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304호
법정 304호의 조명이 청백색으로 내려앉았다. 오전 10시, 재심 공판 일정표에는 '증인 신문 — 이재훈(전 형사)'이라 적혀 있었다.
이수현은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손등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어제 밤 신문자의 메시지를 받은 후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동생이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녀의 신체였다. 거울을 보니 눈동자의 금이 눈에 띄게 깊어져 있었다. 얼굴 피부에는 세로로 가는 금이 여러 줄 그어져 있었다. 마치 도자기가 깨져가는 모습이었다.
법의관 이재훈이 증인석에 앉았다. 회백색 정장을 입은 그는 법정 조명 아래 창백해 보였다. 눈썹이 경직되어 있었고, 손가락이 의자 팔뚝을 움켜잡고 있었다.
"증인 이재훈, 신문현 변호사 사건 당시 수사를 담당하셨습니다."
이현준 변호사의 음성이 법정을 채웠다.
"예."
이재훈의 대답은 짧았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수현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손가락이 법정 테이블 위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은색 빛이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빛이었다. 그것은 공기를 타고 이재훈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재훈의 눈동자가 확대되었다. 그의 가슴이 들썩거렸다.
"제가... 제가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법정이 순간 정지했다.
판사 김혜민이 고개를 들었다. 검사석의 박준호가 몸을 날렸다. 방청객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검사 한석우가 일어섰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카로웠다.
"제가... 신문현 변호사를 죽였습니다."
이재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의지와 무관했다. 이수현의 손가락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은색 빛이 더욱 짙어졌다. 그의 기억 속 장면들이 이재훈의 뇌를 통해 재현되고 있었다. 신문현의 목에 칼이 들어가는 장면. 피가 흐르는 장면.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
"그는 제 비리를 법정에서 폭로하려 했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제가..."
"증인을 정중히 경고합니다!"
박준호 검사가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의 눈이 이수현을 맞닥뜨렸다.
"이 증인의 증언은 조작되었습니다!"
법정이 술렁였다. 기자들이 몸을 날렸다. 보안요원들이 움직였다.
"피고인 이수현이 초능력 같은 방법으로 증인의 기억을 조작하고 있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거의 외침에 가까웠다. 그의 손가락이 이수현을 지목했다.
"판사님, 그것이 증거인가요?"
김혜민 판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검사님, 당신은 지금 무엇을 주장하시는 겁니까?"
"제가 본 것입니다! 그 여자의 눈에서 나오는 빛을!"
박준호가 다시 외쳤다.
"당신이 본 것이 법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까?"
판사의 음성은 법정 전체를 압도했다.
이수현이 일어났다. 그녀의 몸이 비틀거렸다. 손가락에서 은색 빛이 격렬하게 방출되고 있었다.
"증거 조작은 당신들이 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지만 분명했다.
"13년 전 CCTV 영상을 은폐하고, 증거를 날조했습니다! 박준호, 한석우, 이재훈. 당신들이 진범을 보호했습니다!"
"피고인, 법정 모독입니다!"
판사가 내려쳤다.
박준호와 이수현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의 사이 공기가 떨렸다. 박준호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그의 눈빛에는 13년간 억눌려 있던 죄책감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당신도... 이것을 알았습니까?"
박준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도 알고 있었습니까?"
그 순간, 이수현의 코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한 줄기, 두 줄기. 멈추지 않았다.
그 다음은 귀였다. 그 다음은 눈이었다.
이수현의 눈동자가 은색으로 변했다가, 곧 검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의료진!"
판사가 외쳤다.
이수현이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이 법정 바닥에 닿았다. 은색 빛이 희미하게 퍼져 나갔다. 그것은 마치 생명이 새어 나가는 모습이었다.
의료진이 달려왔다. 스트레처가 들어왔다. 이수현의 의식이 흐려졌다.
그 순간, 그녀는 13년 전을 떠올렸다.
사형 집행실의 차가운 바닥. 목에 감긴 줄. 그리고 눈을 감기 직전의 그 순간. 무엇인가가 깨어났던 그 순간.
"제 이름은... 이수현입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저는... 무죄입니다."
의료진이 그녀를 들어올렸다.
법정에서 박준호가 한 발 나아갔다. 한석우가 그를 잡으려 했다. 박준호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13년 전, 이재훈이 신문현 변호사를 살해했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법정 전체를 관통했다.
"우리는 그것을 알았습니다. 한석우 부장과 저는 알았습니다."
"검사!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한석우가 외쳤다.
"그리고 우리는 이수현을 범인으로 몰았습니다.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13년간 그 확신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습니다. 매일 밤 의심했습니다. 그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죄책감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
"제 판단의 오류입니다. 아니, 제 범죄입니다."
박준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저는 그 여자를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그리고 진범을 놓아주었습니다."
의료진이 이수현을 병원으로 옮기려 할 때, 그녀가 눈을 떴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박준호가 그 손을 잡았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이었다.
이수현의 입술이 움직였다.
"당신도... 피해자네요."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의료진이 그녀를 병원으로 옮겼다. 스트레처가 법정 문을 통과했다. 박준호의 손이 공중에 남겨졌다.
