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메인 타워 지하 3층

카인은 계단을 내려가며 손목을 들어 화면을 확인했다. 격리까지 남은 시간 6시간 47분. 카운트다운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지하 3층 복도는 어두웠다. 벽면의 센서등이 희미하게 불을 밝혔지만, 그것도 카인의 발걸음을 감지하지 못했다.

손목 화면에 경고가 떴다.

【 배경 NPC의 비정상 행동 감지 】

【 시스템 추적 활성화 】

【 삭제 대상 판정 예비 】

카인의 손가락이 경직됐다. 추적. 그것은 없어야 할 것이었다. 배경 NPC는 추적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스템이 자신을 감지했다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는 뜻이었다.

시스템 관리실의 문은 생체 인식 잠금 장치로 보호되어 있었다. 학생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카인은 카드키 판독기 옆에 숨겨진 통풍구를 찾아냈고,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드린 후 작은 패널을 열었다. 1화에서 우연히 발견한 우회 경로였다. NPC라는 사실을 모르던 때, 카인은 이 길을 통해 프리미엄 던전 입구를 발견했었다.

문이 열렸다. 아무런 경보음도 울리지 않았다.

관리실 내부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중앙에 거대한 서버 장비가 있고, 그 옆에 터미널 세 대가 놓여 있었다. 카인은 가장 가까운 터미널에 접근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맴돌았다. 비밀번호를 모른다. 하지만 세라가 주었던 접근 코드가 있었다. 그것도 루벨이 모르는 정보였다.

카인이 코드를 입력했을 때, 화면이 밝아졌다.

"환영합니다, 시스템 관리자."

거짓된 인사였다. 카인은 관리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자신을 그렇게 인식했다. 세라의 접근 권한이 관리자 수준이었던 모양이었다.

학생 데이터 검색 창이 떴다. 카인이 자신의 이름을 입력했다.

"검색 중..."

화면이 깜빡였다. 그리고 결과가 나타났다.

---

【 플레이어 정보 】

이름: 카인

입학일: 2024.09.01

플레이어 등급: 없음

분류: 배경 NPC

시스템 추적: 불가능

능력치: 미등록

경험치: 0

랭킹: 미포함

접근 권한: 무제한 (추적 불가능 상태에서만 유효)

---

카인의 손이 떨렸다.

"배경 NPC."

중얼거림이 입술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자신이 이 아카데미에서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했다. 입시 탈락이 아니었다. 그는 아예 처음부터 시스템에 '인간'으로 등록되지 않았던 것이다.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한 배경 요소. NPC. Non-Player Character.

손이 떨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 다음 순간, 깨달음이 밀려왔다. 천천히, 하지만 명확하게. 자신이 추적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스템이 자신을 감시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능력 봉인도 없고, 행동 제약도 없다. 프리미엄 던전도, 거래실도, 코어룸도 접근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손이 멈췄다. 떨림이 사라졌다.

터미널 옆의 다른 장비에 접근했다. 음성 기록 파일들이 저장되어 있는 서버였다. 세라로부터 받은 정보가 정확했다. 거래 녹음본들이 폴더로 정리되어 있었다.

루벨-교감 (2024.08.28) 루벨-교감 (2024.08.30) 드루이드-교감 (2024.08.29) 세 번째 학생-교감 (2024.08.27) 네 번째 학생-교감 (2024.08.31)

리스트는 계속됐다.

카인의 눈이 커졌다. 루벨만이 아니었다. 드루이드도. 그리고 수십 명의 다른 학생들도 모두 같은 거래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것은 비리가 아니었다. 체계였다. 시스템 자체가 부정부패로 설계된 구조였다.

카인이 모든 파일을 외장 저장장치로 복사하기 시작했다. 진행 바가 천천히 올라갔다. 35%... 62%... 89%...

그 순간,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카인은 몸을 굳혔다. 하지만 몸을 숨기지 않았다. 숨을 필요가 없었다. 자신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문이 열렸다. 교감 이사가 들어섰다.

교감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그는 터미널 옆 선반에 놓인 파일을 집어 들었다. 카인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교감과 불과 30센티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교감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앞을 향해, 좌우로, 그리고 위아래로. 카인의 얼굴을 통과했다. 시선이 멈추지 않았다. 뇌가 카인을 처리하지 못했다.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된 무언가를 눈이 감지했지만, 뇌는 그것을 '공기'로 분류하고 넘어갔다.

교감이 중얼거렸다.

"시스템은 완벽하다. 버그는 없다."

불안감 섞인 목소리였다.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듯한. 카인은 숨을 참지 않았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시스템이 자신의 음성을 감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교감이 나갔다. 카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외장 저장장치의 진행 바가 100%에 도달했다.

