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탈취의 전장
인천항의 공기는 짠내와 석탄 연기로 몸이 찰싹 달라붙을 정도였다. 이준석이 발 디딘 부두는 1875년의 조선에서 가장 낯선 풍경이었다. 서양식 창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사이사이로 일본 상인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강화도조약 이후 개항된 인천항은 이미 일본의 상업 거점으로 변해 있었다.
"저기가 철도 건설지입니다."
이규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목재 비계와 흙더미가 쌓여 있었다. 한양과 인천을 잇는 첫 철도—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증기 기차가 달릴 궤간이 지금 이 땅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준석은 손을 펼쳤다. 손가락 세 개가 완전히 반투명했다. 터치할 수 없는 환상 같은 손가락들. 회귀의 진행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기술자 이준석 나왔습니다!"
건설 감독관이 달려와 절을 했다. 조선인 관리였다. 이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현장으로 향했다. 거기엔 이미 수십 명의 장인과 노동자들이 모여 있었다. 조선의 전통 목공들, 대장간 장인들, 그리고—낯선 옷을 입은 일본 기술자들이 섞여 있었다.
"저것들은 뭡니까?"
"일본 공사관에서 보낸 기술 고문들입니다. 철도 건설이 '국제 사업'이라며..."
감독관의 목소리는 불안했다. 이준석은 일본 기술자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조선인 장인들의 작업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도면을 손에 들고, 측량을 다시 확인하고, 부품 규격을 메모했다. 표면상 협력이었지만, 실제로는 정보 수집이었다. 이준석은 이미 알고 있었다—일본은 조선의 기술을 탈취하려 했다. 1905년의 미래에서 이미 그 결과를 봤으니까.
첫 사흘은 혼란이었다. 조선의 장인들과 일본 기술자들 사이에는 신뢰가 없었다. 조선 목공들은 도면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질문했고, 일본 기술자들은 매번 답변을 거부하거나 불명확하게 설명했다.
이준석은 매일 아침 현장에 나가 도면을 다시 그렸다. 반투명한 손가락으로 펜을 들었을 때, 손가락이 종이를 뚫고 지나가는 착각이 들었다. 펜의 무게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선을 긋다가 펜을 떨어뜨렸다. 주워서 다시 들었다. 감각이 없는 손가락으로는 펜을 쥐는 힘을 조절할 수 없었다.
"저게 뭐하는 짓입니까?"
일본인 기술자 중 한 명이 다가와 이준석의 도면을 들어올렸다. 길쭉한 얼굴에 파란 눈. 그 남자는 웃었다.
"I am Otto Schmidt. From German legation in Seoul."
독일인이었다. 하지만 이준석은 직감했다. 이 남자는 진짜 독일인이 아니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부하였다.
"저는 이준석입니다."
"Yes, I know. The genius engineer from Gyeongju."
오토 슈미트는 이준석의 도면을 천천히 펼쳤다. 그 눈빛은 순수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약탈자의 눈빛이었다.
"당신의 설계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보일러의 구조, 실린더의 규격... 조선에서 이런 기술이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제가 만들었습니다."
"물론이겠죠."
오토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저는 기술 협력을 제안하러 왔습니다. 조선의 기술과 독일의 선진 기술을 결합하면, 정말 훌륭한 철도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계도를 공유하고, 우리가 함께..."
"공유할 것 없습니다. 조선의 기술은 조선의 것입니다."
"Ah, nationalism. Very admirable."
오토는 도면을 돌려주면서 속삭였다.
"하지만 조선은 이미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당신도 알 것입니다. 철강 생산, 석탄 채굴, 정밀 기계—모든 것에서 일본이 앞서갑니다. 왜 헛된 노력을 하십니까?"
그 순간, 이준석의 눈앞이 희미해졌다. 시각이 미세하게 흐려지는 감각. 회귀의 진행이 또 진행되고 있었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이제 눈까지.
이준석은 오토의 얼굴을 정확히 보기 위해 눈을 비비고 집중했다.
"당신은 독일인이 아닙니다."
"Clever. Yes, I work for Japanese interests. But please, don't tell anyone."
오토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것이 더 끔찍했다. 이미 들켰는데도 웃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조선은 이미 저항할 힘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날 밤, 이준석은 이규완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며 설계도를 확인했다. 지난주 도면과 비교했을 때, 중요 부분의 치수가 조금 다르게 기록되어 있었다. 누군가 설계도를 몰래 복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러 오차를 만들었다.
이준석은 도면 위의 오차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실린더 배치의 치수가 3분의 1인치 줄어들어 있었다. 이 오차로 인해 기관차가 완성되면, 증기 압력이 고르지 못하게 분산될 것이었다. 시운전 중 폭발할 가능성도 있었다.
