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공방의 오래된 나무 테이블 위로 내려앉은 오후의 햇살이 유난히도 버겁게 느껴집니다. 손끝에 닿는 나무의 거친 결마저 지후가 홀로 걸어왔을 가시밭길의 감각처럼 아프게 파고듭니다. 오해라는 묵은 먼지가 걷힌 자리에는, 빛바랜 상처를 온전히 드러낸 한 남자가 서 있을 뿐입니다.

지후는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서 있습니다. 늘 곧고 단단해 보였던 그의 어깨가 오늘따라 유난히 비좁고 작아 보입니다. 당신은 그의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숙이다가, 문득 그의 소매 끝자락에 가려진 손등을 발견합니다. 잘게 떨리는 그 마른 손끝은, 모진 세월 속에서도 정처 없이 흔들리던 그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합니다.

"미안해."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강하게 불어도 바스러질 것처럼 위태로운 음성.

"...미안하다는 말밖에, 내게 남은 게 없어서."

그 한마디에 가슴의 오밀조밀한 빗장이 단번에 풀려 내립니다. 수년간 그를 미워하며 스스로를 가두었던 원망의 방이, 사실은 그를 지독하게 그리워하던 밀실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당신의 눈자위가 붉게 달아오르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지후는 당신의 눈물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한 걸음 다가서려다, 이내 어정쩡하게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 짧은 멈춤이, 선을 넘지 않으려는 그 고독한 조심스러움이 마음을 더 미어지게 만듭니다.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내 전부를 헤집어서라도, 너 하나만은 다치지 않기를 바랐는데."

지후는 말끝을 흐리며 가만히 숨을 삼킵니다. 그의 속눈썹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아프게 반짝입니다.

그의 가혹했던 나날들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집니다. 홀로 원망을 감내하며 울음을 삼켰을 밤들, 스스로를 깎아내며 당신의 평온만을 바랐을 시간들. 그 외롭고 길었던 투쟁의 끝에서, 그는 여전히 당신을 향해 서 있습니다. 그 피투성이 상처를 숨기지도 못한 채로, 오직 당신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이제 선택은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길고 추웠던 오해의 겨울 끝에서, 그가 간신히 내밀어 둔 손을 맞잡을 것인지, 아니면 이 서글픈 이해를 끝으로 서로의 평온을 빌어주며 완전히 놓아줄 것인지. 지후의 텅 빈 눈망울이 당신의 가쁜 숨결을 조용히 받아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마주 잡지 못한 두 손 사이에는, 아직 녹지 못한 첫눈의 온기가 아스라이 머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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