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쁜 숨을 고르듯, 공방 안은 노란 백열등 불빛 아래 가라앉은 나무 먼지만이 고요히 떠돌고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날 이후, 당신의 시간은 이 작고 외단 작업실 안에서만 겨우 고여 흘러갔습니다. 거친 사포로 단단한 참나무 모서리를 쓸어내리던 손길이 멈춘 것은, 문에 달린 낡은 놋쇠 종이 가냘픈 울림을 토해낸 순간이었습니다.
딸랑.
그 서늘하고도 낯익은 음색에 당신은 쥐고 있던 사포를 힘없이 내려놓습니다. 손가락 끝에 묻은 하얀 나무 가루를 채 털어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들었을 때, 문틈으로 스며든 겨울의 찬 공기와 함께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지후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오해의 늪 속에서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을 남기고 매정하게 돌아섰던 당신의 첫사랑.
마지막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보송하고 싱그럽던 소년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의 뺨은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외투 깃 위로 드러난 목덜미는 쓸쓸하리만치 굳어 있습니다. 오직 당신을 담아내는 그 깊고 애처로운 눈빛만이 그가 한때 당신 세계의 전부였던 한지후임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흘러간 긴 세월 동안 홀로 얼마나 많은 모진 바람을 맞았는지, 그의 긴 그림자에는 짙은 그늘이 묻어납니다.
"……."
나무 냄새 가득한 공방 안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무겁게 얽힙니다. 공기가 얼어붙은 듯 미동조차 없는 적막 속에서, 지후는 문손잡이를 잡은 손가락 끝을 잘게 떨며 다가서지도,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못한 채 서 있습니다. 그의 입술이 아주 느리게 서너 번 열렸지만, 가늘게 흩어지는 숨결 너머로 어떤 목소리도 선뜻 튀어나오지 못합니다.
당신은 작업대 끝을 손끝으로 가만히 움켜잡습니다. 거친 나무 옹이의 감촉이 지문 속을 파고드는 통증이 지나치게 생생하여, 눈앞의 이 재회가 꿈이 아님을 비로소 실감합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눅눅한 통증이 서서히 번져 나갑니다. 모질게 밀어내고 싶으면서도, 그의 얇은 외투 깃을 적신 밤이슬이 못내 마음에 걸려 시선이 자꾸만 아래로 떨어집니다.
"찾아와서, 미안해."
갈라진 목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뜨립니다. 지후의 시선은 당신의 먼지 묻은 앞치마를 지나, 상처투성이인 여린 손끝에 잠시 머물렀다 내려앉습니다. 길 잃은 아이처럼 헤매는 그의 눈동자 속에는 미안함과 그리움, 그리고 어찌할 줄 모르는 아픔이 뒤섞여 일렁이고 있습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다시 한번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발끝을 시리게 적시는 지금, 당신은 가빠오는 호흡을 가만히 누르며 그를 바라봅니다.
내려앉은 밤의 장막 아래, 차마 맞닿지 못한 두 사람의 서툰 침묵만이 겨울 공기를 닮아 시리게 흩어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