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위의 조명
무대 위의 조명이 지은의 얼굴을 비추는 순간, 세상이 멎었다.
"신인상, 이준호 심사위원의 만장일치 평가로—'3월의 손가락', 지은."
사회자의 목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지은은 자신의 다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관찰했다.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 계단을 올라간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무대 위로 올라가는 이 짧은 거리가 3년처럼 길었다.
상장을 받는 손이 떨렸다.
객석을 향해 고개를 들었을 때, 준호를 봤다. 앞에서 세 번째 줄. 검은색 재킷을 입은 그가 웃고 있었다. 눈이 반달처럼 휜 그 웃음은 지은이 알던 웃음이었다. 3년 전, 자신의 시를 처음 읽어주던 밤의 그 웃음. 그런데 지금 그 웃음이 의도된 것인지, 진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속으로 터졌다. 지은은 상장을 들고 서 있었고, 누군가는 환호했고, 준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로 들어갔을 때 미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해, 정말 축하해!" 미라가 지은을 안았다. 지은의 등을 토닥이는 손이 따뜻했지만, 지은의 몸은 경직되어 있었다.
"미라."
"응?"
"준호가...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대?"
미라의 손이 멈췄다. 지은이 미라를 밀어내고 뒤로 물러섰다.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출판사 사람들. 준호가 다른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다고. 그래야 신인상 만장일치가 나온다고."
"지은..."
"내 시가 정말 좋아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거야? 준호가 밀어줘서?"
미라의 얼굴이 답답해 보였다. 미라는 지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지은은 그 손을 피했다.
"난 몰라. 그냥... 확인하고 싶어."
지은은 대기실을 나왔다. 문학제 건물의 복도는 사람들로 붐볐다. 축사를 받으러 다니는 수상자들, 축하하러 다니는 출판인들, 네트워킹 라운지로 향하는 문인들. 모두가 웃고 있었다. 지은은 그 웃음들 사이를 헤쳐나갔다.
준호를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시상식장의 로비에 서 있었다.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던 중이었다. 지은을 보자 그 누군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지은 쪽으로 걸어왔다.
"축하해."
준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 담담함이 더 화를 돋웠다.
"이게 당신 때문이지?"
"뭐가?"
"상. 내 시가 상을 받은 게."
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그가 지은을 로비 구석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벽 옆에 서자 준호가 입을 열었다.
"너의 시가 좋았기 때문이다."
"거짓말하지 마."
"거짓 아니다."
"만장일치래. 어떻게 다른 심사위원들이 모두 내 시에 손을 들어줄 수 있어? 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잖아. 넌 문학계에서—"
"지은."
준호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으로 감정이 실렸다.
"난 심사 위원으로서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위원들도 그랬다. 네 시가 그들의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상을 받은 거다."
"그럼 왜 3년 동안 내 시를 추적했어? 왜 카페 벽에 붙였어? 왜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어? 그게 객관적이야?"
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지은은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난 내 시를 믿고 싶어." 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믿고 싶어. 내 시가 충분히 좋아서 상을 받았다고. 하지만 넌... 넌 내가 믿을 수 없어."
말을 마친 후 지은은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차가운지 깨달았다. 그 차가움이 준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눈이 흔들렸다. 한 번, 두 번. 마치 화살이 박히는 것처럼.
준호가 한 발 물러섰다.
"넌 날 항상 이렇게 보는 건가?" 그의 목소리가 낮았다. "날 항상 의심하는 건가?"
지은은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3년 동안 그녀는 준호를 의심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한테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야."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네 시가 좋다는 게 진실이야. 그리고 난 그 진실을 심사 위원들과 나눴다. 그게 다야."
준호는 다시 객석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심사위원 석상이 비워지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지은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로비에 남겨진 지은은 한참을 서 있었다. 상장의 무게가 손에 파고들었다.
그 남자는 3년을 기다렸다.
매달 같은 날, 카페에 와서 자신의 시를 손으로 옮겨 벽에 붙였다.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시가 상을 받자마자 지은은 준호를 의심했다.
"넌 내가 믿을 수 없어."
자신이 던진 그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준호의 눈이 흔들리던 그 순간이. 정확히 어디에 떨어질지 알 수 없는 화살처럼.
지은은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누군가가 지나갔다.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지은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시상식장 입구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들, 수상자들, 기자들. 준호는 아직 안에 있을 것이다. 폐막식이 남아 있으니까.
지은은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앞에 섰을 때 자신의 얼굴이 낯설었다. 상을 받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의 얼굴이었다.