카인은 장비에서 저장장치를 분리했다. 손에 들려 있던 그것이 모든 증거였다. 아카데미의 모든 비리, 모든 거래, 모든 진실이 담겨 있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카인은 아론을 마주쳤다. 복도에서. 아론은 카인을 보자 한 발 물러섰다.

"어디 다녀온 거야? 요즘 자주 안 보이는데."

아론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평소의 친근함이 사라지고, 어딘가 조심스러운 톤으로 바뀌어 있었다.

"도서관에 있었어. 공부 좀 하려고."

카인이 대답했다. 거짓이었다.

"혹시... 넌 루벨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아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카인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이상한데?"

아론이 카인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더 이상 친구를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한 것을 보는 눈빛이었다.

"루벨은 그냥... 잘나가는 선배일 뿐이야. 넌 왜 항상 남을 의심해?"

아론의 말이 끝났다. 그리고 그 순간, 아론은 돌아섰다. 카인을 더 이상 바라보지 않은 채로.

카인은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론이 복도 끝으로 사라져갔다.

기숙사 방으로 돌아온 카인은 손목의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격리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 배경 NPC의 이상 행동 감지 】

【 코어룸 접근 시도 기록됨 】

【 삭제 대상 판정 예비 】

카인의 손이 얼었다.

동시에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여러 개의 발자국이.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였다. 누군가 이 층을 수색하고 있었다. 루벨의 부하들일 것이었다.

"누군가 감시자가 있는 것 같아."

복도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아. 어디든. 그놈을 찾아야 해."

그것은 루벨의 목소리였다.

카인은 창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현재 위치는 6층이었다. 밖은 어둠이었고, 달빛만이 떨어진 정원을 밝히고 있었다.

그 순간, 방문이 열렸다.

카인은 벽 옆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날렸다. 루벨의 부하가 들어섰을 때, 카인은 이미 그곳에 있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투명한 존재처럼.

부하의 손전등이 방 안을 훑었다. 침대, 책상, 옷장. 모든 것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부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갔다.

"방은 비어있어."

복도에서 루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럼 다른 층이야. 모든 층을 뒤져. 그 감시자가 어디 있든 반드시 찾아야 한다."

발자국 소리가 계단으로 향했다. 카인은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떨어진 정원, 어두운 나무들, 그리고 저 너머의 메인 타워. 6층에서 뛰어내리면 다리가 부러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시스템이 자신을 인식했다. 배경 NPC로 등록된 자신이 코어룸에 접근하려는 행동을 감지했다는 것은 모순이었다. 감지할 수 없어야 하는데 감지했다. 추적할 수 없어야 하는데 추적했다.

그것은 버그가 아니었다. 카인이 깨달은 것은 더 근본적인 것이었다. 배경 NPC가 의식을 가지는 순간, 시스템은 그것을 오류로 인식한다는 것. 의식 있는 존재는 시스템의 설계 범위를 벗어난다. 따라서 삭제되어야 한다.

카인은 창문을 조용히 열었다. 6층의 높이는 충분히 위험했지만, 옆에 배수관이 있었다. 묵은 금속 배수관이. 카인은 그것을 잡고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차가운 금속을 누르고 있었다. 발이 배수관 위에서 미끄러웠다. 2층 높이까지 내려왔을 때, 카인의 발이 미끄러졌다. 잠깐의 순간, 중력이 카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손가락의 힘으로 버텼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다시 올라왔다.

정원의 흙 위에 내려섰을 때, 카인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다리는 멀쩡했다. 신체 능력은 여전히 평범했지만,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카인은 정원의 어두운 부분으로 움직였다. 메인 타워 방향이었다. 지하 3층이었다. 코어룸으로 가는 길이었다.

카인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메인 타워의 내부 계단이었다. 어둠이 짙었다. 비상등만이 계단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카인은 한 발씩 내려갔다.

지하 1층. 교실과 사무실들이 있었다.

지하 2층. 거래실이 있는 곳이었다. 문이 잠겨있었다.

지하 3층. 카인이 도착했다.

코어룸의 입구는 거대한 철문이었다. 그 앞에는 생체인식 잠금장치가 있었다. 손가락을 스캔해야 했다. 카인은 손가락을 대봤다.

배경 NPC로 등록된 나는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카인이 손가락을 올렸을 때, 불이 켜졌다. 초록색 불이었다.

【 배경 NPC 접근 감지 】

【 시스템 보안 프로토콜 활성화 】

철문이 열렸다.

