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경인선의 그림자

궁궐 담장 너머로 한양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준석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남은 손가락이 세 개뿐이었고, 그나마도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제 밤 도면 수정 작업 중 손톱 끝을 자도 아프지 않았다. 회귀의 진행이 신경계까지 침범했다는 뜻이었다.

80일. 그것이 남은 시간이었다.

인천항 공사장에서 긴급 연락이 들어왔다. 보일러 용접 부분에서 균열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조선의 철강 기술이 도달한 한계였다. 새로운 보일러를 만드는 데는 10일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인선 시운전까지는 30일만 남아 있었다. 80일 안에 회귀가 임계점에 도달한다면, 그 이후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었다.

중인 신분의 의관 서동수는 이준석의 맥박을 짚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궁궐 의료원의 한 귀퉁이, 아무도 오지 않는 방에서의 검진이었다.

"심장 박동이 두 시간대로 갈라져 있습니다. 신체 일부가 1905년의 시간으로 이미 진입했다는 뜻입니다. 대략 80일 내외로 추정됩니다. 그 이후엔 임계점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현재가 1894년 5월이었다. 경인선 시운전까지 30일이 남았고, 그 이후 50일의 여유만 있다는 뜻이었다. 50일 안에 다른 것을 더 만들어야 했다. 아니면 그냥 죽어야 했다.

이준석은 손가락을 움직이려 했다. 반투명한 손가락들이 천천히 굽혔다. 움직임은 있었지만 감각은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손을 조종하는 것처럼.

"전하께서 부르셨습니다."

시종 나인이 나타났다. 이준석은 손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궁궐 내전의 방. 고종 국왕은 창을 통해 한양의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분과 나이를 무시하고 이준석을 불렀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왕실 예법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경인선 진행 상황은?"

"30일 내 시운전이 가능합니다. 현재 궤도 부설이 70% 진행 중이고, 기관차 본체는 인천항에서 최종 조립 단계입니다."

"그것이 아니다."

고종이 돌아섰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20대 초반의 젊은 왕은 지금 권력의 무게에 눌려 있었다.

"명성황후가 내 귀에 하루 열 번은 들려준다. 철도를 멈추라고. 조선의 풍수를 해친다고. 대동강의 용맥을 끊는다고. 온갖 핑계를 대며 재정을 끊으려 한다. 민씨 일족이 모두 나를 압박한다."

이준석은 침묵했다. 이것은 기술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도 암행어사 이준석이라 했던가. 내가 물어보겠다. 이 철도가 완성되면, 조선이 강해지는가? 아니면 내가 강해지는가?"

"둘 다입니다, 전하."

"거짓말이다."

고종이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 왕으로서의 위엄이 아니라, 한 개인의 절박함이 터져나왔다.

"내가 강해져야 조선도 강할 수 있다. 명성황후와 민씨들이 나를 통제하는 한, 조선의 모든 것이 그들 손아귀에 있다. 경인선은 그 통제를 벗어나기 위한 나의 도구다. 내가 기술을 손에 쥐면, 내가 왕권을 회복할 수 있다."

이준석은 고종의 얼굴을 봤다. 왕의 말이 맞았다. 이것은 조선의 근대화가 아니라, 한 왕권의 생존 투쟁이었다. 자신의 기술은 그 싸움의 무기였다. 그리고 무기는 중립적이지 않았다.

"철도 건설을 계속하라. 비용이 부족하면 내 개인 자금을 쓸 것이다. 명성황후가 무엇을 말하든, 그것은 내 결정이다."

"전하, 하지만…"

"명령이다."

고종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이준석은 절을 했다.

궁궐을 나온 이준석은 한양의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시장 거리, 양반들의 저택이 늘어선 골목, 노비들이 일하는 공사장.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지만,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기술이 누군가의 왕권을 강화시키는 순간,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도구가 되었다.

기술의 정치화. 그것을 이제 피할 수 없었다.

김홍집의 저택에서 만난 개화파 대신들은 긴장해 있었다. 박영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준석 선생.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박영효의 얼굴은 심각했다. 테이블 위에는 여러 문서가 펼쳐져 있었다.

"기술만으로는 조선이 살지 않습니다. 경인선이 완성되어도, 철도를 운영할 제도가 없습니다. 기차를 타고 한양에서 인천을 오갈 수 있게 되어도, 신분제는 여전히 조선을 옥죄고 있습니다. 기술자가 천대받고, 상인이 천대받는 이 사회에서, 철도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박영효 대인께서 말씀하시는 바를 이해합니다."

