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쿵-!

철컥, 철컥, 철컥!

등 뒤에서 들려온 것은 절망의 금속음이었습니다.

공학적으로 설계된 삼중 합금 격벽이 한 치의 틈새도 허용하지 않은 채 맞물려 잠깁니다.

쥐새끼 같은 첩자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한 순간. 사방의 벽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붉은빛의 마력 정화 장치들이 가동하기 시작합니다.

치이이이익-!

숨이 턱 막히는 보랏빛 안개. 그리고 어둠 속에서 수백 개의 붉은 안광이 일제히 당신을 향해 번뜩입니다.

"크르르르..." "키에에엑!"

뇌수를 울리는 불쾌한 울음소리. 이곳은 단순한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아카데미 지하에 침투한 마왕군이 준비해 둔, 꼼꼼하기 짝이 없는 살육의 예식장입니다.

싱긋 웃으며 당신의 눈앞에 시스템 경고창이 떠오릅니다.

+-----------------------------------------------------+ | [경보] 최상급 마기 정화 시스템 작동! | +-----------------------------------------------------+ | ■ 현재 상태: 완전 밀폐 (탈출 불가) | | ■ 환경 디버프: 초당 최대 체력의 2% 감소 (마기 오염) | | ■ 적대 개체: 마왕군 정예 마귀 (420마리) | +-----------------------------------------------------+

들어오는 즉시 오염되어 녹아내리는 극악의 중사(中毒) 지대.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렀을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입꼬리가 슥 올라갑니다.

'아, 이 패턴.' '진짜 추억 돋네.'

악마 같은 난이도로 악명 높은 역겨운 맵 구조.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억까의 성지'라 불리던 바로 그 함정이었습니다.

여기서 당황해서 결계를 부수려고 발버둥 치는 순간, 사방에서 정예 마귀들이 달려들어 뉴비들을 발할라로 사출시키곤 했지.

물론, 그건 이 게임을 고작 몇 백 시간밖에 안 해본 '진짜 뉴비'들의 슬픈 이야기입니다. 고인물을 넘어 석유가 된 당신에게, 이 밀폐 공간은 오히려 대량의 경험치가 굴러들어온 축제판일 뿐입니다.

첩자는 저 멀리 구석에서 결계 제어장치를 쥔 채, 당신이 독기에 오염되어 죽어가는 모습을 비열하게 비웃고 있습니다.

"흐흐흐... 멍청한 아카데미 학도 놈! 제 발로 무덤에 기어들어 왔구나!"

비명횡사하기 직전의 가련한 연출을 해줘야 할지, 아니면 그냥 화끈하게 판을 엎어야 할지.

당신의 손끝이 소매 안쪽에서 가볍게 춤을 춥니다.

이 좁아터진 밀실을 순식간에 청소할 기발한 세팅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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