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응급실 상황실의 모니터는 계속 울렸다.

"수신, 수신. 성심 권역외상센터입니다."

"서부순환도로 4번 교차로 대형사고. 버스 1대, 승용차 3대 추돌. 다중 외상, 현장 수습 중. 인명피해 규모 확인 중입니다."

도현의 귓가에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멈췄다. 4번 교차로. 살육의 커브. 그곳이다.

모니터의 헬기 카메라 화면에 붕괴된 노후 교량이 비쳤다. 버스가 그 아래 차도로 굴러 떨어져 있었고, 그 주변에 부서진 차체들이 흩어져 있었다. 교량의 콘크리트 블록이 길을 막고 있었다. 세 달 전 뉴스에서 본 그 다리다. '노후화 심각, 안전점검 필요'라던 그 다리.

"인원 확인됐습니다. 최소 12명 이상. 현장 의료진이 분류 중."

도현은 트리아지 존으로 향했다.

첫 번째 환자는 이미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버스 운전사, 60대. 흉부 외상, 양쪽 갈비뼈 다발 골절, 혈흉. 심정지 상태. 수술실로 직행.

"침대 3번 환자, 심박수 제로. 시작합니다."

도현의 손이 환자의 가슴 위에서 멈췄다.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 심장 마사지, 약물 투여, 제세동.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실패하는 8분.

아드레날린이 식을 무렵, 시간이 휘어졌다.

세상이 한 박자 앞으로 점프했다. 도현의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심장 박동음이 귀를 찌르고, 가슴 아래 갈비뼈의 위치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흉강천자. 바늘이 정확히 피 고인 공간에 진입했다. 혈액이 역류했다. 심정지 상태가 회복되었다.

그 순간, 도현의 왼쪽 손등에서 무언가 떨어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가 한 줌씩 아래로 내려앉는 것처럼.

의무기록에 표시했다. 침대 3번, 소생.

"다음."

두 번째 환자는 버스 안에서 나왔다. 40대 여성, 뇌 관통상. 이미 의식 소실. 동공산대. 뇌 손상으로 인한 뇌탈출 시작. 트리아지 판정: 흑색. 기대불가.

한수진이 침대 번호를 부르려 했다.

"4번."

도현이 말했다.

"응급실 수술실로."

"의사, 이 환자는 흑색입니다. 뇌 손상이 너무 심해서—"

"4번."

도현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한수진은 침대를 돌렸다.

수술실에서 도현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환자의 두개골을 들었다. 뇌척수액이 흘러내렸다. 시간이 부족했다.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8분이 다 되어갈 때, 도현은 눈을 감았다.

다시 한 번.

시간이 뒤로 굴렀다.

이번엔 도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봉합 실이 손가락에서 미끄러졌다. 다시 집었다. 떨렸다. 다시. 떨렸다. 세 번째에야 제대로 집었다. 뇌 손상 부위를 정확히 봉합했다. 의식이 돌아왔다.

"침대 4번도 소생."

도현의 목소리에 이상이 있었다. 쉬었다.

"다음."

세 번째 환자는 버스 뒷좌석에서 나왔다. 8살 여자아이. 복부 외상. 간 열상으로 인한 복강 내 출혈. 심박수 40. 의식 희미.

침대 9번.

도현은 아이의 손을 봤다. 자신의 손과 비교했다. 자신의 손에는 이미 갈색 반점이 20개 이상 보였다. 아이의 손은 깨끗했다.

"수술실."

상황실에서 방송이 울렸다.

"침대 11번 환자 심박수 급하강. 침대 14번 환자 호흡 정지."

오준혁이 도현의 팔을 잡았다.

"도현."

도현은 돌아보지 않았다.

"도현!"

"뭐야."

"넌 지금 죽어가고 있어. 봐. 너 손."

도현은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굽어 있었다. 관절이 굳어 있었다. 손등의 피부가 쭈글어 있었다. 마치 60대 노인의 손처럼.

"계속하면 안 돼. 지금 멈춰."

"11번부터 해."

"도현—"

도현이 팔을 빼냈다. 오준혁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침대 11번 환자는 흉부 손상으로 인한 기흉. 폐 손상. 이미 산소 포화도가 60%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도현이 가슴에 손을 얹은 지 3분. 4분. 5분. 심박수가 떨어졌다.

8분.

시간이 멈췄다.

