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왕실의 시연—권력의 도구로 변한 기술

궁궐 광장의 돌 바닥은 이른 아침 이슬로 촉촉했다. 고종 국왕이 차비군 백여 명을 대동하고 나타났을 때, 이준석의 손은 이미 떨리고 있었다. 새끼손가락의 투명성이 어제보다 손가락 한 마디 더 올라와 있었다. 회귀의 진행.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시간 감각이 왜곡되고 있었다.

"이것이 그 기계인가."

고종의 목소리는 의외로 가늘었다. 스물세 살의 젊은 왕은 명성황후 옆에 서 있었고, 황후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이준석이 일어난 지 삼십 년 뒤 조선은 이미 망국의 궤도에 들어가 있었다. 그 시간에서 죽던 순간을 기억하는 그는, 지금 이 광장이 자신의 마지막 기회인 줄 알고 있었다.

"폐하께 보이겠습니다."

이준석이 무릎을 꿇고 증기기관 옆에 섰다. 기계는 목재와 철로 만든 것이었다. 보일러는 일본에서 들여온 규격 강철로 겨우 완성했고, 피스톤 실린더는 경주 대장간에서 수십 번이나 다시 갈아낸 것이었다. 표준이라는 개념이 없는 조선에서, 그저 '돌아가는 것'만이 목표였다.

이준석이 석탄을 집어넣으며 불을 댔다. 손가락이 따끔거렸다. 투명해진 부분이 불에 이글거렸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이미 신경이 죽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명성황후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의도적인 냉소가 섞여 있었다.

"한 시각이면 충분합니다."

보일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수증기가 고여 시작했다. 이준석은 밸브를 천천히 열었다. 피스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순간, 기계가 어긋났다.

피스톤이 갑자기 경직되었다. 쇠가 쇠를 깎는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이준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실린더 내부의 공차(公差)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경주 대장간에서 수십 번이나 갈아낸 부품이 고온의 압력 속에서 팽창하면서 걸린 것이다.

"기계가 멈췄다!"

누군가 외쳤다.

"불완전한 것이군."

민영준이 중얼거렸다. 개화 반대파의 거물이었다. 그의 얼굴은 의심으로 가득했다.

"이런 것이 정말 필요합니까? 조선은 예로부터 인력과 동물의 힘으로 충분했는데."

이준석이 서둘러 밸브를 잠갔다. 수증기가 빠져나가면서 기계가 멈췄다. 그는 실린더 부분을 검사했다. 부품이 미세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재가공이 필요했다.

"신은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준석이 대답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지만,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청나라의 철도는 이미 오천 리를 넘었습니다. 일본의 철도도 천 리에 가깝습니다. 조선만 옛날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열강의 침탈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민영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고종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이 기계를 다시 움직여 보거라."

왕의 목소리가 명령이었다.

이준석이 다시 밸브를 열었다. 기계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의 규칙적인 박동이 아니었다. 피스톤이 불규칙하게 떨렸다. 한 번 움직이고, 멈추고, 다시 움직였다. 광장의 모든 사람이 그 불안정한 움직임을 지켜봤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준석이 말했다. 거짓이었다. 이것은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왕 앞에서 그는 기계가 작동한다고 말해야 했다.

"이 기계가 조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폐하. 아직 미완성이지만, 이 원리를 철도에 적용하면 한양과 인천을 이을 수 있습니다. 곡식을 실어 나르고, 군대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조선의 국력은 배로 늘 것입니다."

고종이 일어섰다.

그 순간이었다.

왕이 일어서자 시종들이 따라 일어났다. 그 다음 문신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두 명의 박수가 아니었다. 광장 전체를 채우는 박수였다.

이준석은 그 박수를 들었다. 하지만 그의 귀에 들어온 것은 박수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의 신체에서 무언가가 해체되는 음향이었다. 손가락 끝에서 아파 없는 통증이 흘러내렸다. 1905년의 죽음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는 왕의 박수 아래서 무릎을 꿇은 채 몸을 굽혔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

고종이 물었다. 명성황후가 이준석을 재빠르게 노려봤다.

