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6화 「진범 추적」

밤 열시 반. 신문현 오피스텔 주변 주택가.

이수현은 골목의 어두운 곳에 서서 건물 사이로 빛나는 가로등을 응시했다. 13년 전 이 거리에서 무엇이 일어났는가. 그 밤, 신문현은 죽었다. 그리고 자신이 범인으로 낙인찍혔다.

손가락 끝에서 은색 빛이 희미하게 떨렸다.

첫 번째 증인은 건물 관리사 김영호였다. 이수현은 그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 불이 켜졌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문을 열었다.

"누세요?"

"13년 전, 신문현 변호사 사건 기억하시나요?"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경찰이세요?"

이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을 똑바로 봤다. 은색 빛이 남자의 동공을 스쳐 지나갔다. 남자의 몸이 경직되었다. 이수현은 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2010년 11월 15일 밤 11시경. 오피스텔 앞. 남자는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여자였다. 경찰 제복을 입은 여자. 하지만 얼굴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뒷모습만 보였다. 긴 검은 머리. 작은 몸집. 여자는 신문현 오피스텔 입구에서 뭔가를 집어 들었다. 손에 들린 것은 흉기였다. 하지만 남자의 기억이 흐릿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수현은 그의 기억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여자의 손. 그 손이 뭔가를 집어 들 때, 하얀 팔찌가 보였다. 진주 팔찌. 그리고 반지. 왼손 약지에 은반지.

이수현은 남자의 기억에서 빠져나왔다. 남자는 벽에 기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여자가 누구였는지 알아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정말... 몰라요."

"경찰이었어요?"

"네... 제복을 입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 경찰이 왔을 때...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어요. 마치 내가 본 게 없는 것처럼..."

이수현은 그의 집을 나왔다.

두 번째 증인은 당시 현장 수사 담당 형사였다. 이수현은 법원 기록실로 향했다. 밤 12시가 넘었을 때, 기록실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보안 요원 하나만 졸고 있었다.

이수현은 파일을 뒤지기 시작했다. 신문현 사건 기록. 2010년 11월 15일. 현장 수사 담당자. 이름을 찾았다.

'이재훈. 경사. 강남경찰서 특수팀.'

그리고 추가 기록이 있었다. 이재훈은 2011년 3월 특수팀에서 수사과로 발령났고, 2015년 경정으로 승진했으며, 2018년부터는 경찰청 특수부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이수현의 손이 떨렸다. 경찰 제복을 입은 여자. 그 여자는 이재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재훈이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이 사건은 이수현으로 향했다.

왜?

이수현은 당시 수사 기록을 더 읽었다. CCTV 영상이 유실되었다. 현장 증거가 불완전하다. 목격자 진술이 모순적이다. 하지만 이수현의 지문이 있었고, 혈흔이 있었고, 선물 상자가 있었다.

누가 그것들을 현장에 남겨놨을까?

이수현의 눈동자에 금이 깊어지고 있었다.

세 번째 증인은 이재훈의 집이었다.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 이수현은 현관 앞에 섰다. 시간은 새벽 1시 45분이었다.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이수현은 건물 현관 옆에 있는 쓰레기장에 들어갔다. 거기서 이재훈의 딸을 만났다.

"어... 어디서 뭐하세요?"

여자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었다. 20대 초반. 검은 머리. 작은 몸집. 그리고 왼손 약지에 은반지.

이수현의 호흡이 멈췄다.

"당신이... 신문현 변호사의 딸?"

여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 어떻게 아세요?"

이수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대신 여자의 눈을 봤다. 은색 빛이 흘러나왔다. 여자의 기억이 이수현 앞에 펼쳐졌다.

2010년 11월 15일 밤. 아버지 신문현이 삼촌 신문훈과 싸우고 있었다. 목소리가 커졌다. 욕설이 오갔다. 딸은 방에서 나와 거실로 나갔다. 아버지가 딸을 봤다. "들어가! 들어가!"

딸은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틈 사이로 거실이 보였다.

삼촌이 나갔다. 아버지가 혼잣말을 했다. "저 새끼... 진짜..."

그때 누군가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 여자였다. 경찰 제복을 입은 여자. 아버지가 놀라서 일어났다. "어? 넌..."

여자가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아버지의 책상 위에 있던 칼.

아버지가 비명을 질렀다.

이수현은 여자의 기억에서 빠져나왔다.

신지은은 벽에 기댄 채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이수현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은반지가 차가웠다.

"당신은 그날 밤 뭘 했어요?"

신지은은 대답하지 못했다.

"당신 아버지가 삼촌 때문에 화났어요. 그리고 누군가 들어왔어요. 경찰 제복을 입은 여자."

"그... 그건..."

"그 여자가 누구였어요?"

신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흘렀다. "몰라요. 정말 몰라요. 내가 본 건... 아버지의 비명과... 그리고..."

"그리고?"

"그 여자가 나를 봤어요. 내 눈과 마주쳤어요. 그리고 웃었어요."