도현은 손을 움직였다. 이번엔 손이 크게 떨렸다. 봉합 실이 두 번 떨어졌다. 세 번째에 집었다. 폐 손상 부위를 봉합했다. 산소 포화도가 올라갔다.

침대 11번도 소생.

도현이 수술실을 나왔을 때, 그의 얼굴에 주름이 더 깊어져 있었다. 눈가가 내려앉았다. 입가가 처져 있었다. 손등에는 30개 이상의 갈색 반점이 보였다.

"침대 14번 환자 호흡 정지 지속."

상황실 음성이 떨어졌다.

침대 14번은 버스 앞좌석. 3살 남자아이. 두부 외상. 경막하 출혈. 의식 소실.

도현이 아이를 들었을 때, 오준혁이 다시 팔을 잡았다.

"더는 안 돼. 진짜로."

오준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12명 중에 3명만 살려도 충분해. 이미 충분해. 도현, 제발."

도현은 오준혁의 얼굴을 봤다. 친구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아이야."

도현이 말했다.

"3살이야."

"알아. 알아. 근데 넌 죽는 거야. 넌 정말로 죽는 거야."

도현은 오준혁의 손을 풀었다. 오준혁은 손을 놓지 않았다.

"한 명 더."

"도현—"

오준혁이 도현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 도현은 오준혁을 보지 않고 팔을 빼냈다. 오준혁의 손이 공중에서 떨렸다.

수술실 조명이 아이를 비췄다. 도현의 손이 떨렸다. 시작 전부터 이미 떨렸다. 경막하 출혈 부위를 찾아야 했다. 두개골을 열어야 했다. 혈종을 제거해야 했다.

8분.

도현의 손가락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나무가지처럼 굳어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은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아주 정확하게. 경막하 혈종을 제거했다. 뇌 손상을 확인했다. 아주 작은 손상이었다. 살릴 수 있었다.

아이의 호흡이 돌아왔다.

침대 14번도 소생.

도현이 수술실을 나왔을 때, 그의 다리가 흔들렸다.

"침대 6번 환자 심박수 상승. 침대 8번 환자 의식 회복. 침대 12번 환자 산소 포화도 정상화."

상황실 방송이 계속되고 있었다.

도현은 복도의 벽에 기댔다.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펴지지 않았다. 구부린 채로 굳어 있었다. 손등에는 30개 이상의 갈색 반점이 보였다. 피부는 종이처럼 얇아져 있었다. 혈관이 도드라져 있었다. 마치 미라처럼.

한수진이 도현을 봤다.

간호사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즉시 의무기록실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켰다. 화면에 도현의 기록이 떴다.

"서도현, 32세, 남성. 3월 15일 정기검진 결과 제출."

한수진은 검진 결과를 입력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텔로미어 길이: 60대 초반 수준 골밀도: 70대 골다공증 수준 심박변이도: 만성질환자 수준

그리고 그 아래, 한수진이 직접 작성한 임상 관찰 기록:

"2024년 3월 15일 19시 45분. 환자 손가락 관절 굽음 심화. 피부 탄력도 급격히 저하. 안면 주름 심화. 신체 노화 지표 비정상적 급상승 의심. 센터장 이준호 의사에게 보고 필요."

한수진은 저장을 눌렀다.

그 순간, 응급실 복도에서 도현이 무릎을 꿀렸다.

벽에 기댄 몸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앉았다. 손이 바닥에 닿았다. 손가락이 굽어 있었다. 펼 수 없었다.

"서도현 의사."

목소리가 들렸다.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감사반 박민준이 서류 뭉치를 들고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표정이 없었다. 마치 판사처럼.

"당신의 비정상 소생률에 대해 질문이 있습니다."

박민준의 손에 든 서류 맨 위에는 도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빨간 글씨로 'AUDIT'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박민준이 한 장을 들었다.

"3월 2일부터 3월 15일까지, 당신이 담당한 환자 중 심정지 또는 임상적 사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총 23명입니다."

도현의 숨이 가빠졌다.

"그 중 당신이 치료한 환자의 소생률은 82.6%입니다."

박민준이 한 장을 더 들었다.

"같은 기간 다른 의사들의 평균 소생률은 4.1%입니다."

도현의 손이 더 떨렸다.

"당신의 소생률은 통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박민준이 서류를 도현 앞에 내려놨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도현은 서류를 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손등의 갈색 반점들이 마치 죽음의 낙인처럼 보였다.

