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숨겨진 거래」
카인의 몸이 한 순간 투명해졌다.
기숙사 복도를 걷던 중이었다. 복도 모서리를 돌아서는 순간, 시스템 알림 대신 낯선 메시지가 떴다.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 감지. 시스템 재정렬 중...』
손을 들어올렸다. 손가락이 희미하게 보였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게 뭐지? 버그? 아니면 자신이 이 학교에 속하지 않는다는 신호인가?
5초. 10초.
투명함이 풀렸다. 몸이 다시 나타났다.
카인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 시스템 패널을 켜보려 했지만, 손가락이 정확히 움직이지 않았다. 세 번째 시도 만에 패널이 떴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카인 학년: 1학년 능력치: 등록되지 않음 경험치: 0/0 랭킹: 미등록
'미등록.'
그 단어가 화면에서 깜빡였다. 카인은 침대에 누웠다. 시스템 오류쯤이야 큰 학교에선 흔한 일이겠지. 내일 관리자에게 신고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내일이 왔을 때, 아무것도 고쳐지지 않았다.
---
다음날 실전 수업. 교관이 모든 신입생을 메인 홀에 모아놨다.
"기초 능력 점검이다. 순서대로 나와서 시스템 테스트를 받아라."
신입생들이 줄을 섰다. 카인은 줄의 맨 뒤에 섰다. 항상 그랬다. 목표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앞 학생들이 하나둘 테스트대 위에 섰다. 시스템이 그들을 스캔하고 능력치를 표시했다.
[학생 이름: 아론 / 능력치: 18 / 평가: 보통]
[학생 이름: 리나 / 능력치: 31 / 평가: 우수]
수치들이 떴다가 사라졌다. 카인은 그 수치들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중간쯤에서 뭔가 달라졌다.
테스트대 위에 선 학생은 루벨이었다. 1학년 1위라는 소문의 그 학생. 카인은 처음 봤다. 루벨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반짝였다.
시스템이 스캔했다.
[학생 이름: 루벨 / 능력치: 87 / 평가: 최상]
홀 안에서 작은 탄성이 나왔다. 신입생 중에 87이라니. 그건 상당한 수치였다.
루벨이 테스트대에서 내려왔다. 그의 얼굴은 만족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 후 더욱 당당해졌다.
카인은 그를 바라봤다. 어제 밤 꿈에서 본 루벨의 모습. 지하 3층의 어둠 속에서. 그건 꿈이었나?
그 순간이었다.
루벨이 카인을 보았다. 아니, 카인이 있던 방향을 보았다. 루벨의 눈빛이 변했다. 무언가를 찾듯이, 무언가를 의심하듯이. 그 눈이 카인과 만났을 때, 루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루벨은 고개를 돌렸다.
이상했다. 그 표정. 그 눈빛. 마치 자신이 누군가에게 발각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얼굴에 드러났다가, 다시 자신감으로 덮어버린 듯했다.
카인의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다음. 카인."
교관이 불렀다. 카인은 테스트대로 걸어갔다.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 카인은 시선을 피하며 테스트대에 섰다.
시스템이 스캔했다.
[학생 이름: 카인 / 능력치: 등록되지 않음 / 평가: 오류]
홀 안이 조용해졌다. 신입생들이 카인을 바라봤다. 어떤 학생은 웃었다.
교관이 프로토콜을 확인했다. "시스템 오류네. 나중에 관리자에게 가서 처리받아라. 다음."
카인은 테스트대에서 내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한 시선만 남아 있었다.
루벨의 시선이었다. 루벨은 카인을 바라봤다. 그 표정은 여전히 불안했다. 마치 자신을 감시하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카인은 고개를 숙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
수업이 끝나고 카인은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 5층 복도. 자신의 방까지 가는 마지막 구간이었다.
그때였다. 시스템 알림이 떴다.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 감지. 구역 내 무단 침입 감지. 시스템 확인 중...』
카인의 발이 멈췄다.
