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크릉, 하고 대기가 비명을 지른다.

선도부의 집요한 포위망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리며 도망친 곳. 그림자 숲의 심장부는 이미 이 세상의 풍경이 아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솟구치는 붉은 안개. 그 사이로 거대한 실루엣이 걸어 나온다.

머리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머리뿔. 피부에는 용암처럼 붉은 마력의 균열이 흐른다. 마계 정식 침공 부대의 사령관이자, 대악마 아스타로트의 최측근.

‘아스타로트의 오른팔’이 마침내 그 흉포한 모습을 드러냈다.

"벌레 같은 인간 놈들이 감히 내 정원을 어지럽히는구나."

녀석이 낮게 읊조리자 숲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친다. 그야말로 세계관 최강자급 수하다운 압도적인 무력 과시.

보통의 아카데미 학도라면 이 기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신체 마비와 정신 붕괴를 일으켰을 터다.

하지만 고인물 랭킹 1위인 당신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패턴'으로 보일 뿐이다.

‘아, 등장 컷신 떴네. 스킵 안 되나.’

당신은 하품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오히려 당신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은 방금 전 흡수한 고대 마기의 박동이었다.

체내에서 요동치는 미쳐버린 스펙이 상태창 위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실시간 동기화 상태창] | 항목 | 상세 정보 | | :--- | :--- | | **현재 신분** | 한시우 (낙제생으로 위장 중) | | **체화 마기** | 원초의 심연 (고대 신화 등급) | | **싱크율** | 120% (안정화 완료) | | **보유 버프** | 물리 대미지 감소 40%, 마기 감응력 극대화 |

아스타로트의 오른팔이 노란 안광을 번뜩이며 당신을 노려보았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심장 부근에 머물자, 경악의 빛이 스친다.

"이 기운은... 대체 뭐지? 일개 학도 놈의 몸뚱이에서 어째서 태초의 마기가 느껴지는 거냐?"

그의 목소리에 탐욕과 당혹감이 동시에 깃든다. 맛있는 사냥감을 발견한 포식자처럼, 녀석이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대검이 바닥을 긁자 맹렬한 참격의 여파가 당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틀림없는 보스 몬스터의 위압감.

하지만 당신에게는 이미 이 상황을 타파할 치트키 같은 공략법들이 머릿속에 수십 가지나 존재하고 있다.

정공법으로 숨겨둔 힘을 해방해 이 자리에서 완전히 찢어발길 것인가. 아니면 맵 배치 기믹을 이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녀석의 뚝배기를 깰 것인가.

당신의 입꼬리가 호선으로 비틀려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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