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미에르 아카데미의 고인물
루벨의 발걸음이 복도를 울렸다. 카인은 침대 끝에 앉아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11시 59분. 밤이 깊었고, 기숙사 복도에는 이렇게 늦은 시간 발자국이 울릴 이유가 없었다.
문이 열렸다. 노크도 없었다.
"카인."
루벨이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왔다. 교복 위에 검은 외투를 걸쳤고, 그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카인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너 뭐야?"
루벨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카인은 그의 눈동자를 따라갔다. 그 안에는 확신이 있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확신.
"우리 거래를 감시했잖아. 옥상에서, 거래실에서, 내가 가는 모든 곳에서. 근데 시스템에 넌 등록되지 않아. 아무것도 안 떠. 넌 뭐야? NPC야?"
침묵이 흘렀다. 카인의 입술이 움직였다가 멈췄다. 거짓말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루벨의 질문 속에는 이미 답이 있었다.
"맞아."
카인의 목소리는 낮았다.
루벨이 웃음을 흘렸다. 진정한 웃음이 아니었다. 광기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시스템 오류로 명부에 올렸던 녀석이 NPC네. 완벽하지 않은 시스템. 완벽하지 않은 아카데미." 루벨이 방의 벽에 손을 짚었다. "그 영상. 모두 삭제해. 지금 당장."
"안 돼."
"뭐?"
"그 영상은 증거야. 너와 교감이 뇌물로 능력을 사고파는 증거. 일반 학생들이 봐야 해."
루벨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알았어. 그럼 다른 방식으로 해주지. 지금 당장 그 영상을 삭제해. 아니면 내가 교감한테 고자질해서 널 삭제시켜줄게. NPC는 시스템 오류잖아. 한 번의 명령이면 끝나. 넌 사라져."
카인이 일어섰다. 침대에서 내려와 루벨과 마주섰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1미터 남짓. 루벨의 키가 더 컸지만, 카인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너는 강하지 않아."
"뭐라고?"
"시스템에 등록된 능력치, 프리미엄 던전의 아이템, 교감의 부스팅. 그것들이 너를 강하게 만든 것뿐이야. 너는 강하지 않아."
루벨의 주먹이 날아왔다. 빠르고 정확한 펀치였다.
카인의 몸이 반응했다. 의식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신체가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카인의 형상이 흐릿해졌다. 투명화. 루벨의 주먹이 공기를 헤쳤다.
"뭐야?!"
루벨이 비명을 질렀다. 카인은 투명 상태 그대로 루벨의 뒤로 돌아갔다. 루벨은 허공을 향해 다시 한 번 펀치를 날렸다. 역시 공기였다.
"이건... 뭐야? 뭐야!"
루벨의 목소리에 공포가 섞여 있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감지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카인은 투명 상태에서 루벨을 밀쳤다. 가볍게. 루벨은 벽에 부딪혔다.
"이건... NPC 능력이야? 시스템에 없는 능력?"
루벨의 손이 떨렸다. 그는 자신의 단말기를 꺼냈다. 카인은 투명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루벨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투명화는 공격 능력이 아니었다. 회피 능력일 뿐이었다.
루벨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누군가 받았다.
"교감님. 저 루벨입니다."
루벨의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그 카인이라는 신입생 있잖아요. 걔 우리 거래를 기록했어요. 옥상에서, 거래실에서. 다 찍혔어요."
전화 너머에서 교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학생이 뭐라고? 증거가 있다고?"
"네. 영상으로. 그리고... 그리고 이 놈 뭔가 이상해요. 시스템에 등록이 안 돼 있어요. 나한테 공격을 당해도 안 맞고. 투명해져요. 마치 NPC처럼. 시스템에 안 등록된 감시자예요."
전화 너머에서 교감의 숨이 쉬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NPC를 즉시 삭제하라. 그리고 그 영상을 모두 찾아내. 모두. 하나도 남기지 말고."
통화가 끝났다. 루벨이 단말기를 내렸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카인은 투명 상태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루벨이 뒷걸음질쳤다.
"넌... 왜?"
카인의 뇌는 빠르게 돌아갔다. 투명화. 자신에게서 나온 능력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루벨의 공격이 가해지는 순간, 무언가가 작동했다. NPC 버그의 일부인가. 아니면 시스템 자체의 모순인가. 카인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능력은 시스템 밖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시스템이 감시할 수 없는 틈에서.
카인이 루벨에게 등을 돌렸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카인이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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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계단을 내려가며 카인은 세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 정체가 들켰어. 교감이 나를 삭제하려고 해.**
응답은 즉시 왔다.
