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대피하라! 가마에서 멀어져라!”
야철 장인 서태강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대기를 갈랐다.
화덕의 숨구멍마다 뿜어져 나오는 가스는 이미 벌건 대낮의 하늘을 뿌연 황색으로 뒤덮고 있었다. 코가 마비될 것 같은 지독한 유황의 악취가 허공을 잠식했다. 가열로 하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진동은 대지를 흔들며 당장이라도 철판을 찢고 솟구칠 화산의 전조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이진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시선은 가열로의 가장 뜨거운 심장부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망막 위에 투사된 푸르스름한 수치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경고를 울려댔다.
[내부 압력: 4.5기압 - 폭발 임계치 돌파] [내화벽돌 균열율: 89%…… 90%……] [잔여 시간: 42초]
“마마! 고집을 버리셔야 합니다! 이 가마가 터지면 여기 있는 자들은 뼛가루도 남지 못합니다!”
서태강이 이진의 도포 자락을 붙잡으며 울부짖었다. 평생 철을 만져온 노장의 눈에 서린 것은 미지의 기술에 대한 경외가 아닌, 자연의 분노 앞에 직면한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였다.
이진은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으로 서태강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끝은 이미 동기화의 대가로 푸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심장 부근에서부터 시작된 지독한 오한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뻗쳐 나갔지만, 그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명징했다.
“비켜라.”
이진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이 가마는 터지지 않는다.”
과거 현대 제철소에서 수없이 겪었던 가스 오동작 사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인간은 기계를 두려워하지만, 기계는 오직 입력된 물리 법칙대로만 움직일 뿐이다. 이 척박한 조선의 땅에서, 질 나쁜 유황 석탄을 다루기 위해 그가 심어둔 비장의 패가 바로 저 가마의 숨통 안에 있었다.
이진은 가열로 우측에 설치된 고온 송풍구의 외곽 밸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 송풍구의 내벽 개스킷은 지난달 그가 장인들을 혹사하며 특수 배합하게 한 백산 토착 고령토로 만들어져 있었다. 일반적인 황토나 점토와 달리, 알루미나 함량이 극도로 높은 그 고령토는 고온에서는 단단히 버티지만, 특정한 극저온의 공기와 접촉하면 급격하게 수축하는 열팽창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진은 송풍구 외벽의 차단 레버를 움켜쥐었다.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간 북방의 칼바람이 철제 레버를 타고 그의 손바닥을 얼려 버릴 듯 침투했다. 가슴속에서 억눌린 기침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이진은 이가 부러질 정도로 이를 악물며 레버를 힘껏 젖혔다.
콰아아앙!
레버가 돌아감과 동시에, 외부의 혹한을 담은 차가운 바람이 가열로 내부의 고온 송풍구 외벽으로 직입(直入)했다.
“마마! 미치셨습니까! 가마에 찬바람을 넣으면 내화벽돌이 열충격으로 박살이 납니다!”
서태강이 머리를 감싸 쥐며 바닥에 엎어졌다. 장인들은 이제 죽었다는 듯 눈을 감고 서로를 껴안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가마에 영하 35도의 외기를 들이붓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러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쉬이이이이익―!
오히려 가마 내부에서 고압의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비명이 날카로운 금속성 소음으로 바뀌었다.
송풍구 내벽에 장착되어 있던 고령토 백토 개스킷이 영하의 외기와 접촉하자마자 순식간에 수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열수축 강도가 극대화되는 배합비 덕분에, 개스킷은 단 3초 만에 부피를 12% 이상 줄여 가며 내벽 사이에 정확히 4.5밀리미터의 미세한 틈새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이진이 정밀하게 계산해 놓은 ‘긴급 압력 방출 밸브(Bypass Valve)’였다.