그 순간, 카인의 손이 희미해졌다. 이번엔 손뿐 아니었다. 팔이, 다리가, 몸 전체가 희미하게 변했다. 거울 같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투명했다.
카인은 놀라 침을 삼켰다.
『시스템 재정렬 중.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의 위치 재설정 중...』
알림이 떴다가 사라졌다.
카인의 몸이 다시 나타났다.
5초 만에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손가락이 다시 선명했다. 복도의 형광등 아래서 그림자도 제대로 드리워졌다.
카인은 떨리는 손으로 방 문을 열었다. 문을 닫고 의자를 문 앞에 밀어붙였다. 시스템 패널을 켜고 자신의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능력치: 등록되지 않음 경험치: 0/0 랭킹: 미등록
'뭔가 이상하다.'
어제는 단순한 오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느낀 게 있다. 투명화. 그건 오류가 아니라 뭔가 의도적인 거 같았다. 시스템이 자신을 인식할 수 없으니까 자동으로 은폐 상태로 전환되는 건가?
카인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루벨을 생각했다. 루벨이 자신을 본 것 같은 느낌. 그 불안한 표정. 혹시 루벨도 자신처럼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
다음날 오후.
카인은 도서관에 있었다. 기숙사에 있으면 루벨을 마주칠 가능성이 있었고, 자신이 더 노출되고 싶지 않았다.
도서관 3층 구석진 책장 사이에서 카인은 책을 읽는 척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루벨의 표정, 투명화 현상, 자신의 이상한 정체. 이 모든 게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때였다.
"혹시 넌 어제 수업에서 루벨을 봤어?"
카인은 깜짝 놀랐다. 누군가 자신 뒤에 서 있었다.
카인이 돌아봤다. 여학생이었다. 키는 작지만 눈빛이 예리했다. 자신감 있는 태도. 어제 테스트 때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라라는 이름표가 보였다.
"루벨이 어제 능력치가 87이었잖아. 그건 이상하지 않아?"
세라가 말했다.
"넌 오류가 났다고 했지. 왜 오류가 났을까? 그리고 왜 루벨은 하루 만에 이렇게 강해진 거야?"
세라가 카인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나도 이상해. 어제까지만 해도 루벨이 이 정도 수치는 아니었거든. 뭔가 변했어. 갑자기."
세라는 책장에 기대었다.
"혹시 넌...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카인의 호흡이 얕아졌다.
"아니, 괜찮아. 대답 안 해도 돼. 난 이미 알고 있으니까."
세라가 웃음을 지었다. 그건 친절한 웃음이 아니었다.
"다만... 넌 혼자가 아니라는 거. 알아? 나도 루벨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넌... 뭔가 다르다고 생각해."
세라가 돌아섰다. 떠나가면서 마지막 말을 던졌다.
"루벨은 누군가를 찾고 있어. 자기를 감시하는 누군가를 말이야.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마 넌 거 같아."
세라가 사라졌다.
카인은 책장에 기대어 섰다. 심장이 울렁거렸다.
세라는 알고 있었다. 정확히 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안다는 건 분명했다.
---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카인은 기숙사 방에 돌아왔다. 창밖으로 메인 타워가 보였다. 지하 3층. 어제 밤에 본 거래가 일어나는 그곳.
루벨이 교감과 뭔가를 나누고 있었다. 카인은 그것을 봤다. 음성 기록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카인은 시스템 패널을 켜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빠르고 결정적인 발걸음. 누군가 자신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카인은 책장 사이로 몸을 숨겼다. 아니, 이미 자신은 도서관을 떠났다. 카인은 방 문 뒤에 몸을 붙였다.
발자국이 복도를 지나갔다. 카인의 방 앞에서 멈췄다.
카인은 숨을 죽였다.
문 밖에서 누군가 카인의 방을 살펴보는 듯했다. 그 그림자가 문 아래로 스쳤다.
"여긴 없네."
루벨의 목소리였다.
카인의 심장이 철렁했다. 루벨이 자신의 방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찾고 있었다.
