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착각
응급실 화장실의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왼쪽 광대뼈 아래 주름이 어제보다 깊어 있었다. 피부가 처진 것도 아니고, 단순한 피로도 아니었다. 손목을 들어 올렸다. 뼈가 더 두드러져 있었다.
서도현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손가락이 이상할 정도로 차갑다. 피부 탄력이 확실히 떨어졌다. 어제 밤 첫 번째 되감기 후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2시간 전, 두 번째 환자를 8분 전으로 되돌렸을 때, 몸 전체가 불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 통증이 지금 이렇게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뼈를 깎아내는 듯한 노화. 그런데도 그 두 명의 환자는 살아 있다. 심정지에서 돌아온 환자. 뇌손상으로 응급 두개골 천공 수술을 받은 환자.
도현은 거울에서 시선을 거두고 화장실을 나왔다.
응급실은 새벽 여섯 시 반의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밤 근무팀이 아침 근무팀으로 교대 준비 중이었다. 도현은 중환자실로 향했다. 두 환자 모두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첫 번째 환자의 혈압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고, 두 번째 환자는 의식이 돌아오는 중이었다.
"서 선생님, 이 환자들 정말 기적이네요."
간호사 한수진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감탄이 아니라 의아함이 섞여 있었다. 이틀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회복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도현은 차트를 다시 확인했다. 첫 번째 환자는 내원 당시 심정지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15분 이상 심정지 상태가 지속되면 뇌사 판정이 임박하다. 그런데 그 환자가 지금 자발 호흡을 하고 있었다. 두 번째 환자는 좌측 두정부 관통상으로 뇌 조직 손상이 심각했지만, 도현의 수술로 출혈을 멈췄고 두개 내압이 정상화되고 있었다.
"통상적인 예후라면 이 정도는 불가능합니다."
도현은 의도하지 않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낮고 굳어 있었다.
오준혁이 옆에 나타났다. 그는 도현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눈썹이 약간 내려갔다.
"도현, 너 얼굴 색이 좀 안 좋은데. 밤을 새웠어?"
"그 정도야."
도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오준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첫 번째 환자의 모니터를 다시 봤다.
"이 환자, 정말 심정지에서 돌아왔어? 회복 속도가 비정상적이야."
오준혁의 눈이 차트로 향했다. 그는 입원 기록을 읽으며 미간을 좁혔다. 손가락으로 기록을 따라가며 시간을 대조했다. 응급차 도착 시간, 응급 처치 기록, 초기 활력 징후. 뭔가 맞지 않았다.
"응급 처치 기록이 이상한데. 심정지 발생부터 도착까지 시간이 맞지 않아."
도현의 가슴이 철렁했다.
"응급 처치가 제때 들어갔고, 기도 확보가 빨랐다."
도현의 답변은 정확했다. 거짓이 아니었다. 단지 시간을 8분 전으로 되돌렸다는 사실만 빠졌을 뿐이다.
오준혁이 도현을 다시 봤다. 그의 시선이 도현의 손에 머물렀다. 왼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 손이 떨리는데? 정말 괜찮아?"
"피로일 겁니다."
도현이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오준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의심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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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응급실 스테이션이 소란스러워졌다. 센터장 이준호와 응급의학과 과장 김태오가 함께 나타났다. 도현은 즉시 긴장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나타나는 일은 드물었다.
"서 선생님, 회의실로 와 주시겠습니까?"
이준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거부할 수 없는 톤이었다.
회의실에는 이미 여러 명의 의료진이 앉아 있었다. 감시 위원회 위원들이었다. 도현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은 공격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에 찬 것처럼 보였다.
이준호가 한 장의 종이를 테이블 위에 놨다. 차트였다. 도현의 이름이 적힌 통계 보고서였다.
"최근 3개월간 외상외과 입원 환자 중 서 선생님이 담당한 케이스의 사망률이 0.3%입니다. 센터 전체 평균이 12.4%인데 말입니다."
이준호가 천천히 읽어나갔다.
"특히 심정지 환자의 회복률은 39.2%. 업계 평균은 4.1%입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도현은 말을 하지 않았다. 침을 삼켰다.
"이를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김태오가 질문했다. 그의 표정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현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려다 멈췄다. 숨기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진단의 정확성입니다."
도현이 입을 열었다.
"진단?"
"심정지 판정 이전에 환자의 상태를 더 정밀하게 평가하면, 회복 가능성을 놓치는 경우를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 초기 진단 오류는 흔합니다. 저는 환자의 동공 반응, 뇌간 반사, 심전도 파형을 매우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되감기 중에는 감각이 극대화되어 정상인의 범위를 벗어난 정밀한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도현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것도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수술 기술입니다. 응급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정확한 기술로 출혈을 제어하면, 환자의 생존율이 올라갑니다."
