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파방방방방 탄막이 터져 나가고, 살점이 튀는 소리가 밀폐된 지하 통로를 가득 채운다.

수백 마리의 정예 마귀들이 울부짖으며 달려들었지만, 당신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이미 인간의 규격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전부 다 찢어발겨 주지."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하지만 그것은 평소의 여유로운 썩소가 아니다.

뇌수를 찌르는 광기와 폭력성. 과도하게 끌어다 쓴 심연의 탁기가 당신의 영혼을 안쪽에서부터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스릉! 콰아아앙!

핏빛 검풍이 통로를 휩쓸 때마다 마왕군의 정예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고인물의 컨트롤은 여전히 완벽했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의 급소만을 도려내는 신기(神技).

하지만 몸이 버티지 못한다. 가슴 속에서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검은 피가 목구멍을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시스템 경고음이 고막이 터져라 울려 퍼진다.

[ 시스템 경고: 심연 오염도 한계치 돌파! ]

| 구분 | 현재 상태 / 수치 | 경고 및 효과 | | :--- | :--- | :--- | | **영혼 오염도** | 100% (임계점 돌파) | 자아 붕괴 진행 중 | | **신체 마기화** | 98.7% | 인간으로서의 생명 활동 정지 | | **인격 제어력** | 0.00% | 즉시 '심연의 지배자'로 강제 전직 | | **현재 퀘스트** | 수로 소탕 (성공) | **최종 상태: 타락(Corruption)** |

"바보 같은……."

바닥에 쓰러진 마귀들의 시체 너머로, 당신은 흔들리는 시야를 붙잡으려 애쓴다.

이미 통로 안의 적들은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전멸했다. 당신이 아카데미를 위협하는 흑막의 음모를 홀로 완벽하게 저지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도 참혹했다.

쩌적, 저어억!

피부 표면이 검게 갈라지더니 그 틈새로 보랏빛 심연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피어오른다.

인간의 감정이 순식간에 휘발되어 사라진다. 동료들에 대한 기억, 아카데미에서 보낸 시간, 뉴비인 척하며 즐겼던 소소한 일상들까지 전부 차가운 어둠 속으로 매몰된다.

"아아……."

당신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검은 왕좌의 형상으로 굳어가는 마기의 기둥 위에 주저앉는다.

구원자는 없다. 이곳에 남은 것은 아카데미를 구한 이름 없는 영웅이 아니다.

인류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기어 올라온, 새로운 '심연의 황제'일 뿐.

머리 위로 칠흑 같은 왕관이 내려앉는다.

당신의 눈동자가 붉게 타오르며, 세상은 완전히 암전된다.

그 끝없는 어둠 속에서, 당신의 자아는 영원히 가라앉아 소멸했다.

**[ BAD ENDING — 심연의 왕좌에 타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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