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안을 가득 채운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코끝을 스칩니다. 사각사각, 거칠었던 표면을 사포로 다듬는 소리만이 적막한 공기를 메웁니다. 당신의 손길은 어딘지 모르게 위태롭고 서툽니다. 그럴 때마다 곁에 선 지후의 시선이 당신의 굳은 손목과 꾹 다문 입술에 머뭅니다.
지후가 말없이 다가와 당신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쳐옵니다. 투박하지만 따스한 온기가 굳어 있던 당신의 손가락 끝으로 서서히 스며듭니다.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박힌 굳은살이 당신의 살결에 쓸려 아릿한 감각을 남깁니다.
"힘을 조금만 빼 봐."
나직한 고저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그의 손길을 따라 사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그의 얼굴을 흘낏 바라봅니다. 턱선 아래로 비치는 어스름한 그림자, 잘게 떨리는 그의 속눈썹이 그가 지닌 마음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지후가 움직임을 멈추고 당신을 마주 봅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힙니다. 아주 오랜 시간 먼 길을 돌아서야 겨우 맞닿은 눈동자에는 원망 대신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다정함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네가 다치는 건..."
그가 말을 멈추고 숨을 고릅니다. 짧은 침묵 사이로 들이치는 오후의 햇살 속에서 먼지들이 하얗게 춤을 춥니다.
"이젠 보고 싶지 않아. 내 손을 잡고 해봐."
지후가 다른 손을 들어 당신의 뺨에 묻은 보얗고 고운 나무 가루를 조심스레 쓸어내립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닿았다가 떨어진 자리가 화끈거리듯 달아오릅니다. 지독하리만치 차가웠던 당신의 세상에, 그의 온기가 조금씩 틈을 비집고 들어와 얼어붙은 결을 녹여 가고 있습니다. 지후의 헌신적인 눈빛은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오롯이 당신만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쓸어내듯 두 사람의 서투른 손길이 나무 위에 새로운 궤적을 그립니다. 완전히 무너져 내렸던 일상의 조각들이 이 작은 공방 안에서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오랜 상처와 두려움의 파편이 당신의 발목을 무겁게 붙잡습니다.
우리의 서툰 슬픔은 깎여 나간 나뭇결 사이로 그렇게, 소리 없이 고운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