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공방의 공기는 바깥의 겨울바람보다 더 시립다. 당신의 시선은 지후의 수척해진 뺨을 비껴가, 그가 여미지 못한 코트 깃 너머의 쇄골 근처에 머문다. 차갑게 굳어버린 당신의 눈빛을 마주하면서도, 그는 피하지 않는다. 그저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당신의 거친 호흡을 가만히 받아낼 뿐이다.

"더는 할 말 없어. 가줘, 지후야."

목소리가 잘게 갈라진다. 단단하게 밀어내려 고른 단어들은 오히려 당신의 목구멍을 긁으며 상처를 남긴다. 지후는 대답 대신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그의 긴 속눈썹이 그늘을 드리웠다 걷히는 찰나, 깊고 해묵은 슬픔이 일렁인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외투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는다. 그의 마디 굵은 손끝이 주머니 안쪽에서 무언가를 한참 만지작거리다, 이내 밖으로 조심스럽게 꺼내어진다. 나무 테이블 위,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내려앉은 것은 낡아 빠진 가죽 열쇠고리다.

당신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고등학교 시절, 두 손을 꼭 맞잡고 함께 가죽 공예 거리를 거닐며 만들었던 그것이다. 시간이 흘러 가죽은 닳고 헤졌으며, 모서리는 지저분하게 닳아 있지만, 그 위에 조잡하게 새겨진 서로의 이니셜만은 지워지지 않은 채 선명하다.

"이것만…… 돌려주고 싶었어."

낮게 내려앉은 지후의 목소리에 물기가 배어 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입꼬리는 가볍게 파르르 떨린다. 그 쓸쓸한 미소는 차라리 우는 것보다 더 아프게 당신의 가슴을 찌른다. 그는 더 이상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갈게. 추운데 문 잘 잠그고 있고."

짧은 공백이 밀려온다. 당신은 잡아야 할지, 아니면 더 모질게 내쫓아야 할지 알지 못한 채 손가락 끝만 아프게 말아 쥔다. 지후는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처럼 돌아선다. 딸랑, 공방 문에 걸린 종소리가 쓸쓸하게 울리고, 이내 그 너머로 그의 멀어지는 발소리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시린 정적만이 고인다. 온기 없는 공방 안, 낡은 열쇠고리만이 테이블 위에서 차가운 형광등 불빛을 받아 홀로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다. 버려진 과거의 조각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얼어붙은 채, 당신의 흔들리는 시선을 지긋이 붙잡아 둔다.

후회는 언제나 가장 추운 계절의 냄새를 풍기며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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