이수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능력 사용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다음은?"

"그 다음엔...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아버지가 쓰러졌어요. 그리고 경찰이 왔어요. 그리고 엄마가 울었어요."

신지은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13년 동안 그녀는 이수현을 범인으로 알고 살았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라고.

하지만 범인은 따로 있었다.

이수현은 신지은의 기억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 여자가 누구였는지 알기 위해.

은색 빛이 흘러나왔다.

이수현의 코에서 피가 났다. 귀에서도 피가 났다.

신지은은 비명을 질렀다. "누구세요?! 누가세요?!"

이수현은 신지은의 기억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 여자의 손. 그 여자의 목소리.

"언니, 이거 해야 해."

그 목소리는...

이수현이 기억에서 빠져나왔다. 신지은의 몸이 계단 위에서 흔들렸다. 이수현이 그녀를 떨어뜨렸다. 신지은의 머리가 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다. 피가 흘렀다.

"미안해요."

이수현이 중얼거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능력의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었다. 기억 속의 여자의 목소리가 자신의 기억과 섞여 버렸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정신이 분열되고 있었다.

그 순간,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이수현은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하지만 늦었다. 경찰차가 이미 막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이재훈이 나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이수현을 봤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 찼다.

"넌... 뭐 한 거야?"

이수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신지은은?"

"살아 있어요."

"그리고?"

"범인을 찾았어요."

이재훈의 손이 권총에 갔다. 하지만 그는 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이수현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은색 빛이 가득 찼다.

"당신이... 경찰 제복을 입은 여자를..."

"내가 아니에요."

"그럼 누가?"

이수현은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이재훈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13년 전 현장에서 본 그 여자가 누구였는지. 자신이 신지은을 범인으로 만들려던 계획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그렇다면 그 여자는 정말로...

이재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손가락이 권총 트리거 위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13년 동안 그 비밀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진범을... 찾으셨군요."

이수현이 말했다.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이재훈은 권총을 내렸다. 그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이수현을 보지 않았다. 대신 건물 내부를 바라봤다. 계단 위에 누워 있는 신지은을 향해.

"신지은을 다치게 했어?"

"기억을 파고들다가 통제를 잃었어요."

이재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절망의 웃음이었다. 13년 동안 숨겨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소리였다.

"함께 죽자."

이수현은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돌아섰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재훈은 그녀를 잡지 않았다. 경찰관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계단 위의 딸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무언가를 느꼈다. 13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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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27분. 법원 앞 주차장.

이수현의 손가락에서 은색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그녀는 벤치에 앉아 그것을 응시했다. 손이 떨렸다.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신경이 끊어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기억 속의 여자의 목소리가 계속 울렸다. '언니, 이거 해야 해.' 그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현준이었다.

"이수현, 어디야? 뉴스 봤어?"

"뭔데요?"

"경찰청 특수부장 이재훈이 신문현 살인 용의자로 자수했어. 13년 전 사건 당시 피해자와의 개인적 갈등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이수현의 귀가 울렸다. 아니다. 귀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당신이 뭐 한 거야?"

"능력을 썼어요. 과도하게."

"얼마나?"

"모르겠어요. 기억이..."

기억이 섞여 있었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자신이 만든 거짓인지 경계가 무너져 있었다. 주민의 기억 속 여자의 뒷모습. 그 여자의 경찰 제복. 그리고...

그 여자의 목소리.

"언니, 이거 해야 해."

이수현은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끝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현준, 내 동생이... 살아 있어?"

전화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뭐라고 해?"

"1999년에 죽었다고 했는데... 혹시..."

"이수현, 진정해. 당신의 동생은 19년 전에 자살로..."

"시체를 확인했어요?"

"뭐?"

"시체를 확인했냐고!"

이수현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주변이 흔들렸다. 눈앞이 검게 변했다가 다시 밝아졌다. 그 과정에서 두 개의 시간이 겹쳐 보였다. 1999년 어느 날의 경찰서와 지금의 새벽 거리가.

이현준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이수현? 이수현!"

---

법원 기록실. 오후 1시.

이수현은 1999년 기록들을 뒤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려서 파일을 제대로 들 수 없었다. 시스템 상 이현준이 신청한 특별 열람 권한이 있었다. 판사 김혜민의 지시였다.

'흑장미 재심 관련 추가 조사'라는 명목으로.

1999년 11월. 서울 강남구. 자살 사건. 피해자: 이수진(당시 16세). 발견 장소: 자택 침실. 발견자: 언니 이수현(당시 23세).

파일을 넘겼다. 시체 사진. 얼굴이 부패해 있었다. 신원 확인은 '언니의 증언'으로 이루어졌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이수현의 손이 떨렸다. 기록실의 형광등이 깜박거렸다. 혹은 자신의 눈이 깜박거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DNA 검사 기록이 없었다. 그저 '시각적 신원 확인' 그리고 '유족의 신청으로 화장 처리'라는 기록만 있었다.

