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직, 콰아아앙!
구리 전선 두 가닥이 맞물리는 순간, 청백색의 아크 방전이 폭발하듯 터졌다. 허공으로 비산한 불꽃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바닥의 철판 틈새로 내리꽂혔다. 대지를 흔드는 진동이 제13칸 열차의 강철 뼈대를 타고 역류했다.
카일의 발끝이 철제 스위치 접점을 짓밟은 자세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붉은 비상등 불빛 속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스파크는 단순한 전기 방전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미리 설계된 도화선을 따라 달리는 번개였다. 전류는 철제 바닥판을 매개체 삼아 하부 연결부 배관으로 순식간에 유도되었다.
카일이 제13칸 열차의 차체 하부 철제 분리 레버 유전체에 고압 미세 오일 누출 루프를 설계해 둔 것은 정확히 사흘 전의 일이었다.
정밀하게 가공된 피스톤의 틈새로 매초 미세한 입자의 고인화성 오일이 안개처럼 분사되고 있었다. 열차 지상 하부의 보이지 않는 음지, 인접 칸과의 경계선 바닥면 전체가 이미 거대한 기름 수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무슨 소리냐!"
선두에 섰던 용병 대장의 투구 너머로 당혹스러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의 대검 끝이 바닥 철판을 긁는 순간,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그것이 방아쇠였다.
하부 배관에서 유도된 초고밀도 불꽃 스파크가 유전체 틈새로 흘러나온 고인화성 오일 안개와 접촉했다.
퍼어어어엉!
고막을 찢는 폭음과 함께 13칸 후미 전체가 거대한 화염 가마로 돌변했다.
바닥의 미세 틈새마다 고여 있던 오일 루프가 연쇄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불길은 선형이 아니라 면으로 번졌다. 바닥에서 솟구친 불기둥이 천장의 철골 구조물에 부딪힌 뒤 다시 아래로 꺾이며 통로 전체를 휘감았다. 화염의 지옥도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크아아아악!"
"불이다! 바닥에서 불이 올라온다!"
두꺼운 플레이트 아머로 온몸을 감싼 용병들은 자신들이 입은 무쇠 갑옷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철은 열을 보존한다. 그리고 전도한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플레이트 아머는 방어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구워대는 무쇠 가마솥으로 변했다. 가죽 끈이 타들어 가며 살점과 엉겨 붙는 냄새가 좁은 통로를 가득 채웠다. 투구의 틈새로 검은 연기와 함께 피비린내 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용병 대장은 불길 속에서 대검을 휘둘렀으나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의 장갑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붉게 변색되었다. 칼자루를 잡은 손바닥의 가죽이 구워져 달라붙는 소리가 치직거리며 통로의 소음 속으로 묻혔다.
카일은 그 모든 광경을 고요히 응시했다. 수첩을 든 그의 손가락은 미세한 떨림조차 없었다.
"하중 평방미터당 350킬로그램의 진입 축선. 마찰 계수와 오일의 인화점 계산 완료. 오차 범위 1.2% 이내."
그의 목소리는 타오르는 불길보다 더 차갑고 건조했다.
"이건...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야..."
요한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무릎이 화염의 열기 때문이 아니라, 카일이라는 존재가 뿜어내는 이질적인 공포감에 꺾였다. 그가 그토록 구하고자 했던 영민들의 목숨도, 침입해 온 용병들의 생명도, 카일에게는 오직 숫자로 치환되는 질량 덩어리에 불과했다.
요한의 눈에 비친 카일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기계였다.
레나 역시 제어반 레버를 잡은 채 굳어 있었다. 그녀의 뺨 위로 불길이 발산하는 열풍이 스쳐 지나갔다. 피부가 따갑고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카일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텼다.
카일이 자신을 도구로 재분류했다는 사실을 안다. 쓸모가 없어지는 순간, 저 화염 속으로 던져질 미끼가 될 뿐이다. 그 공포가 그녀의 척추를 타고 흘러내려 전신을 지배했다.
"카일... 다음 지시는 무엇입니까."
