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의 새벽은 적막했다
이수현이 눈을 떴을 때, 천장의 형광등은 꺼져 있었고 창밖의 하늘은 여전히 검었다. 손가락을 들어 보았다. 은색 빛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떨리는 손과, 뇌 한구석에서 맥동하는 통증뿐이었다.
의료실의 모니터들이 규칙적으로 울음을 낸다. 심박수. 혈압. 산소 포화도. 숫자들은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고 말했지만, 몸은 그것을 거부했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뇌가 두개골 안에서 흔들리는 느낌. 손을 펼쳤을 때 손가락들이 따로따로 움직이지 않는 무거움. 손등의 피부가 반투명할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 이것이 남은 시간의 감각이었다.
침대 옆 탁자 위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아마도 이현준일 것이다—가 두었을 것이다. 화면을 켜려다가 손을 멈췄다. 법정 소식이 나올 테니까. 이수현은 알고 있었다. 박준호가 법정에서 무엇을 할지. 그가 가진 양심이, 그 오래된 죄책감이 마침내 폭발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창밖에서 새들이 울기 시작했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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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지방법원 304호. 법정은 만석이었다. 언론사 기자들, 변호사 협회 관계자들, 방청석에 앉은 수십 명의 시민들. 13년 만에 재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판사 김혜민은 법탁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어젯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법정의 객관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진실이란 무엇인가 하면서.
검사석에는 박준호가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한석우가 있었다. 한석우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는 박준호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었다. 어제 밤 박준호가 그에게 전한 말을 들었으니까. "내가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당신과 나의 비리를 모두."
박준호는 일어섰다.
"판사님. 제가 증언대에 서겠습니다."
법정이 술렁거렸다. 검사가 직접 증언대에 선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김혜민 판사는 눈을 깜빡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합니다. 검사 박준호, 증언대로."
박준호는 천천히 증언대로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13년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발걸음이었다.
손을 들어 선서했다.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검사님, 13년 전 신문현 사건의 증거 수집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이현준 변호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칼날 같은 것이 숨어 있었다.
박준호는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당시 현장에서 CCTV 영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영상에는..." 그가 잠깐 멈추었다. 한석우를 바라보았다. 한석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영상에는 피해자 신문현을 살해하는 인물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인물은 당시 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방청석에서 숨이 턱 멎었다. 기자들이 몸을 앞으로 숙였고, 뒷줄의 사람들이 일어섰다.
김혜민 판사가 망치를 두드렸다. "조용히 하세요."
"그 영상이 지금도 존재합니까?" 이현준이 물었다.
"존재합니다. 제가 은폐했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그 영상을 바탕으로 다른 증거들을 조작했습니다. 피해자의 지문을 변조하고, 현장의 혈흔 기록을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이수현을 범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침묵. 절대적인 침묵이 법정을 지배했다.
"왜 그런 일을 했습니까?" 이현준이 물었다.
박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한석우를 바라보았다. 한석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금세 앉았다.
"특수부장 한석우의 지시입니다. 그리고..." 박준호가 말을 이었다. "제가 그것을 따랐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더 쉬웠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찾는 것보다, 거짓을 구축하는 것이."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증언대의 가장자리를 잡은 손가락들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한석우 특수부장과 당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습니까?" 이현준이 물었다.
박준호는 오래 침묵했다. 법정의 모든 눈이 그를 향했다.
"13년 전, 저는 한석우 특수부장의 부하였습니다. 그는 제게 말했습니다. 이수진이라는 경찰관이 신문현을 살해했다고. 그리고 그것을 은폐해야 한다고. 왜냐하면 이수진이 자살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아니오. 이수진은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살아있었습니다. 한석우 특수부장은 이수진의 도주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수현을 범인으로 만들도록 했습니다."
"왜 한석우 특수부장이 이수진을 보호했을까요?"
박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한석우를 다시 바라보았다. 한석우는 얼굴을 돌렸다.