"누가 했을까?"
이규완이 중얼거렸다.
"현장의 조선인 중 누군가입니다. 일본에 포섭되었거나, 아니면 일본이 협박했을 것입니다."
이준석은 현장을 떠올렸다. 백 명을 넘는 노동자들. 그들 중 누군가는 도면을 손에 들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일본 기술자들에게 도면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복사본을 만들 때 의도적으로 오차를 넣었을 것이다.
"신분이 낮으면 그런 거지."
이규완의 목소리는 쓸쓸했다. 평생 신분제 속에서 살아온 노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천한 신분의 기술자는 누구를 믿을 수 없다. 돈이 필요하면 팔리고, 협박받으면 꺾인다."
이준석은 설계도의 오차 부분을 다시 봤다. 그리고 그것을 찢었다. 손가락의 감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종이가 어떻게 찢어지는지 느낄 수 없었다. 종이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도 감각이 없었다. 시각도 흐려지고 있었다. 1905년의 죽음이 자꾸만 이 1875년의 몸으로 침입해왔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스승님?"
"모를 일입니다."
이규완은 다시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더 단순하게. 더 견고하게. 일본이 복사하기 어렵도록.
그날 밤, 이준석은 현장의 모든 인력을 세었다. 조선 장인이 서른두 명. 일본 기술자가 여덟 명. 조선의 하급 노동자가 백 명을 넘었다. 그중 누가 일본에 팔린 것일까.
신분이 낮은 자들이었을 것이다. 당연했다. 쌀 서너 말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왕실 프로젝트에 동원된 노비와 천민들에게 일본의 금화는 평생 벌 수 없는 돈이었다.
이준석은 현장을 다시 떠올렸다. 어제 오전, 한 노동자가 도면을 들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자신이 가져가야 할 물건인 것처럼. 이준석이 다가가자 그 노동자는 서둘러 도면을 내려놨다. 손가락에는 먹이 묻어 있었다. 도면을 복사할 때 묻는 먹.
그 노동자의 얼굴을 이준석은 기억했다. 서른 살 정도. 왼쪽 눈에 흉터가 있었다. 아마도 그 남자였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이준석은 현장에 나갔다. 어제의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왼쪽 눈에 흉터가 있는 노동자를 찾았다. 그는 목재를 운반하고 있었다. 이준석은 그의 손을 봤다. 손가락에는 여전히 먹이 묻어 있었다.
"너, 이름이 뭐냐?"
노동자는 깜짝 놀랐다. 기술자가 직접 말을 걸어올 리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저... 저는 김 씨입니다."
"도면을 복사했나?"
노동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일본인들이 시켰나?"
"네... 안 하면 죽인다고..."
이준석은 노동자를 바라봤다. 서른 살의 천민. 평생 신분제 속에서 살아온 남자.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죽음 아니면 배신. 그것이 그의 선택지였다.
"다시는 하지 마라."
이준석은 돌아섰다. 그리고 감독관을 불렀다.
"저 노동자를 다른 팀으로 옮겨라. 도면을 보지 못하는 곳으로."
"예, 기술자님."
감독관은 즉시 움직였다. 이준석은 현장 전체를 둘러봤다. 백 명을 넘는 노동자들. 그들 중 누군가는 또 다른 스파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를 의심할 수는 없었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준석은 이규완에게 지시했다.
"도면을 세 가지 버전으로 나누어라. 각 팀이 다른 도면을 본다. 누가 어떤 정보를 넘기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좋은 생각입니다."
이규완은 즉시 도면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같은 기관차이지만, 세 가지 다른 설계. 일본이 복사했을 때 어느 버전을 가져갔는지 알 수 있도록.
사흘 뒤, 오토 슈미트가 공사 현장에 나타났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준석."
그는 일본 기술자들과 달리 조선식 인사를 했다. 등을 굽혀 절을 했다.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있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당신의 최근 도면을 보았습니다."
"누가 가져갔습니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이것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토는 도면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손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도면의 실린더 배치 부분을 가리켰다.
"흥미롭게도 세 가지 버전이 있더군요. 실린더 배치가 모두 다릅니다. 어느 것이 진짜입니까?"
이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모두 진짜라고 하실 겁니까? 아니면 모두 가짜라고 하실 겁니까?"
이준석이 입을 열려는 순간, 오토가 도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장을 떼어냈다. 실린더 배치가 그려진 도면.
"우리가 복사한 것이 이것입니다."
오토는 그 도면을 펼쳐 보였다. 이준석이 어제 찢었던 도면과 같은 오차가 있었다. 실린더 배치의 치수가 3분의 1인치 줄어들어 있었다.
"이 오차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수를 했습니다. 우리는 이 오차가 의도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오토의 눈이 차가워졌다.
