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은 가차 없이 당신의 시야를 흐리고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를 찾아 헤매던 길 끝에 마주한 허름한 여인숙 복도는 낡은 리놀륨 바닥이 발을 딛을 때마다 삐걱이는 비명을 지릅니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박히는 찬 공기에 이가 가볍게 맞부딪히지만, 당신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마침내 칠이 반쯤 벗겨진 나무 문 앞에 서서, 당신은 빗물에 젖어 하얗게 질린 손가락 끝을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건, 지독하리만치 무겁고 더운 열기입니다.
달칵,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돌려 밀어젖힙니다.
좁고 어두운 방 한구석, 얼룩진 이불 위에 누워 있는 그의 흐릿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때 당신의 온 우주였으나 마침내 가혹한 오해로 서로를 할퀴었던 지후가, 지금 그곳에 부서진 조각처럼 힘없이 뉘어져 있습니다. 쌕쌕거리는 가쁜 숨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미세하게 흔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선뜻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합니다. 젖은 옷자락 끝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고요 속에서 유독 크게 울립니다. 천천히 그의 머리맡으로 다가갑니다. 그의 얼굴은 불덩이처럼 상기되어 있고, 갈라진 입술 사이로 마른 신음이 간신히 비져나옵니다.
당신은 떨리는 손을 뻗어봅니다. 그의 이마 위를 허공에서 배회하던 손끝에 열기가 고스란히 닿을 듯 전해지자, 가슴 아래 깊이 묻어두었던 사랑의 아픔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지독한 고립 속에서 자신을 외롭게 지키려 걸어 잠갔던 마음의 빗장이 그의 아픈 숨결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지후야……."
지극히 나직한 부름에, 그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립니다. 열감으로 혼탁해진 갈색 눈동자가 겨우 당신의 실루엣을 찾아 헤맵니다. 그가 헛것을 본 듯, 파르르 떨리는 손을 내밀어 당신의 젖은 소맷자락을 약하게 지탱하듯 쥐어옵니다.
"……진짜, 너야?"
대사 사이로 오랜 시간 쌓인 오해와 슬픔이 침묵의 형태로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그의 손가락 끝에 실린 미약한 힘에서 애틋함과 미련이 엉켜 당신의 심장을 사정없이 두드립니다. 눈앞의 고통스러운 온기를 마주한 채, 당신의 마음은 다시 한번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창밖에 쏟아지는 비는 그칠 기색을 보이지 않고, 갈라진 두 마음의 틈새로 시린 계절의 눈물이 소리 없이 고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