**우린 지금 당장 증거를 폭로해야 해. 노엘한테 연락했어. 긴급 학생회 소집을 준비하고 있어. 난 이미 모든 준비를 했어.**
카인이 아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론. 지금 어디야?"
전화 너머에서 아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졸린 목소리였다.
"... 기숙사. 뭐야? 이렇게 늦게?"
"나 지금 큰일이 났어. 너... 난 뭘 해야 돼?"
침묵이 있었다. 그리고 아론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 어디로 가야 돼?"
카인은 세라에게 받은 주소를 말했다. 학생회 사무실. 메인 타워 3층.
"30분 안에 와. 그리고 아무도 보이지 않게."
카인은 통화를 끝냈다.
기숙사를 나가려던 순간, 단말기가 울렸다.
**【시스템 긴급 공지】**
**배경 NPC 카인**
**삭제 예정일: 6시간 후**
**최종 경고**
카인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6시간. 노엘의 증거 폭로가 오후 3시였다. 지금은 오전 12시 30분. 그 사이에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기숙사 입구의 문이 열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3명. 아니, 4명. 교감의 부하들이었다.
"카인을 찾아. 지금 당장."
카인은 계단 옆의 어두운 구석으로 몸을 날렸다. 투명화가 작동했다. 부하들의 발걸음이 계단을 올라갔다.
캠퍼스가 펼쳐졌다. 메인 타워는 300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6시간. 정확히 6시간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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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출구를 빠져나온 카인은 투명 상태 그대로 어두운 복도를 따라 달렸다. 뒤에서 부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2층에서 봤다는 신고가 있었나?"
"아니. 아직 포착 안 됐어. 시스템도 감지 못 하고 있고."
카인은 그들의 대사를 반쯤 듣고 반쯤 무시했다. 투명 상태에서도 자신의 발소리는 들릴 수 있었다. 카인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계단을 내려갔다. 차가운 타일 바닥이 발바닥을 자극했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시간만 느껴졌다.
6시간.
메인 타워까지 300미터. 학생회 사무실까지 추가 100미터. 그리고 증거를 모두 폭로하는 데 걸릴 시간. 카인은 계산했다. 이동 시간 5분, 세라와 아론을 만나는 데 10분. 남은 시간은 5시간 45분. 충분했다. 아니, 충분해야 했다.
기숙사를 완전히 빠져나간 카인은 캠퍼스의 그림자를 타고 움직였다. 밤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캠퍼스는 고요했지만, 곳곳에 순찰팀이 배치되어 있었다. 카인은 그들을 피해 우회 경로를 택했다. 도서관 뒤의 정원, 연못 주변, 그리고 메인 타워의 후문.
메인 타워 후문은 보안 카메라가 있었다. 하지만 카인은 투명 상태였다. 시스템이 감지할 수 없는 존재는 카메라도 포착하지 못했다. 카인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후문의 열쇠 패드에 손을 가져갔다. 투명 상태에서도 물질적 상호작용은 가능했다. 카인이 배운 교감 이사의 접근 코드는 1-2-0-8. 비리의 첫 적발 날짜였다. 교감은 자신의 죄를 날짜로 기억했던 것이다.
*삐익.*
후문이 열렸다.
메인 타워 내부는 더 조용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경비는 줄어들었다. 카인은 투명 상태에서 계단을 올라갔다. 3층. 학생회 사무실은 이 층에 있었다.
복도를 따라가며 카인은 다시 시간을 계산했다. 1시 15분. 아론이 도착하려면 최소 10분이 더 필요했다. 세라는 이미 준비 중일 것이다.
학생회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카인은 투명 상태를 풀었다. 불이 들어와 있었다. 세라가 이미 와 있었다.
"카인!"
세라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노엘한테 다 얘기했어. 증거가 있다고, 시스템 조작이 있다고. 근데... 넌 정말 NPC야?"
"맞아."
카인이 대답했다. 더 이상 숨길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세라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럼 넌... 처음부터 다 계획했던 거네. 우리를 이용해서."
"아니야."
카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세라와 만났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어. 그냥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어. 하지만 루벨의 거래를 봤고, 아론의 절망을 봤고, 너의 의심을 봤어. 그리고 깨달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그래서 우릴 끌어들였어."
"맞아. 미안해."
세라가 카인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있었지만, 동시에 무언가 다른 감정도 있었다.
"근데... 생각해 봐. 넌 우리를 이용한 거 아니야.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야."
세라의 말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루벨은 우릴 무시했어. 아론은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난 내 의심이 편집증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넌 달랐어. 넌 우리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이걸 할 수 있다고 믿었어."
"세라..."
"그게 이용이 아니야. 그게 믿음이야."
카인은 안도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노엘이 뭐라고 했어?" 카인이 물었다.