법정 304호에는 침묵만이 남았다.
방청객들의 휴대전화 카메라가 깜박거렸다. 기자들의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판사 김혜민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의문과 혼란이 가득했다.
"이 법정을 정회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모든 증인 신문을 중단하고, 재심법원은 긴급 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한석우가 박준호의 팔을 움켜잡았다.
"당신은 미쳤습니까?"
박준호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깨어났기 때문이었다. 13년간 자신이 믿고 있던 확신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음을. 그리고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
병원 의료실. 의사가 이수현의 뇌를 스캔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뇌출혈이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떨렸다.
"환자의 신경계가 극도로 손상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한 전류가 흘렀던 것처럼요."
간호사가 이수현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이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극도의 신경 활동으로 인한 손상입니다. 이런 케이스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수현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은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13년을 견뎌냈던 그 힘이 이제는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
법원 특수부 회의실. 박준호는 한석우의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당신은 미쳤어요."
한석우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 둘 다 끝났습니다."
박준호는 책상에 서 있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13년을 거짓으로 살았습니다. 그 여자가 죽을 뻔했습니다. 그리고 진범은 자유로웠습니다."
"당신이 그 증거들을 보았습니까? 당신이 그 지문들을 채취했습니까?"
한석우가 일어섰다.
"나는 당신에게 증거를 조작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이재훈을 찾거나 증거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도 알았습니다."
한석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검찰청 감찰부에 자진 신고하겠습니다. 13년 전 증거 조작과 비리에 대해."
박준호가 말했다.
"당신도 함께 신고될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압니까? 당신의 경력이 끝날 것입니다."
"이미 끝났습니다."
박준호는 한석우의 눈을 맞추었다.
"13년 전에."
그는 사무실을 나갔다. 복도의 조명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눈은 죽어 있었다. 하지만 그 죽음 속에는 뭔가 다른 것이 살아 있었다.
책임. 그리고 속죄.
---
의료실로 돌아온 이수현은 침대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녀는 창가에 서 있었다. 서울의 밤하늘이 천천히 밝아지고 있었다. 새벽이 오고 있었다.
의사가 들어왔다.
"당신은 침대에 있어야 합니다."
"언제쯤 법정에 나갈 수 있을까요?"
이수현이 물었다.
"적어도 일주일은 쉬어야 합니다. 당신의 신경계가..."
"일주일은 안 됩니다."
이수현이 돌아섰다.
"내일 법정에 나가겠습니다."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가 외쳤다.
"네."
이수현이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진실 위에서 죽겠습니다."
---
그 밤, 이현준 변호사가 의료실을 찾았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당신은 미쳤어요."
이현준이 침대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이수현을 보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법정에서 당신이 한 일을 박준호 검사가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이수현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이재훈의 증언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초능력을 통한 기억 조작이라고. 법정이 완전히 혼란에 빠졌습니다."
"박준호가?"
"네. 그는 당신을 고소하려고 합니다. 증거 조작죄로. 하지만 그 전에 그는 자신이 13년 전에 증거를 조작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이현준이 이수현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없었다. 오직 실망만이 있었다.
"당신은 무죄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범인이 아닐 뿐입니다. 그 둘은 다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수현이 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법정에서 거짓을 만들었습니다.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증인의 기억을 강탈했습니다. 당신이 한 일들은 모두 범죄입니다."
이현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진실을 위한 범죄도 범죄입니다. 정의를 위한 거짓도 거짓입니다.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럼 제가 뭘 해야 했습니까?"
이수현이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신체가 따르지 않았다.
"당신은 법정에 나가 증거를 제시했어야 했습니다. 진정한 증거를. 조작된 것이 아닌. 그리고 그 증거들이 부족하더라도 판사에게 의심의 여지를 남겼어야 했습니다."
"그런 증거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죄로 풀려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적어도 거짓의 무죄인이 아닐 수 있었습니다."
이현준이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박준호가 자백했습니다. 13년 전에 당신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고. 그리고 그 증거들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그렇다면 당신의 무죄는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그럼 제 동생은?"
이수현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담겼다.
"이수진이 신문현을 살해했다는 증거도 당신이 만든 거짓입니다."
이현준의 말이 이수현을 침묵으로 몰아세웠다.
"당신의 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환각입니다. 당신의 뇌가 이미 현실과 조작된 기억의 경계를 잃어버렸습니다. 당신이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들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당신도 모르지 않습니까?"
이수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법정에 나가세요."
이현준이 일어섰다.
"이번엔 거짓 없이. 당신이 이재훈을 조작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당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법정에 말하세요. 박준호가 이미 증거 조작을 자백했으니 당신의 무죄는 증명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한 행동도 함께 드러날 것입니다."
"그럼 저는 감옥에 갑니다."
"아마도."
이현준이 침대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적어도 거짓으로 풀려난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그는 의료실을 나갔다.