[백토 개스킷 수축 완료] [바이패스 유량: 125m³/min] [내부 압력: 4.5기압 -> 3.2기압 -> 2.1기압] [폭발 위험 해제]
가마를 찢을 듯 팽창하던 황화가스가 분출구의 틈새를 통해 하늘 높이 솟구치며 흩어졌다. 시커먼 연기가 북방의 하늘로 길게 뻗어 나가자, 가마의 진동이 거짓말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던 가열로 외벽이 안정적인 암적색을 되찾아가는 모습이 장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서태강은 바닥에 엎드린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가마는 멀쩡했다. 자신들의 목숨 역시 고스란히 붙어 있었다. 노장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흔들렸다.
“이…… 이것이 어찌 된 일입니까? 찬 공기가 들어갔는데도 어찌 노벽이 무너지지 않고 가스만 빠져나간단 말입니까?”
이진은 차가운 숨을 내쉬며 손바닥에 묻은 거뭇한 검댕을 털어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온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만큼은 노벽보다 단단했다.
“내가 지난달 가마를 지을 때 백토와 점토의 비율을 몇 번이고 다시 맞추라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기억…… 하옵니다. 소인은 그저 대군마마께서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시는 줄로만 알고…….”
“그 흙은 영하의 바람을 맞으면 스스로 몸을 움츠려 숨구멍을 만든다. 가마가 터지기 직전, 뜨거운 압력을 밖으로 흘려보낼 길을 미리 만들어 둔 것이다. 자연의 성질을 다스리는 것은 무지한 감각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수치다.”
이진은 비틀거리는 몸을 가열로 외벽에 기대었다. 가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도포를 타고 스며들자, 멈출 것 같던 심장의 박동이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망막 위로 새로운 설계 수치가 파랗게 떠올랐다.
[가마 내부 온도: 1,420°C 유지] [용융 슬래그 분리율: 98.4%] [용강 내 황(S) 함량: 0.018% - 극초저황 영역 진입]
이진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조선의 조잡한 유황 석탄으로도 현대식 특수강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탈황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서태강.”
“예, 예! 마마!”
“가마의 온도가 떨어지기 전에 출선구(出銑口)를 열어라. 우리가 원하는 진짜 철이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서태강은 홀린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더 이상 이진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의 눈에 서린 것은 단순한 복종이 아닌, 신을 마주한 필멸자의 경외심이었다.
“출선구를 열어라! 어서 쇳물을 받아라!”
서태강의 호통에 장인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흙으로 막아두었던 가마 하부의 구멍을 쇠창으로 내리치자, 마침내 붉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 액체 괴물이 쏟아져 나왔다.
쿠오오오―!
이전의 주조 작업에서 보아왔던 거무죽죽하고 탁한 쇳물이 아니었다. 마치 정제된 태양의 조각을 흘려보내는 듯, 불순물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한 백색의 쇳물이 진흙으로 만든 수로를 따라 흘러내렸다.
쇳물이 형틀에 담기며 뿜어내는 열기가 얼어붙어 있던 야철지 전체를 단숨에 봄날처럼 데워놓았다.
“아…….”
장인 중 누군가가 탄성을 질렀다.
쇳물이 식어가며 드러난 표면은 기이할 정도로 매끄러웠다. 거친 기포나 유황의 그을음으로 가득했던 이전의 철괴들과 달리, 새로 주조된 철판은 마치 차가운 거울처럼 주변의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서태강이 떨리는 손으로 식어가는 철판 가장자리를 망치로 가볍게 두드렸다.
깡―!
맑고 고운 금속음이 야철지 하늘을 청아하게 울렸다. 보통의 주철처럼 둔탁하지도, 연철처럼 무르지도 않은, 극도의 탄성과 강도를 동시에 지닌 소리였다.
“이것이…… 정녕 우리가 만든 철이란 말입니까?”
서태강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그는 망치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철판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평생 철을 만졌으나, 이토록 맑고 단단한 철은 본 적이 없습니다.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되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가는 철…… 이것은 하늘이 내린 강철이옵니다!”
야철지의 모든 장인이 일제히 이진을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 그들의 신형에는 더 이상 노역에 동원된 백성의 원망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철의 군주를 보고 있었다.