"저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수진이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한석우 특수부장에게."
법정이 다시 술렁거렸다.
이현준이 새로운 문서를 제출했다. "판사님, 이것은 한석우 특수부장과 이수진 경찰관의 통화 기록입니다. 1999년 3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김혜민이 문서를 받아 읽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특수부장 한석우, 당신은 이 기록에 대해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한석우는 일어섰다. "판사님, 저는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증언대에 서실 수 있습니다."
"제 변호사와 상담하겠습니다."
한석우는 자리에 앉았다. 그의 얼굴은 회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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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복도. 이수현은 신지은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병원을 빠져나왔다. 몸이 무거웠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호흡이 얕아져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복도의 벤치에 앉아 있던 박준호를 마주쳤을 때, 이수현은 순간 멈춰 섰다.
박준호도 그녀를 보고 일어섰다.
"당신이..."
이수현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박준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법정 밖의 복도에서 이수현의 능력은 불완전했다. 은색 빛이 희미하게 맺혔다가 곧 흩어졌다. 그것은 법정 내에서처럼 강렬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박준호는 그 순간을 느꼈다. 자신의 기억이 흔들리는 것을. 13년 전의 그 밤이 다시 떠오르는 것을. 한석우의 명령. 자신의 거부. 그리고 그 거부를 무시하고 증거를 조작한 자신의 손. 모든 것이 한 번에 밀려왔다. 그 기억들은 마치 누군가 그의 뇌에 직접 손을 집어넣어 휘저으며 꺼내는 것 같았다.
박준호는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이 떨렸다.
"미안합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이수현의 손에서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의 손도 떨리기 시작했다.
박준호는 계속했다. "당신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런데 제가... 우리가..."
"법정에서 말씀하세요." 이수현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명령이 있었다. "진실을."
그녀는 돌아섰다. 복도를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비틀거렸고, 그녀의 손은 벽을 짚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복도의 끝에서 그녀는 한 번 뒤를 돌아봤다. 박준호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박준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흙빛이었고,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는 법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증언대에 다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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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영상은 화면에 재생되었다.
신문현의 오피스텔 거실. 시간 표시: 2010년 11월 15일 오후 11시 47분.
문이 열린다. 경찰 제복을 입은 여성이 들어온다. 그녀의 얼굴은 선명했다. 이수현의 동생, 이수진이었다.
신문현과 그녀는 말을 나눈다. 음성은 나오지 않지만, 그들의 입 모양과 제스처로부터 대화의 격렬함이 느껴진다. 신문현이 손가락으로 이수진을 가리킨다. 이수진의 어깨가 경직된다.
신문현이 책상으로 걸어간다. 서랍을 열려고 한다.
이수진이 그를 막는다. 그들이 몸싸움을 한다. 신문현이 이수진의 팔을 비튼다. 이수진의 입이 벌어진다.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칼이 나온다. 어디서 나왔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그것이 있다.
신문현이 쓰러진다. 그의 몸이 바닥에 닿는다.
이수진이 잠시 멈춰서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의 표정은 무엇인가. 후회? 공포? 아니면 안도? 그녀의 손이 떨린다. 칼이 그녀의 손에서 떨어진다.
그녀는 떠난다. 문을 닫는다. 그녀의 발걸음은 빠르다.
시간 표시: 오후 11시 53분.
그 다음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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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은 조용했다. 모두가 방금 본 것을 소화하려 애쓰고 있었다.
"이 영상에 기록된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셨습니까?" 김혜민이 박준호에게 물었다.
"네. 당시 경찰청 여성 경찰관 이수진입니다. 피고인 이수현의 동생입니다."
"1999년에 자살한 것으로 기록된 인물이 맞습니까?"
