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그된 신입생
불합격 통지서는 세 줄이었다.
"지원하신 루미에르 아카데미의 입시에서 불운하게도 선발되지 못했습니다. 내년도 재응시를 권장하며,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합니다."
카인은 그 종이를 방바닥에 내팽개쳤다.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밤새 울었다. 울다가 기출문제를 풀었고, 울다가 체력 단련을 했다. 일반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떨어졌다. 삼 년을 준비한 모든 것이 무너졌다.
엄마는 "괜찮아, 다음 기회가 있어"라고 했지만 카인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휴학 신청서를 냈다. 집에만 있었다. 창밖으로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다.
2주 후, 문자가 왔다.
"루미에르 아카데미 신입생 합격 통지입니다. 개강일은 3월 15일입니다."
카인은 눈을 의심했다. 다시 읽었다. 세 번을 읽었다. 문자 발신인은 '루미에르 아카데미 입시관리팀'이었다. 합격이 맞았다.
손이 떨렸다. 가슴이 철렁했다가 다시 뛰어올랐다. 실수인 걸 알면서도, 이 실수를 바로 신고하고 싶지 않았다. 밤새 고민했다. 그 다음날 아침, 카인은 입학 서류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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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에르 아카데미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그랜드 홀에서 시작되었다.
천장이 30미터는 넘어 보였다. 기둥들이 하늘을 떠받들 것처럼 서 있었고, 무대 위의 대형 스크린에는 '루미에르 아카데미의 게임 시스템'이라는 제목이 떴다.
카인은 1,200명의 신입생 사이에 앉아 있었다. 모두 자신과 같은 나이의 얼굴들이었다. 누구는 들뜬 표정이었고, 누구는 긴장한 표정이었다. 카인도 긴장했다. 이곳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죄책감과, 그럼에도 여기 있다는 기쁨이 가슴 속에서 싸웠다.
화면에 글자가 떴다.
[시스템 알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입장했습니다]
카인의 시야 위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옆에 앉은 남학생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남학생이 중얼거렸다. "오, 받았다." 앞쪽 여학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뒤쪽 누군가는 "확인했어?"라고 속삭였다.
모두가 알림을 받은 것 같았다. 카인만 받지 못했다.
심장이 철렁했다. 카인은 휴대폰을 꺼냈다. 아무것도 없었다. 화면을 눌렀다. 손을 털었다. 무언가 기술적인 오류인 것처럼 취급하고 싶었지만,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척추를 따라 내려갔다. 자신만 다르다. 자신만 시스템 밖에 있다는 공포 같은 것. 그런데 동시에—설렘이었다.
무대 위의 교감 이사가 발언을 시작했다.
"루미에르 아카데미에 입학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이 학교는 게임 엔진으로 운영되는 엘리트 교육 기관입니다. 각자의 능력치는 시스템에 등록되며, 노력과 성과에 따라 경험치를 얻게 됩니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세요."
그의 얼굴은 친절했다. 하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카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손가락을 들었다. 아무 알림도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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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업은 기초 전투론이었다.
카인이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이미 절반이 찼다. 교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카인은 맨 뒤 자리에 앉았다. 누구도 그를 알아채지 못했다.
"어, 카인?"
뒤돌아보니 아론이 서 있었다.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였다. 잔뜩 자란 얼굴에 반가운 표정이 떴다가, 금방 흐릿해졌다.
"너도 왔어? 어디 과 들어갔어?"
"일반 학생이야. 넌?"
"나도." 아론이 옆에 앉았다. "근데 뭐 하는 거야?"
"그냥… 앉아 있었어."
"항상 뒤에만 있네. 중학교 때도 그랬고." 아론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뭔가 가시가 있었다. "그 덕분에 뭐 했어?"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론은 이미 다른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카인은 그 대화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뒤에만 있었다. 항상 그랬다.
