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벅, 콰르르릉!
더러운 오수가 사방으로 거칠게 튀어 오릅니다.
"이, 이럴 리가 없어! 고작 낙제생 학도 놈 따위에게 내 위장이 간파당하다니!"
시험관의 탈을 쓰고 있던 마수 첩자, 바르토락이 비명을 지르며 어두컴컴한 지하 수로를 질주합니다.
녀석의 품안에 꼭 쥐여진 마도 스크롤. 그것은 아카데미의 절대 사수선인 '본진 방어벽 결계 코드'입니다.
저게 마왕군 본대에 넘어가는 날에는, 아카데미는 그날로 지옥행 프리패스 급행열차를 타게 됩니다.
물론, 이 급박한 타이밍에 시스템 창이 당신의 안구를 기분 좋게 두드립니다.
| 퀘스트 정보 | 아카데미 결계 유출 방지 (등급: S) | | :--- | :--- | | **목표** | 도망치는 마수 첩자 '바르토락' 처단 및 결계 코드 회수. | | **제한 시간** | 03분 15초 (마계 포탈 가동까지) | | **성공 보상** | 히든 특성 가챠권 x 1, 마기 정수(상) x 3 | | **실패 패널티** | 강제 배드 엔딩 '멸망한 아카데미의 외톨이', 캐릭터 삭제. |
"제한 시간 3분이라."
당신은 옷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걸음을 옮깁니다.
긴장감? 그딴 건 1회차 뉴비들이나 느끼는 감정입니다.
옆동네 삼류 악당처럼 허둥지둥 도망치는 녀석의 뒷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놈은 이 복잡하고 더러운 지하 수로가 자신을 살려줄 탈출구라고 굳게 믿고 있겠지요.
하지만 미안하게도. 당신은 이 쓰레기 같은 똥물 미로 맵을 솔플로만 고작(?) 745번 돌았습니다.
바닥의 타일 개수부터 쥐새끼들이 스폰되는 위치까지 뇌리에 통째로 박혀 있는 썩은물이 바로 당신입니다.
"거기 좌회전하면 막다른 길인데."
당신의 혼잣말이 무섭게, 저 멀리서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비명이 들려옵니다.
마수 첩자는 당황해하며 포탈이 있는 '지하 수로 심부'를 향해 억지로 벽을 우회하기 시작합니다. 확실히 똥줄이 타긴 타는지, 녀석의 도주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릅니다.
정석적인 추격로를 따라가다간 아슬아슬하게 포탈 앞에서 마주치게 될 상황.
물론 고인물에게 '정석'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름길과 꼼수, 그리고 날먹만이 존재할 뿐.
수백 번의 런(Run) 데이터가 머릿속에서 한순간에 교차하며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 맵의 치트키 같은 루트들을 제시합니다.
이제, 이 가소로운 첩자 녀석에게 고인물의 매운맛을 보여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