"네. 하지만 그것은 거짓입니다. 이수진은 살아있었습니다. 1999년, 그녀는 어떤 사건에 연루되었고, 한석우 특수부장이 그녀의 도주를 도왔습니다. 그녀는 13년 동안 도망 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수진의 현재 위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CCTV 기록으로 보아 사건 직후 서울을 떠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는 전국의 경찰에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신지은이 방청석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누구에게 살해되었는지 방금 알게 된 것이다. 그것도 화면으로, 공개적으로. 그리고 그 살인자가 경찰관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경찰관이 13년을 도망 다녔다는 것을.
신지은은 방청석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부러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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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수현이 이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이현준이 물었다.
박준호는 머리를 저었다. "없습니다. 피고인 이수현은 무죄입니다. 그녀는 이 범행과 무관합니다. 그녀는 누명을 썼습니다."
"그렇다면 13년 전 재판에서 이수현에게 사형을 선고한 증거들은 모두 조작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하지만 법정의 모든 사람이 그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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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정의 전개는 그곳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현준이 새로운 문서를 제출했다. "판사님, 이것은 지난 며칠 간의 재심 공판에서 제출된 증거들에 대한 신경학적 분석입니다."
김혜민이 문서를 받아 읽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이 증거들이... 조작되었다는 말씀입니까?"
"네. 당시 증인들의 증언과 현장 증거들이 외부의 초자연적 영향에 의해 변조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피고인 이수현의 초능력에 의해서입니다."
법정이 다시 술렁거렸다. 초자연적이라는 단어가 법정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박준호가 다시 말했다. "피고인 이수현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능력으로 증인들의 기억을 조작하고 증거를 변형했습니다. 그것은 진실을 찾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것 자체로 범죄입니다. 법정의 증거 조작 행위입니다."
"검사님, 당신은 그 능력의 존재를 인식하고 계셨습니까?" 이현준이 물었다.
박준호는 잠깐 침묵했다. 그의 목이 경련했다.
"법정 복도에서 피고인과 마주쳤을 때입니다. 저는 그 순간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제 몸 전체가 얼어붙는 느낌.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은 감각. 그리고 그 순간 제 뇌에 13년 전의 기억들이 폭주했습니다. 마치 누군가 제 의식에 직접 손을 집어넣어 휘저으며 꺼내는 것 같았습니다."
법정이 숨을 쉬지 않았다.
"그 경험이 당신의 증언으로 이어졌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제 확신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3년 전의 기억들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쉽게 거짓을 받아들였는지."
"그 경험이 없었다면?"
박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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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은이 증언대에 섰다.
그녀는 창백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13년을 바쳐 증오해온 인물이 실제로는 무죄였고,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신지은 씨, 당신은 13년 동안 피고인 이수현을 범인으로 생각했습니까?" 이현준이 물었다.
신지은은 목을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목소리는 부러진 유리처럼 날카로웠다.
"네. 저는 그녀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녀를 증오했습니다. 매일. 매 순간. 13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신지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목이 경련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지금은..." 신지은이 마침내 말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제가 증오를 잘못된 대상에게 돌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경찰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찰관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제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녀는 박준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과 만났다.
"검사님, 당신은 왜 13년을 그렇게 살았습니까? 당신도 알고 있었을 텐데. 진실을. 왜 제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찾지 않았습니까?"
박준호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신지은은 증언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방청석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복도로 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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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판결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그 과정은 혼란스러웠다.
김혜민 판사가 법정에서 선언했다.
"이 재판은 진실을 향한 투쟁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거짓이 거짓을 맞서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판사석에서 일어섰다.
"피고인 이수현에 대해: 당신은 13년 전 신문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닙니다. 당신은 무죄입니다. 법원은 당신에게 선고된 사형 판결을 무효 선언합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방청석에서 작은 소리들이 나왔다.
"그러나." 김혜민이 다시 말했다. "동시에 이 법정은 또 다른 범죄를 목격했습니다. 증거의 조작. 증인의 기억 변조. 이러한 행위들이 법정 내에서 자행되었습니다."