"신은 경주의 하급 신분 기술자 이준석입니다, 폐하."

"하급 신분이 이런 것을 만들었다고?"

명성황후의 음성이 예리했다. 그 순간, 고종의 박수는 멈췄다. 한양의 권력 구조가 그 물음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재능이 있으면 조선을 돕는 것이 마땅합니다."

박영효가 앞으로 나섰다. 개화파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관료였다.

"이 기계가 조선의 미래입니다. 신분제는 이 새로운 시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입니다."

"신분제를 거론하다니."

민영준이 소리쳤다.

"이것이 개화파의 의도인가? 하급 천민을 높이 세우고, 양반의 위계를 흐리려는 것인가?"

민영준이 손을 들었다. 광장의 보수파 관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명의 관료가 기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준석이 몸을 날렸다. 그 관료의 손이 밸브를 잡으려 했다.

"안 됩니다!"

이준석이 외쳤다. 손가락이 밸브를 감싸 안았다. 투명한 손가락이 뜨거운 금속에 닿았다. 이번에는 느꼈다.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피부가 검게 그을렸다. 하지만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폐하, 이 기계를 멈추면 안 됩니다. 지금 멈추면 보일러가 식으면서 부품이 수축합니다. 재점화에 수 시각이 더 걸릴 것입니다."

이것도 거짓이었다. 이미 부품이 손상되어 있었다. 재점화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준석은 기계를 지켜야 했다.

고종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명성황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박영효가 재빠르게 앞으로 나가 관료의 팔을 잡았다.

"폐하의 기계입니다. 누가 감히 손을 댑니까?"

박영효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광장이 순간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보수파와 개화파의 관료들이 기계를 중심으로 마주섰다.

"충분하다."

고종이 손을 들었다. 광장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침묵은 평온하지 않았다. 그것은 전쟁 직전의 침묵이었다.

"이 기계를 본궁으로 옮기겠다. 그리고 기술자를 별도로 불러야 하겠다."

명성황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민영준의 입술이 팽팽하게 다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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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각 뒤, 이준석은 궁궐의 좁은 복도를 따라 걸었다. 시종이 앞을 인도했다. 손가락이 더 이상 따끔거리지 않았다. 타버린 부분이 검은 딱지가 되어 있었다. 신경이 완전히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감각이 없는 투명한 살덩이와 검은 화상뿐이었다.

고종의 침소 옆 작은 방이었다. 왕이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근위대도 없었다. 명성황후도 없었다.

"너는 조선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고종이 처음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젊은 왕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신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민씨들이 나를 통제한다. 나는 왕이지만, 실제로는 왕이 아니다. 명성황후는 나의 어머니처럼 행동하고, 민영준은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이 나라를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없다."

고종이 창문을 통해 한양의 하늘을 바라봤다.

"하지만 너의 기술이 있다면, 나도 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왕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계로 철도를 만들면,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운송 체계가 생긴다. 그러면 민씨들도 나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준석은 침묵했다. 고종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너는 이 기술을 어디에 쓸 것인가? 왕의 권력 강화를 위해 쓸 것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넘길 것인가?"

고종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무게는 엄청났다. 이준석은 자신의 손가락을 봤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떨리고 있었다. 타버린 부분이 검게 변해 있었다.

"신은 기술자일 뿐입니다, 폐하."

"그것은 대답이 아니다."

고종이 날카롭게 말했다.

"내가 묻는 것은 간단하다. 너는 나를 도울 것인가, 아니면 내 적을 도울 것인가? 기술은 이미 권력이다. 그것을 누가 쥐는지에 따라 조선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너다."

이준석이 무릎을 꿇었다.

"신은 조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기술을 바칩니다, 폐하. 다만 신은 폐하의 왕권 강화를 위해 기술을 왜곡하고 싶지 않습니다. 신의 기술이 누군가의 권력 싸움에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이미 도구가 되는 것이다."

고종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정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넌 이미 광장에서 그것을 봤을 것이다. 민영준이 기계를 멈추려 했다. 박영효가 기계를 지켰다. 그 순간 너의 기술은 이미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방에서 나와 만나는 것도 그 도구화의 연속이다."

