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박기준의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지은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시집 출판사가 어디인지 알고 싶어요."

박기준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준호가 직접 추천한 출판사야. 중견 출판사치고는 문학성을 중시하는 곳이지. 계약금도 나쁘지 않아."

지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심사와 추천이 같은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뜻이었다.

"그럼 신인상은…."

"신인상은 별개야." 박기준이 비로소 화면에서 눈을 들었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심사위원회는 다섯 명이고, 심사 기준은 공정하게 적용된다. 추천과 심사는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어."

"그렇다면 왜 준호가 출판사까지 추천했어요?"

"네 시가 좋으니까." 박기준이 다시 모니터로 돌아갔다. "우리 회사는 신인 시집을 안 낸다고 했지. 하지만 준호가 직접 찾아와서 네 작품을 보여줬어. 그리고 말했어. '이 시인은 나중에 기억할 이름이 될 거다.' 그래서 우리가 예외를 두기로 했고, 계약서를 준비한 거야."

지은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추천이 심사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건가?" 박기준이 다시 지은을 봤다. "심사위원 다섯 명이 각각 평가한 점수가 모두 합산되는 구조야. 한 명의 의견이 결과를 좌우할 수 없어. 공정성을 위해서 말이야."

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박기준의 말이 계속되었지만, 그녀의 호흡은 점점 얕아졌다. 손가락이 더 세게 움켜졌다.

"그게 우정이야, 로비가 아니야. 준호는 네 시가 좋아서 출판사에 추천했고, 심사위원으로서는 그것과 별개로 공정한 심사만 했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복도가 길게 느껴졌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은은 벽에 기대었다. 3년 동안 자신이 얼마나 크게 오해했는지가 한 번에 밀려들었다. 죄책감이 목을 조였다. 동시에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자신의 시가 자신의 것이라는 당연함이 처음으로 명확해지는 느낌. 하지만 그것이 기쁨으로 변하기 전에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준호를 다시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

거리를 걸으며 지은은 가방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라테 카페에 들어갔을 때, 현정은 카운터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지은이 들어오자 현정의 손이 멈췄다.

"원고 들고 왔어?"

지은은 가방에서 『3월의 손가락』을 꺼냈다. 현정이 그것을 보자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벽에 붙인 시들 중에 이것도 있었어?"

"네 시 중에서 가장 처음 붙여진 것이 '3월의 손가락'이야. 3년 전 3월이었어."

지은의 손가락이 책장을 넘기다 멈췄다.

"누가 붙여달라고 했어요?"

현정은 커피를 천천히 내려앉혔다. "조건이 있어. 절대 신분을 밝히지 말라고 했어. 그 사람이 매달 찾아와서 새로운 시를 붙이라고. 나도 얼굴을 봤어. 근데 그 눈빛을 보니…." 현정이 말을 멈췄다. "그건 의무가 아니라 기도 같았어."

"준호예요?"

현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이 모든 것을 말했다.

지은은 책을 펼쳤다. 첫 장. 「3월의 손가락」.

*봄이 올 때마다 우리는 손가락을 펼친다*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그 누군가가 손가락을 펼칠 때까지*

지은은 이 시를 3년 전에 썼다. 준호가 떠난 그 봄에. 그 시는 여전히 좋았다. 단어 하나하나가 정확했고, 이미지는 선명했고, 리듬은 숨을 쉬고 있었다. 이 좋음은 누가 만든 것인가.

자신이다.

지은은 페이지를 넘겼다. 「빗소리」. 「손목」. 「그날의 침묵」. 모두 자신이 쓴 시였다. 준호가 만든 게 아니라, 자신이 손으로 쓴 글자였다. 준호는 이 시들을 찾아다녔을 뿐이다. 밝혀낼 기회를 만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시 자체는 자신의 것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이번에는 다르게 흘렀다.

카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봤을 때, 지은은 처음으로 자신의 시집을 바라보는 눈이 변했음을 알았다. 더 이상 거절당한 원고가 아니었다. 더 이상 준호 때문의 성공도 아니었다. 자신이 쓴 시들이 세상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들은 여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밤 11시, 지은은 혼자 남겨진 카페에 앉아 『3월의 손가락』을 다시 펼쳤다. 첫 장부터 끝장까지, 천천히.

봄이 올 때마다 우리는 손가락을 펼친다.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그 누군가가 손가락을 펼칠 때까지.

지은은 이 시를 언제 썼는지 기억했다. 준호가 떠난 지 일주일 후다. 당시 그녀는 3월의 햇빛이 싫었고, 사람들의 웃음이 견딜 수 없었다. 그런 감정을 어디에 쏟아낼 곳이 없었을 때, 손가락이 움직였다. 단어가 떨어졌다. 그 시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쓴 것이 아니라, 기다릴 수 없다는 절망 속에서 기다리는 모순을 붙잡으려고 쓴 것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상처였고, 자신의 희망이었다.

