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혈실의 불소 조명 아래, 도현의 왼팔이 간호사의 손 위에 올려졌다. 그녀는 팔꿈치 안쪽을 더듬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
간호사의 손가락이 멈췄다. 도현의 팔을 돌려 빛에 비췄다. 그 얼굴이 묘한 표정으로 굳었다.
"혈관이... 이상한데요."
"뭐가 이상한데."
"나이 치고는 너무 경화되어 있어요. 탄성이 없고요. 보통 서른 초반이면..."
간호사는 말을 멈췄다. 도현의 얼굴을 재빨리 훑어내렸다. 그 시선이 의심으로 변했다.
도현의 숨이 얕아졌다. 간호사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도현을 더 자세히 관찰했다.
"다른 팔로 진행하겠습니다."
간호사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전문적이었지만, 뭔가 다른 톤이 섞여 있었다. 의심. 우려. 아니면 더 깊은 무언가.
바늘이 들어갔다. 시뻘건 혈액이 시험관으로 흘러내렸다. 그 붉은 색이 평소보다 진해 보였다.
간호사는 검사 기록을 입력하며 도현을 계속 훑어봤다. 그 시선 속에는 의료진만이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뭔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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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라운지. 도현은 커피머신 앞에 섰다. 종이컵에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컵을 집어 들려는 순간, 손끝이 한 번 더 경련했다.
철렁.
커피가 라운지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갈색 자국이 점점 퍼져 나갔다.
"어라?"
최은혜가 일어섰다. 그녀의 눈이 도현의 손에 고정되었다. 호기심에서 뭔가 더 진한 감정으로 변했다.
"손이... 떨리네?"
도현은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밤을 새웠어."
"밤을 새는 정도로 손이 떨려?"
그녀의 목소리가 단순한 질문을 넘어섰다. 의심의 톤이었다. 도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냥 피로야."
최은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계속 도현의 손을 따라다녔다. 종이타올을 집어 들어 테이블을 닦으면서도. 그 눈빛에는 의료진으로서의 경험이 담겨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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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 중환자실 입구. 한수진 간호사가 도현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어제보다 얼굴색이 안 좋으신데요."
"괜찮아."
"괜찮지 않으세요. 눈이 함몰되어 있고, 뺨이 움푹 패였어요. 이대로 가면 자신을 갈아 넣는 거예요, 도현 선생님."
한수진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녀는 응급실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한 간호사였고, 의사들의 몸 상태를 가장 정확히 읽는 사람이었다.
"우리 다 피로해. 여긴 그런 곳이지."
"다른 의사들은 이 정도로 변하지 않아요."
도현은 웃음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한수진의 말은 이미 깊이 박혀 있었다. 그녀의 눈은 거짓말을 받아주지 않는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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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 시 반, 휴게실. 도현은 검정색 수첩을 펼쳤다. 회진 기록용 메모지가 아니라, 따로 챙긴 것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줄을 그었다.
**1차 되감기: 오토바이 사고 환자, 8분 전으로 회귀. 시간 경과: 약 2시간 후 얼굴 주름 심화, 손목 뼈 두드러짐 감지.**
**2차 되감기: 교통사고 심정지 환자, 8분 전으로 회귀. 시간 경과: 약 4시간 후 피부 탄력 현저히 저하, 광대뼈 주름 심화.**
**3차 되감기: 뇌손상 환자, 8분 전으로 회귀. 시간 경과: 약 6시간 후 손등에 갈색 반점 5개 증가, 피로도 급증.**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이번엔 피로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도현은 계산을 시작했다.
8분 × 3 = 24분의 시간을 되돌렸다. 단 24분이다. 하루는 1,440분이다. 되돌린 시간은 전체 하루의 1.67%에 불과했다.
그런데 자신의 신체는?
그의 얼굴은 일주일치 노화가 압축되어 있었다. 손목은 한 달치 뼈 손실을 보이고 있었다. 혈관은 오십 대 초반 수준으로 경화되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계산기를 눌렀다.