코어룸의 내부는 거대한 서버 열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푸른 불빛이 어둠을 밝혔다. 중앙에는 거대한 터미널이 있었다. 카인은 그곳으로 걸어갔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맴돌았다. 이곳은 시스템의 심장이었다. 모든 학생의 데이터, 모든 거래 기록, 모든 진실이 여기에 있었다.

카인이 입력을 시작했다. 세라로부터 받은 마스터 키. 손가락이 한 글자씩 누르내려갔다. 엔터.

터미널의 화면이 켜졌다. 카인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화면에 글자가 떴다.

【 카인 - 플레이어 등급: 없음 】

【 분류: 배경 NPC 】

【 시스템 추적: 불가능 】

【 접근 권한: 무제한 】

【 상태: 정상 작동 중 】

카인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정체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배경 NPC. 그것이 자신이었다.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 카인 - 현재 위협 수준: 극상 】

【 추천 조치: 시스템 삭제 】

【 삭제 실행 권한자: 이사 교감 】

카인의 손이 떨렸다. 시스템이 자신을 버그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자신을 '제거해야 할 오류'로 봤다.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 특수 상태 활성화: 배경 NPC의 의식 각성 】

【 이 상태는 정상이 아닙니다 】

【 배경 NPC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

【 배경 NPC는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

【 배경 NPC는 증거를 수집해서는 안 됩니다 】

카인이 깨달았다. 자신이 배경 NPC인 것만으로는 안 전했다는 것을. 배경 NPC가 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순간, 시스템은 그것을 오류로 인식했다. 그리고 오류는 삭제되어야 했다.

나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 깨달음이 카인의 몸을 통과했다. 하지만 두려움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자신이 이미 죽은 존재라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카인은 터미널을 조작했다. 손가락이 키보드를 빠르게 누르내려갔다. 자신의 데이터를 복사했다. 모든 학생의 데이터를 다운로드했다. 루벨의 거짓된 능력치, 교감의 거래 기록, 모든 엘리트들의 조작된 성적 — 모든 것이 저장장치에 담겼다. 진행 바가 올라갔다. 25%... 50%... 75%...

화면에 경고가 떴다.

【 무단 데이터 추출 감지 】

【 삭제 프로토콜 시작: 10초 】

카인은 저장장치를 빼냈다.

【 9초 】

카인은 코어룸을 나갔다.

【 8초 】

계단을 올라갔다.

【 7초 】

지하 2층, 지하 1층, 1층.

【 1초 】

【 시스템 재부팅 중... 】

그 순간, 아카데미 전체의 불이 깜빡였다.

카인은 어둠 속에서 멈춰섰다. 손에는 여전히 저장장치가 들려있었다. 모든 증거가 담긴 저장장치가.

위층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루벨의 부하들이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정전이야?"

"아니야. 시스템이 뭔가 했어."

"루벨한테 보고해."

카인은 벽을 따라 움직였다. 복도의 모서리를 향해. 그 순간, 손목의 화면이 켜졌다.

【 배경 NPC의 시스템 삭제 프로토콜 진행률: 45% 】

【 남은 시간: 2시간 15분 】

카인의 호흡이 가빠졌다. 자신이 정말로 삭제되고 있었다. 배경 NPC가 의식을 가지려고 한 순간, 시스템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루벨이 나타났다. 그의 눈이 카인을 찾아냈다.

"너야."

루벨이 말했다. 차가운 목소리였다.

"감시자가 너였구나."

카인은 저장장치를 더 단단히 움켜쥐었다. 루벨의 얼굴에서 읽혀오는 것은 분명했다. 자신을 죽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표현이었다.

"너 뭐 한 거야?"

루벨이 한 발 다가섰다.

"코어룸에 들어갔지? 뭘 했어?"

카인의 등이 벽에 닿았다.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손목의 화면이 계속해서 진행률을 표시했다.

【 배경 NPC의 시스템 삭제 프로토콜 진행률: 48% 】

루벨의 손이 카인의 목을 잡았다. 힘이 들어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카인은 루벨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지배자의 두려움이었다. 자신의 지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너는 뭘 하고 있어?"

카인이 물었다. 목이 죄어와도 목소리는 차분했다.

루벨의 손에 더 힘이 들어왔다.

그 순간, 복도 반대편에서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벨!"

세라가 달려왔다. 그 뒤에는 아론도 따라오고 있었다.

루벨의 손이 카인의 목에서 떨어졌다.

"세라? 너 왜 여기야?"

루벨이 물었다.

"시스템이 뭔가 이상해. 코어룸이 열렸고, 데이터가 추출됐어. 넌 뭐 한 거야?"

세라가 루벨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의심과 분노가 가득했다.

"아, 그건..."