강의실 앞쪽에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검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었다. 그의 움직임이 다른 학생들과 달랐다. 보폭이 크고, 시선이 날카로웠고, 어깨의 선이 긴장되어 있었다. 그는 가장 앞 자리에 앉았다. 화면에 그의 정보가 떴을 것이었다. 카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루벨이다." 아론이 속삭였다. "1학년 1등. 벌써 화제야."
카인은 루벨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그 남학생이 돌아서다가 강의실 뒤를 훑고 지나갔다. 그의 눈이 카인을 지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카인을 지나친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곳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런데 한 순간, 루벨의 눈이 멈췄다.
카인의 심장이 철렁했다. 루벨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었다. 길었다. 매우 길었다. 루벨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무언가를 감지했으나, 시스템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루벨 자신도 혼란스러워하는 듯했다.
그다음 루벨은 고개를 돌렸다.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카인의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무섭다고 느껴야 하는데,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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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배정은 오후 3시에 있었다.
카인은 배정 사무실 앞 줄에서 기다렸다. 앞 사람들이 하나씩 나갔다. 모두 배정 안내장을 들고 있었다.
"다음."
카인이 걸어갔다. 사무실 책상 뒤의 직원은 태블릿을 만지작거렸다.
"이름."
"카인."
직원이 타이핑했다. 태블릿을 뒤척였다. 얼굴을 찡그렸다.
"어? 뭐 이상한데…" 직원이 다시 타이핑했다. "아, 시스템 오류네. 일단 일반 학생 구역 배정이 맞는데, 엘리트 구역 지도가 함께 나왔어. 뭐, 실수겠지."
두 개의 종이가 뽑혀 나왔다.
"일반 학생 구역은 남쪽 분관 B-203호. 엘리트 구역 지도는 그냥 버려."
카인이 종이를 받았다. 일반 학생 배정 안내장과 함께, 엘리트 구역의 상세한 평면도가 있었다. 복도, 계단, 금지 구역. 메인 타워 지하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카인의 손가락이 떨렸다.
"가."
카인은 종이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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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기숙사의 복도는 조용했다. 카인은 창문을 통해 달을 봤다. 엘리트 구역 지도를 꺼냈다.
종이가 너덜거렸다. 손가락으로 경로를 따라갔다. 메인 타워 지하 3층. 거기에 뭔가 표시되어 있었다. 원형의 기호. 그리고 옆에 작은 글씨로 '프리미엄 던전 입구'라고 적혀 있었다.
카인은 신발을 신었다.
기숙사를 빠져나갔다. 야간 순찰대는 없었다. 카인은 지도를 따라 메인 타워로 향했다. 시스템이 자신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움직이게 했다.
메인 타워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카인은 조용히 내려갔다. 1층. 2층.
3층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빛이 보였다.
파란색의 빛이 복도 끝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카인은 그 쪽으로 발을 옮겼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자신이 들릴까봐 두려웠다.
복도 끝의 벽에 문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문이었다. 하지만 지도에는 분명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 순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 이게 가능하냐고?"
루벨의 목소리였다.
"가능하다. 내가 시스템을 조작했거든."
교감의 목소리였다.
카인의 숨이 멈췄다. 손가락이 벽에 닿았다. 파란 빛이 손가락을 통과했다.
"다음 달까지 너의 능력치를 5단계 상향조정하겠다. 그러면 세라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 대신?"
"어머니의 자산 규모가 얼마더라고?"
카인의 눈이 커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충분하다. 3억이면."
"됐다. 계약서에 서명해."
카인은 몸을 날렸다. 누군가가 나올 수도 있었다. 복도를 뛰어 계단으로 향했다.
발걸음 소리가 뒤에서 났다. 카인은 멈췄다. 숨을 죽였다.
"뭔가 느껴지는데…"
루벨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카인은 계단으로 뛰어들어갔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하지만 루벨은 카인을 보지 못했다. 시스템이 카인을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벨은 복도 중간쯤에서 멈췄다. 그의 눈이 허공을 헤맸다. 분명 뭔가 있었는데, 시스템 알림은 없었다. 플레이어 감지도 없었다. 그저 이상한 느낌만 남았다. 마치 자신의 감각이 시스템과 모순되는 것처럼. 루벨은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그리고 다시 거래실로 돌아갔다.