되돌린 시간 1분당, 자신의 실제 수명이 약 60분씩 소모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8분을 되감으면 약 480분. 즉 8시간의 수명이 사라진다.
3번이면 24시간. 하루의 수명을 태웠다는 말이다.
종이에 다시 기록했다.
**8분 되감기 = 약 8시간 수명 소모 (시간당 1시간 손실)**
손이 떨렸다. 이번엔 피로가 아니라 공포였다.
만약 이 비율이 맞다면, 자신은 매일 밤 며칠씩의 생을 태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평균 수명 80년이라면, 이 속도로 나가면 한 달 안에 십 년을 소모할 것이다.
도현은 노트를 내려놨다. 손이 너무 떨려서 글씨를 쓸 수 없었다.
이건 피로가 아니다. 이건 약물 부작용도 아니다.
이건—
거부였다.
자신의 신체가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 떨림은 신체의 반항이었다.
도현은 노트를 다시 집어 들었다. 손을 멈추려고 했지만, 손은 계속 떨렸다.
그 순간, 응급실 전체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대량재난 코드. 서부순환도로 4번 교차로 버스 추돌 사고 발생. 중증 환자 다수 수송 중. 대량재난 코드. 대량재난 코드."**
음성이 반복되었다.
도현은 책상을 봤다. 검진 결과지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 봉인된 갈색 봉투. 아직 뜯지 않은 채로.
그는 손을 뻗었다. 봉투의 모서리가 손가락 끝에 닿았다.
뜯을까. 아니면 그냥 둘까.
손이 떨렸다.
도현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 무게가 있었다. 종이 한두 장이 들어 있을 뿐인데, 그것이 세상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봉투의 모서리를 찾았다.
찢어졌다.
갈색 봉투가 열렸다. 안에서 종이가 나왔다. 검진 결과지였다.
도현은 종이를 펼쳤다.
수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혈색소: 11.2 g/dL (정상: 13.5~17.5)**
**혈소판: 145,000/μL (정상: 150,000~400,000)**
**혈청 크레아티닌: 1.8 mg/dL (정상: 0.7~1.3)**
**혈청 칼슘: 7.8 mg/dL (정상: 8.5~10.5)**
**골밀도: -2.8 T-score (심각한 골다공증)**
모든 수치가 비정상이었다. 그것도 심각하게.
도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종이가 흔들렸다.
이 수치들은 60대 후반의 노인이 가져야 할 것들이었다. 도현은 32살이었다.
그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제대로 집을 수 없었다. 종이가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졌다.
다시 집었다. 손가락이 더 떨렸다. 그 무능함에 분노가 치솟았다.
도현은 종이를 찢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조각들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손이 떨려서 제대로 찢지 못했지만, 그는 계속했다. 찢고, 또 찢었다. 종이 조각들이 책상 위로 떨어졌다.
마지막 조각을 휴지통에 집어넣었다.
없애버렸다.
그 수치들을 보지 않으면, 그것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었다. 현실은 이미 몸 안에 있었다.
도현은 휴지통을 들었다. 종이 조각들이 보였다. 의료 기록. 자신의 신체 데이터. 그것을 없애려고 해도, 시스템에는 남아 있을 것이다. 병원 전자의무기록. 검사실 데이터베이스. 그곳에는 모두 기록되어 있다.
그는 휴지통을 다시 내려놨다.
이미 늦었다.
응급실 전체에 방송이 또 울려 퍼졌다.
**"대량재난 코드. 서부순환도로 4번 교차로 버스 추돌 사고 발생. 중증 환자 다수 수송 중. 대량재난 코드. 대량재난 코드."**
도현은 일어섰다.
휴대폰이 울렸다. 센터장 이준호였다.
**"서도현 의사, 응급실로 즉시 출동하시오. 버스 사고, 중증 예상. 준비하세요."**
도현은 응급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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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간호사들이 이미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침대가 준비되고, 수액백이 걸리고, 모니터가 부팅되고 있었다. 형광등 아래 모든 것이 전쟁터처럼 정렬되어 있었다.
최은혜가 도현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눈이 무언가를 포착했다. 입 끝이 살짝 올라갔다 내려갔다.