그 기록 바로 아래에, 누군가 손으로 쓴 메모가 있었다.

'담당 경찰: 이재훈. 의문점 없음.'

이수현의 눈에서 피가 흘렀다. 1999년에 이재훈이 이미 이 사건을 담당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그 시체는 정말로...

---

법정 304호. 오후 5시.

재심 공판 5차 심리가 열렸다. 판사 김혜민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녀는 이수현을 바라봤다. 이수현의 눈은 이미 반 이상이 출혈로 검붉게 변해 있었다.

"피고인, 상태가..."

"괜찮습니다."

이수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박준호가 일어섰다. 그의 얼굴도 창백했다.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이수현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이 자신을 향해 있었다. 그 눈에는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판사님,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합니다."

검사석에서 한석우가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다. 옆에 앉은 이재훈의 변호사가 서류 뭉치를 건넸다.

"13년 전 이재훈 경찰의 수사 기록에서 발견된 불일치 사항들입니다. 현장 CCTV 영상 삭제의 부당성, 증거 보관의 허점, 그리고..."

박준호가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렸다. 이것이 자신이 13년 동안 쌓아올린 확신의 붕괴였기 때문이다.

"피고인 신문현 변호사 살해 사건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이 존재했으며, 이는 당시 수사에서 의도적으로 은폐되었습니다."

김혜민이 손을 들었다.

"검사, 그렇다면 피고인 이수현의 무죄 가능성이..."

"그렇습니다, 판사님."

박준호는 이수현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죄책감과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감정도 있었다. 자신이 지난 13년을 무엇에 바쳤는가에 대한 의문.

"재심 청구를 인정하며, 동시에 신 증거에 기초한 수사를 재개할 것을 권고합니다."

한석우가 일어섰다.

"이의가 있습니다! 이는 절차적 흠결이..."

"각하합니다."

김혜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녀는 이수현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동정이 아닌 이해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더. 무언가 불안한 것.

"피고인 이수현에 대해 재심 공판을 계속 진행하며, 신 증거에 기초한 재판을 새로이 진행할 것을 선언합니다."

법정이 소란해졌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졌다. 청중석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수현은 듣지 못했다.

그녀의 귀에서 나오는 피의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 아래에서 울리는 다른 목소리. '언니, 이거 해야 해.'

---

법정 복도. 오후 6시 30분.

박준호가 이수현을 붙잡았다.

"당신이... 뭘 한 거야?"

"진실을 찾았어요."

"진실?"

박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이수현의 눈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봤다.

"당신의 동생은?"

이수현이 멈췄다. 그 순간, 박준호는 깨달았다. 자신이 13년 동안 추적해온 것이 무엇인지. 범인이 아니라 진실. 하지만 진실은 범인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신념을 무너뜨리기 때문이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1999년에 죽은 사람은 제 동생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그 여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당신이 조작한 거야? 기억을?"

"아니에요."

이수현이 돌아섰다. 그녀의 눈에는 거의 빛이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그 빛을 빨아먹고 있는 것처럼.

"제 기억을 조작한 건 다른 누군가였어요. 13년 전부터."

박준호는 이수현의 손을 봤다. 은색 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의 끝이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당신이 죽고 있어."

"알아요."

"그래도?"

"진실을 찾을 때까지 죽을 수 없어요."

이수현은 계단을 내려갔다. 박준호는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벽에 기대앉아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13년의 확신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절망뿐이었다. 그리고 그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의문. 자신이 지켜온 정의는 무엇이었는가.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이 거짓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깨달음. 그리고 그 거짓 속에서 진정한 피해자들이 울고 있다는 것.

---

법원 밖. 저녁 7시.

이수현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 번호는 비표시였다.

'언니, 날 찾아줄 거야? 아니면 날 죽일 거야?'

그 다음 메시지.

'13년 전 내가 대신 죽었잖아. 그래서 언니는 무죄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 죽음이 의미가 없어.'

그 다음 메시지.

'법정에서 봐. 곧 너의 최종 증인이 나타날 거야.'

이수현의 손에서 은색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손가락의 끝이 검게 변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만든 모든 증거가 거짓이며, 그 거짓들이 결국 진실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정한 범인은 이미 법정 밖에 있었다는 것을. 13년을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수현은 하늘을 봤다. 저녁 하늘은 검었다. 마치 거대한 관 속에 누워 있는 것처럼.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전화였다.

"이수현, 당신의 동생 이수진이 자살하지 않았어요."

이현준의 목소리였다.

"뭐라고?"

"1999년 당시 기록을 더 파봤어요. 경찰청 비공식 기록에 따르면, 이재훈이 그 시체를 조작했어요. 신원을 바꿔치기한 거야. 그렇다면..."

이수현은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동생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그 여자는 왜 13년 뒤에 자신을 찾았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그 여자는 정말로 자신의 동생일까.

진정한 지옥이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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