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어업!"
당신은 목청 터져라 기합을 내지른다.
누가 봐도 삼류 삼마이 고전 연극의 발연기다.
목검을 쥔 손귀가 사정없이 떨린다. 상체는 무너졌고, 하체는 갈대마냥 흔들린다. 아카데미 F급 낙제생, 강진우의 전형적인 '뉴비' 모션이다.
"흠, 자세가 엉망이군. 기초 체력부터 미달이야."
평가관석에 앉은 중년의 교관들이 혀를 쯧쯧 찬다. 그들의 채점표에 가차 없이 'D-' 이하의 낙제점이 기록되는 소리가 들린다.
계획대로다.
목표는 '완벽한 아웃사이더'. 지나치게 튀지도, 그렇다고 퇴학당하지도 않을 아슬아슬한 경계선. 이 극악 난이도의 똥망겜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때였다.
삐빅-!
당신의 동공 뒤편에서, 오직 '랭킹 1위 고인물'에게만 보이는 초감각 경고창이 점멸한다.
-------------------------------------------------- [ 경보: 비정상적인 마력 파동 감지 ] [ 대상: 아카데미 임시 보조 평가관 '베른' ] [ 실제 정체: 마계의 암살마수 '그레모리안' 유체 (Lv.45) ] [ 현재 행동: 억까식 즉사기 '심장 박리술(心臟 剝離術)' 영창 중 ] --------------------------------------------------
'미친, 선 넘네?'
당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좌측 가장자리에 서 있는 마른 체구의 평가관, 베른에게 향한다.
평범한 중년 남성의 가죽 가면 너머로, 시커멓게 뒤틀린 마기(魔氣)의 실타래가 보인다. 그는 품속에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손가락 동작으로 살인 마법의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타깃은 명확하다.
바로 당신.
낙제생 하나가 실기 평가 도중 급사하는 것쯤은 사고사로 처리하기 쉽다. 마계의 첩자들은 아카데미의 방어 결계를 무너뜨리기 전, 변수가 될 만한 싹을 미리 자르려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고른 '싹'이 하필이면 세계관 최강의 썩은물이라는 점이지만.
'정밀 제어 마법이군. 소리도 흔적도 없이 내 심장을 찢어 발기겠다는 건가?'
적의 마력 화살이 당신의 흉부를 조준한다. 가장 은밀하고, 가장 치명적인 구도로 곡선 궤도가 완성되어 간다. 발사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초.
마수의 살기는 이미 진득하게 목덜미를 조여오고 있다.
여기서 너무 멀쩡하게 기합을 넣으며 완전히 피해버린다면? 당장 낙제생 코스프레는 끝장나고 교관들의 의심스러운 심문이 이어질 터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심장에 구멍이 뚫릴 수는 없는 노릇.
당신의 뇌세포가 0.1초 만에 최적의 시뮬레이션을 끝마친다. 고인물 특유의 사이다 대처법이 머릿속에 수십 개 떠오른다.
찰나의 순간, 당신의 신형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