루벨의 발자국이 다시 들렸다. 복도를 돌아 계단 방향으로 향하는 소리.
카인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루벨이 정말 떠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5분이 지났다.
카인은 방 문을 열었다. 복도는 조용했다.
카인은 시스템 패널을 켜보려 했다.
그 순간, 새로운 알림이 떴다.
『경고: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의 활동 빈도 증가. 시스템 코어 접근 감지. 자동 격리 프로토콜 작동 준비 중...』
카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동 격리 프로토콜?
자신은 시스템 코어에 접근한 적이 없다. 어제 밤 투명화 현상 말고는.
그렇다면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인가?
카인은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시스템 패널을 켜고 자신의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카인 학년: 1학년 능력치: 등록되지 않음 경험치: 0/0 랭킹: 미등록 상태: 격리 준비 중
'격리 준비 중.'
그 문구가 깜빡였다. 마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 같았다.
카인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화면을 끄고 켜고를 반복했지만 경고 메시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카인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세라에게 연락해야 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아니다. 문자는 위험했다. 시스템이 추적할 수 있다. 아니, 자신은 NPC니까 추적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라가 자신과 연락하는 것이 들킬 수도 있다.
카인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카인은 다시 시스템 패널을 열었다. 문제는 그 알림이 뭐냐는 것이었다. '시스템 코어 접근 감지'라는 메시지는 자신이 지하 3층 거래실 근처에 있었을 때 나왔다. 그렇다면 자신의 투명화 상태가 뭔가를 트리거했다는 건가?
아니면...
카인의 눈이 커졌다.
어제 밤, 자신은 음성 녹음을 했다. 휴대폰으로. 그리고 그 파일을 어디에 저장했나? 클라우드다. 루미에르 아카데미 시스템과 연동된 학생용 클라우드.
시스템이 자신의 파일을 감지한 건가?
카인은 급히 휴대폰을 켜서 클라우드 앱을 열었다.
[파일 목록] - 수학 노트.pdf - 영어 단어장.docx - 녹음 파일_20250114.wav
거기 있었다. 파일이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파일명 옆에 작은 경고 아이콘이 붙어 있었다. 노란색 삼각형.
카인이 탭했다.
[경고: 비인가 접근 시도 감지됨. 파일이 격리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시스템 관리자에 의한 검토 대기 중.]
손가락이 떨렸다.
파일이 검토 대기 중이라는 건... 누군가 이미 그 파일을 봤다는 뜻인가?
카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돌아다녔다. 벽을 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감정을 드러내면 들킬 수도 있다. 아니, 자신은 NPC니까 감정 따위는 시스템이 추적할 수 없다. 하지만 루벨은? 루벨이 자신을 찾고 있고, 이미 의심하고 있다.
카인은 창밖을 봤다. 밤 10시. 기숙사 복도는 조용했다.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첫째, 시스템이 자신의 음성 파일을 감지했다. 둘째, 그 파일은 이미 격리되었고, 시스템 관리자—즉 교감의 검토 대상이 되었다. 셋째, 교감이 그 파일을 들으면 루벨과의 거래가 노출된다. 넷째, 자신의 격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카인은 침대에 앉았다. 손을 모았다. 떨리는 손을 억지로 진정시키려 했다.
아니다. 공포에 잠식당하면 안 된다.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파일이 격리되었다는 것. 그렇다면 다른 증거는?
카인은 다시 시스템을 켜보려 했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세라'.
카인은 한 번에 받았다.
"카인?"
세라의 목소리가 낮았다. 신중했다.
"응."
"지금 어디야?"
"기숙사."
"혼자야?"
카인은 짧게 "응"이라고 대답했다.
세라가 입을 열었다.
"시스템에서 뭔가 이상한 신호를 받았어. 너 이름으로 격리 프로토콜이 작동했다고. 그리고 음성 파일이 검토 대기 중이라고."
카인의 심장이 철렁했다.
"어떻게 알았어?"