루벨이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카인의 손목 화면이 다시 켜졌다.

【 배경 NPC의 시스템 삭제 프로토콜 진행률: 72% 】

【 남은 시간: 1시간 23분 】

【 경고: 배경 NPC는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

【 경고: 이 메시지가 보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시스템에서 삭제 중입니다 】

카인은 저장장치를 세라에게 건넸다.

"이걸 가져."

"뭐야, 이게?"

세라가 저장장치를 받았다.

"모든 증거야. 루벨이 뭘 한 건지, 교감이 뭘 한 건지, 모든 거."

루벨이 나아왔다.

"그걸 주지 마."

"왜?"

세라가 루벨을 막았다. 손으로 밀어냈다. 루벨은 벽에 부딪혔다.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데?"

아론이 카인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처음으로 진지했다. 이전의 의심과 거리감이 사라지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카인이 대답했다.

"너희가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그게 들어있어."

카인의 몸이 흔들렸다. 손목의 진행률이 78%에 도달했다. 자신이 정말로 사라지고 있었다. 시스템 속에서, 아카데미의 데이터 속에서.

"너 뭐야?"

아론이 물었다.

"난 너희 같은 학생이 아니야."

카인이 대답했다.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난 이 시스템 밖의 존재야. 그래서 이걸 할 수 있어."

카인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손가락부터. 피부가 회색으로 바뀌고 윤곽이 흐릿해졌다. 팔이 투명해졌다. 빛이 통과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자신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카인!"

세라가 외쳤다. 목소리에는 절망이 담겨있었다.

"저장장치로 전체 학생들에게 보내. 모든 증거를..."

카인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가슴도 투명해지고 있었다.

"...공정한 경쟁을."

카인의 몸 절반이 사라졌다.

【 배경 NPC의 시스템 삭제 프로토콜 진행률: 95% 】

그 순간, 루벨이 움직였다. 저장장치를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다.

세라가 루벨을 강하게 밀어냈다.

루벨은 벽에 다시 부딪혔다. 세라는 저장장치를 들고 달렸다. 아론을 데리고.

"기숙사로 가! 전체 방송실로!"

루벨이 뒤따라왔다. 하지만 세라와 아론은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루벨은 복도에 멈춰섰다. 그의 눈은 카인을 향했다.

카인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눈동자였다. 그것도 빠르게 흐릿해지고 있었다.

"고마워."

카인의 마지막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리고 완전한 침묵이 내려왔다.

루벨 혼자만 남겨진 복도에서, 손목 화면이 마지막 메시지를 띄웠다.

【 배경 NPC의 시스템 삭제 프로토콜 완료 】

【 카인 - 시스템에서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

【 모든 데이터 초기화 중... 】

【 초기화 완료 】

---

기숙사 방송실. 세라와 아론이 도착했을 때, 복도는 조용했다. 비상 조명만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시스템이 재부팅 중이었다.

세라는 저장장치를 들고 방송실 문을 밀었다. 아론이 바짝 따라왔다.

"빨리."

방송실의 터미널은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세라의 손이 떨렸다. 저장장치를 슬롯에 꽂았다.

【 데이터 인식 중... 】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세라의 숨이 가빠졌다. 카인이 남긴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루벨의 거짓, 교감의 부정부패, 시스템의 모든 비리.

"업로드해."

아론이 말했다.

"지금."

세라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눌렀다. 엔터.

【 데이터 업로드 중... 】

진행 바가 올라갔다. 10%... 30%... 50%...

"누가 있어?"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이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빨리!"

세라가 중얼거렸다.

【 70%... 85%... 】

문이 열리려는 순간, 진행 바가 100%에 도달했다.

【 전체 학생 알림 전송 중... 】

【 방송 신호 송출 중... 】

아카데미의 모든 스크린이 켜졌다. 모든 학생의 손목이 울렸다.

그리고 그들은 봤다.

루벨과 교감의 거래 영상. 명확한 목소리로 능력치를 올려주겠다는 대사. 손을 맞대는 장면.

드루이드와 다른 엘리트들의 능력치 조작 기록. 입학일부터 거짓으로 채워진 성적표.

교감이 "능력치를 올려주겠다"고 말하는 음성. "대신 넌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조건.

모든 거짓이 노출되었다.

메인 타워에서 교감의 비명이 들렸다.

"누가 한 거야! 누가!"

하지만 교감이 찾는 사람은 이미 시스템에서 삭제되었다.

카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인의 마지막 행동은 여전히 아카데미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진실을 마주했다. 그들이 경쟁한다고 믿었던 무대가 처음부터 불공정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불공정을 깨뜨린 것은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한 한 명의 학생이었다.

아카데미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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