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공방 바닥에 길게 내려앉습니다. 공기 중에 정처 없이 떠돌던 미세한 톱밥들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정경을, 당신은 가만히 바라봅니다. 은은한 나무 향 사이로 스며드는 온기가 낯설면서도 다정해 입술 끝이 작게 떨려옵니다.
사포질을 하던 당신의 손길이 잠시 멈춥니다. 결 고운 소나무 표면 위로 짙은 그림자가 그림처럼 드리웁니다. 돌아보지 않아도 그가 곁에 와 섰음을, 당신은 등 뒤로 느껴지는 미온적인 공기만으로도 알아차립니다. 지후의 시선이 당신의 멈춰 선 손끝에 부드럽게 닿았다가, 천천히 당신의 옆모습으로 옮겨갑니다.
"더 도울 거 없어?"
낮게 가라앉은, 그러나 예전의 날 선 가시가 모두 깎여 나간 목재처럼 편안한 목소리입니다. 당신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마주합니다. 거센 비바람이 치던 허름한 여인숙에서 서로의 해묵은 아픔을 온전히 쏟아냈던 그 밤 이후, 그의 눈동자에는 한 줌의 그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온전히 담아내겠다는 듯 고요하고 깊습니다.
"지금도 충분해. 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목소리는 작게 떨립니다. 하지만 그 떨림은 예전처럼 무너지기 쉬운 불안이 아닌, 오랜 방황을 끝낸 이의 안도감에 가깝습니다. 지후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뻗어옵니다. 그의 손가락 끝바닥이 당신의 뺨을 스치듯, 머리칼을 귀 뒤로 조심스럽게 넘겨줍니다. 깨지기 쉬운 소중한 유리 조각을 다루듯 느리고 다정한 손길입니다.
지후의 손길이 닿은 뺨에서부터 시작된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갑니다. 오랜 오해의 어둠을 걷어내고 마주한 서로의 존재는,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온한 피난처가 되어 줍니다. 당신이 겪어야 했던 상실의 슬픔과, 그가 홀로 버텨내야 했던 외로움의 시간이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다정하게 맞물려 들어갑니다.
"이제 아무 데도 안 가."
그가 속삭이며 당신의 손위로 자신의 손을 포갭니다. 거칠고 단단한 그의 손등에서 전해지는 확실한 고동이, 당신의 가슴 속 불안을 눈 녹이듯 지워버립니다.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공방 한구석의 모빌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슬픔은 마침내 제 무게를 잃고 흩어집니다. 오랜 계절을 돌아 비로소 서로에게 맞닿은 두 사람의 그림자 위로, 눈부신 아침의 온기가 소리 없이 내려앉아 지워지지 않을 향기로 물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