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철컥, 쾅!

수만 볼트의 전압을 견디도록 설계된 삼중 방폭 철문이 수직으로 낙하했다. 바닥의 강철 프레임에 부딪힌 충격으로 제13연결 칸 전체가 좌우로 요동쳤다. 미처 뒤로 물러서지 못한 14칸 용병의 강철 군화 앞코가 납작하게 짓눌렸다. 쇠가 뼈를 으깨고 바닥을 파고드는 단발마의 굉음이 차단벽 너머로 뭉개져 들렸다.

무전기 너머의 흐느낌이 뚝 끊겼다.

13칸과 14칸을 연결하던 공기 순환용 배기구마저 유압 실린더의 힘으로 완전히 조여들었다. 차단벽 틈새로 비치던 희미한 불빛이 사라지고, 오직 13칸 내부의 붉은색 비상등만이 카일의 무표정한 얼굴을 비추었다.

"미쳤어…… 미쳤어, 이 괴물 새끼가……."

요한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쇠바닥에 고여 있던 차가운 핏물이 그의 바지깃을 검붉게 물들였다. 요한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방폭 철문과 카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아이였어. 13칸에서 같이 밥을 먹고, 네가 준 그 썩은 배급품을 먹으면서도 살아남겠다고 웃던 아이였다고! 그걸 눈앞에서…… 문만 열었으면 살릴 수 있었어!"

요한이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분노로 벌겋게 충혈된 눈이 카일을 향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와 카일의 깃가죽을 움켜잡았다. 거친 손아귀의 힘에 카일의 셔츠 깃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요한의 호흡에서 비린내가 풍겼다.

"말해 봐, 카일 에버하르트! 저 문을 열었으면 그 아이는 살았어! 네놈이 설계한 그 엿 같은 함정들이 아무리 대단해도, 사람 목숨보다 무거워? 대답해 보란 말이야!"

카일은 멱살을 잡힌 채로도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요한의 일그러진 얼굴을 통과해, 그 너머의 제어 콘솔 화면을 향해 있었다. 그의 맥박은 분당 65회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기의 목숨도, 눈앞에 들이닥친 칼날도 그의 심장에 파동을 일으키지 못했다.

"방폭 문을 개방했을 때의 위험 수치."

카일의 입술이 건조하게 열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었다.

"14칸 지배자 크로이츠의 평균 진입 속도 초당 4.2미터. 보병 24명의 동시 진입 허용. 방폭 문이 완전히 열리고 닫히는 데 걸리는 시간 18초. 그사이에 아기를 구출하고 문을 다시 닫을 확률, 1.2퍼센트 미만."

"그깟 숫자가 뭐가 중요해! 시도라도 해봤어야지!"

요한이 카일의 멱살을 흔들었다. 하지만 카일의 몸은 통나무처럼 단단하게 버텼다. 카일은 요한의 젖은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시도의 대가는 13칸 영민 142명의 전멸이다. 문이 열리는 순간 크로이츠의 용병들이 살포할 부식성 자색 안개가 환기 덕트를 통해 이 칸 전체로 퍼진다. 아기 한 명을 구하기 위해 142명을 미끼로 던지는 행위. 요한 베일, 네가 말하는 구원이란 그런 비합리적인 산술에 기반하는가?"

"그건……!"

"또한."

카일이 요한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툭.

요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카일의 아귀힘은 평범한 학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철근을 움켜쥐는 듯한 단단함과 냉기가 요한의 손목뼈를 압박했다. 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손귀를 풀고 뒤로 물러섰다.

"저 아기는 14칸으로 도망친 영민의 자식이다. 내 요새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시점에서, 저 개체는 이미 내 자산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내가 보호해야 할 의무도, 가치도 없다."

카일은 옷깃을 거칠게 털어내며 제어 콘솔로 한 걸음 다가섰다. 요한은 숨을 헐떡이며 그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카일의 냉혹함은 공포를 넘어 기괴함마저 풍기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레나는 조용히 침을 삼켰다. 그녀는 주머니 속의 극독 스프레이를 꽉 쥐었다. 카일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쓸모를 잃어버리는 순간 저 방폭 문 너머로 던져질 첫 번째 도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그녀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적셨다.

