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한양의 문

경복궁의 지붕이 처음으로 온전히 보였을 때, 이준석은 펜을 쥐려다 손가락이 없음을 깨달았다.

약지와 소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손등을 보면 투명한 공간이 있었다. 빛이 그 사이로 통과했다. 마치 손가락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세상이 그 자리를 거짓으로 메워주고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려 했다. 반응이 없었다. 신경이 끊긴 것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서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죽음의 감각이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이준석의 목소리는 떨렸다. 한양으로 들어서는 도로 위에서, 그는 이규완을 붙잡았다. 1905년의 죽음을 기억하는 육체는 알고 있었다. 폐에서 피가 올라오는 감각.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그 통증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3개월이 남았습니다."

이규완이 대답했다. 그는 이준석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닿는 느낌이 이상했다. 반은 실제였고 반은 환각이었다. "회귀의 진행이라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대가는 당신의 육체입니다."

한양의 거리는 이준석의 기억보다 훨씬 낡았다. 1905년의 경성은 철도와 전차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 앞에는 목재 건축물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수레는 여전히 소의 힘으로 끌려 다녔다. 돌로 포장된 큰 길도 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흙먼지였다.

30년을 앞당겨 왔다는 것이 처음으로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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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집의 저택은 종로 인근의 기와집이었다. 규모는 크지만 낡은 건축물이었고, 마당의 돌담은 이곳저곳이 갈라져 있었다. 하인들이 이준석과 이규완을 안내했다.

"대신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방 안에는 김홍집뿐 아니라 다섯 명의 관료가 더 앉아 있었다. 모두 관복을 입고 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이준석을 재단하는 듯했다.

"이것이 경주에서 온 기술자 이준석이다."

김홍집이 소개했다. "증기기관의 설계를 보여주겠다."

이준석은 종이를 펼쳤다. 남은 손가락들이 떨렸다. 설계도는 정교했다. 1905년에 이미 여러 번 그렸던 것이었다. 보일러, 실린더, 피스톤의 배치. 어디에 물을 넣고, 어디에서 증기가 나오는지. 그것이 어떻게 회전력으로 변환되는지.

"이것이 무엇인가?"

가운데 앉은 관료가 물었다. 나이가 많았고, 얼굴이 딱딱해 보였다.

"증기의 힘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장치입니다."

"증기?"

"물을 데워서 나오는 수증기입니다. 그 압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면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준석이 설명했다. 기술 용어를 조선식 한문으로 번역하려니 어색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했다. "이 기계를 철도에 달면, 말이 없어도 무거운 짐을 빠르게 운반할 수 있습니다."

"기차?"

다른 관료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급 신분의 소년이 왕실의 기술을 제안한다는 것이 신기하군. 대신께서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신다는 것이 더 신기하지만."

"기술에 신분은 없습니다."

이규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설계의 우수함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수함?"

나이 많은 관료가 다시 웃었다. "저는 여기 그려진 그림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의심합니다. 조선에는 이런 정밀한 기계를 만들 재료도, 기술도 없습니다. 철강의 품질부터 시작해서, 부품 하나하나의 호환성까지.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시도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김홍집이 개입했다. "국왕께서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그 순간 방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관료들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다.

문이 열렸다.

고종 국왕이 들어섰다.

이준석은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규완도 몸을 굽혔다. 다른 관료들도 절을 했다.

고종은 설계도를 보았다. 오래 보지는 않았다. 30초 정도. 하지만 그 시선은 예리했다. 마치 설계도 자체가 아니라 이준석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종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신호는 명확했다. 계속하라는 뜻이었다.

고종이 나간 후, 방은 다시 침묵으로 채워졌다.

"대단한 영광입니다."

김홍집이 말했다. "국왕께서 직접 보실 정도면, 이 프로젝트는 국가적 중요성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나이 많은 관료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이름은 민영준이었다. 명성황후의 친척이었다. 이준석은 1905년의 기억에서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개화를 반대하던 세력의 일원이었다.

"조선의 현실을 보십시오. 정밀한 철강이 없고,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았으며, 장인들은 모두 신분제로 억압받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이 설계도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겠습니까?"

민영준이 이준석에게 직접 다가갔다. "당신이 만드는 부품 하나하나가 정말 호환될 수 있을까요? 조선의 도량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신분이 낮으니 장인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의 시선이 이준석에게로 향했다. "기술은 권력이 됩니다. 누구의 손에 들어갈 것인가에 따라 조선을 구할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 책임을 당신이 질 수 있습니까?"

방이 일시적으로 조용해졌다.

이준석이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민영준이 계속했다.

"국왕께 건의하겠습니다. 이 기술자의 작업 진행 상황을 매달 보고하도록. 만약 기한 내에 완성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왕께 대한 기만이 될 것입니다."

민영준은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저는 이 작업실을 감시하겠습니다. 조선의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방이 다시 침묵으로 채워졌다.

이규완이 입을 열었다. "지적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첫 시제품 제작을 위해서는 일본에서 철재를 수입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

민영준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면 조선의 기술이 아닙니다. 일본의 기술을 조선에서 조립하는 것일 뿐입니다."