카인은 지상층에 올라왔다. 숨을 헐떡였다. 벽에 기대어 몇 초간 호흡을 가다듬었다. 가슴이 폭발할 것 같았다.
무언가 확실해졌다. 자신은 다르다. 자신만 보이지 않는다. 자신만 시스템 밖에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자신은 NPC다. 시스템 데이터에 등록되지 않은 존재. 루벨이 감지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시스템이 인식할 수 없는 이상한 무언가. 카인은 손을 들었다. 여전히 아무 알림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은 이 학교의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도 아니고, 플레이어도 아니다. 그저 버그. 버그된 신입생.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카인은 한 명의 여학생과 마주쳤다.
검은 교복을 입은 그녀는 1학년이 아니었다. 2학년처럼 보였다. 긴 검은 머리, 차가운 눈빛. 그녀는 카인을 정확하게 바라봤다.
세라였다. 2위 엘리트.
"넌 누구니?"
질문이 차갑게 떨어졌다. 카인의 호흡이 얕아졌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찔했다.
"저는… 1학년입니다."
"이름?"
"카인입니다."
세라의 눈이 좁혀졌다. 그녀는 카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마치 무언가 중요한 것을 찾고 있는 것처럼.
"뭔가 이상한데."
세라가 말했다.
"넌 시스템 알림을 받아야 하는데, 받지 않는 것처럼 보여. 너는 지금 시스템 감시 범위 밖에 있는 거야. 어떻게?"
카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입이 말라왔다.
"저는 시스템 알림을 받습니다. 보통…"
"거짓말 하지 마."
세라가 한 발 가까워졌다.
"나는 데이터 분석 능력이 있어. 너는 이 건물의 감시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방금 지하 3층에서 올라온 건 분명한데, 거기는 금지 구역이야. 그리고 너는 평범하지 않다."
카인의 심장이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게 끝인가? 모든 것이 여기서 끝나는 건가?
"뭐 하려고 거기 갔어?"
"저는…"
"혹시 루벨을?"
세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루벨의 뭔가를 봤어? 거래를?"
카인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했다.
세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친절한 미소가 아니었다. 복잡한 미소였다. 호기심, 불신, 그리고 무언가 더.
"넌 누군데 그걸 볼 수 있어? 카인?"
"저는 단순히…"
"그냥 침묵하는 게 낫겠다."
세라가 말했다.
"난 아직 너를 신고할 이유가 없어. 대신 궁금해. 넌 뭐야? 시스템이 감지하지 못하는 뭔가?"
카인이 얼굴을 들었다. 세라는 이미 떠나가고 있었다. 복도 끝에서 멈춰 서서, 뒤를 보지 않고 말했다.
"다음에 또 본다면, 그땐 내가 너를 누군지 알아낼 거야. 그 전에 넌 뭔가 깨달아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카인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세라가 계단으로 사라졌다.
카인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가락이 계속 떨렸다. 세라가 알았다.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거의 맞게 알았다. 그리고 더 위험한 것은—루벨도 뭔가 느꼈다는 것이다. 그의 감각이 시스템의 데이터와 모순되었다. 카인은 자신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존재. 시스템이 인식할 수 없는 NPC. 버그.
카인은 기숙사로 돌아갔다. 방에 들어와 문을 잠갔다. 휴대폰을 켰다. 지하 3층에서 기록한 음성 파일이 있었다. 루벨과 교감의 거래 대화. 능력치 조작. 3억 원의 뇌물.
증거가 있었다.
세라의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그 말은 무엇을 의미했을까? 위협인가, 아니면 약속인가? 카인은 창밖을 봤다. 밤은 여전히 어두웠다. 메인 타워의 지하에서 흘러나온 파란 빛이 아직도 보였다. 프리미엄 던전.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무언가 끝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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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카인은 학생회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결정했다. 폭로하기로.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루벨은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세라는 자신을 감시하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카인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학생회장 노엘의 목소리였다.