카일은 콘솔의 레버를 조작했다.

그 순간, 그의 인지 체계 속에서 '살인 대장'의 가죽 표지가 무겁게 펼쳐졌다.

[보유 데스 포인트: 200 DP]

고르곤을 도살하고 얻은 자원을 거의 다 소모해 겨우 유지하고 있는 수치였다. 그리고 가죽 표지가 닫히는 순간, 카일의 뇌리에 상상을 초월하는 극통이 몰아쳤다.

머릿속에서 무수한 비명이 섞여 들었다. 고르곤의 목이 잘려 나갈 때의 감각, 부하들이 유압 가시에 꿰뚫려 내장이 터질 때 느꼈던 사지 마비의 공포가 카일의 신경망을 타고 역류했다. 온몸의 척수가 바늘에 찔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윽……."

카일은 신음을 삼키며 콘솔 가장자리를 짚었다.

감각의 소실은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찾아왔다. 이미 미각을 잃어 입안에서는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쇠붙이를 씹어도, 피를 삼켜도 그저 무색무취의 액체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손끝이었다.

카일은 자신의 양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들이 일제히 수축하며 손바닥이 하얗게 변해갔다. 이윽고 손가락 관절과 손바닥의 골격이 기형적으로 굵어지기 시작했다. 뼈 마디마디가 돌처럼 단단해지고, 온각을 잃은 피부는 차가운 연장의 철판처럼 변해갔다. 타격을 가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며, 오직 움켜쥐고 부수는 기능만을 극대화한 살상용 기형 골격.

인간성의 소실이 육체의 괴물화로 치환되는 대가였다.

카일은 굵어진 손가락을 천천히 쥐었다 폈다. 감각은 둔해졌지만, 쥐는 힘은 이전보다 배 이상 강해졌다. 그는 이 변화를 지극히 이성적으로 수용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손가락 몇 개가 돌로 변하는 것쯤은 사소한 기회비용에 불과했다.

지직. 지지직.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무전기에서 다시 수신음이 흘러나왔다. 크로이츠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전의 여유롭고 가학적인 연극 톤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쇳소리가 섞인, 노골적인 격분이었다.

[카일 에버하르트……! 감히 내 연극을 망쳐? 감히 내 완벽한 극본을 찢어발겨!]

"연극은 관객이 있을 때 성립한다."

카일이 무전기를 밟아 뭉개기 직전, 건조하게 대답했다.

"나에게 네 연출은 소음 수치 80데시벨의 쓰레기에 불과하다. 연출가 조무사여."

[닥쳐라! 그 잘난 철문 뒤에서 얼마나 버티는지 보지! 13칸 후미 격벽의 용접부가 고르곤의 돌격에 약해져 있다는 걸 모를 줄 알았나!]

무전기 너머에서 육중한 금속 마찰음과 함께 수십 명의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

[전원 진격해라! 방폭 문을 우회한다! 후미 용접부를 뜯어내고 저 오만한 학자의 목을 썰어라!]

뚝.

카일의 군화 굽이 무전기를 완전히 짓밟아 가루로 만들었다. 회로 기판이 부서지며 스파크가 튀었다.

요한이 깜짝 놀라 카일을 바라보았다.

"후미 격벽 용접부라고? 거기는 지난번 고르곤이 들이받아서 프레임이 휘어진 곳이잖아! 그리로 들어오면 막을 방법이 없어!"

"막을 필요는 없다."

카일이 몸을 돌려 13칸 후미 통로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었다.

"이리로 오지."

레나는 주저하지 않고 카일의 뒤를 따랐다. 요한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으나, 결국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었다.

13칸 후미 격벽.

진동이 벽면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쾅! 쾅! 철판이 뒤틀리는 비명과 함께, 용접부 틈새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크로이츠의 용병들이 산소절단기와 대형 해머를 이용해 벽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흘러나오는 자색 안개가 바닥의 먼지와 뒤섞여 기괴한 연기를 만들어냈다.