"아닙니다."

이번엔 이준석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일본의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설계와 제어는 조선의 기술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정밀 철강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시간이 문제입니다."

민영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대신께서 말씀하신 3개월 안에 이 소년이 정말 작동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의심합니다. 그리고 그 의심이 국왕께 전해진다면?"

그는 방을 나갔다. 다른 관료들도 따라 나갔다.

김홍집과 이준석, 이규완만 남았다.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김홍집이 말했다. "민영준은 명성황후의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반대는 단순한 의견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준석이 물었다.

"당신이 기한 내에 기계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유일한 답입니다. 완성된 기계는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김홍집은 일어났다. "작업실을 제공하겠습니다. 종로의 낡은 집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필요한 도구와 재료는 모두 준비하겠습니다."

그는 문을 향해 걸었다. "3개월입니다. 그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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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은 종로의 낡은 집이었다. 지붕이 샜고,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하지만 공간은 충분했다.

이준석은 설계도를 다시 펼쳤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이번엔 새로운 손가락도 아파왔다. 중지가 저리기 시작했다.

"회귀의 진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규완이 말했다. 그는 공구를 들었다. 옛날 방식의 선반과 망치들이었다. "당신은 죽음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준석은 노트를 꺼냈다. 기술 사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보일러의 압력, 실린더의 지름, 피스톤의 행정거리. 모든 치수를 기록했다.

"먼저 부품을 만들어봅시다."

이규완이 말했다. "가장 간단한 것부터."

이틀이 지났다.

첫 번째 문제가 드러났다. 도량형이 맞지 않았다. 이준석이 명시한 실린더 지름은 10센티미터였다. 하지만 조선의 척(尺)은 33센티미터였다. 환산은 가능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수치들이 정밀하지 않았다.

이규완이 직접 선반을 돌렸다. 하지만 조선의 선반은 손으로 돌려야 했다. 정밀도는 형편없었다. 나온 부품은 설계와 달랐다. 지름이 0.5센티미터 더 컸다.

"문제가 있습니다."

이준석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규완이 대답했다. 그는 부품을 다시 선반에 올렸다. "다시 깎겠습니다."

세 번을 깎았다. 여전히 맞지 않았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일주일이 지났다.

이준석의 손가락은 계속 저렸다. 중지가 반투명해지기 시작했고, 검지도 뒤를 따랐다. 이제 세 손가락이 사라진 것이다.

작업실의 바닥에 앉은 이준석의 손은 떨렸다. 완벽함을 향한 욕망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0.1센티미터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다는 집념. 하지만 손가락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그 집착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달아지고 있었다.

"당신이 죽으면 이 모든 것이 끝납니다."

이규완이 말했다. "조선도, 기술도, 꿈도 모두."

이준석은 남은 손가락들을 보았다. 엄지와 검지만 남았다. 1905년의 죽음이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폐에서 피가 올라오는 환각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3개월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준석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1개월 반입니다."

이규완이 수정했다. "당신의 신체는 이미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준석은 설계도를 다시 들었다. 손가락 두 개로는 펜을 제대로 쥘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했다.

"조선의 물질 조건이 완벽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규완이 계속했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신은 시간 안에 기계를 완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계를 완성하지 못하면,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이준석은 설계도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보일러의 크기를 줄였다. 압력을 조정했다.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현실의 재료로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부품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차(公差)를 재설정했다. 조선의 도량형에 맞춰 모든 치수를 다시 계산했다.

"타협입니다."

이규완이 말했다. "그것이 생존의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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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박영효가 찾아왔다.

그는 김홍집보다 젊었고, 표정이 더 진지했다. 작업실을 둘러보고 나서 이준석을 따로 불렀다.

"당신이 만든 설계를 봤습니다."

박영효가 말했다. "기술적으로 매우 우수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신분제 아래의 기술자입니다."

박영효는 작업실의 부품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이 기계가 누구 손에 들어갈 것인가. 그것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당신은 그것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신분 높은 자들이 당신의 기술을 빼앗아 권력의 도구로 만들 수도 있고, 당신 자신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준석이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박영효가 계속했다.

"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정말 조선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이 권력자들의 억압 수단이 될 것인가. 당신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박영효는 이준석의 눈을 직시했다. "완벽한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기술을 누가 다루는가, 어떻게 보호하는가. 그것이 중요합니다. 정치적 보호 없이는 당신의 기술도, 당신의 목숨도 지킬 수 없습니다."

이준석의 눈빛이 변했다. "정치적 보호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권력자 사이의 균형입니다. 당신의 기술이 한 세력에만 속하면 위험합니다. 하지만 여러 세력이 당신의 기술에 이해관계를 갖게 되면, 그 누구도 당신을 함부로 제거할 수 없게 됩니다."

박영효가 말했다. "김홍집도 당신을 보호하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명성황후 세력의 반발도 있고, 일본의 개입도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그 모든 것을 견뎌내야 합니다."

"어떻게?"

"기술을 완성하십시오. 그리고 그 기술이 조선의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십시오. 그러면 누구도 당신을 제거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박영효는 이준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개화를 원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지킬 것입니다."