이수현은 혼자 남겨졌다. 창밖으로 서울의 밤하늘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새벽녘의 안개처럼, 모든 것이 불명확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검은 변색 위에서 은색 빛이 희미하게 맥동했다. 그 빛이 이제 거의 꺼져가고 있었다.
---
다음날 아침, 박준호는 감찰부 사무실로 향했다. 손에 들린 파일에는 13년 전의 모든 거짓 증거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CCTV 영상 삭제의 기록, 지문 위변조의 방법, 증인 진술 조작의 과정.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감찰부 부장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감찰부 부장이 말했다.
박준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의 손이 파일을 책상 위에 놨다.
"제 자백서입니다. 13년 전 신문현 살인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증거 조작에 대해. 그리고 그 지시자 한석우 특수부장에 대한 고발입니다."
감찰부 부장이 파일을 펼쳤다. 그의 표정이 변했다.
"이것이 정말입니까?"
"네."
박준호가 말했다.
"모두 사실입니다."
감찰부 부장이 박준호를 바라봤다.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압니까?"
"네. 제 경력의 끝입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것입니다."
---
법정 304호. 재심 공판이 재개되었다.
이수현은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가락은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맑았다.
판사 김혜민이 이수현을 바라봤다.
"피고인 이수현, 당신은 어제 법정에서 증인의 기억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무엇을 말씀하시겠습니까?"
이수현이 일어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분명했다.
"네. 제가 이재훈의 기억을 조작했습니다."
법정이 술렁였다.
"저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저는 그 능력을 사용해 이재훈이 신문현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기억을 그에게 심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이수현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은 아닙니다. 이재훈은 정말로 신문현 변호사를 살해했습니다. 저는 그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당신은 법정을 조작했습니다."
판사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이수현이 인정했다.
"하지만 13년 전 당신들도 법정을 조작했습니다. 박준호 검사와 한석우 부장은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저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저는 그들의 거짓을 폭로하기 위해 거짓을 사용했습니다."
"거짓으로 거짓을 폭로할 수는 없습니다."
이현준 변호사가 일어섰다.
"피고인이 이미 인정했듯이, 당신은 증거 조작죄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의 능력 사용으로 인한 증인 기억 조작은 법적으로 명확한 범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검사 박준호와 한석우 부장의 13년 전 증거 조작도 인정되었습니다."
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법정은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한쪽은 거짓으로 유죄를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그 거짓을 폭로하기 위해 거짓을 만들었습니다."
이수현이 침묵했다. 그녀는 이현준의 말을 이해했다. 진실을 위한 거짓도 거짓이라는 것. 정의를 위한 범죄도 범죄라는 것.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알고 있었다. 박준호와 한석우의 거짓은 그녀의 생명을 빼앗으려 했고, 그녀의 거짓은 그 생명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저는 제 능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검은 변색된 손가락에서는 더 이상 은색 빛이 나오지 않았다.
"제 신경계가 손상되었습니다. 법정에서 모든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기억을 조작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이수현을 바라봤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이 환자의 신경계 손상은 심각합니다. 능력 사용으로 인한 신경 손상이 뇌출혈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주가 남을까 말까입니다."
판사가 법정을 둘러봤다.
"이 법정은 판결을 내리기 전에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피고인은 원래 사건에 대해 무죄입니다. 13년 전의 증거 조작이 증명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피고인은 법정에서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그 조작이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범죄에 해당합니다."
"판사님."
박준호가 일어섰다.
"저는 제 범죄를 자백합니다. 13년 전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이수현을 범인으로 몰았습니다. 그리고 진범 이재훈을 보호했습니다."
"검사님, 당신은 이미 감찰부에 자백했습니다."
판사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이 법정에서도 자백하고 싶습니다. 이 여자 앞에서."
그는 이수현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13년간 억눌려 있던 죄책감이 가득했다.
"13년간 저는 당신을 범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습니다. 매일 밤 의심했습니다. 그 의심이 죄책감으로 변했고, 그 죄책감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법정에서 능력을 드러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 거짓이 발각되는 것이 두려웠던 게 아니라, 당신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더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
"제가 당신을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그것은 제 거짓 때문입니다. 저는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검사님, 당신의 자백은 법정 기록에 남을 것입니다."
판사가 말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그것이 옳은 것입니다."
---
법정은 정회했다. 판사는 판결을 준비하기 위해 물러났다.
이수현은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는 더 이상 은색 빛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검은 재만 남겨져 있었다.
마치 그녀 자신이 모두 태워져 버린 것처럼.
그 순간,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비표시 번호.
이수현은 전화를 받았다.
"안녕, 언니."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우리 둘 다 자유로워졌어. 그런데 왜 울고 있어?"
이수현의 피로 물든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동생아... 당신은 정말 살아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 난 항상 살아 있었어. 당신 안에서."
통화가 끊어졌다.
이수현은 법정의 천장을 바라봤다. 새벽녘의 안개처럼 모든 것이 희미했다. 그녀는 동생의 목소리가 환각인지, 현실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현실과 조작된 기억의 경계가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은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13년을 견뎌냈던 그 힘이 이제는 그녀를 내려놓고 있었다. 죽음이 아니라, 해방이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