"카일, 저들을 어떻게 막을 건가요? 남은 DP도 거의 없잖아요!"

레나가 낮게 속삭였다. 그녀의 손안에 든 스프레이 용기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카일은 벽면 하부에 매설된 굵은 파이프 라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기형적으로 단단해진 그의 손가락이 미세한 진동을 감지했다.

그가 14화에 설계해 두었던 장치. 13칸 열차 차체 하부 철제 분리 레버 유전체에 배치한 '고압 미세 오일 누출 루프'.

"인간은 감정이 과잉되면 시야가 좁아진다."

카일이 파이프 밸브를 아주 미세하게 돌렸다.

스스스스-.

극도로 미세한 분무음이 들렸다. 일반적인 인간의 귀로는 자색 안개의 마찰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소리였다. 하지만 13칸 후미의 통로 바닥과 벽면 틈새로는 이미 인화성이 극도로 높은 특수 정제 오일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로이츠는 방폭 문이 막히자 분노했고, 가장 취약한 용접부로 병력을 집중시켰다. 깔끔한 진입로 대신 협소하고 제한된 통로를 선택한 거지. 병력의 밀도가 극대화되는 구역이다."

카일이 품 안에서 낡은 수첩을 꺼내 한 페이지를 넘겼다. 수첩에는 13칸의 상세한 구조도와 함께 숫자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용병 수 32명. 무장 수준 중형 갑주 및 강철 대검. 그들의 평균 체중과 장비 무게를 합산하면 평방미터당 약 350킬로그램의 하중이 발생한다. 이 통로의 붕괴 한계점은 500킬로그램."

"그럼 바닥이 무너진다는 건가요?"

레나의 눈이 커졌다.

"아니."

카일이 수첩을 덮었다.

"바닥이 무너지기 전에, 그들이 발산하는 마찰열과 강철 대검이 벽면에 부딪힐 때 발생하는 물리적 스파크만으로도 충분하다."

콰아아앙!

마침내 후미 격벽의 용접부가 완전히 뜯겨 나갔다.

자색 안개를 뚫고, 번쩍이는 강철 대검을 든 크로이츠의 용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전신은 두꺼운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되어 있었고, 투구 너머의 눈빛은 살의로 가득 차 있었다.

"학자 놈을 찾아라! 단숨에 사지를 찢어버린다!"

대장이 대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수십 명의 용병들이 좁은 통로를 향해 기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무거운 군화가 바닥의 철판을 짓밟을 때마다 둔탁한 금속음이 제13칸을 울렸다.

카일은 통로 끝, 제어 스위치가 있는 어두운 구석에 서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피복이 벗겨진 전선 두 가닥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발전기에서 직접 연결된 고압 동력선이었다.

"요한."

카일이 나직하게 불렀다.

"저들이 들어오는 속도와 무게를 봐라. 저것이 네가 구하고자 했던 '인간'들의 본질이다. 약탈하고, 짓밟고, 죽이기 위해 움직이는 질량 덩어리들."

요한은 다가오는 용병들의 서슬 퍼런 칼날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는 타협도, 자비도 없었다. 오직 피에 굶주린 짐승의 광기만이 번뜩이고 있었다.

"레나."

"예, 카일."

"동력 케이블의 접점을 확보해라."

"이미 완료했습니다."

레나가 제어반의 레버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지만, 눈빛만큼은 무섭도록 차분했다. 카일의 가스라이팅은 그녀를 완벽한 부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용병들의 선두가 통로의 중심부에 도달했다. 그들의 군화 밑바닥에 액체 상태로 고여 있던 오일이 묻어났다. 하지만 투구의 가스 필터 때문에 그들은 화약 냄새와 오일 냄새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 있었구나, 쥐새끼들!"

용병 대장이 카일을 발견하고 대검을 비스듬히 겨누었다.

카일은 대답 대신 발을 움직였다.

그의 기형적으로 변한 차가운 발끝이 바닥의 구리 전선 접점을 밟기 직전, 그의 눈동자에 붉은색 비상등 빛이 반사되어 기괴하게 빛났다.

"계산은 끝났다."

카일이 전선 접점을 향해 발을 내리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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