카인이 문을 열었다. 노엘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카인을 봤다. 그리고 한 번 인식했다가, 다시 봤다. 카인은 낯선 신입생이었다.
"너 뭐하는 거야?"
"저는… 카인이라고 합니다."
"그래. 뭔데?"
"증거가 있습니다."
카인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음성 파일.
"루벨과 이사 교감의 거래 기록입니다. 능력치 조작. 시스템 부정부패. 모두…"
노엘의 얼굴이 굳었다.
"어디서 이걸 얻었어?"
"보시고 판단해주세요."
카인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진짜 이게 가능하냐고?"
루벨의 목소리가 울렸다.
"가능하다. 내가 시스템을 조작했거든."
노엘의 눈이 커졌다.
"이게… 진짜 루벨이 맞아?"
"네. 그리고…"
카인이 계속했다.
"이건 루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스템 전체가 조작되어 있습니다. 프리미엄 던전, 능력치 부스팅, 거래. 모든 엘리트들이…"
"잠깐."
노엘이 손을 들었다.
"넌 이걸 어떻게 녹음했어? 금지 구역은 카메라 감시가 있잖아. 시스템이 감지할 텐데…"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엘은 기울어진 눈으로 카인을 봤다.
"뭔가 이상한데… 넌 누구야?"
그 순간, 학생회실의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세라였다. 그녀는 카인을 봤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했잖아.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세라가 노엘에게 말했다.
"이 증거는 사실입니다. 내가 확인했습니다. 루벨의 능력치는 자연 성장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카인이라는 학생은…"
세라가 잠시 멈췄다.
"카인은 특별합니다. 시스템도 감지하지 못하는."
노엘이 카인을 봤다. 그의 표정은 놀라움과 의심이 섞여 있었다.
"그래.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카인이 말했다.
"폭로합니다. 모든 것을."
노엘은 음성 파일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결정했다.
"좋아. 하지만 이건 내가 혼자 할 수 없어. 너희가 공개적으로 증거를 제시해야 해."
"그럼?"
"전체 학생 집회를 소집합니다. 내일 정오. 모든 학생이 참석할 겁니다. 그 자리에서 이 증거를 공개하고, 이사 교감과 루벨을 추궁합니다."
세라가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시스템 코어룸에 접근해야 합니다. 거기가 모든 데이터의 중심이거든요."
"시스템 코어룸?"
카인이 되물었다.
"네. 거기를 열 수 있다면, 루벨뿐만 아니라 모든 엘리트의 조작 기록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세라가 지도를 꺼냈다. 엘리트 구역 지도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더 상세했다. 메인 타워 지하 3층, 그 아래.
"지하 3층 너머에 또 다른 층이 있습니다. 시스템 코어룸. 하지만 거기는 시스템 자체로 보호되어 있어요. 일반 플레이어는 접근 불가능합니다."
"나는?"
카인이 물었다.
"넌 시스템 감시 밖에 있으니까…"
"들킬 수 있다는 뜻이지."
카인이 말했다.
"만약 시스템이 나를 감지하면, 즉시 데이터 삭제."
노엘이 말했다.
"그럼 내일 정오까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 밤, 넌 코어룸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뭘 해야 하는데?"
"거기 있는 모든 거래 기록을 복사해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사 교감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어요."
세라가 카인의 손을 잡았다.
"이건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이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카인은 창밖을 봤다. 해는 지고 있었다. 밤이 올 것이다. 그리고 밤이 오면, 자신은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이번엔 더 깊이. 메인 타워의 지하, 그 아래 또 다른 어둠이 있었다.
카인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떨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좋습니다. 가겠습니다."
노엘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럼 내가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을 만들겠습니다. 학생회장 권한으로. 너는 이걸 들고 가."
노엘이 카드를 건넸다. 빛나는 카드. 그것은 일반 학생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물건이었다.
"이 카드를 사용하면 코어룸 문이 열릴 겁니다. 하지만…"
노엘이 잠시 멈췄다.