레나가 목을 쥐어짜며 물었다.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이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살인 대장(Ledger of Homicide)이 작동합니다.]
[기록 대상: 크로이츠의 용병단 전위대 42명.]
[사인: 고열로 인한 질식 및 전신 삼도 화상.]
머릿속에서 검은 타르 같은 잉크가 쏟아져 내렸다. 대장의 페이지가 무서운 속도로 넘어갔다.
동시에 화염 속에서 죽어가는 백수십 장의 영혼이 느끼는 고통이 카일의 뇌신경을 직접 타격했다. 피부가 한꺼번에 벗겨져 나가는 듯한 작열감, 기도가 타들어 가며 숨을 쉴 수 없는 질식의 공포, 뼈가 달아올라 골수가 끓는 고통이 여과 없이 밀려들었다.
"윽."
카일의 입꼬리에서 한 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뇌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두통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려 했다.
그러나 카일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는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였다. 타인의 고통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공감하지 못했다. 전달되는 것은 오직 물리적인 신경 파동의 압력뿐이었다.
그는 이 압력을 철저히 통제했다. 뇌로 쏟아지는 자극을 지워버리며,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계로서의 연산을 멈추지 않았다.
[자원 획득: 840 DP.]
[현재 보유 데스 포인트: 1,040 DP.]
[대가의 지불로 인해 신체 감각의 소실이 진행됩니다.]
[온각(Warmth Sensation)의 영구적 완전 상실.]
머릿속의 경고음과 함께, 카일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화염의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타오르는 불꽃이 눈앞에 가득하고, 공기가 뜨겁게 비틀거리는데도 살죽에 닿는 느낌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제 그는 뜨거움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몸으로 인지할 수 없었다. 오직 시각적인 정보와 대장의 수치로만 파악할 뿐이었다.
미각에 이어 온각마저 소실되었다.
하지만 카일의 표정은 오히려 더 차분해졌다. 감각의 상실은 그에게 있어 외부 변수의 차단을 의미했다. 불필요한 감각이 사라질수록 그의 계산은 더 정밀해지고 신체는 차갑게 굳은 병기가 되었다.
"레나."
카일이 발을 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고열의 영향도 서려 있지 않았다.
"예."
"제어반을 동력 차단 위치로 돌려라. 화염의 확산 속도를 13칸 후미 격벽 내부로 제한한다. 앞 칸으로 통하는 환기 밸브를 폐쇄해라."
"지금 즉시 실행하겠습니다!"
레나가 미친 듯이 레버를 조작했다. 육중한 강철 기어들이 맞물리며 소리를 냈고, 천장의 환기구가 덜컥거리며 닫혔다.
화염 속에서 용병들의 비명은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철제 통로는 이제 숯과 잿더미, 그리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진 무쇠 갑옷들의 무덤이 되었다.
단 한 번의 함정 작동으로 크로이츠가 보낸 전위 부대 수십 명이 기계 부품처럼 지워졌다. 압도적인 효율성이었다.
요한은 그 참상을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이게... 네가 말한 방어인가? 저들도 살기 위해 이곳에 왔을 뿐이다. 협상의 여지조차 주지 않고 이렇게..."
요한의 목소리에는 깊은 혐오와 절망이 섞여 있었다.
카일이 고개를 돌려 요한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경멸조차 없었다. 그저 빈 상자를 바라보는 듯한 무감각함만이 가득했다.
"요한. 네가 말하는 협상은 자원의 대등한 분배가 전제될 때만 성립한다. 저들은 우리의 자원을 빼앗아 자신들의 생존율을 높이려 했다. 그것이 이 열차의 지배적인 논리다."
카일이 한 걸음 다가섰다. 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나는 그 논리를 따를 뿐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그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온각을 잃은 다리는 열기로 달아오른 철판 위를 밟으면서도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다. 가죽 구두 밑창이 살짝 녹아내리는 냄새가 났지만 카일은 인지하지 못했다.
그때, 전방의 격벽 너머에서 기괴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쿠구구구구!