“대군마마! 저희가 마마의 뜻을 오해하였나이다! 마마께선 정녕 신의 지혜를 가지신 분이옵니다!”
장인들의 칭송이 메아리쳤지만, 이진은 그들의 숭배에 부응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철저히 냉소적이었다.
‘신이 아니라, 과학일 뿐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이나 숭배 따위를 믿지 않았다. 완벽한 물리 법칙과 그것을 통제하는 시스템만이 배신하지 않는다. 대구경 기관포의 포신을 이룰 고탄성 마르텐사이트 강판이 마침내 첫 형태를 드러낸 것, 오직 그것만이 그가 신뢰하는 유일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희열은 길지 않았다.
출선구에서 쏟아지던 백색의 쇳줄기가 끊기고, 열기가 서서히 사그라들자마자 야철지의 기온이 급격하게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함경도의 겨울 밤바람은 잔인했다. 영하 35도 이하의 혹한이 사방에서 밀려들며 가열로 주변의 온기를 순식간에 빼앗아 갔다.
“윽……!”
이진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정밀 설계도를 무리하게 동기화하며 가스 유량을 제어한 대가가 청구된 것이다. 잔여 체온을 극도로 소모한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가슴속에서 고동치던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손끝에서 시작된 푸른빛이 손목을 타고 올라와 목덜미까지 번져갔다. 눈앞이 흐려지며 가열로의 붉은 불꽃이 점차 회색빛으로 바래갔다.
‘제길…… 열기가 더 필요하다…….’
이진은 가열로 벽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입술은 이미 검푸르게 변해 있었고, 거칠게 뱉어내는 숨결은 공중에서 하얀 성에가 되어 흩어졌다. 호흡이 점차 가빠지더니, 이내 가슴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었다.
“마마! 대군마마!”
서태강이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지만, 이진의 귀에는 그 소리가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아득하기만 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야철지 한구석에 서 있던 여을의 눈빛이 기민하게 빛났다.
조정의 밀사로서 대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그녀였지만, 지금 이 순간 대군이 죽는다면 그녀가 구해야 할 동생들의 목숨도 함께 바람 앞의 등불이 될 터였다. 무엇보다 가마의 폭발을 온몸으로 막아서던 그의 기이한 카리스마가 그녀의 가슴골 깊은 곳에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남긴 뒤였다.
여을은 품속에서 은밀히 소지하고 있던 작은 청동 침통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쓰러진 이진의 목덜미, 그리고 가열로 뒤편의 어둠 속을 번갈아 향했다. 조정의 눈을 피해 대군의 생명을 연명시키기 위한 그녀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여을의 움직임은 소리 없이 기민했다. 그녀는 주위의 장인들이 대군의 급작스러운 혼절에 정신을 못 차리고 비명을 지르는 틈을 타, 뱀처럼 유연하게 이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손에 들린 청동 침통에서 뽑혀 나온 것은 손가락 한 마디보다 긴 장침(長針)이었다. 보통의 침이 아니었다. 침 끝이 유달리 붉고 묵직한 구리 합금으로 만들어진, 내금위 밀정들이 극비리에 사용하는 열전도용 특수 혈침이었다.
여을은 망설임 없이 벌갛게 달아오른 가열로의 노벽 틈새로 흘러나오는 열기에 침 끝을 가져다 댔다. 구리 침이 순식간에 노란 빛을 띠며 고열을 머금었다.
“비켜서라! 내가 마마의 고질(痼疾)을 아노라!”
여을이 매서운 목소리로 서태강과 장인들을 밀쳐냈다. 그녀는 이진의 상의를 거칠게 찢어발기다시피 열어젖혔다.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그의 가슴팍, 심장 바로 위에 자리한 극천혈(極泉穴)과 전중혈(膻中穴)이 드러났다.
치익―!