준호가 이 시를 읽었을 때,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리고 왜 매달 이곳에 와서 자신의 시를 붙여줬을까.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은은 아직 명확히 알지 못했다.

카페의 불을 끄고 나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다음 날 아침 10시, 라테 카페는 봄 햇빛으로 가득했다. 지은이 도착했을 때 준호는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창가 자리. 벽에 붙은 시 전시 공간이 보이는 그곳. 준호 위쪽 벽에는 여전히 지은의 시들이 붙어 있었다. 가장 최근 것은 1월에 붙었던 「손목」이었다. 3년 동안 매달 한 번씩, 준호는 이곳에 와서 새로운 시를 붙였다.

"안녕."

지은이 앉았다. 준호는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검은색 긴팔 티셔츠. 3년 전과 같은 옷차림이었다. 얼굴은 달랐다. 더 깊어졌다. 눈가의 주름이 늘었다. 하지만 눈은 같았다.

"고마워. 이렇게 만나줘서."

준호가 말했다. 지은은 대답하지 않고 준호의 손을 봤다. 그 손이 지은의 시를 매달 적어 내렸던 손이었다. 필사(筆寫). 준호가 지은의 시를 손으로 다시 써내는 방식으로 세상에 알렸다는 뜻이었다. 기계로 복사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넌 왜 내 시를 필사했어?"

준호가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쓴 시는 세상이 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건 너무..."

"야만적이야. 알아. 당신의 자유를 빼앗는 거니까."

준호가 커피잔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지은은 봤다.

"난 당신에게 말했어. 당신의 시가 좋다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지만 당신은 믿지 않았어."

지은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3년 동안 쌓인 말들이 목에 걸려 있었다.

"미안해. 진심으로."

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너를 오해했어. 너무 크게. 너가 날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넌 날 잊지 않고 있었어. 매달. 벽에 붙여가면서. 그동안 난 뭘 했어? 넌 내 시를 믿었는데, 난 너를 믿지 못했어. 넌 날 찾아다녔는데, 난 너를 거절했어."

지은의 눈이 뜨거워졌다.

"3년 동안 난 너한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어. 자존심 상해서 미워했어. 분노했어. 근데 사실 넌... 내 시를 지켜주고 있었어. 내 시를 세상에 알리려고 했어. 내가 자신감을 잃고 있을 때, 넌 날 믿고 있었어."

준호가 지은을 봤다. 그 눈에는 3년의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난 이제 알았어. 내 시가 좋은 건 너 때문이 아니야. 내가 썼으니까. 내 상처와 희망이 만들었으니까."

지은이 준호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3년 전과 같은 온도였다.

"그래. 이것도 일종의 사랑이었어?"

준호가 한 번 웃음을 흘렸다. 슬픈 웃음이었다.

"내가 당신의 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당신은 당신의 시야. 당신이 쓴 글자 하나하나가 당신이야."

지은은 준호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눈물이 흘렀다. 자신이 잃어버린 3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슬픔과 동시에, 지금부터 함께할 수 있다는 감사가 섞인 눈물.

"『3월의 손가락』을 세상에 내보내자."

준호가 말했다.

"당신의 손으로 쓴 시들을. 그리고 우리 함께."

현정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침 오픈 시간이었다. 현정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한 번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3년을 기다린 누군가를 보는 웃음이었다.

창밖의 봄 햇빛이 카페를 비추고 있었다. 벽에 붙은 시들도 햇빛 속에서 더욱 선명해 보였다. 가장 최근의 것은 여전히 「손목」이었다.

*손목 위로* *누군가의 손가락이 지나간다* *그것이 사랑인지 상처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떨리는 것만은 확실하다*

두 사람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두 사람이 함께 느끼는 떨림이었다.

그 순간, 지은의 휴대폰이 울렸다. 출판사 편집팀장이었다. 지은은 잠깐 준호를 봤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이 전화를 받자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지은 시인님, 신인상 수상 소식이 온라인에 유출되었습니다. 준호 심사위원과의 관계 논란이 확산 중입니다. SNS에서는 심사 부정행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신인상 수상 자체가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시인님의 입장 표명이 필요한데—"

편집팀장의 말이 계속되었지만, 지은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심사 부정. 논란. 의혹.

단어들이 그녀의 의식 속에서 산산조각 났다. 마침내 만난 이 순간, 또 다른 선택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신인상 박탈 가능성. 준호와의 관계 공개 강요. 출판사의 입장 표명 압박.

지은은 준호의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이번엔 눈을 뜨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자신의 시를 지키는 것인지, 아니면 준호를 지키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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