이준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왕의 말이 맞았다. 광장에서 기계를 지킬 때, 그는 이미 개화파의 편에 섰다. 그리고 지금 이 방에서 왕과 만날 때, 그는 왕의 편에 서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 이미 선택은 끝난 것이었다.

"석 달이 남았다고 들었다.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종이 말했다.

"그 석 달 동안 넌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가? 나를 위해? 조선을 위해? 아니면 네 양심을 위해?"

이준석이 입을 열었다. 고종의 눈이 그를 바라봤다. 왕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준석은 천천히 말했다.

"신은 조선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폐하. 그것이 폐하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종은 오래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젊은 왕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는 이준석의 대답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좋다. 그렇다면 빨리 완성해야 한다. 철도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위치도 강화될 것이다."

고종이 손을 들었다. 시종이 나타났다. 이준석은 물러나갔다. 왕실의 방을 나가면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약속했는지 깨달았다. 조선을 위한다는 말은, 결국 모두를 배신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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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이준석은 김홍집의 저택에 소환되었다. 개화파의 실제 중심이었다.

"광장에서의 일이 들렸다."

김홍집이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민영준이가 기계를 훼손하려 했다니. 우리가 정확히 예상한 대로다. 보수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집단이다. 그들은 조선을 죽음의 길로 이끌고 있다."

"감사합니다, 대신께서."

"감사는 나중에 해도 된다."

김홍집이 술잔을 내려놨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은 성공해야 한다. 철도 건설 프로젝트가 공식 승인되었다. 한양에서 인천까지 철도를 깔 것이다. 너의 기술이 조선을 근대국가로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다."

"얼마의 시간을 주실 것입니까?"

"석 달. 늦어도 석 달 안에는 첫 기차가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파가 이 프로젝트를 중단시킬 것이다. 그리고 고종 국왕도 흔들릴 것이다."

이준석이 그 말을 들었다. 김홍집은 고종을 도구로 보고 있었다. 왕도 이준석을 도구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준석은 자신이 무엇을 도구로 만들고 있는지 깨달았다.

"대신께서, 제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준석이 말했다.

"이 기술이 조선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대신께서의 정치적 위치 강화를 위한 것입니까?"

김홍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은 같은 것이다. 내가 강해지면 개화파가 강해진다. 개화파가 강해지면 조선이 강해진다. 정치는 그런 것이다."

"신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신께서."

이준석이 조용히 말했다.

"신의 기술이 누군가의 권력 싸움에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홍집이 날카롭게 말했다.

"기술은 항상 권력의 도구가 된다.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넌 이미 광장에서 그것을 봤을 것이다. 기계가 움직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이었다. 그리고 권력은 항상 싸움을 낳는다."

이준석은 침묵했다. 김홍집의 말도 맞았다. 광장에서 보수파가 기계를 훼손하려 했을 때, 그는 이미 개화파의 편에 섰다. 그 순간 기술은 권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손가락을 태웠다.

"인천으로 가야 한다."

김홍집이 계속했다.

"철도 기초 공사가 시작되었다. 현지에서 직접 감시하고 지도해야 한다. 부품 제작도 진행 중이다. 기차 몸체도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이준석이 도면을 펼쳤다. 인천 철도 노선도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특정 구간을 가리켰다. 타버린 손가락이 도면 위에서 떨렸다.

"대신께서, 이 구간의 부품 제작을 신이 직접 감독하겠습니다. 민간 운송에 최적화된 설계입니다."

"민간 운송?"

김홍집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폐하는 군사용 철도를 원하신다. 신속한 병력 이동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신은 그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대신께서."

이준석이 조용히 말했다.

"군사용 기차는 민간 운송을 방해합니다. 조선의 미래는 민간 상업에 있습니다. 신은 이 설계에서 민간 우선을 고집하겠습니다."

이준석이 도면의 일부를 종이로 덮어 감췄다. 엔진 배치도와 화물칸 설계도였다. 그것들은 군사용으로 개조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김홍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눈이 차가워졌다.

"그 도면을 보이거라."

"신은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대신께서."

"너는 지금 나에게 거역하는 것인가?"