"당신은 우리가 복사한 도면에 오차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오차를 발견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정말 영리합니다."
이준석은 오토의 손에서 도면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것을 찢었다. 반투명한 손가락으로는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었다. 도면이 천천히 찢어졌다. 마치 시간이 느려지는 것처럼.
"당신이 이것을 만들었다면, 당신은 이미 우리를 이겼습니다."
오토는 찢어지는 도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당신이 이것을 완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오토는 현장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부두의 노동자들을 지나고, 목재 더미를 지나고, 철재 더미를 지났다. 마지막으로 인천항의 바다를 바라봤다.
"조선은 이미 일본에 의해 점령될 운명입니다. 강화도 조약 이후, 모든 것이 정해졌습니다. 당신의 철도도, 당신의 기관차도, 결국 일본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준석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당신들이 아는 기술은 1875년의 일본 기술입니다. 하지만 나는 1905년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30년을 앞서갑니다."
오토가 멈춰 섰다. 천천히 뒤돌아 이준석을 바라봤다.
"당신이 그 30년을 살 수 있다면 말이죠."
그의 시선은 이준석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반투명해진 세 개의 손가락. 그리고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팔뚝.
"조선의 기술자는 오래 살지 못합니다. 특히 당신 같은 천한 신분의 기술자는. 당신이 30년을 앞서간다고 해도, 당신 자신이 살아남아야 그 기술이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준석은 자신의 손을 봤다. 네 개의 손가락이 햇빛을 투과했다. 마치 유령처럼.
"나는 살아남을 겁니다."
"좋은 결심입니다."
오토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거짓 없는, 순수한 동정의 미소.
"하지만 결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오토는 떠났다. 그가 탔던 배는 항구를 떠나 일본으로 향했다. 이준석은 그 배를 바라봤다. 배의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마치 시간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날 밤, 첫 번째 전령이 도착했다.
"전하께서 명령하셨습니다."
손으로 가슴을 치며 절을 하는 전령의 얼굴은 창백했다. 하루 종일 말을 탄 흔적이 있었다.
"3개월 내에 첫 시운전을 하라고. 그리고 그 시운전을 전하께서 직접 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한양에서 내려오신다고."
고종이 온다는 뜻이었다. 국왕이 직접 철도 시운전을 보겠다는 뜻이었다. 정치적 승인이자 동시에 정치적 압박이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이상 건설 일정이 아니라 왕실의 명령이 되었다.
이준석은 현장의 진도를 계산했다. 기관차 몸체는 70% 완성. 보일러는 85% 완성. 바퀴와 축은 이미 완성. 남은 것은 동력 전달 장치와 제동 시스템뿐이었다. 3개월이면 충분했다. 아니, 충분해야 했다.
"그리고..."
전령이 말을 잇지 못했다.
"계속하시오."
"명성황후 마마께서 전하께 청을 올리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라고. 국가 재정의 낭비라고."
이준석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종의 지시와 명성황후의 반대가 동시에 내려진 것이었다. 한양에서 왕실 내부의 권력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전장이 이 인천항이라는 뜻이었다.
"더 있습니다."
전령이 또 다른 종이를 건넸다. 김홍집의 편지였다.
'프로젝트를 반드시 완성하시오. 당신의 기술이 고종 전하의 왕권 강화의 증거가 될 것이다. 명성황후의 반대는 필연이다. 하지만 당신이 완성하면, 전하께서 나머지는 처리하실 것이다. 당신은 오직 기술에만 집중하시오.'
이준석의 손이 떨렸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왼쪽 눈의 시야가 완전히 사라졌다. 안개가 끼는 것이 아니라, 검은 막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 마치 1905년의 죽음이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당신은 오직 기술에만 집중하시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만드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누군가의 정치적 도구가 될 것이었다. 고종의 왕권 강화이든, 일본의 기술 탈취이든, 명성황후의 재정 통제이든.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기술을 만드는 손이 누구의 명령 아래 움직이는가에 따라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종의 손에 들어가면 왕권의 상징이 될 것이고, 명성황후의 손에 들어가면 낭비의 증거가 될 것이고, 일본의 손에 들어가면 식민지배의 도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준석은 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기술이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결정할 수 없었다. 자신은 오직 만들 뿐이었다. 만들고, 그 다음은 다른 누군가가 결정했다.
이준석은 편지를 내려놨다. 손이 너무 떨려서 편지를 쥘 수 없었다. 네 개의 손가락이 반투명해졌기 때문이었다. 엄지손가락만 남아 있었다.
"현장 진도 보고를 하겠습니다."