이준호가 도현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복잡했다. 신뢰와 의심이 섞여 있었다.
"흠.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수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도현이 답변하려던 순간, 김태오가 손을 들어 차단했다.
"잠깐입니다. 서 의사의 최근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건강 상태?"
"네. 손 떨림, 얼굴 창백함, 체중 감소 징후. 이런 것들이 진단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정기 건강검진 일정이 있으신가요?"
도현은 침을 삼켰다.
"내일 오전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그 결과를 이 위원회에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케이스에 대해 상세한 기록을 제출하셔야 합니다. 정기적인 감시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준호가 최종 지시를 내렸다.
"이해합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그의 왼손이 테이블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이번엔 숨길 수 없었다.
김태오가 그 손을 자세히 봤다. 그리고 도현의 손등에 있는 갈색 반점들을 봤다. 그의 표정이 더욱 엄해졌다.
"혹시 피부 증상도 있으신가요?"
"아니습니다. 단순한 색소침착입니다."
도현이 거짓말을 했다.
"그렇다면 내일 검진에서 명확히 확인되겠네요. 회의는 끝입니다."
회의실을 나올 때, 도현은 뒤를 돌아봤다. 이준호와 김태오가 그 통계 보고서를 다시 들었다. 그들은 조용히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도현은 그들의 입술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명확했다. *감시*. 그것이 바로 이 자리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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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로 돌아온 도현은 오준혁과 마주쳤다. 오준혁은 도현을 보고 눈을 좁혔다.
"회의 어땠어?"
"괜찮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정말? 너 표정이 좋지 않은데."
오준혁이 도현의 팔을 잡으려 했다. 도현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환자 확인을 해야 합니다."
도현이 중환자실로 향했다. 오준혁은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뭔가 이상했다. 도현이 자신을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오준혁은 알고 있었다. 회복 속도가 비정상적이라는 자신의 지적 때문이었다.
오준혁은 도현이 남긴 차트를 다시 들었다. 응급실 기록 시스템에 접속해 도현의 최근 수술 영상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영상 타임스탬프와 실제 기록 사이의 시간 차이를 추적했다.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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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휴게실. 도현은 거울 앞에 섰다. 왼손을 들어 올렸다. 손등의 갈색 반점을 세었다.
어제 셋. 오늘 다섯.
카운트다운이 진행 중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현은 알고 싶지 않았다.
최은혜가 휴게실에 들어왔다. 그녀는 도현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 정말 대단하신데요?"
도현은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행입니다."
"저는요, 선생님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요. 환자를 정말 살리고 싶고,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 응급실을 만들고 싶어요."
은혜의 말이 도현의 가슴을 쳤다. 그 순간, 도현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왔다.
"사망률 0의 응급실이 되어야 합니다."
"네?"
도현은 은혜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에서 도현은 자신을 신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 센터가 사망률 0의 응급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응급실 말입니다."
도현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인가, 아니면 자신이 신이라는 착각인가.
은혜가 도현의 손을 봤다. 손등의 반점들이 보였다. 여섯 개였다. 어제보다 하나 더 늘어나 있었다.
"선생님, 손이..."
은혜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도현은 즉시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손가락들이 떨렸다.
"괜찮습니다. 피부 알레르기입니다."
도현의 거짓말이 은혜의 의심을 잠시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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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0분, 도현의 사물함에 봉투가 꽂혀 있었다. 성심대학교 병원 건강검진 정기 통보서였다.
도현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 날짜는 내일 오전 9시였다.
그는 봉투를 다시 사물함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있었다. 건강검진. 평소라면 무관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신체가 무엇인가에 의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현은 봉투를 뜯으려 했다가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봉투 안에 무엇이 있을까.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해주는 수치들? 아니면 예상 밖의 결과?
그는 봉투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열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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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15분, 응급실에 신호가 들어왔다. 서부순환도로 4번 교차로 추돌. 승용차 3대 관련. 중상 환자 2명 지금 수송 중.
도현의 피로는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피곤함은 사라지고, 긴장이 자리를 잡았다.
"트리아지?"
한수진이 도현에게 달려왔다.
"아직 현장 정보 수집 중. 5분 뒤 도착 예정."
도현은 즉시 응급실 준비 구역으로 향했다. 간호사들이 벌써 모니터와 의료용품을 점검하고 있었다. 도현은 손을 씻고, 장갑을 껴 손가락을 펼쳤다 모았다를 반복했다.
손이 멈춰 있나?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가?