"첫 번째 구급차 3분 거리입니다!"
한수진이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정확했다. 응급실 간호사 7년 경력의 음성—상황을 즉시 장악하는 음색.
도현은 손을 들었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신경계가 망가져 가고 있었다. 자신의 손이 파괴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으로 지금 누군가를 살려야 했다.
첫 번째 구급차가 응급실 진입로에 들어섰다. 사이렌이 울렸다. 장시간 지속되는 고음. 그 울음이 멈추는 순간—
"환자 1번, 남성 56세, 버스 운전사, 흉부 둔상 및 복부 다발성 외상. 수축기 혈압 78. 의식 명확. 심박수 128."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응급실 안으로 흘러들었다. 도현은 침대 옆으로 움직였다. 환자는 이미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흙색으로 변한 얼굴, 빠르고 얕은 호흡.
"복부 팽창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있습니다. 우측 상복부 압통 심합니다."
도현의 손이 환자의 복부에 닿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다. 손을 숨기면 떨림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CT 준비하세요. 흉부 X선도. 복부 초음파 우선."
한수진이 즉시 움직였다. 최은혜는 여전히 도현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불편했다.
"도현."
최은혜가 다가왔다. 그녀는 항상 도현을 이름으로 불렀다. 다른 의사들과 달리 존댓말도 쓰지 않았다. 그것이 친밀함이기도 했고 때로는 부담이기도 했다.
"손이 떨려. 정말 괜찮아?"
도현은 짧게 대답했다. "다음 환자 준비 중이에요. 여성 42세, 두부 외상, 의식 저하 상태."
"도현, 내 말을 들어. 당신 손 상태 이상해. 검사받아야 해."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료진으로서의 우려가 담겨 있었다. 단순한 친구의 걱정이 아니라, 전문가의 진단이었다.
도현은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환자의 복부를 다시 촉진하려 했다. 손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손이 떨렸다.
최은혜의 눈이 그 떨림을 포착했다. 그녀는 입술을 다물었다.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다음 환자 진입."
구급차 사이렌이 또 울렸다. 도현은 첫 번째 환자에게서 눈을 떼고 두 번째 침대로 움직였다.
여성이었다. 42세, 검은 머리가 핏자국에 젖어 있었다. 반응이 없었다.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GCS 5. 우측 측두부 진입성 손상. 뇌출혈 의심."
구급대원이 보고했다.
도현이 환자의 머리를 들었다. 손가락 사이로 따뜻한 액체가 흘렀다. 혈액이었다. 이미 뇌척수액이 섞여 있었다.
"신경외과 콜하세요."
도현이 명령했다.
"신경외과 이미 콜 완료. 수술실 준비 중입니다."
한수진이 대답했다. 그녀는 이미 한 발 앞서 있었다. 항상 그랬다.
도현은 환자의 폐를 들었다. 우측은 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기흉일 가능성이 높았다.
"흉부 X선 지금 찍어주세요. 기흉 의심."
"이미 진행 중입니다."
한수진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세 번째 구급차가 들어섰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응급실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침대가 늘어나고, 환자가 늘어나고, 의료진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도현은 각 환자를 빠르게 훑었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그런 것처럼, 이들도 제각각의 손상 패턴을 보여주고 있었다. 흉부 외상, 복부 손상, 두부 손상, 사지 골절. 패턴이 명확했다.
그러나 일곱 번째 환자에서 도현의 발걸음이 멈췄다.
60대 남성. 얼굴이 거의 으깨져 있었다. 우측 눈이 함몰되어 있었고, 뇌 물질이 노출되어 있었다. 뇌 관통상이었다.
"남성 68세, 버스 뒷자리 탑승객, 뇌 관통상. 우측 측두부에서 전두부에 걸친 광범위 손상. 동공산대. 반응 없음."
구급대원의 보고가 들렸다.
도현은 환자의 머리를 봤다. 그곳은 더 이상 사람의 머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패턴이 아니라 끝이었다.
"트리아지?"
한수진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이미 답이 들어 있었다.