"신은 대신께를 거역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은 기술을 지키고 있습니다."

침묵이 방을 채웠다. 김홍집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손이 탁자 위에 내려앉았다.

"좋다. 그렇다면 너는 이제 내 신뢰를 잃었다. 인천으로 가거라. 하지만 알아두거라. 너는 이제 혼자가 되었다. 폐하도 나도 너를 보호할 수 없다. 그리고 더 위험한 것들이 있다. 일본이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너의 기술을 원한다. 그들은 너를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준석이 도면을 말았다.

"신은 감시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신께서."

"준비? 그것은 어리석은 말이다. 넌 그들을 이길 수 없다."

---

새벽, 이준석은 한양 남문을 나가고 있었다. 이규완은 함께였다. 스승은 묵묵히 그를 따랐다.

"이제 끝이 보인다."

이규완이 중얼거렸다.

"스승님?"

"넌 기술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기술을 바꾼다. 넌 경주에서 이 말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하는가?"

이준석이 그 말을 들었다. 경주의 도면 도난 사건이 떠올랐다. 그때도 누군가가 기술을 탐했다. 지금도 모두가 기술을 탐하고 있었다. 왕도, 대신도, 보수파도. 그리고 더 먼 곳의 누군가도.

"경주에서 도면이 도난당했을 때, 스승님은 뭔가를 아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나는 알았다. 일본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조선의 기술을 원한다. 아니, 기술이 아니라 조선 자체를 원한다. 기술은 그저 명분일 뿐이다."

이규완이 멈춰 섰다. 그의 눈이 이준석을 바라봤다.

"인천에 가면 일본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그들은 웃으면서 너의 도면을 보려고 할 것이다. 그들은 나의 나이 때부터 기술을 배웠다. 그들은 이미 조선보다 백 년을 앞서 있다. 그런데 너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기술로 조선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준석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은 공허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투명한 손가락들과 검은 화상 자국들이 함께 떨리고 있었다.

배가 나타났다. 인천으로 가는 배였다. 이준석과 이규완이 타기 시작했다.

배가 한양의 강을 떠나면서, 이준석은 뒤를 바라봤다. 한양의 궁궐이 작아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왕은 여전히 민씨의 손아귀에 있을 것이었다. 고종의 초조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준석의 손가락도 계속 소멸할 것이었다.

배가 경강을 떠나 서해로 나갔다. 짙은 회색의 파도 위에, 한 척의 더 큰 배가 나타났다. 검은 깃발을 단 일본 함선이었다. 그것은 천천히 이준석의 배를 스쳐 지나갔다.

배 위에서 한 명의 외국인이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이준석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오토 슈미트였다. 일본 공사관의 정보원이었다.

함선이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이준석의 배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저 배가 우리를 따라온다."

이규완이 중얼거렸다.

그것은 예언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일본은 이미 이준석을 포위하고 있었다. 경주의 도면이 도난당했을 때부터, 오토 슈미트는 이준석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더 이상 감시만 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준석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바닷바람에 흔들렸다. 손가락 전체가 이제 거의 투명해졌다. 팔도 서서히 투명해지고 있었다. 석 달. 그것이 남은 시간이었다.

"조선의 미래가 자신의 손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가?"

이규완이 중얼거렸다. 그것은 예언이었는지, 아니면 현실의 인정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배는 인천항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뒤에서 일본 함선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 함선 위의 오토 슈미트는 이미 다음 움직임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었다. 도면 탈취, 혹은 협력 강요. 아니면 더 직접적인 방법.

앞에서 철도 건설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이준석이 있었다. 하급 신분의 기술자. 미래의 기억을 가진 소년. 하지만 이미 소멸하고 있는 육체. 그리고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사냥감.

"내가 만드는 것이 조선을 살리는가, 아니면 조선을 더 빠르게 죽이는가?"

이준석이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배는 인천항의 어구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늘은 흐렸다. 회색 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있었다. 뒤에서 일본 함선이 항구 입구에 정박했다. 그 구름 아래에서, 조선의 미래는 한 줄의 철로 위에서 결정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철로 위에는, 이미 여러 손이 뻗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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