"학생회 권한이 있어. 노엘이가 나한테 시스템 접근 권한을 줬거든. 그리고 너한테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확인해봤어."
세라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카인, 너 뭘 했어? 그 파일이 뭐야?"
"어제 밤 거래 음성이야. 루벨과 교감이 나누는 대화."
전화 너머에서 침묵이 흐렸다.
"그럼 증거가 이미 시스템에 적발됐다는 거네. 교감이 그거 들으면..."
"알아. 모든 게 끝난다."
카인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럼 어쩔 건데? 내일 집회는 어떻게 돼?"
"내일은... 못할 것 같아."
"왜?"
카인은 창밖의 메인 타워를 봤다.
"내가 격리되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해."
"뭘?"
"코어룸에 들어가야 해."
다시 침묵이 흘렀다. 세라의 호흡음만 들렸다.
"미쳤나? 코어룸? 거기 들어가면 게임 오버야, 카인."
"아니야. 나는 NPC니까. 시스템이 추적할 수 없어. 그리고 코어룸에는 모든 데이터가 있어. 루벨뿐만 아니라 다른 엘리트들의 거래 기록도, 교감의 거래 내역도 다 거기 있을 거야."
"그런데 격리 프로토콜이..."
"시간이 없어. 그게 내 기한이야."
카인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오늘 밤이야. 지금 가야 해."
"혼자? 그건 자살 행위야."
"방법이 없어. 루벨이 이미 날 의심하고 있고, 시스템은 날 삭제하려고 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카인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검은 옷으로 갈아입으며 말했다.
"세라, 너는 노엘이한테 얘기해 줘. 내가 코어룸에 들어갈 거라고. 그리고 내가 데이터를 가져오면, 그걸 가지고 집회를 열어. 나 없이도 가능할 거야."
"카인, 잠깐—"
"만약 내가 못 나오면, 내가 보낸 데이터로 모든 걸 밝혀. 루벨, 교감, 다 포함해서. 약속해."
"카인, 이건 너무..."
"약속해, 세라."
전화 너머에서 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알겠어. 약속할게."
"고마워."
카인이 전화를 끊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코어룸. 지하 3층.
그곳이 모든 답이 있는 곳이었다.
카인은 방을 나갔다. 기숙사 복도는 조용했다. 몇몇 학생들이 보였지만 아무도 카인을 신경 쓰지 않았다.
메인 타워로 향했다. 밤 10시 30분. 시스템 패널을 켜보니 격리 카운트다운이 계속되고 있었다.
[격리까지 남은 시간: 6시간 47분]
6시간.
카인은 메인 타워 입구에 섰다. 정문은 잠겨 있었지만, 학생은 24시간 출입이 가능했다. 카인의 학생증을 센서에 대었다.
비프음. 초록색 불이 켜졌다.
"환영합니다."
시스템의 기계음이 울렸다.
카인은 들어갔다.
메인 타워의 내부는 거대했다. 천장이 높고, 복도가 길었다. 밤의 타워는 더욱 적막했다. 전등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보안 카메라가 이곳저곳에 달려 있었다.
카인은 계단을 찾아 내려갔다.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지하 1층에서 지하 2층으로.
지하 2층. 교감의 사무실이 있는 층이었다. 카인은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하지만 지하 2층 복도는 비어 있었다. 카메라의 빨간 불빛만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카인은 계속 내려갔다.
지하 3층.
발을 딛는 순간, 시스템이 울렸다.
[경고: 금지 구역 진입. 권한 없음.]
하지만 카인을 막지는 않았다. 시스템이 카인을 인식할 수 없으니까.
지하 3층 복도는 어제 밤과는 달랐다. 낮 시간의 거래실이 잠겨 있었고, 다른 문들도 모두 폐쇄되어 있었다.
카인은 발끝으로 걸어갔다. 호흡을 최대한 죽였다.
복도 끝에 대형 금속 문이 있었다.
[시스템 코어룸] [권한 없음: 진입 금지]
카인은 손을 대었다.