"긴급 회의를 소집했어. 처음엔 오후 3시였는데, 방금 연락이 왔어. 시간을 앞당겼어."
"얼마나?"
"오후 2시 30분. 교감이 3시에 증거를 없앨 거라고 생각해서."
세라가 단말기를 꺼냈다.
"그리고 증거는 다 준비됐어. 루벨과 교감의 거래 영상. 음성 기록. 능력치 조작 로그. 너가 복사한 코어룸 데이터까지. 다 있어."
"어떻게?"
"너 몰라? 너가 코어룸에서 복사한 데이터 말이야. 우리가 노엘한테 제출한 거. 노엘이가 정렬했어."
카인의 심장이 철렁했다. 그렇다. 세라와 아론이 옥상에서 촬영한 영상을 노엘에게 전달했었다. 그리고 자신은 코어룸의 데이터를 복사했다. 모든 증거가 이미 수집되어 있었다.
남은 건 폭로뿐이었다.
"아론은?" 카인이 물었다.
"5분 후면 올 거야. 내가 전화했거든."
세라가 학생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카인도 따라갔다. 사무실 내부는 어두웠다. 노엘의 책상 위에는 여러 장의 서류가 쌓여 있었다. 능력치 기록, 거래 내역, 시스템 로그. 모든 것이 증거였다.
"노엘이가 이걸 다 모았어?"
"아니. 너 복사한 데이터에 다 있었어. 코어룸 데이터. 우리가 노엘한테 전달했고, 노엘이가 정렬한 거야."
카인은 그 자료들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이것들이 모두 사실이었다. 루벨의 능력치 상향조정. 교감과의 거래 기록. 다른 학생들의 능력 억제 거래까지.
"이걸 보면... 루벨뿐만 아니라 드루이드도, 상위 5%들도..."
세라가 끝을 맺었다.
"다 거래를 했어. 모두가 부정부패에 참여했어."
침묵이 흘렀다. 카인은 그 무게를 견디려고 했다. 자신이 수집한 증거들이 몇십 명의 학생들을 고발하게 될 것이었다. 그들의 미래를 무너뜨릴 증거들이었다.
"후회해?" 세라가 물었다.
"... 모르겠어."
카인이 대답했다.
"내가 이 증거들을 폭로하면, 루벨도 망하고, 드루이드도 망하고, 교감도 망할 거야. 그런데...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친구일 거야."
"그래도 부정은 부정이야."
세라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그들은 자신의 우월함을 위해 다른 학생들을 짓밟았어. 너처럼, 아론처럼. 그들은 죄를 져야 해."
카인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세라가 맞았다. 하지만 그 '맞음'이 가볍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 아론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졸렸다.
"카인. 넌 정말... NPC야?"
"응."
"그리고... 루벨이 너를 때렸어?"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넌 투명해져서 피했어. 그리고 루벨이 교감한테 고자질했어. 그래서 교감이 너를 삭제하려고 해."
아론이 말했다. 자신이 들은 것들을 정리하는 듯했다.
"그리고 지금 우린 그 증거들을 폭로하려고 해. 오후 2시 30분 노엘이가."
"오후 2시 30분?"
카인이 놀랐다.
"지금 1시 30분인데?"
"응. 그 사이에 교감이 증거를 없애려고 할 거야. 그래서 우린 그 전에 모든 사본을 만들고, 여러 곳에 백업해야 해."
세라가 말했다.
"그리고 노엘이는 학생회 긴급 소집을 통해 모든 학생한테 동시에 증거를 공개할 거야. 그러면 교감이 소수 증거만 없애도 소용이 없어."
"그게 가능해?"
"우린 지금 해야 돼."
세라가 일어섰다.
"카인, 너는 투명화로 교감의 부하들을 피하면서 우리를 지켜. 아론, 너는 사본 작업을 도와. 나는... 노엘이한테 최종 확인을 할 거야."
"세라, 잠깐."
카인이 세라의 팔을 잡았다.
"만약 이게 실패하면?"
세라가 카인을 바라봤다.
"그럼 우린 모두 삭제돼."
"그래. 그런데도?"
"그런데도 우린 해야 돼. 왜냐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거든."
세라의 말이 맞았다. 카인의 삭제 예정일은 6시간 후였다. 그 전에 모든 증거를 폭로하지 못하면, 카인은 삭제되고, 증거는 사라지고, 루벨과 교감은 모든 것을 은폐할 수 있었다.
카인은 손을 놨다.
"알겠어."
세라가 사무실을 나갔다. 카인과 아론만 남았다. 아론이 서류들을 들었다.
"카인... 정말 미안해."
"뭐가?"