"의사?"

박민준이 다시 물었다.

도현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손이 떨렸다.

박민준이 서류를 더 펼쳤다. 도현의 임상 기록, 수술 시간, 환자 결과지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모두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절망적 상황에서의 급속한 회복.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소생.

"서도현 의사, 당신이 어떤 약물을 투여했는지, 어떤 비표준 의료 행위를 시행했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박민준의 목소리는 차갑고 정중했다. 감정이 없었다. 마치 기계처럼 규칙을 읽어내려가는 톤.

도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초점을 잃고 있었다. 의무기록실 모니터에서 방금 전 한수진이 입력한 그의 검진 결과가 보였다. 60대의 텔로미어. 70대의 골밀도.

만약 박민준이 그것을 본다면.

"당신의 의료 기록은 완벽합니다."

박민준이 계속했다.

"약물 투여 기록도 없고, 비표준 시술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통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는 기록이 조작되었거나, 당신이 기록되지 않은 행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현의 손이 더 떨렸다. 손가락이 구부러진 채로 펼 수 없었다.

"당신은 지금 응급실에서 일할 수 있는 상태입니까?"

그것은 박민준의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술이었다. 박민준은 도현을 보고 있었고, 도현의 상태를 정확히 관찰하고 있었다.

오준혁이 복도의 끝에서 나타났다. 그는 달려왔다. 실제로 달려왔다.

"도현! 침대 9번이 다시 심정지야!"

오준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도현의 모습에 멈췄다. 그의 친구가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손가락이 구부러져 있었다. 얼굴은 회백색이었다.

"너 지금... 뭐하니?"

오준혁이 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질문이 아니었다. 깨달음에 가까웠다.

"침대 9번."

도현이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벽을 타고 일어났다. 다리가 흔들렸다. 박민준이 한 발 물러섰다.

"서도현 의사, 당신은 응급 상황에 투입될 상태가 아닙니다."

박민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정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명령이었다.

오준혁이 도현의 팔을 잡았다.

"도현, 진짜 멈춰. 넌 지금... 죽어가고 있잖아."

오준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어. 의사는 신이 아니야. 넌 왜 이걸 못 받아들이는 거야?"

도현은 오준혁을 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응급실 쪽을 향했다. 침대 9번의 알람음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침대 9번은 누구야?"

도현이 물었다.

"열 살 아이야. 뇌 손상. 심정지 재발."

오준혁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애절했다.

"도현, 제발. 이번엔 아니야."

도현은 오준혁의 손을 밀어냈다. 힘이 없었다. 팔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벽에서 떨어져 나왔다.

박민준이 한 발 더 물러섰다.

"서도현 의사. 당신이 응급실로 진입하면 의료 감시 규정 위반입니다."

박민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정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위협이었다.

도현은 박민준을 보지 않았다. 그는 응급실로 향했다. 한 발, 한 발. 다리가 떨렸다. 손가락은 펼 수 없었다.

침대 9번이 보였다.

열 살 남자아이. 안면 외상. 뇌 CT에서 경막하 혈종 재발. 심박수 30. 호흡 불규칙.

도현은 침대 옆에 섰다.

한수진이 도현을 봤다.

"서도현 의사. 당신은..."

한수진이 말을 멈췄다. 도현의 손을 봤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이 구부러져 있었다. 펼 수 없었다. 손등은 마치 노인의 손처럼 보였다. 30개 이상의 갈색 반점이 덮여 있었다.

한수진의 입이 열렸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침대 9번. 되감기."

도현이 중얼거렸다.

"아직 한 번이 남았어."

도현의 손이 아이의 팔에 닿았다. 떨렸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침대 9번의 심박수가 0으로 떨어졌다.

알람음이 끊겼다.

그 순간.

세상이 뒤로 흐르기 시작했다.

8분 전.

침대 9번의 심박수가 120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뇌파가 나타났다.

도현의 손이 움직였다. 떨렸지만 움직였다. 손가락이 펼쳐졌다. 펼쳐질 수 없었지만 펼쳐졌다.

그의 감각이 극대화되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렸다. 모니터의 신호음. 호흡기의 바람소리. 아이의 약한 호흡음.

침대 9번을 수술실로 옮겨야 했다.

"이동."

도현이 한 단어를 말했다.

침대가 움직였다. 도현도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다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100년을 걸어온 사람처럼.