이규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죽음 앞에서도 일상을 지키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기관차 몸체는 70% 완성. 보일러는 85% 완성. 바퀴와 축은 이미 완성. 남은 것은 동력 전달 장치와 제동 시스템뿐입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30일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준석은 자신의 손을 봤다. 이제 손가락 넷이 반투명했다. 엄지손가락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팔뚝도 허옇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준석은 밤새 도면을 다시 그었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동력 전달 장치의 모든 세부 사항을 기록했다. 제동 시스템의 각 부품 규격을 명시했다. 혹시 자신이 도중에 쓰러질 경우를 대비해, 이규완과 현장의 장인들이 완성할 수 있도록.
손가락이 종이를 뚫고 지나가는 착각이 자주 들었다. 펜을 떨어뜨렸다가 주웠다. 다시 떨어뜨렸다. 손 전체로 펜을 감싸 들고 그었다. 어린아이처럼.
"스승님."
"예."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이규완은 한참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릅니다."
그것이 가장 정직한 대답이었다.
인천항의 밤은 차가웠다. 바다 위의 안개가 부두로 내려왔다. 기관차의 골격이 그 안개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불완전한 기계. 조선의 물질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불완전한 기술.
그런데 누가 이것을 완성하는가에 따라, 누가 이것을 움직이는가에 따라, 그 기술은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절망이 될 수도 있었다. 고종의 손에 들어가면 왕권의 상징이 될 것이고, 명성황후의 손에 들어가면 낭비의 증거가 될 것이고, 일본의 손에 들어가면 식민지배의 도구가 될 것이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기술은 누가 만들고, 누가 가지고,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결정된다. 그리고 기술을 만드는 자는 항상 그 기술이 어디로 갈 것인지 통제할 수 없다.
이준석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05년에서 본 조선의 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철도가 완성되고, 이 기관차가 움직이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지.
새벽 다섯 시, 이준석은 현장 감독관을 불렀다. 완성된 도면을 모두 건네면서 지시했다.
"이 도면대로 동력 전달 장치를 조립하라. 세 팀으로 나누어 동시에 진행하면 열흘이면 된다. 그 다음 제동 시스템. 이것도 이 도면을 따르면 된다."
감독관은 도면을 받아 들었다. 이준석의 손가락이 도면 위에서 떨었다.
"만약 내가 도중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래도 진행하시오. 이규완이 모든 것을 지시할 것입니다."
이준석은 밤을 새웠다.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현장 작업에 열흘. 조립에 십일곱 날. 시운전 준비에 사흘. 그리고 시운전 자체는 하루.
총 서른 날.
자신이 남은 시간이 정확히 서른 날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치 1905년의 죽음이 이 순간을 정확히 계산하고 있는 것처럼. 회귀의 진행이 이 시간과 정확히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확신.
이준석은 이규완을 찾았다. 현장 막사의 모서리에서 늙은 기술자는 도면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규완, 내가 없어도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예. 이제 당신의 설계는 충분히 명확합니다. 남은 것은 손과 시간뿐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부탁하겠습니다."
"말씀하시오."
"시운전이 끝난 후, 고종 전하께 보고하기 전에 나에게 시간을 주시오. 한 시간만."
이규완은 이준석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른쪽 눈만으로 세상을 보는 남자의 얼굴.
"무엇을 하실 겁니까?"
"기술의 모든 것을 기록하겠습니다. 도면뿐 아니라, 만드는 방법, 고치는 방법, 개선하는 방법. 모든 것을."
"왜요?"
"누가 이것을 가지든, 조선 사람이 이것을 만들 수 있도록. 일본이 복사하든, 고종이 독점하든, 명성황후가 폐기하든. 조선의 누군가는 이 기술을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이규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 한 시간은 드리겠습니다."
이준석은 현장으로 돌아갔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펜을 들었다. 도면을 그을 때마다 손가락이 종이를 뚫고 지나가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그었다.
동력 전달 장치의 모든 세부 사항. 제동 시스템의 각 부품. 기관차의 유지 보수 방법. 고장 시 대처 방법. 성능 개선 방법.
30일. 정확히 30일을 버티겠습니다.
그리고 그 30일 동안 이 철도와 기관차가 조선의 기술이 될 수 있도록, 일본의 탈취물이 아닌 조선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기록하겠습니다.
현장의 불빛이 밤새 꺼지지 않았다. 백 명을 넘는 노동자들이 도면을 따라 일했다. 조선의 장인들이 처음 만드는 증기 기관차. 일본의 스파이들이 탈취하려 했던 기술. 그리고 왕실의 권력 싸움의 중심에 놓인 기계.
이준석은 계속 도면을 그었다. 회귀의 진행이 가속화되었다. 손가락뿐 아니라 팔도 반투명해졌다. 왼쪽 눈은 이미 완전히 어두웠다. 오른쪽 눈도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펜은 멈추지 않았다. 30일을 버티기 위해. 조선의 기술을 남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