찬 물로 얼굴을 씻었다. 눈이 부었다. 언제 울었는지 모를 정도로.
화장실을 나와 로비로 돌아갔을 때, 시상식장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흘러나왔다. 그 사이로 준호가 보였다. 심사위원 배지를 여전히 가슴에 달고.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준호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다른 심사위원이었다. 폐막식에 참석해달라는 말과 함께.
준호는 지은을 바라봤다. 그 눈빛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지은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
"미안해, 폐막식이..."
준호가 말을 건넸다. 하지만 다른 심사위원이 그를 이끌었다. 지은은 손을 들지 못했다. 막을 수도, 잡을 수도, 따라갈 수도 없었다.
대신 그냥 봤다.
준호가 사라지는 것을.
로비가 텅 비었다. 지은은 여전히 상장을 들고 있었다.
라테 카페는 한적했다. 현정이 카운터 뒤에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지은을 향했다. 상장을 본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지은이, 축하해!"
"고마워요."
지은이 카페 벽을 봤다. 벽에는 여러 시가 붙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자신의 시였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지금 보니 다르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이곳에 시를 붙이는 것을 신성하게 여긴다.
현정의 말이 떠올랐다. 그것이 누군가라는 걸 지은은 이제 알았다.
"현정, 묻고 싶은 게 있어."
"뭐?"
"내 시를 누가 여기에 붙였어?"
현정은 웃음을 멈췄다. 그 표정으로 지은은 이미 답을 알았다.
"준호가."
"응."
현정이 확인했다.
"3년 동안?"
"응. 매달."
지은의 손이 떨렸다. 상장의 모서리가 손가락에 파고들었다.
매달 같은 날 카페에 오는 발걸음.
손으로 시를 옮겨 벽에 붙이는 손가락.
돌아가는 뒷모습.
3년이라는 시간이 한 줄의 시처럼 응축되어 지은을 관통했다.
"근데 왜 나한테 안 알려줬어?"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어. 준호가 원하지 않았거든."
현정이 카운터에서 나왔다. 지은 옆에 섰다.
"지은, 그 사람 진짜 이상해. 매달 같은 날 와서 시를 주고 가. 한 번도 말이 많지 않아. 그냥 조용히 붙이고 가. 근데 너를 보는 눈이... 알 수 있어. 그게 뭔지."
"뭐?"
"사랑."
단어가 공중에 떴다. 지은은 그것을 잡을 수 없었다.
"넌 내가 믿을 수 없어."
자신이 준호에게 한 말이 다시 울렸다. 더 크게. 더 날카롭게. 가슴을 갈라놓듯이.
지은은 카페를 나왔다. 현정이 뭔가를 말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거리는 어두웠다. 밤 11시쯤이었다.
목이 메어 왔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채웠다.
3년 동안 준호가 무엇을 했는지, 지은은 이제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 남자는 심사위원 배지를 달고 객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를 봤다.
그 시를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그들도 손을 들었다.
만장일치.
그게 사실이라면?
그럼 자신의 시가 정말 좋은 거 아닌가.
그럼 준호가 한 것은 단지 기회를 만든 것뿐이 아닌가.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은 것은 자신이었다.
지은의 눈이 흐려졌다.
핸드폰이 울렸다. 준호였다.
지은은 받지 않았다. 대신 응시했다.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그의 이름을.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째 울림에서야 받았다.
"응?"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지은?"
준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들어 있었다.
"미안해."
지은이 먼저 말했다.
"뭐가?"
"다... 다 미안해."
목소리가 떨렸다. 지은은 자신의 목소리가 부서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런데 준호, 나 하나 묻고 싶어."
침묵이 흘렀다.
"내 시가 정말... 정말 좋았어? 다른 심사위원들이 진짜 손을 들어줬어?"
지은은 이 질문이 자신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물어야 했다.
준호의 숨소리가 들렸다. 길었다.
"넌 정말 날 믿을 수 없는 거야? 아니면 그냥... 날 믿고 싶지 않은 거야?"
준호의 질문이 지은을 꿰뚫었다.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일 만나자. 모든 걸 얘기할 테니까."
준호의 목소리가 낮았다.
"그리고 지은, 넌 정말 상을 받을 자격이 있어."
전화가 끝났다.
지은은 거리 한복판에 서 있었다. 상장을 들고. 핸드폰을 들고.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호흡이 얕아졌다.
"내일 만나자."
그 말이 계속 울렸다. 내일. 그 약속을 지킬 것인가, 말 것인가.
발이 움직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지은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알았던 것은, 이 질문들이 더 이상 의심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