"카드 발급 기록이 시스템 로그에 남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이걸 알아챌 거야. 그래서 넌 빨라야 해. 30분 안에 데이터를 복사하고 나와야 한다."
카인은 카드를 들었다. 무거웠다.
"만약을 대비해서…"
"만약이 일어나면?"
"그럼 넌 영원히 사라집니다. 아카데미의 모든 기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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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카인은 다시 기숙사를 빠져나갔다. 이번엔 세라가 함께였다.
"여기부터는 내가 못 가. 너만 갈 수 있어."
세라가 메인 타워 입구에서 말했다.
"코어룸은 지하 4층입니다. 지도에 경로가 표시되어 있어요. 거기 도착하면, 학생회장 카드를 사용하세요. 그럼 문이 열릴 겁니다."
"그리고?"
"거기 있는 모든 컴퓨터의 데이터를 복사해옵니다. 우리가 준 USB를 사용하세요. 그럼 자동으로 저장될 겁니다."
세라가 USB를 건넸다.
"얼마나 걸릴까?"
"5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만약 시스템이 감지하기 시작하면…"
"도망칩니다."
카인이 말했다.
카인은 메인 타워의 계단으로 들어갔다. 지하 1층. 2층. 3층.
그리고 3층 너머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4층으로 가는 계단.
카인은 내려갔다.
4층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다른 세계였다.
붉은 불빛이 온통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벽 곳곳에는 무수한 화면들이 떠 있었다. 플레이어들의 데이터. 능력치. 거래 기록.
카인의 눈이 커졌다.
"이게… 모든 것이군."
카인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벽의 화면 하나가 카인을 향해 흔들렸다.
음성이 울렸다.
"침입자 감지. 침입자 감지."
시스템 음성이었다.
"계속 감지하면 강제 삭제를 시작합니다."
카인의 심장이 멈췄다. 시스템이 자신을 감지했다.
"아니야. 아직…"
카인이 USB를 꽂았다. 데이터 복사가 시작되었다.
화면들이 모두 붉게 변했다.
"침입자 삭제 카운트다운 시작. 10."
카인은 화면을 봤다. 복사 진행률 23%. 손가락이 떨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9. 8…"
복사 진행률 45%. 카인의 시야가 흔들렸다. 벽의 붉은 빛이 더 강해졌다.
"7. 6. 5…"
복사 진행률 78%. 카인의 목이 조여왔다. 시스템이 자신을 지우려 하고 있었다. 이것이 끝인가? 모든 것이 여기서 끝나는 건가?
"4. 3…"
완료.
카인은 USB를 뽑았다. 손이 떨렸지만 재빨랐다. 그리고 뛰었다.
계단으로 향했다. 뒤에서 붉은 빛이 따라왔다. 시스템의 삭제 신호. 카인의 다리가 계단을 재빨리 올라갔다. 3층. 2층. 1층.
지상층에 올라왔을 때, 붉은 빛은 사라졌다.
카인은 숨을 헐떡였다.
세라가 달려왔다.
"너 괜찮아?"
"네. 했습니다."
카인이 USB를 건넸다.
"모든 데이터가 여기 있습니다."
세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그럼 이제 끝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카인의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경고: 시스템 이상 감지. 긴급 회의 소집. 참석 대상: 모든 관리자 및 상위 1% 엘리트.】
루벨의 메시지가 동시에 들어왔다.
【뭔가 이상한데. 시스템 코어룸에 침입이 있었대. 너도 들었어? 내일 아침 다 드러날 거 같은데…】
카인과 세라는 서로를 봤다.
계획이 앞당겨졌다.
내일 정오가 아니라, 내일 아침이었다.
그리고 루벨의 메시지는 이미 발송된 지 5분이 지났다. 지금 이 순간, 루벨은 카인을 찾고 있을 것이다.
카인의 손가락이 떨렸다. 세라는 그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어."
세라가 말했다.
"이제 시작이야."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카인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들이 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했다. 자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내일 아침,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