수술실 8번.

도현이 침대 위에 섰다. 아니, 기대섰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구부러져 있었다.

8분.

아이의 두개골을 열어야 했다. 손이 떨렸다.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술칼이 정확한 위치에 내려갔다. 피부가 갈라졌다. 근육이 드러났다. 두개골이 나타났다.

경막하 혈종을 찾아야 했다.

손가락이 구부러져 있었다. 펼 수 없었다. 하지만 손이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아주 정확하게. 혈종을 발견했다. 작은 혈종이었다.

흡인해야 했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흡인관이 정확한 위치에 닿았다. 혈종이 빨려 나갔다.

아이의 호흡이 안정되었다.

심박수가 올라갔다.

아이의 눈이 움직였다.

4분이 남았다.

도현은 봉합을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하지만 바늘이 정확한 각도로 피부를 꿰뚫었다.

한 바늘.

다음 바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바늘이 떨어졌다.

도현은 다시 바늘을 집었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하지만 바늘이 피부를 꿰뚫었다.

또 다른 바늘.

또 다른 바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바늘이 다시 떨어졌다.

도현의 호흡이 가빠졌다.

2분이 남았다.

도현은 바늘을 다시 집었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하지만 손이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아주 정확하게.

봉합을 마쳤다.

아이의 호흡이 규칙적이었다.

심박수가 안정적이었다.

1분이 남았다.

도현은 수술실을 나오려고 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도현은 수술대에 기댔다. 호흡이 가빠졌다. 시야가 흔들렸다. 마치 물속에 잠긴 듯 세상이 흐릿했다. 손가락을 펼치려고 했다. 펼쳐지지 않았다. 손등을 봤다. 갈색 반점이 50개를 넘었다.

이 정도면 돌이킬 수 없다.

그 생각이 뇌를 관통했다. 명확했다. 절대적이었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앞으로.

침대 9번이 회복실로 옮겨졌다. 아이의 눈이 뜨였다.

도현은 수술실을 나왔다. 복도의 벽에 기댔다. 다리가 흔들렸다.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손등에는 50개 이상의 갈색 반점이 보였다. 피부는 종이처럼 얇아져 있었다. 혈관이 도드라져 있었다.

손이 떨렸다.

도현은 손을 내려놨다.

응급실 상황실에서 방송이 울렸다.

"침대 9번 환자 의식 회복. 신경학적 반응 정상화."

도현은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앉았다.

오준혁이 도현에게 달려왔다.

"도현!"

오준혁이 도현을 안았다. 도현의 몸이 흔들렸다.

"제발 멈춰. 너 지금 정말로... 죽어가고 있어."

오준혁의 목소리가 울렸다.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한수진이 도현을 봤다. 그리고 즉시 의무기록실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켰다.

도현의 기록을 불러왔다.

그리고 새로운 입력을 시작했다.

"2024년 3월 15일 22시 30분. 환자 신체 노화 지표 급격한 악화. 손가락 관절 완전 굽음. 피부 탄력도 극도로 저하. 안면 주름 극심화. 신체 기능 급속 붕괴. 즉시 센터장 및 의료질관리팀 보고 필수. 의료 부정행위 추적 필요."

한수진은 저장을 눌렀다.

그 순간, 응급실 복도에서 박민준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새로운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서도현 의사."

박민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정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었다.

"당신의 의료 기록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박민준이 서류를 펼쳤다.

"3월 2일부터 3월 15일까지, 당신의 소생률은 82.6%입니다.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박민준이 한 장을 더 들었다.

"동시에 당신의 신체 노화 지표가 비정상적으로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박민준의 눈이 도현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손등은 노인의 손처럼 보였다.

"서도현 의사. 당신의 소생률과 신체 노화 사이에는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박민준이 말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도현은 대답할 수 없었다.

박민준은 도현을 보지 않았다. 그는 서류를 내려놨다.

"당신은 즉시 의료 활동을 중단하고, 의료질관리팀의 조사에 응해야 합니다."

박민준이 돌아섰다.

"이것은 경고가 아닙니다. 명령입니다."

박민준이 사라졌다.

도현은 벽에 기댔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펼 수 없었다.

오준혁이 도현의 손을 봤다.

"도현... 넌 뭐 하는 거야?"

오준혁의 목소리는 절망적이었다.

도현은 대답할 수 없었다.

응급실에서는 계속해서 환자들의 알람음이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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