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의 증증
법정 304호의 공기가 뻣뻣했다. 3화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4화 공판이 시작되었다. 신문현 살인 사건에 새로운 증거가 제출된다는 소식이 언론을 타면서 방청석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인원으로 채워져 있었다. 판사 김혜민이 법정을 정돈하며 침을 삼켰다. 그녀의 눈빛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이수현은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 끝에서 은색 빛이 희미하게 흐르고 있었지만, 형광등 아래에서는 아무도 그것을 주목하지 않았다. 거울을 봤을 때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광대뼈가 두드러졌고, 눈 주변이 움푹 파였다. 13년의 감옥 생활보다 지난 사흘이 더 깊은 자국을 남겨놓았다.
박준호가 일어섰다. 그의 손에는 파일이 들려 있었다. 3화에서 신문훈의 지문을 제출한 뒤, 검찰은 24시간 안에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 이수현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판사님, 당 검찰은 신문현 사건 당시 현장에서 수집된 추가 증거를 제출하고자 합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뒤에 무언가 걸려 있는 것처럼 들렸다. 이수현은 그의 손가락이 파일을 쥐는 방식을 관찰했다. 손가락 끝이 떨리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제3자 지문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그 주인이 신문현 변호사의 개인 비서 최민정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법정이 소란스러워졌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우르르 움직였다. 이현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재심 청구 후 13년간 수집한 모든 기록에 최민정의 이름은 없었다.
이수현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녀는 3화 공판에서 증인 이태경의 기억을 조작해 "현장에서 발견된 제3자 지문이 당시 수사에 누락되었다"고 증언시켰다. 박준호가 그 지문의 주인이 신문훈이라고 주장했을 때, 이수현은 그 주장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이태경의 기억 속에 제3자 지문 따위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박준호가 신문훈의 지문을 제출한 순간, 상황이 뒤틀렸다.
이제 박준호가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최민정의 지문. 그것도 "당시 수사에서 누락되었던 증거"라는 명목으로.
거짓이 거짓을 낳고 있었다.
이수현은 천천히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 끝의 은색 빛이 조금 더 진해졌다. 그녀는 이현준을 바라봤다. 변호사는 여전히 당황한 상태였다.
"최민정은 어디에 있습니까?" 김혜민 판사가 물었다.
"현재 검찰이 소재를 파악 중입니다. 다음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박준호가 대답했다. 이수현은 그 말이 거짓임을 감지했다. 박준호의 목소리에 확신이 없었다. 그는 최민정을 찾지 못했다. 13년 전 현장 수사에서 누락되었다는 것은, 최민정이 처음부터 현장에 없었다는 뜻이었다.
박준호는 거짓 증거를 제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수현의 눈이 박준호를 관통했다. 검사의 얼굴에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뺨이 팔딱거렸다. 그는 자신이 제출한 증거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제출했다. 또는 누군가가 그 증거를 강요했다.
한석우.
이수현은 이현준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특수 검찰부장 한석우는 13년 전 신문현 사건의 은폐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물이었다. 박준호도 그 일에 가담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한석우는 박준호를 통해 거짓 증거를 제출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재심 기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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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복도. 밤이 깊어 있었다.
한석우가 박준호를 막았다. 특수 검찰부장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냉정한 표정이 있었다.
"이 사건은 기각되어야 한다."
한석우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것은 명령이었다.
"어떤 증거가 나오든 우리는 당시 수사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해하나?"
박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최민정을 찾지 못했습니다."
박준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석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럼 더 열심히 찾아라. 그 여자가 있다면, 우리는 이수현을 다시 감옥에 넣을 수 있다.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그건..."
박준호가 저항하려 했다. 입술이 떨렸다. 하지만 한석우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목소리는 죽어버렸다.
"그건 뭐라고?"
한석우가 박준호를 바라봤다. 검사의 입이 닫혔다.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13년 전 자신도 이 음모에 가담했으니까. 이제 와서 저항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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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내 측면 대기실. 공판이 휴정된 직후.
이수현은 법정 내에 머물렀다. 판사와 기자들이 모두 나간 후,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가락 끝의 은색 빛이 조금 더 진해졌다. 박준호의 기억은 여전히 그녀의 손끝에 남아 있었다. 한석우의 목소리, 박준호의 절망, 그리고 그 명령.
