'
거울 속 여인은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낯선 냉정함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그 얼굴이 웃을 때, 레이나는 자신의 웃음이 아닌 다른 것을 봤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쓰고 있는 것처럼.
손을 들었다. 거울 속 여인도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히 지연된 것 같았다. 거울 속의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처럼.
손가락 끝이 저렸다. 시야가 한순간 왜곡되었다. 마치 거울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구멍을 보고 있는 것처럼. 목소리가 변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로.
'아니야. 거울이니까...'
중얼거렸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손가락의 저림은 계속되었다.
아카데미 전역에서 수업 종이 울렸다. 다음 시간은 마법 이론이었다. 그곳에는 카일 마젠토가 있을 것이었다. 냉철한 마법사. 어둠의 마력을 분석하는 유일한 사람.
레이나는 거울에서 눈을 떼고 걸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복도를 내려가며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떨림이 자신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내가 이 손을 움직이고 있나? 아니면 누군가 다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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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이론 수업. 교실은 조용했다.
"오늘 수업 주제는 어둠의 마력 방어입니다."
교수가 말했다. 시선이 잠깐 레이나에게 머물렀다.
칠판에 기호들이 그려졌다. 마방진. 어둠의 마력을 차단하는 마법.
카일 마젠토가 손을 들었다.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이 마방진들이 정말 모든 어둠의 마력을 차단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개별 능력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까요?"
교수가 잠깐 생각했다.
"좋은 질문이네요. 이론상으로는 모두 차단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의도와 강도에 따라 변수가 있습니다."
카일이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어둠의 마력이 단순한 파괴 능력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능력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정보 조작이라든지, 인식 왜곡이라든지..."
교실이 조용해졌다. 이론적인 질문이 아니었다. 수사적인 질문이었다.
레이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이 카일을 향했다. 동시에 '내가 지금 움직인 건가? 아니면 누군가 내 눈을 움직인 건가?'라는 의심이 떠올랐다.
카일도 돌아봤다. 시선이 마주쳤다. 단 0.3초. 하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가 오갔다. 인정. 도전. 호기심.
"그건 어둠의 마력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겁니다."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업이 계속됐다. 하지만 교실 안의 모든 것이 변했다. 학생들은 계속 레이나를 바라봤다. 카일은 계속 기록했다. 펜을 움직이며. 뭔가를 분석하듯이.
수업이 끝났을 때 복도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기숙사 식당으로 가는 길. 레이나는 혼자 걸었다. 항상 그랬듯이. 하지만 이번엔 누군가가 따라왔다.
세인이었다.
"영애."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자신도 왜 따라왔는지 모르는 것처럼.
"기사 후보생."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
"아까... 도서관에서... 당신이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멈췄다. 돌아봤다.
세인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당신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정말 악한 사람인지, 아니면...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그것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진실도 숨어 있었다. 그것을 세인 자신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
레이나는 한 발 다가섰다.
"알고 싶으신가요?"
"네."
"그렇다면 계속 따라다니세요, 기사 후보생."
손을 들었다. 세인의 얼굴 옆으로. 닿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아주 조금. 아주 정교하게.
세인의 눈이 변했다. 황금빛이 더 검어졌다. 그 순간, 세인의 손이 검을 향했다. 무의식적으로. 마치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처럼. 하지만 그 손은 검을 그리지 않고 레이나를 향했다.
'내가 저 기사를 해친 건가? 아니면 도와준 건가?'
레이나가 생각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떨림이 자신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면서. 세인의 손이 자신의 팔 위에서 멈췄다.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거리 안에서 무언가가 오갔다.
"이것이 중독이구나."
세인이 중얼거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그리고 이것이 나다."
레이나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인지 확실하지 않으면서.
식당은 점심시간 피크였다. 학생들이 가득 찼다. 하지만 레이나가 들어서자 일부가 눈에 띄게 몸을 움직였다. 피하려고. 거리를 두려고.
그녀는 아무도 앉지 않은 테이블에 앉았다. 세인은 다른 테이블에서 자신의 것을 먹고 있었지만,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일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트레이를 들고. 레이나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인사도 없이 앉으면 안 되나요?"
레이나가 물었다.
"당신이 원하지 않으실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앉겠습니다."
펜을 꺼냈다.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 없는 작은 노트와 함께.
"당신의 어둠의 마력은 뭔가요?"
직설적이었다. 거의 무례할 정도로.
"뭐라고 생각하세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그는 기록했다. 레이나의 반응을. 눈의 움직임을. 호흡의 변화를.
"정보 조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인식 왜곡. 상대방이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하는 능력."
"증거가 있나요?"
"있습니다."
"뭔가요?"
레이나는 웃었다. 진심으로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당신이에요."
카일의 펜이 멈췄다.
"저는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분석해 왔습니다. 당신은 저를 악한 사람으로 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 진정한 모습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단지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그렇게 보도록... 도왔을 뿐입니다."
카일의 눈이 변했다. 황금빛이 아니었다. 다른 색이었다. 더 복잡한 색. 호기심과 두려움과 집착이 섞인 색.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 다른 감정이 피어올랐다. 자신의 능력이 침해당했다는 자각. 자신의 분석이 역분석당했다는 깨달음.
"흥미롭습니다. 매우."