열차 전방의 화염 실린더가 급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13칸과 앞 칸을 연결하는 연결부의 증기 압력이 한계치를 초과했다는 경보음이 철컥거리며 울렸다.
"카일! 앞 칸의 동력 공급이 비정상적으로 역류하고 있습니다!"
레나가 제어반의 압력계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압력이 한계를 넘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연결부뿐만 아니라 13칸 전면이 폭사합니다!"
불길 너머,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연결 통로의 희뿌연 연기 사이로 하나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자색 안개와 그을음 속에서 백색의 가면을 쓴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면 신사 크로이츠였다.
그의 정갈하던 정장은 여기저기 그을려 있었고, 가면에 금이 가 있었지만 눈동자만큼은 광기로 번득이고 있었다. 자신의 전위대가 몰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꼬리는 기괴하게 올라가 있었다.
"아, 정말 아름다운 도살극이로군, 학자."
크로이츠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13칸 내부로 울려 퍼졌다.
"내 인형들을 이렇게나 완벽하게 구워버릴 줄이야. 네 그 무감각한 뇌 속을 직접 파헤쳐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크로이츠가 연결부 중앙에 위치한 수동 철제 분리기 레버로 손을 뻗었다.
그 레버는 비상시 열차의 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장치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압 증기가 역류하는 상태에서 레버를 강제로 작동시키면, 양쪽 칸 모두 궤도를 이탈하여 탈선할 수밖에 없었다. 동귀어진의 발악이었다.
"나를 거부하겠다면, 함께 지옥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다!"
크로이츠가 미친 듯이 웃으며 철제 레버를 온 힘을 다해 아래로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레버가 기괴한 금속음을 내며 조금씩 꺾였다. 제13칸 열차의 바닥이 거칠게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탈선의 전조였다.
강철의 비명이 통로를 가득 채웠다.
바닥이 좌우로 요동치며 카일의 발끝이 미끄러졌다. 온각을 잃은 그의 발바닥은 열기를 느끼지 못했으나, 무너지는 금속의 진동만큼은 뼈를 타고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탈선 각도 12도 돌입. 좌측 차륜 이탈까지 앞으로 8초."
카일의 시야 우측 상단에 붉은색 경고등과 함께 계산된 수치가 떠올랐다.
크로이츠는 화염 너머에서 레버를 온 체중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의 가죽 장갑이 타들어 가며 붉은 살점이 드러났지만, 사내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광기에 물든 눈동자가 카일을 똑바로 겨누고 있었다.
"같이 떨어지는 거다, 학자! 이 지옥의 궤도 끝으로!"
카일은 수첩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기괴한 궤적을 그렸다.
'살인 대장'의 잉크가 뇌리를 스쳤다.
[데스 포인트(DP)를 소모합니다.] [대상: 13칸-14칸 연결부 수동 분리 레버 및 유압 실린더.] [효과: 강철의 분자 구조 왜곡 및 강제 융해.] [소모 포인트: 400 DP.] [잔여 데스 포인트: 640 DP.]
화아악!
크로이츠가 잡고 있던 철제 레버가 갑자기 흰색으로 달아올랐다. 초자연적인 고열이 레버의 고인 장치에 집중되었다.
치이이익!
"크아아아학!"
크로이츠의 비명소리가 화염을 뚫고 터져 나왔다. 그의 양손바닥이 융해되는 강철 레버와 함께 녹아내려 그대로 접합되었다. 뼈가 타들어 가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레버는 아래로 끝까지 내려가지 못한 채, 중간 위치에서 강철 기둥과 완전히 한 몸으로 굳어버렸다.
탈선의 요동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좌우로 널뛰던 차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다시 선로 위로 안착했다.
"하."
크로이츠가 굳어버린 레버에 양손이 묶인 채 허리를 꺾으며 웃었다. 그의 가면에 금이 가며 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드러난 한쪽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과연, 괴물이군. 손을 대지도 않고 철을 녹여버리다니. 하지만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나?"
크로이츠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14칸 방향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의 등 뒤, 14칸의 심장부인 고압 보일러실이었다.