이수현은 법정의 벽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 능력이 완전하게 작동하는 공간. 법정 내에서만 그녀는 진실을 볼 수 있었다. 복도에서는 능력이 흐릿해진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박준호의 기억이 명확했다. 한석우가 파일을 내밀며 말하는 모습. "이건 13년 전 현장 근처에서 수집된 지문이다. 최민정이라는 여자. 당시 수사에서 누락된 증거다. 이걸 제출해라."
그 지문은 조작된 것이었다. 한석우가 어디선가 구한 지문을 최민정의 것으로 위조한 것. 박준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이수현의 눈동자에 금이 더 깊어졌다. 마치 깨진 거울처럼.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뭔가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자신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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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의 한 모퉁이. 법정을 나온 박준호가 이수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수현이 법정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박준호가 다가섰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청객들은 모두 나갔고, 기자들은 다른 곳에서 한석우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당신이... 증인들을 조작하고 있는 건가요?"
박준호의 목소리는 낮고 떨리고 있었다. 이수현은 천천히 돌아섰다.
박준호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에는 공포와 분노, 그리고 무엇인가 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 감정 속에는 13년의 세월이 담겨 있었다.
"진실을 밝히고 있을 뿐입니다."
이수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손가락을 숨기지 않았다. 박준호가 그것을 봤다. 검사의 눈이 크게 떨렸다.
"당신의 눈... 뭔가 이상해요."
이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박준호의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증오와 끌림이 뒤섞인 감정. 13년의 시간이 만든 기묘한 연결고리.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이수현이 말했다. 박준호의 얼굴이 흔들렸다.
"그런데도 나를 죽으려고 했습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닙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자신을 설득하려는 소리였다. 한석우의 명령에 저항하고 싶었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무엇이 그를 묶어두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13년 전의 죄책감이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당신의 상관을 찾아보세요, 검사님."
이수현이 말했다. 박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한석우가 뭐라고 말했는지. 당신에게 뭘 강요했는지."
이수현은 박준호에게서 눈을 돌렸다. 복도의 끝에는 법정 기록실로 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박준호는 그대로 서 있었다.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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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의 의료실은 새하얀 조명 아래 있었다. 당직의는 이수현의 눈을 검진했다. 손에는 안경이 들려 있었고,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혈관이 터지고 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입니다. 혹은... 뇌출혈의 초기 징후일 수도 있습니다."
이수현은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의료실을 나온 이수현은 화장실의 거울을 찾았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낯선 얼굴이었다.
광대뼈는 더욱 두드러졌고, 눈 주변은 검게 멍들어 있었다. 입술은 창백했다. 눈동자의 금은 이제 거의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마치 깨진 유리처럼 보였다.
이수현은 손가락을 들어 눈 주변을 만졌다. 피부가 종이처럼 얇아져 있었다. 손을 내렸다. 손가락에서 은색 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이 사라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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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록실 근처의 보안 모니터 앞에서 이수현이 화면을 보고 있었다. 기록실 직원은 그녀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수현이 그의 기억을 살짝 조작했기 때문이었다.
화면에는 한석우와 박준호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이수현은 그 장면을 지켜봤다. 손가락 끝의 은색 빛이 모니터를 비추고 있었다.
한석우는 거짓 증거를 만들고 있었다. 박준호는 그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수현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거짓이 거짓을 낳는다. 그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었다. 이수현은 박준호의 기억을 조작해 거짓 증거를 제출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그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낳을 것이다. 박준호는 상관의 명령으로 거짓을 만들고 있었다. 한석우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을 만들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거짓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수현도 그들을 판단할 자격이 있는가?
이수현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손등으로 그것을 닦았다. 손등이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눈동자의 금이 더욱 깊어졌다. 마치 깨진 거울처럼.
이수현은 모니터에서 눈을 돌렸다. 복도의 끝에는 창이 있었다. 그 너머로 서울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불빛들이 깜빡거렸다. 그것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각자의 거짓 속에서 빛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이수현도 그 거짓의 일부였다.
자신이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거짓을 만들고, 그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낳고 있었다. 박준호는 상관의 명령으로 거짓을 만들고 있었다. 한석우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을 만들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거짓을 만들고 있었다.
손가락에서 은색 빛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시간이었다. 자신의 시간이 사라지는 소리.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알 수 없는 번호가 떠 있었다. 이수현은 전화를 받았다.
침묵.
그리고 한 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목소리였다.
"이수현이 맞나요?"
이수현의 몸이 굳었다. 그 목소리는 낯설었지만, 동시에 13년 전의 기억 속에 있는 목소리였다.
"누구신가요?"
이수현이 물었다.
"최민정입니다."
전화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