"이해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신분제 개혁, 교육 체계 개편, 노비 해방, 상인 지위 상승—이 모든 것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기술 혁신은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김홍집이 손을 들었다. 박영효를 제지하려는 제스처였다.

"박 대인의 이상은 높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전하께서 경인선에 기대를 걸고 계신 이유를 아십니까? 왕권 강화입니다. 현재 조정에서 왕권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이 철도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기술을 이용해 왕권을 강화하고, 그 강화된 왕권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위험한 도박입니다."

박영효가 일어섰다. 두 대신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었다.

"전하의 왕권이 강화되는 순간, 명성황후와 민씨 일족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반발이 심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발의 화살은 어디로 향할 것 같습니까?"

박영효가 이준석을 바라봤다.

"이 청년에게. 그리고 우리 개화파에게."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정치적 연대입니다. 경인선을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동시에 신분제 개혁의 기초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기술은 기존 체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도구가 될 뿐입니다."

이준석은 두 대신의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았다. 기술이 누구 손에 들어가고, 누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것은 국가를 구원하는 도구도, 멸망시키는 도구도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준석은 고종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30일 안에 기관차를 완성하겠다. 하지만 박영효의 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술과 제도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옳았다. 기술의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 왕권 강화를 위한 과도한 성능을 요구하는 고종의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설계를 축소하겠다. 그렇게 해야 신분제 개혁이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고, 조선의 기술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었다.

"30일 안에 기관차를 완성하겠습니다."

이준석이 말했다. 두 대신이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기술의 속도를 조절하겠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김홍집이 물었다.

"기술이 정치에 사용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제도 개혁을 앞질러 나아간다면, 그것은 조선 자체를 무너뜨릴 것입니다. 저는 기술자로서 그것을 막아야 합니다."

박영효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 김홍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술 혁신과 제도 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는 박 대인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설계를 현실적인 범위 내로 조정하겠습니다."

인천항으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이준석은 한양의 경복궁을 바라봤다. 궁궐의 지붕이 햇빛에 반짝였다. 왕의 불안한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고종은 자신의 기술에 왕권의 생존을 걸어 두었다.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하지만 저주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어떤 기술을 만들 것인가. 어떤 속도로 진행할 것인가.

저택에서 나가던 길, 이준석은 한 사람과 마주쳤다. 얼굴이 창백한 개화파 대신이었다. 그는 이준석의 팔을 잡았다.

"긴급히 알릴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명성황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철도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해 보수파 대신들을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대신은 주변을 살폈다. 누군가 듣고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더 위험한 일이 있습니다. 개화파 지도자들을 제거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박영효, 김홍집, 그리고 당신까지 반역죄로 몰아붙이려 합니다."

"그게 무슨…"

"경인선이 완성되는 것을 명성황후가 막으려면,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을 제거해야 합니다. 당신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왕권으로 뒷받침하는 정치인들이 필요합니다. 명성황후는 그 정치인들을 먼저 제거하려고 합니다. 지금 한양에 나타나면 체포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준석의 손가락이 떨렸다. 반투명한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감각 없는 손가락이 공중에서 도구를 놓친 것처럼 허공을 헤맸다.

인천항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태양은 이미 지고 있었다. 황혼의 빛 속에서 공사 막사가 어둡게 보였다. 스승 이규완이 나와서 그를 맞이했다.

"늦으셨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가?"

"보일러 용접 부분에서 균열이 발견됐습니다. 압력에 견디지 못합니다."

이준석은 보일러를 확인했다. 밤 10시, 공사장의 불빛 아래 노출된 보일러의 용접선에는 확실히 균열이 있었다. 조선의 철강 기술이 도달한 한계였다. 이것은 기술적 문제였다. 정치적 압박과는 별개의, 순수한 물질적 현실이었다.

이준석은 보일러를 돌려 균열을 더 자세히 살펴봤다. 균열의 깊이, 진행 방향, 재료의 결정 구조. 모든 것이 조선의 제철 기술의 한계를 말해주고 있었다.

"며칠 걸립니까?"

"새로운 보일러를 만드는 데 10일 이상 걸릴 것 같습니다. 이 질의 철강으로는…"

"10일을 벌릴 수 없습니다."

이준석이 중단했다. 20일 안에 완성해야 한다. 그것이 고종의 명령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한계였다. 80일. 그것이 남은 시간이었다.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이규완이 말했다. 스승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첫째, 완전한 새 보일러를 만드는 데 20일을 쓴다. 불가능합니다.