"내가 너한테 너무 차갑게 했잖아. 자꾸 뒤에만 있냐고, 왜 앞에 나서지 않냐고. 그런데 넌..."
아론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뒤에서 모든 걸 하고 있었고, 난 몰랐어. 미안해."
카인이 아론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넌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야 했어. 그게 안전했거든."
"근데 난 너한테 화낸 거야. 그런데 넌... 정말로."
"아론. 집중해."
카인이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서류 사본이야.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어?"
"1시간. 최대 1시간 30분."
"그럼 1시간 안에 해. 시간이 없어."
카인이 투명화를 시작했다. 자신의 몸이 투명해졌다. 그 과정은 여전히 낯설었다. 마치 자신의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느낌.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너는 계속 일해. 아무도 안 들어올 때까지."
"카인. 혹시..."
아론이 물었다.
"혹시 넌 삭제되고 싶어? 왜 이렇게까지 해?"
투명한 상태에서 카인은 웃음이 나왔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투명 상태에서 울음소리는 시스템에 포착될 수 있었다.
카인은 아론의 머리를 한 번 더 두드렸다. 그리고 학생회 사무실을 나갔다.
---
복도는 여전히 고요했다. 시간은 1시 45분이었다. 4시간 15분. 카인은 다시 계산했다.
1시간 — 사본 작업 30분 — 세라의 최종 확인 1시간 30분 — 예비 시간
남은 건 1시간 15분. 그 시간 동안 교감의 부하들을 피해야 했다.
카인은 투명 상태 그대로 메인 타워의 계단을 내려갔다. 2층 복도에는 순찰팀이 있었다. 두 명. 카인은 그들을 피해 우회했다. 투명화는 완벽하지 않았다. 움직임이 있으면 공기의 흐름이 변했고, 민감한 사람이라면 그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순찰팀은 카인을 찾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복도를 순찰하고 있을 뿐이었다.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카인의 단말기가 울렸다.
**【시스템 긴급 공지】**
**배경 NPC 카인**
**삭제 예정일: 5시간 47분 후**
**현재 위치 추적 불가**
**근처 감지 모드 활성화**
카인의 심장이 철렁했다. 근처 감지 모드. 시스템이 새로운 추적 방식을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투명화도 갑자기 생긴 능력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카인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좋은 신호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로비의 문이 열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4명. 5명. 아니, 6명.
교감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로비 전체를 훑기 시작했다. 비록 카인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은 감지 모드를 통해 카인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있는 듯했다. 휴대형 감지 장비를 들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분명 시스템의 일부였다.
"근처에 있어. 감지기가 반응해."
카인은 투명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더 많은 신호를 발생시킬 것이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포위될 것이었다.
부하들이 천천히 로비를 좁혀나갔다. 카인은 그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감지 장비의 신호음도 들렸다. 점점 가까워졌다.
그 순간, 로비의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쿵.*
큰 소리였다.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 부하들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다.
"뭐야?"
"몰라. 위에서 떨어진 건가?"
부하들이 천장을 쳐다봤다. 그 사이, 카인은 빠르게 로비를 빠져나갔다. 현관문을 통해 캠퍼스로 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부하들이 여전히 천장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그들을 방해했다. 의도적인 도움이었다. 누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카인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알아도 되었다.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캠퍼스의 어두운 구석에서 카인은 투명 상태를 풀었다. 시간은 2시 10분이었다. 3시간 50분. 점점 줄어들었다.
카인의 단말기가 울렸다. 세라였다.
**"카인. 노엘이가 긴급 회의를 2시 30분으로 확정했어. 교감이 3시에 모든 증거를 없앨 거라고 생각해서."**
2시 30분. 20분 후였다.
"아론은?"
**"사본이 완성됐어. 5개. 서로 다른 곳에 백업했어."**
카인의 가슴이 철렁했다가 안도했다. 증거가 안전했다.
"세라. 미안해. 이 모든 게 내 때문이야."
**"이건 우리가 선택한 거야.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는 것. 그건 누구도 후회할 수 없어."**
세라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 단호함이 카인에게 전해졌다.
"그래. 알겠어."
**"2시 30분. 학생회 사무실에서 만나."**
통화가 끝났다.
카인은 다시 투명화했다. 그리고 메인 타워로 돌아갔다.
2시 25분. 5분 남았다.
학생회 사무실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며, 카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만 떠올랐다.
모든 것이 끝날 거라는 생각. 오늘 밤이 끝나면, 자신의 삶도 끝날 거라는 생각.
하지만 동시에, 루벨의 거짓도 끝날 거라는 생각. 루미에르 아카데미의 부정부패도 끝날 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
카인은 학생회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투명 상태를 풀었다.
시간은 정확히 2시 3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