그녀는 잠깐 멈추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이수현의 무죄는 확정되지만, 그녀가 법정에서 조작한 증거에 대한 책임도 규명되어야 합니다. 이는 새로운 재판입니다. 당신이 회복되면, 당신은 다시 이 법정에 서야 합니다."
그녀는 이수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수현은 그곳에 없었다. 병원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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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복도. 신지은은 이수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자들의 카메라를 피해 구석진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수현이 나왔을 때, 신지은은 일어섰다.
두 여자가 마주봤다. 한 명은 13년을 증오 속에서 살아온 피해자의 딸. 한 명은 13년을 죄수의 몸으로 살아온 무죄자.
"저는..." 신지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을 만나야 했습니다."
이수현은 말하지 않았다.
"제가 당신을 증오했습니다. 13년을. 그 증오가 얼마나 깊었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신지은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방금 알았습니다. 제가 당신을 증오하는 동안, 제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이수현은 신지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분노가 있었고, 동시에 절망이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제 동생입니다." 이수현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저는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모든 것을 했습니다. 제 능력으로 거짓을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무죄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 죄를 지우지는 않습니다." 이수현은 신지은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은 제 동생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죽이려 한 것은 저입니다. 제 능력으로. 제 거짓으로. 당신의 기억을 조작해서."
신지은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이수현의 손을 보았다. 그 손은 창백했고, 거의 반투명할 정도로 약해 보였다.
"당신은 죽고 있습니다." 신지은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진술이었다.
"네."
"왜?"
"제 능력 때문입니다. 제가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제 수명이 단축됩니다. 제가 사용한 모든 거짓이 제 몸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법정 밖에서 능력을 사용하면 그 효과가 더 빠릅니다."
신지은은 이수현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저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신지은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무엇이 있었다. "당신이 제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 증오를 이용했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당신의 능력으로 제 마음을 조종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신지은이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저는 당신을 증오할 수도 없습니다. 더 이상. 왜냐하면 당신도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동생이 한 일 때문에. 당신의 능력 때문에."
이수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신지은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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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의료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법정의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이수현은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무죄 판결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재판의 선언을 들었다.
손가락을 들어 보았다. 은색 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남은 것은 창백한 손가락과, 그 손가락이 가져온 모든 거짓들이었다.
문이 열렸다. 박준호가 들어왔다.
그는 침대 옆에 섰다. 그의 얼굴은 회색이었다. 그는 오래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만든 증거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것입니다. CCTV 영상도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고, 제 비리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고, 당신도 무죄로 판결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수현은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천장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박준호가 계속했다. "당신의 능력으로 만든 거짓이 법정을 오염시켰습니다. 그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당신과 나. 그리고 이 법원 전체."
"내 동생은?" 이수현이 물었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찾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거짓 없이. 수배령을 내렸고, 전국의 경찰청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녀가 13년 동안 어디서 살았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지, 왜 한석우 특수부장이 그녀를 보호했는지. 모든 것을 조사할 것입니다."
박준호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침묵했다.
"당신이 회복되면," 그가 마침내 말했다. "우리는 다시 법정에서 만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이번에는 나도 피고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피고인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진실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이수현이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감지 않았다.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박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진실은," 이수현이 다시 말했다. "당신이 법정에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당신의 고백. 당신의 죄. 그리고 당신의 참회. 그것이 진실입니다."
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수현이 말했다. "제 동생이 왜 아버지를 죽였는지. 그것도 진실이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석우 특수부장이 왜 그녀를 보호했는지. 그것도."
박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수현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회복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박준호가 물었다.
"그러면 진실은 미완성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수현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도 진실입니다. 불완전한 진실도 진실입니다."
창밖에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병원 복도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있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이수현에게는 그것이 끝의 시작인지 시작의 끝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더 이상 은색 빛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빛이 남긴 모든 것들은 여전히 법정을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계속해서 진실을 요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