도현은 말하지 않았다. 그는 환자의 얼굴을 봤다. 뭉개진 얼굴 위에서 남은 눈이 하나 떠 있었다. 그 눈이 도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손이 떨렸다.
그것은 피로 때문이 아니었다. 신경계 손상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거부였다.
도현의 뇌가 그 환자를 포기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몸이 거부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 떨림은 신체의 반항이었다.
되감기 능력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8분이면 8시간의 수명. 이 남자를 살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태워야 할까? 뇌 관통상. 광범위한 손상. 뇌 물질 손실. 아마도 수십 시간. 수백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자신은 죽을 것이다. 자신의 수명이 바닥날 것이다.
손이 더 크게 떨렸다.
"흑색."
도현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한수진이 검은 태그를 환자의 팔목에 묶었다. 검은 색. 생명을 포기하는 색. 의료진은 이 환자를 더 이상 만지지 않을 것이었다. 자원은 살릴 수 있는 자를 위해 쓰여야 했다.
도현은 환자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런데 그 순간—
손가락이 더 크게 떨렸다.
도현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펼쳤다. 그 반복. 손가락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신경계 손상의 신호였다.
자신이 방금 무엇을 했는가?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환자를 포기했다. 자신의 신체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그것은 항의였다. 거부였다. 자신의 신체가 자신의 결정에 저항하고 있었다.
"다음 환자 진입."
도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탄했지만, 턱이 경직되어 있었다.
여덟 번째 환자. 아홉 번째 환자. 열 번째 환자.
환자들이 계속 들어왔다. 도현은 각 환자를 빠르게 분류했다. 적색, 황색, 녹색. 그리고 흑색. 또 다른 흑색.
응급실 한구석에 검은 태그가 달린 환자들이 쌓여갔다. 도현은 그들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눈을 돌렸다. 하지만 시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거기 있었다.
"도현, 손이 떨려."
최은혜가 말했다. 이번엔 확인이 아니라 우려였다.
"괜찮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안 괜찮아 보여. 몇 시간 자셨어?"
"충분히 자고 있습니다."
도현은 다음 환자에게 집중했다. 여성, 35세, 흉부 손상. 수축기 혈압 92. 심박수 115. 호흡음 좌측 감소.
"좌측 기흉, 혈흉 의심. 가슴관 삽입 준비하세요."
도현이 명령했다. 손을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다. 손이 떨리는 걸 숨기기 위해.
열한 번째 환자가 들어왔다. 열두 번째.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구급차 사이렌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응급실이 조용해졌다. 아니, 조용해지지 않았다. 모니터 음성, 수액 펌프 음성, 의료진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응급실에 들어오는 새로운 환자는 없었다.
도현은 심호흡을 했다. 손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12명 전원 분류 완료?"
센터장 이준호가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네. 적색 7명, 황색 3명, 녹색 2명. 흑색 1명."
도현이 보고했다.
이준호가 침묵했다. 그의 눈이 검은 태그가 달린 환자를 봤다. 그곳에 누워 있는 남자. 뭉개진 얼굴. 남은 눈. 그것이 여전히 떠 있었다.
"수술 준비 완료?"
이준호가 물었다.
"네.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가 모두 준비 완료. 수술실 5개 모두 기동 중입니다."
한수진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서도현 의사는 제1수술실로 가세요. 흉부 손상 중증 환자. 이미 마취과에 연락했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또 떨렸다. 더 크게. 더 뚜렷하게.
최은혜가 그것을 봤다. 도현이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기 전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도현 의사, 가세요."
이준호가 재촉했다.
도현은 움직였다. 수술실로 가는 복도를 걸었다. 발걸음이 흔들렸다. 아니, 발걸음이 흔들린 게 아니라 세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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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문이 열렸다. 마취과 의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간호사들이 기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환자는 마취 상태로 누워 있었다. 모니터가 비프음을 내고 있었다.
도현은 손을 씻었다. 찬 물이 손을 적셨다. 손끝이 떨렸다.
손을 닦았다. 그리고 장갑을 끼었다.
수술대 옆에 섰다.