'신경 쓰지 마.'
그는 자신에게 중얼거렸다.
3분 뒤, 응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첫 번째 환자가 도착했다.
"남성, 45세, 추돌 시 운전석 탑승. 흉부 외상, 좌측 갈비뼈 함몰 골절, 의식 명확함."
패러메딕의 보고가 끝나기 전에 도현은 환자의 흉부를 촉진했다. 갈비뼈의 움푹 들어간 부분, 그 아래 폐음이 약해진 구간. 기흉의 조짐이 보였다.
"흉부 X-ray 즉시. 산소 2리터 비강 캐뉼라. 정맥로 2개 확보. 생화학 검사 의뢰."
도현의 지시가 쏟아져 나왔다. 간호사들이 움직였다. 한수진은 환자의 손목에 손을 얹고 맥박을 확인했다.
"맥박 92, 혈압 138/88. 산소 포화도 94%."
"좋습니다. 관찰실로. 지속적 모니터링."
도현은 다음 환자에 집중했다. 이미 두 번째 응급차가 도착하고 있었다.
"여성, 38세, 조수석. 머리 부상, 의식 저하, 반응성 있음."
여성 환자의 얼굴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도현은 즉시 신경학적 검사를 시작했다. 동공 크기, 빛에 대한 반응, 사지 근력. 뭔가 이상했다. 오른쪽 동공이 왼쪽보다 약간 컸다.
"두개골 초음파. CT 예약. 응급 준비."
"얼마나 심각한가요?"
환자의 남편이 도현을 붙잡았다.
"지금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가 필요합니다. 곧 알려드리겠습니다."
도현이 남편을 밀어내지 않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 차분함이 남편을 조금 안심시켰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 환자의 뇌CT에서 경막외 혈종이 보였다. 크기는 작지만, 뇌압이 상승하고 있었다. 응급 수술이 필요했다.
도현은 신경외과 의사를 호출했다. 동시에 여성 환자를 수술실로 이동시켰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였다. 도현의 손은 이 모든 과정에서 정확하게 움직였다. 떨림이 없었다.
아니다. 떨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긴장 때문이었다. 능력의 대가 때문이 아니었다.
도현은 자신을 그렇게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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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30분, 도현은 회의실에 다시 불려갔다. 이번엔 이준호 혼자였다.
"서 의사, 앉으시겠습니까?"
이준호가 의자를 가리켰다. 도현은 앉았다.
"당신의 건강검진이 내일이라고 했는데, 혹시 최근에 특이한 증상이 있으셨습니까?"
"없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정말입니까?"
이준호가 도현의 손을 봤다.
"손 떨림, 피부 변화, 체중 감소. 이런 것들이 모두 없으신가요?"
"...네."
도현이 거짓말을 했다.
이준호는 도현을 오래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연민과 의심이 섞여 있었다.
"서 의사, 당신의 성과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의료진의 건강도 중요합니다. 만약 신체적 문제가 있다면, 즉시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이해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오준혁 의사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가 최근에 당신의 회복 속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들었는데요."
도현의 가슴이 철렁했다.
"동료로서의 정상적인 관심입니다."
"그렇다면 좋겠네요. 하지만 당신이 그를 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팀 내의 신뢰 관계가 흔들리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갑니다."
이준호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알겠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내일 검진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이준호가 손을 들었다. 회의는 끝났다.
도현이 회의실을 나올 때, 이준호는 그 통계 보고서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서류철 속에 끼워 넣었다. 그 동작은 마치 비밀을 보관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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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휴게실. 도현은 의자에 앉아 자신의 손을 봤다. 손등의 갈색 반점을 다시 세었다.
일곱 개였다.
카운트다운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도현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이 신이라는 착각이 현실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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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45분, 도현의 손가락이 또 다시 떨렸다. 거울 앞에서 손등을 봤다. 여덟 개였다. 반점이 하나 더 늘어나 있었다.
도현은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손가락들이 경련처럼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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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응급실 복도. 오준혁이 도현을 붙잡았다.
"도현, 너 정말 괜찮아? 응급차 올 때 손이 떨렸어."
"괜찮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정말? 너 요즘 계속 뭔가 숨기는 것 같은데."
오준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도현의 손을 잡으려 했다.
"환자가 있습니다."
도현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오준혁은 놓지 않았다.
"도현. 너한테 뭔가 있으면 말해. 우리 팀이잖아."
도현은 오준혁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도현은 그것을 외면했다. 자신이 무엇인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오준혁의 의심을 확인시켜주는 것과 같았다.
"정말 괜찮습니다."
