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빗소리가 그친 골목은 유독 차디찼습니다. 문을 가차 없이 닫아걸던 그 짧은 순간의 감각이 낙인처럼 손가락 마디마디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쓰러져 가던 지후를 모질게 외면했던 그 밤 이후, 공방에는 숨이 막힐 듯한 적막만이 짙은 안개처럼 고여 들었습니다.

당신은 작업대 위에 놓인 거친 사포를 쥐었다가, 이내 힘없이 손을 놓아버립니다. 슬쩍 스친 손끝에 남은 나무 가시의 깔깔한 감촉보다, 가슴속을 후벼 파는 후회가 훨씬 더 예리하게 살을 파고듭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기계적으로 째깍거리는 벽시계 소리마저 당신의 가쁜 숨소리를 압도할 만큼 커다란 소음이 되어 고막을 찔러댑니다.

휴대폰은 온종일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합니다. 아무런 소식도, 그 어떤 흔적도 들려오지 않는 하루하루. 기대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지만, 검은 액정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동자에는 지울 수 없는 불안의 그늘이 짙게 내려앉습니다.

그가 쓰러져 있던 차가운 아스팔트, 빗물에 젖어 힘없이 처져 있던 어깨, 그리고 끝내 마주 보지 못했던 그의 애달픈 시선이 매일 밤 천장에 얼룩처럼 번져갑니다. 모질게 밀어내면 이 지긋지긋한 마음의 부채감도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당신을 사방이 막힌 벽 속에 가두어버리는 꼴이 되었습니다.

“……미안해.”

텅 빈 공방에 나지막이 던져진 혼잣말은 메아리조차 만들지 못한 채 먼지처럼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대답해 줄 이는 이제 온 세상천지에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은 천천히 걸어가 창가에 이마를 기댑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골목길은 지후가 서성이던 그날 이후로 온기를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가로등은 깜빡임도 없이 외로운 주황빛만 고인 빗물 위에 흩뿌리고 있을 뿐입니다.

내가 지킨 것은 나 자신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비겁한 도망이었을까.

스스로를 가둔 이 방 안에서, 당신은 비로소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그를 밀어내고 얻은 것은 평온이 아니라, 온몸을 짓누르는 지독한 외로움과 고립뿐이라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는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매 순간 찌르는 통증으로 되살아납니다. 그가 정말로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이 깊은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당신은 차갑게 식어버린 손으로 공방의 낡은 문고리를 가만히 거머쥔 채 잠시 멈춰 섭니다. 문밖의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이토록 아득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적막은 어느새 굳어버린 겨울 호수처럼 단단해지고, 당신의 마음은 그 두꺼운 얼음 밑을 위태롭게 부유하는 외로운 잎사귀처럼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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