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아아아앙-!
지하 수로를 가득 채웠던 자욱한 마기 가스가 단숨에 날아갑니다.
어둠 속에서 찬연하게 빛을 뿜기 시작한 것은, 광장 중앙에 우뚝 솟은 고대 결계의 제단.
그것은 고인물인 당신만이 알고 있던 '아카데미 최종 방어 프로토콜'의 기동 장치였습니다.
웅웅웅웅!
고막을 찢을 듯한 공진음과 함께, 제단 끝에 달린 거대한 수정구가 하늘을 향해 하늘색 빛줄기를 쏘아 올립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그야말로 시스템이 선사하는 학살극의 시작이었습니다.
하늘로 솟구친 빛이 유기적으로 굴절되며 광장 전체를 향해 수천, 수만 개의 실선이 되어 쏟아져 내립니다.
[시스템: 고대 요격 결계 '에테르 아라크네' 가동.] [경고: 범위 내 승인되지 않은 모든 마력 생명체를 즉시 배제합니다.]
| 시스템 작동 로그 | 상세 요약 | | :--- | :--- | | **출력 상태** | 임계점 돌파 (120% 과부하) | | **타격 모드** | 고밀도 에테르 레이저 전방위 조사 | | **적용 대상** | 구역 내 식별된 모든 마수 (중소형 위주) | | **처리 속도** | 초당 850마리 소멸 중 |
"끄아아아악!"
"이, 이게 무슨 정신 나간 화력이야?!"
우글거리던 마수 무리들이 단 한 마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빛 속에서 증발합니다.
그야말로 눈이 편안해지는 광역 '날먹'의 현장.
이것이 바로 빌드를 무지막지하게 비틀어 완성한 고인물식 참교육입니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의 보스 몬스터란 늘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법이 없는 법.
사방의 중소형 마수들이 레이저 샤워를 맞고 먼지가 되는 와중, 끝까지 살아남은 괴물이 있었습니다.
'아스타로트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정식 침공 부대의 사령관.
쿠구구구구!
검붉은 기운을 뿜어내던 그의 고위 방어 가호막이 에테르 레이저의 집중 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유리창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립니다.
모든 방벽이 깨진 상태.
하지만 놈의 두 눈에는 오직 광기 어린 분노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벌레 같은 생쥐 놈이 감히……! 너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찢어 죽이겠다!"
최후의 발악.
가장 원초적이고 무시무시한 물리적 돌격이 시작됩니다.
총대장은 자신의 심장을 불태우며, 마지막 남은 전력을 짜내어 당신의 목덜미를 움켜쥐기 위해 폭풍처럼 쏘아져 들어옵니다.
그 속도는 음속을 상회하는 수준.
콰아아앙!
대기가 찢어지는 파열음과 함께, 놈의 검붉은 마수 손톱이 서슬 퍼런 살기를 띠고 당신의 눈앞 코앞까지 육박합니다.
찰나의 순간.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와중에도, 당신의 동공은 지독하리만치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피할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빛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