둘째, 이 균열을 보강하고 불완전한 상태로 시운전한다. 위험합니다. 보일러가 폭발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기한을 연장한다. 정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준석은 손가락을 봤다. 세 개가 남았다. 반투명한 손가락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80일 안에 회귀가 임계점에 도달한다. 그 이후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 수입한 철강이 있습니까?"

이규완의 눈이 흔들렸다.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보일러를 만들 수 있습니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 재료를 사용하면, 그것이 드러나면…"

"얼마나 걸립니까?"

"5일이면 충분합니다. 일본 철강의 품질이 훨씬 낫습니다."

이준석은 침묵했다. 조선의 재료로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재료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 재료를 사용하면, 경인선은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된다. 그것은 조선의 독립적인 기술 기반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

"일본 철강을 사용하십시오."

이준석이 말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십시오. 시운전 이후에 공개합니다. 그때는 경인선이 이미 조선의 기술이 될 것입니다."

이규완은 이준석을 오래 바라봤다. 스승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떠 있었다.

"당신은 기술자입니다. 기술자는 완성을 위해 타협합니다. 그것이 생존입니다."

"알겠습니다."

이준석이 대답했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인천항 공사장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독일인으로 위장한 오토 슈미트였다. 그는 이준석을 찾아 막사 밖으로 나갔다.

"보일러의 균열 소식을 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상황이군요."

이준석은 슈미트를 바라봤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 있었다.

"당신이 한 것입니까?"

"나? 아닙니다. 이것은 조선의 재료 품질이 낮다는 단순한 사실일 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용접 장인들이 얼마나 정교한 작업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슈미트가 손을 이준석의 어깨에 올렸다.

"당신의 기술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조선은 그 기술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비극입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이준석이 물었다.

"간단합니다. 경인선의 설계도와 용접 기술을 우리에게 넘기십시오. 그 대신 당신은 일본으로 가 안전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의 기술로 인해 조선이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가 그 기술을 관리하겠습니다. 이것은 상리상득의 거래입니다."

슈미트의 말이 이어졌다.

"당신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30일 안에 기관차를 완성하지 못하면, 당신은 한양에서 처형될 것입니다. 왕권 싸움의 도구로 실패한 기술자는 필요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와 손을 잡으면, 당신은 살 수 있습니다."

슈미트가 걸어가며 덧붙였다.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의 기술을 우리에게 팔면, 조선도 더 이상 당신의 기술로 인해 고통받지 않을 것입니다."

슈미트의 등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준석은 한 손으로 흙을 집었다. 흙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투명한 손가락 사이로.

공사장의 불빛 아래, 기관차의 차체가 불완전한 형태로 누워 있었다. 모든 선택이 타협이었다. 모든 결정이 불완전했다.

이준석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도면 테이블 위에는 기관차의 설계도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펜을 집었다. 반투명한 손가락이 펜을 움직였다. 감각 없는 손이 도면을 수정했다. 보일러의 규격, 기관실의 배치, 연료 공급 방식. 모든 것을 조정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관차의 정지 장치를 약하게 설계했다. 시운전 후 기관차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고장 날 수 있도록. 누군가가 기관차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도록. 기술이 한 사람의 왕권만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도록.

밤이 깊어갔다. 별이 떠올랐다. 1894년 5월의 밤하늘이었다. 이준석은 손가락을 펼쳤다. 세 개만 남은 손가락이 도면 위에서 떨렸다.

"20일 안에 완성한다."

그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막사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밤중에 공사장에 찾아오는 방문객은 이상했다. 이준석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봤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공사장 입구에 나타났다.

명성황후의 지시인 것 같았다. 경인선 중단 지시가 이미 내려온 것이다. 아니면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준석은 설계도를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펜을 내려놓고 설계도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봤다.

군대가 공사장을 포위하고 있었다. 이준석의 도면 수정이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군대가 출동한 것이 분명했다. 왕권을 위한 기술이 아닌, 독립적인 기술을 추구하려는 자신의 선택이 이미 감시당하고 있었다.

"인천을 떠나지 않는다."

그가 다시 중얼거렸다. 그것이 능동적인 선택이었다. 기술자로서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군대가 막사를 포위하는 동안, 이준석은 도면 앞에 다시 앉았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펜은 계속 움직였다. 기술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 왕권과 제도 개혁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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