그는 작업실을 나갔다.

이준석은 남은 손가락으로 펜을 들었다. 박영효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정치적 보호. 권력자 사이의 균형.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기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그는 결정했다. 기한 내에 기계를 완성한 후, 김홍집과 박영효 사이에서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그것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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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째, 문제가 터졌다.

일본에서 철재가 도착했다. 김홍집이 특별히 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철재의 규격이 이준석의 설계와 맞지 않았다.

0.5센티미터의 차이.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이준석은 설계를 수정했다. 보일러의 크기를 줄였다. 압력을 조정했다. 효율은 떨어졌지만, 작동은 할 것이었다.

손가락이 또 저렸다. 이번엔 중지 전체가 사라졌다.

그는 세 손가락으로 펜을 들고 계속 그렸다. 손가락이 없어지는 것보다,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 더 두려웠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작업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본인이었다. 나이는 40대로 보였고,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는 작업실의 부품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흥미로운 설계입니다."

일본인이 일본말로 말했다. 이규완이 통역했다.

"누구십니까?"

이준석이 물었다.

"저는 조선의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일본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의 설계가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혹시 이 기술을 일본에 팔 생각은 없으십니까? 일본은 당신의 기술에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준석의 몸이 경직되었다.

"거절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기술을 조선에서만 사용하도록 보장할 수 있습니까?"

일본인의 질문은 위협처럼 들렸다.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준석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조심하십시오. 기술은 반드시 유출됩니다. 그리고 유출된 기술은 누구의 것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조선의 것일 수도, 일본의 것일 수도, 혹은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인은 작업실을 나갔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남아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계속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이규완이 입을 열었다. "일본이 당신의 기술에 눈을 돌렸습니다. 이제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이준석의 손이 떨렸다. 일본의 위협. 조선 내부의 반발. 그리고 시간의 압박. 모든 것이 한 점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작업은 진행됐다. 느렸지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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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이 지났을 때, 김홍집이 다시 찾아왔다.

"진행 상황을 보고 싶습니다."

이준석은 부분 조립된 기계를 보여줬다. 보일러, 실린더, 피스톤. 모두 조립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형태는 드러나 있었다.

"우수합니다."

김홍집이 말했다. "1개월 안에 완성되겠습니까?"

"노력하겠습니다."

"1개월 안에 완성되면, 철도 프로젝트로 확대하겠습니다."

김홍집의 눈빛에는 뭔가가 숨어 있었다. 이준석은 그것을 읽을 수 없었다.

"철도요?"

"그렇습니다. 한양에서 인천까지. 100리의 철로를 깔고, 이 기계로 움직이는 기차를 달릴 것입니다. 그것이 조선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김홍집은 설계도를 들었다. "이것이 국왕께 보여질 것입니다. 그리고 국왕께서 승인하시면, 이것은 조선의 국책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중심에 설 것입니다."

이준석의 가슴이 뛰었다. 이것이었다. 이것이 기회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김홍집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따뜻하지 않았다. "당신의 기술이 조선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조선이 살아남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는 나갔다.

이준석은 설계도를 다시 펼쳤다. 1개월. 100리의 철로. 기차가 달릴 것이다. 조선의 첫 기차가.

손가락이 떨렸다. 이제 네 손가락이 사라졌다. 남은 엄지손가락만으로 펜을 들었다.

그 순간, 저 멀리 궁궐의 다른 곳에서 어두운 불빛이 깜박였다.

명성황후의 침실이었다. 민영준과 다른 관료들이 앉아 있었다.

"저 기술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민영준이 물었다.

"국왕께서 관심을 보이고 계신 만큼, 지금 직접 움직이면 오히려 의심을 받을 것입니다."

다른 관료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 기술이 완성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기술이 완성되면, 그것은 더 이상 한 사람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국가의 것이 되고, 왕실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저 기술자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기술 탈취 후에?"

"신분 박탈, 혹은 그 이상입니다. 기술자는 도구일 뿐입니다. 도구는 쓸모가 다하면 버리면 됩니다."

침실의 불이 꺼졌다.

그 순간, 작업실에서 이준석의 몸이 경직되었다.

1905년의 죽음이 갑자기 가까워졌다. 폐에서 피가 올라오는 감각이 아니라, 더 빠르고 더 냉정한 죽음. 칼 끝의 차가움. 그것이 목을 향해 다가오는 환각.

남은 엄지손가락이 떨렸다.

이준석은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1개월. 그 시간 동안 기계를 완성해야 했다. 그리고 그 기계가 완성되는 순간, 자신의 죽음도 완성될 것이었다.

그는 펜을 집어 들었다. 엄지손가락 하나로는 제대로 쥘 수 없었지만, 그는 계속 그었다.

설계도는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제작뿐이었다. 1개월 안에 모든 부품을 조립하고, 기계가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민영준의 감시를 피하고, 일본의 위협을 막고, 신분의 벽을 넘어야 했다.

1개월. 그것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었다.

이준석은 펜을 놓지 않았다. 손가락이 없어도, 죽음이 다가와도, 그는 계속 그었다.

조선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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