"내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 14칸의 과열 밸브를 모두 용접해 버렸다. 압력 배출구는 없다. 역류한 고압 증기는 60초 이내에 보일러를 폭파시킬 거다."
카일의 시선이 14칸의 격벽 너머로 향했다.
과연 그랬다. 연결 파이프를 타고 흐르는 증기의 진동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철판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보일러가 터지면 그 충격파로 13칸의 전면부 역시 형체도 없이 날아간다. 너희는 여기서 고사하거나, 나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거나 둘 중 하나다."
크로이츠가 일그러진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선택해라, 학자. 이 손을 잘라내고 나를 구해 14칸의 폭발을 막을 테냐, 아니면 전멸할 테냐?"
요한이 카일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끝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카일, 저 자의 말이 맞아. 보일러가 터지면 우리 칸도 무사하지 못해! 저 자를 구해서 압력을 낮춰야 해!"
레나 역시 창백해진 얼굴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이성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카일은 요한의 손을 무자비하게 쳐냈다. 그의 시선은 크로이츠의 손에 묶인 레버가 아니라, 그 아래의 연결 고리를 향해 있었다.
"비효율적이다."
카일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저 자를 구하고 14칸으로 진입해 보일러를 해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 최소 3분. 그사이 보일러가 폭발할 확률 98.4%."
"그럼 어쩌자는 거야!"
요한이 절규했다.
카일은 대답하지 않고 레나를 바라보았다.
"레나. 13칸 전방 하부의 비상 제동 고리를 끊어라."
"예? 하지만 그걸 끊으면... 우리 칸은 제어력을 잃고 궤도 위를 표류하게 됩니다!"
"명령이다."
카일의 눈빛에는 한 줌의 타협도 없었다.
레나는 침을 삼키며 제어반 하단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가 수동 기계식 톱을 꺼내 제동 케이블을 자르기 시작했다.
카일이 다시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의 목표는 크로이츠가 아니었다. 13칸과 14칸을 잇는 거대한 무쇠 연결고리, '커플러' 자체였다.
"연결고리 완전 파괴. 필요한 데스 포인트 계산."
[커플러 파괴 및 강제 이격: 600 DP 소모.] [경고: 현재 보유 자원이 한계에 가깝습니다. 추가 감각 소실의 위험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뇌세포가 비명을 질렀다. 미각과 온각을 잃은 그의 육신에 이번에는 어떤 감각이 사라질지 알 수 없었다. 시각일 수도, 청각일 수도 있었다. 생존을 위해 통제력을 잃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러나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14칸 보일러의 파열음이 폭발 직전의 굉음으로 변하고 있었다.
"구축해라."
카일이 중얼거렸다.
쿠구구구궁!
두 칸을 잇던 직경 30센티미터의 강철 고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분자 구조가 찢겨 나가며 강철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미친 놈...!"
크로이츠의 눈에 처음으로 진정한 공포가 서렸다. 그는 카일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타협할 것이라 확신했었다.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본능이니까. 하지만 카일은 자신마저 죽을 수 있는 극단적인 분리를 선택했다.
쩌저적! 콰앙!
마침내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
동시에, 14칸의 보일러가 한계를 넘었다.
콰아아아아앙!
백색의 증기와 불꽃이 뒤섞인 거대한 폭발이 14칸 전체를 집어삼켰다. 화염의 폭풍이 끊어진 틈새를 넘어 13칸을 향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레나! 제동 고리!"
카일이 소리쳤다.
채앵!
레나가 제동 케이블을 끊어내는 순간, 13칸은 폭발의 충격파를 타고 뒤로 급격하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는 화염의 폭풍이 13칸의 전면 격벽을 타격하기 직전, 카일의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귀를 찢는 폭음이 순간적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청각(Hearing)의 영구적 완전 상실.]
정적 속에서, 카일은 화염의 폭풍이 격벽을 뚫고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것을 오직 시각으로만 목격했다. 13칸은 궤도 위에서 통제력을 잃고 폭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