환자의 흉부가 노출되어 있었다. 광범위한 타박상. 그 아래 어딘가 피가 고여 있을 것이다. 심낭액혈증. 혈흉. 도현은 진단했다.
메스를 집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메스를 내려놨다.
떨리는 손으로 수술을 할 수 없었다. 외과의의 손은 백분의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함이 필요했다. 떨리는 손은 살인 도구가 될 수 있었다.
도현은 손을 봤다.
자신의 손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은 노화된 손이었다. 피부가 주름지고, 혈관이 불거져 있고, 검버섯이 점점이 떠 있었다. 그것은 50대 손이었다. 도현은 32살이었다.
손이 떨렸다.
마취과 의사가 도현을 봤다. 그의 표정이 불안했다. 도현의 손이 떨리고 있는 걸 본 것이다.
"서도현 의사, 괜찮으세요?"
"예. 진행하겠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메스를 다시 집었다.
손이 떨렸다.
그런데 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도현의 뇌가 그 떨림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신경계가 손상되어 있지만, 뇌는 실시간으로 신호를 보정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뇌가 그 움직임을 계산하고 메스의 각도를 조정했다.
칼이 피부를 가르고 들어갔다. 정확한 각도. 정확한 깊이. 정확한 위치.
피가 나왔다.
도현은 계속 잘랐다. 가슴을 열었다. 그 안의 세계가 드러났다. 심낭. 폐. 대동맥. 모든 것이 손상되어 있었다. 혈액이 고여 있었다.
도현의 손이 움직였다. 떨리는 손이지만, 움직였다. 칼을 휘둘렀다. 봉합했다. 지혈했다.
그런데 갑자기—
메스가 미끄러졌다.
칼날이 대동맥 벽에 닿았다. 거의 천공할 뻔했다.
도현의 손이 즉시 멈췄다. 뇌가 위기를 감지했고, 손을 제어했다. 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한 떨림이 있었지만, 뇌는 그것을 상쇄했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메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동맥이 도현의 메스 끝에서 벗어났다. 밀리미터 단위의 차이. 그 차이가 생사를 갈랐다.
도현의 호흡이 멈췄다.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대동맥 천공. 그것은 수술 중 사망으로 직결된다. 환자는 순식간에 피를 흘리며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뇌의 보정 능력이 한계를 드러냈다. 손이 떨렸다. 메스가 흔들렸다. 도현은 그것을 느꼈다. 신경계가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손가락이 더 크게 떨렸다.
도현은 다시 시작했다. 더 조심스럽게. 더 정밀하게. 하지만 손은 계속 떨렸다.
이게 내 한계다.
도현은 깨달았다. 뇌의 보정도 영원하지 않다. 신경계의 손상이 계속 진행되면, 어느 순간 뇌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손은 더 이상 정밀한 도구가 아니라 흉기가 될 것이다.
다음엔 안 될 거다.
도현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은 운이 좋았다. 뇌가 간신히 보정했다. 하지만 다음은 없을 것이다. 신경계의 손상이 계속 진행되면, 손의 떨림은 뇌도 상쇄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환자를 수술할 수 있을까?
도현은 수술을 계속했다.
시간이 지났다. 1시간. 2시간. 2시간 30분.
모니터의 음성이 안정되었다. 혈압이 올라갔다. 심박수가 정상화되었다.
"환자 안정화. 봉합 진행하겠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마취과 의사의 표정이 완화되었다.
도현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도현은 알고 있었다.
되감기 능력이 활성화되었을 때처럼, 자신의 감각이 극대화되었기 때문이었다. 뇌가 손의 떨림을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보정하고 있었다. 신경계가 손상되어 떨리지만, 뇌가 그 떨림을 상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능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도현은 봉합을 계속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수술이 끝났다.
도현은 장갑을 벗었다. 손을 봤다.
검버섯이 이제 열 개였다.
손등의 피부가 더 얇아져 있었다. 혈관이 더 두드러져 있었다.
도현은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복도를 걸어 나갔다.
응급실로 가는 길.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센터장 이준호였다.
**"서도현 의사. 지금 센터장실로 오세요. 감사반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