그리고 계속 기록했다. 이제는 다른 것을. 레이나의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리고 그 영향을 분석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대해.
그 순간, 카일의 손이 떨렸다. 펜을 잡은 손이.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 것처럼. '내가 이 손을 통제하고 있나?'
점심시간이 끝났다.
오후 수업은 정치학이었다. 귀족 아카데미의 필수 과목. 그리고 그 수업에는 황태자 에드먼드가 있었다.
레이나는 교실 뒤에 앉았다. 에드먼드는 앞에 앉았다. 항상 그랬듯이. 모범생처럼. 완벽하게.
교수가 강의를 시작했다. 루미나 제국의 정치 체계에 대해. 왕실의 권력과 귀족 가문들의 연합에 대해.
"황태자께서는 이 복잡한 권력 게임을 어떻게 보세요?"
교수가 질문했다. 교육적 질문이 아니었다. 정치적 질문이었다.
에드먼드가 일어섰다.
"권력은 균형입니다. 한쪽으로 기울면 무너집니다."
모범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피로함이 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개인의 욕망은 어디에 자리 잡을까요?"
또 다른 학생이 질문했다. 도발이었다.
"개인의 욕망은 제국의 안정 앞에서는 무의미합니다."
에드먼드가 답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 자신도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것도. '내가 이 말을 한 건가? 아니면 누군가 내 입을 움직인 건가?'
레이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이 에드먼드를 향했다.
에드먼드는 그것을 느꼈다. 피부로. 영혼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모든 거짓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가 자신의 진짜 욕망을 깨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수업이 끝났을 때 복도는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에드먼드가 나타났다. 레이나 앞에.
"우리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요?"
"당신이 뭔지."
직설적이었다. 황태자가 직설적일 수는 없지만, 그는 했다.
"뭐라고 생각하세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모든 것을 흔들고 있습니다. 제 신념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제 욕망을 증폭시킵니다. 그리고 제가 당신을 더 알고 싶게 만듭니다."
손을 들었다. 레이나의 얼굴 옆으로. 닿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둠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검은 것이. 아주 조금.
에드먼드의 눈이 변했다. 황금빛이 더 검어졌다. 그 순간, 에드먼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저는 자유를 원합니다."
중얼거렸다. 자신도 놀란 것처럼.
"이 모든 책임에서. 이 모든 기대에서. 이 모든 거짓에서."
그 말이 끝나자, 에드먼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무엇을 말했는지 깨달은 것처럼.
레이나는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이 웃음을 만든 건가? 아니면 누군가 내 입을 움직인 건가?'
'내가 저 황태자를 조종했나? 아니면 그의 욕망을 깨웠나? 이들이 먼저 원했다. 나는 그저 그것을 꺼내줄 뿐이다.'
자신을 정당화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가 정말 자신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면서도.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밤이 내려앉고 있었다.
기숙사 방에 들어섰다. 거울 앞에 섰다.
눈이 변했다. 입학했을 때보다 훨씬 검었다. 마치 어둠이 그 안에 사는 것처럼.
손을 들었다. 검은 마력이 흘러나왔다. 거울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손가락이 떨렸다.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완벽하다.'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정말로 자신의 것인지 여전히 확실하지 않았다.
그 순간, 거울 속의 여인이 먼저 움직였다. 레이나의 손이 움직이기 전에.
손가락 끝이 저렸다. 시야가 왜곡되었다. 거울 속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레이나가 입을 열기 전에.
'아니야. 이건...'
공포가 밀려왔다. 손가락이 더 심하게 떨렸다. 목소리가 변했다. 거울 속의 여인이 웃고 있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처럼. 아니, 자신이 맞는데 자신이 아닌 것처럼.
'내가 누구지?'
그 질문이 떠올랐을 때, 거울은 검게 변했다.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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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펜이 움직였다.
'레이나 베르그란트. 능력 활성화 확인. 단계 2 진입. 주변 인물들 중독 상태 심화. 황태자, 기사 후보생, 마법사 모두 영향권 내 진입. 자기 인식 붕괴 초기 단계 관찰. 거울 반응 이상 감지.'
기록을 마친 인물이 고개를 들었다. 검은 망토 아래 얼굴이 드러났다. 빛의 교단의 상징이 가슴에 있었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펜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주문을 그리기 위해. 추적 마법을 활성화하기 위해.
검은 문양이 공중에 떠올랐다.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이. 그것이 완성되자, 옥상의 공기가 진동했다.
그 진동이 아카데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눈에 보이지 않게. 하지만 확실하게.
기숙사 방의 레이나가 갑자기 몸을 굽혔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내부를 꿰뚫고 있는 것처럼.
'뭐... 이건...'
마력이 역류했다. 자신의 마력이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마력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처럼.
옥상의 인물이 웃었다. 광신자의 웃음.
'제거해야 한다. 이 오염된 것을.'
펜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더 복잡한 패턴으로.
루미나 아카데미의 밤이 깊어갔다.
레이나는 거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 안의 어둠은 계속 자라고 있었다. 눈에서. 마음에서. 영혼에서.
하지만 이제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력을 분석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제거하려 하고 있었다.
'내가... 뭐가 되어가는 거지?'
그 질문도 이제는 오래된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물어본 질문처럼.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더 시급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전에,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로부터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