불꽃을 머금은 구리 침이 이진의 살을 뚫고 깊숙이 박혔다. 살이 타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침에 축적되어 있던 초고온의 열기가 이진의 막힌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직접 주입되었다.
“으, 윽……!”
이진의 몸이 활처럼 꺾이며 크게 들썩였다. 멈췄던 폐부가 강제로 팽창하며 차가운 공기가 그의 목구멍을 찢고 들어갔다. 망막 위에 꺼져가던 푸른 빛의 설계 계통도가 다시금 붉은 경고음과 함께 명멸하기 시작했다.
[경고: 생체 온도가 위험 한계선 이하로 하락] [외부 열원 강제 주입 감지 - 심장 박동 재개] [체온 복구율: 12%…… 18%……]
이진은 흐릿한 시야 너머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여을의 얼굴을 포착했다. 감정 없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몰골이 보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여을의 가느다란 손목을 움켜쥐었다. 손끝에 남은 차가운 냉기가 그녀의 살결을 얼려버릴 듯 강하게 파고들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이진의 목소리는 갈라진 쇳소리처럼 거칠었다. 과거의 기억이 그를 지배했다. 배신당했던 아픔, 불신으로 가득 찬 이성이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 여인은 왕이 보낸 밀정이다. 자신을 살린 것 역시 또 다른 음모의 시작일 뿐이라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여을은 아픔을 참아내며 신음 한 자락 흘리지 않고 이진의 악력을 받아냈다. 오히려 그녀의 차분한 눈빛이 이진의 차가운 안광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마마께서 여기서 숨을 거두시면, 소첩의 목숨줄 또한 무사하지 못하옵니다. 살고 싶으시다면 그 손을 놓으시고 숨을 크게 들이쉬십시오.”
그녀의 말은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그렇기에 이진의 차가운 이성에 납득이 갔다. 이진은 천천히 손귀를 늦추며 깊은 숨을 토해냈다. 허파를 찌르는 통증과 함께 뜨거운 혈류가 전신으로 돌며 손끝의 푸른빛이 조금씩 옅어졌다.
겨우 고비를 넘긴 순간이었다.
공방의 굳게 닫힌 목조 문을 부수듯 열고, 외곽을 감시하던 대군의 사병 한 명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의 얼굴은 혹한의 추위 때문이 아니라, 극도의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마! 큰일이옵니다! 북변의 초관(哨官)들이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서태강이 급히 소리쳤다.
“초관이라니? 이 야밤에 관군들이 어찌 이 외진 야철지까지 온단 말이냐!”
“가열로에서 뿜어져 나온 황색 연기가 문제였습니다! 고압 가스가 하늘 높이 솟구치며 수십 리 밖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한 연기 기둥을 만들었사옵니다. 관아에서는 이를 역모 세력의 봉화나 대규모 무기 밀조의 신호로 오인하고, 인근 진영의 군관들을 전부 소집하여 이곳을 포위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장인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방금 주조된 완벽한 마르텐사이트 탄성강 강괴들이 아직 형틀에서 채 식지도 않은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가마 주변에는 도강 준설선의 부품으로 위장한 기관포의 약실과 격발 장치 설계 부재들이 고스란히 널려 있었다.
이대로 관군들이 들이닥쳐 이 철물들을 압수하고 장인들을 추궁한다면, 대군은 법리적 방어벽을 세우기도 전에 사병 주조 및 역모 혐의로 즉시 사살당하거나 압송될 터였다.
“마마, 어찌해야 합니까? 저 철들을 당장 숨겨야……!”
서태강이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저 거대하고 무거운 철괴들을 이 짧은 시간에 옮길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진은 땀으로 젖은 이마를 쓸어올리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몸이 채 회복되지 않아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그의 눈빛은 도리어 맹수처럼 번뜩였다.
멀리서 수십 마리의 말발굽 소리와 함께 횃불의 붉은 그림자가 야철지 언덕을 타고 빠르게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관군의 서슬 퍼런 칼날이 마침내 이진의 숨통을 직접 조여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