도현이 손을 빼냈다. 그 손가락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오준혁은 그것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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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45분. 도현의 사물함 앞.
봉투가 꽂혀 있었다. 성심대학교 병원 정기 건강검진 통보서. 날짜는 내일 오전 9시.
도현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들이 떨렸다. 이번엔 더 심했다.
그는 봉투를 뜯으려 했다. 하지만 멈췄다. 손가락이 경련처럼 떨렸다.
봉투를 주머니에 넣었다. 손등을 봤다. 아홉 개였다.
한 줄로 늘어선 아홉 개의 갈색 반점. 마치 무언가를 세는 것처럼. 마치 카운트다운처럼.
도현은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손가락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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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15분, 응급실에 신호가 다시 들어왔다. 서부순환도로 인근 식당 건물 붕괴. 다중 외상 환자 대량 발생. 현재 5명 수송 중, 추가 환자 발생 가능.
도현의 몸이 경직됐다. 대량 환자 발생. 이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모두를 살릴 수 없다는 뜻이었다. 되감기는 한 번에 한 명의 환자만 가능했다. 5명이 동시에 들어온다면?
응급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모든 의료진이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도현도 움직였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첫 번째 환자가 도착했다. 남성, 52세, 복부 외상, 장기 손상 의심. 도현은 즉시 촉진을 시작했다.
두 번째 환자. 여성, 31세, 다리 골절, 출혈 다량.
세 번째 환자. 아이, 8세, 두부 외상, 의식 저하.
도현은 아이를 봤다. 그 작은 얼굴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도현의 손이 더욱 떨렸다.
"신경외과 호출! CT 즉시!"
도현이 외쳤다.
오준혁이 나타났다. 그는 도현을 봤다. 도현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도현, 너..."
오준혁이 말을 시작했다. 그 순간, 네 번째 환자가 도착했다.
"남성, 67세, 흉부 외상, 심정지 상태!"
도현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떨렸다. 가슴 압박이 정확하지 않았다. 리듬이 흔들렸다.
"도현!"
오준혁이 도현의 팔을 잡았다.
"손을 놔!"
도현이 외쳤다.
"너 손이 떨려. 내가 할게!"
오준혁이 도현을 밀어냈다. 도현은 옆으로 물러났다. 그의 왼손이 주머니에서 나왔다. 손등에는 아홉 개의 갈색 반점이 늘어서 있었다.
오준혁이 그것을 봤다. 그리고 도현의 얼굴을 봤다. 피부가 처진 얼굴, 움푹 패인 눈, 뼈가 드러난 손목.
"도현, 너 뭐야?"
오준혁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섞여 있었다.
"환자를 봐."
도현이 말했다.
오준혁은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 도현은 옆에 서서 그것을 바라봤다. 자신의 능력으로 이 환자를 되감기할 수 있다. 8분 전으로 돌려서 심정지 상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도현은 손등의 반점을 봤다. 아홉 개. 열 개가 되면 무엇이 될까?
"도현!"
오준혁이 도현을 봤다.
"뭐 하고 있어? 약물을 줘!"
도현은 에피네프린을 준비했다. 손이 떨렸다. 주사기가 흔들렸다.
"손이 떨려!"
간호사가 외쳤다.
도현은 주사기를 놨다. 간호사가 대신 약물을 주입했다. 모니터에 심전도가 나타났다. 약한 박동. 그리고 다시 평탄선.
"다시!"
오준혁이 외쳤다.
도현은 손등을 봤다. 열 개의 반점이 있었다. 더 이상 셀 수 없었다.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그 순간, 도현의 손가락이 경련처럼 떨렸다. 주머니 속에서. 마치 무언가가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도현, 약물을!"
오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현은 손을 들었다. 손등의 열 개 반점이 보였다. 그것은 더 이상 색소침착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다. 자신이 신이 아니라는 경고.
"도현!"
오준혁이 다시 외쳤다.
도현은 입을 열었다. 말하려고 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했는지.
하지만 그 순간, 응급실 전체가 울렸다. 다섯 번째 환자 도착 신호. 그리고 여섯 번째 환자 신호.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도현은 모니터를 봤다. 네 번째 환자의 심전도는 여전히 평탄선이었다.
"다시 한 번!"
오준혁이 외쳤다.
도현은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손가락들이 떨렸다. 아니, 경련했다. 마치 자신의 신체가 무언가에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도현은 알았다. 이것이 끝이라는 것을. 자신이 신이라는 착각의 끝.
"도현, 약물을!"
오준혁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현은 손을 꺼냈다. 손등의 열 개 반점이 보였다. 그것은 더 이상 색소침착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죄였다.
모니터는 여전히 평탄선을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