문이 열렸다.
내부는 거대한 서버 룸이었다. 파란 불이 가득했다. 기계음이 울렸다. 차가운 냉각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카인은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에 큰 터미널이 있었다.
카인이 터미널에 다가섰다.
[로그인 필요]
화면에 글자가 떴다.
카인은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다. 대신 시스템 패널을 켜서 자신의 정보를 들어다봤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카인 등록: NPC(배경) 접근 권한: 무제한
카인은 웃음이 나왔다.
자신은 NPC였다. 시스템이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으니,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있었다.
카인이 터미널에 손을 대었다.
화면이 켜졌다.
거래 기록, 학생 능력치 조작 내역, 교감의 계좌 이체 기록, 프리미엄 던전 접근자 목록.
모든 게 여기 있었다.
카인은 손가락을 움직이며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이 순간, 누군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공포가 몸을 짓눌렀다.
[다운로드 중... 15%]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다운로드 중... 45%]
그 순간, 지하 3층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카인은 몸을 경직시켰다. 호흡을 죽였다.
[다운로드 중... 72%]
발자국이 가까워졌다. 복도를 지나 코어룸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카인의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심장이 귀를 때릴 것 같았다.
[다운로드 중... 89%]
코어룸 문이 열렸다.
교감 이사가 들어왔다. 손에 검은 파일을 들고 있었다.
교감의 눈이 코어룸 내부를 훑었다.
그리고 멈췄다.
터미널이 켜져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교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뭐야?"
그 순간, 카인의 투명한 손이 터미널 옆 센서를 눌렀다.
알람이 울렸다.
[비인가 접근 감지. 긴급 록다운 작동.]
모든 출입구가 잠겼다.
교감이 비명을 질렀다.
"누가? 누가 거기 있어?"
카인은 투명한 상태로 교감을 스쳐 지나갔다. 교감의 손에 들린 검은 파일을 본 순간, 무언가가 확실해졌다. 그건 자신의 음성 파일이 맞았다. 교감이 이미 들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복도로 나왔다.
긴급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카인은 계단을 올라갔다. 빠르게. 호흡이 거칠어졌다. 투명한 상태에서도 두려움이 몸을 휘감았다.
지하 2층. 지하 1층. 1층.
메인 타워 출입구에 도달했을 때, 시스템이 울렸다.
[격리 프로토콜 작동. 삭제까지 남은 시간: 00:03:42]
3분 42초.
카인의 호흡이 가빠졌다. 손이 떨렸다.
카인은 학생증을 센서에 대었다.
비프음.
문이 열렸다.
밤 공기가 카인을 감싸 안았다.
카인은 달렸다. 기숙사로. 투명한 몸으로 밤의 캠퍼스를 질주했다.
휴대폰을 켰다. 세라의 전화를 걸었다.
"카인? 너 괜찮아?"
"데이터 다 가져왔어. 모든 거래 기록, 능력치 조작, 다 여기 있어."
"정말?"
"응. 지금 보낼게."
카인은 데이터를 세라의 메일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기숙사 복도. 카인의 방에 도달했다.
[전송 중... 60%]
손가락이 떨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그 순간, 휴대폰 화면이 깜빡였다.
[시스템 오류 감지. 긴급 삭제 프로토콜 작동 중...]
[남은 시간: 00:01:15]
"카인? 뭐가 됐어?"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송이... 거의 다 됐어."
[전송 중... 89%]
방 문을 열었다. 창밖으로 메인 타워가 보였다.
타워의 모든 불이 켜지고 있었다. 긴급 상황을 알리듯이.
[전송 완료]
"됐어, 세라. 이제 넌..."
휴대폰이 꺼졌다.
시스템 패널도 사라졌다.
카인의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들렸던 건 세라의 목소리였다.
"카인? 카인!"
그리고 방 문이 열리는 소리.
루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거기 있어?"
시야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카인은 루벨의 얼굴을 봤다. 그 얼굴에는 공포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