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이렌 빛이 복도 벽면의 거친 콘크리트 질감을 피처럼 물들였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보음이 고막을 짓눌렀고, 좁은 통로를 가득 채운 사설 진압 부대의 총구들은 미동조차 없이 지훈의 심장과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 총구의 차가운 금속성 광택이 붉은 조명 아래서 서늘하게 번뜩였다.
"무기를 버리고 무릎 꿇어라."
방탄 헬멧 너머에서 울리는 진압 대장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차갑고 감정이 배제되어 있었다.
그들의 뒤편, 짙푸른 어둠이 내려앉은 복도 끝에서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 민수현이었다. 그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왼쪽 손목의 커프스단추를 천천히 만지작거리며 낄낄거렸다. 그 기괴한 보조개가 볼 위에 깊게 패어 있었다.
"결국 여기까지 기어 나왔네, 강지훈 형사님? 아니, 이제는 그냥 미친 살인마라고 불러야 하나?"
지훈의 뇌리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함께 격렬하게 요동쳤다. 머릿속의 범죄 설계도가 붉은색 경고 메시지를 연이어 띄우며 연산 장치를 무리하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안구 뒷근육이 찢어지는 감각이 일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푸른색 3D 홀로그램 공간 속에서, 그를 구원할 탈출 궤적은 단 하나도 그려지지 않았다. 사방이 두꺼운 철근 콘크리트와 무장한 병력으로 꽉 막힌 절대적 밀실.
왼쪽 어깨의 탈구된 관절이 비명을 질렀고, 손가락 끝은 감각이 마비된 듯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뒤에 선 서은우의 거친 숨소리가 지훈의 등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기서 발포가 시작된다면 은우마저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지훈의 턱관절에 힘이 들어갔다. 어금니가 맞물리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쏠 테면 쏴 봐."
지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복도의 소음에 묻히기도 전에, 복도 모퉁이 너머에서 거친 구둣발 소리와 함께 권위적인 고함이 붉은 복도를 찢고 들어왔.
"전원 사격 중지! 서울 서부경찰서 수사 1과다! 무기를 내리지 않으면 현 시간부로 불법 무장 단체로 규정하고 즉각 사살하겠다!"
어둠을 뚫고 나타난 것은 귀를 찢는 목소리의 주인공, 수사 1과장과 그 뒤를 따르는 형사들이었다. 맨 앞에 선 한태성이 권총을 치켜든 채 사설 진압 부대의 측면을 거칠게 밀치고 들어왔다. 그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눈빛은 야수처럼 사납게 빛나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눈에 뵈는 게 없나? 경찰이 현장에 깔렸는데 어딜 대가리를 들이밀어!"
태성이 진압 대장의 총구를 거칠게 쳐내며 지훈과 사설 부대 사이를 가로막았다. 사설 병력들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민수현의 웃음소리가 뚝 멈췄다. 그의 눈살이 찌푸려지며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한태성 형사. 지금 범죄자를 옹호하겠다는 겁니까? 강지훈은 아르카디아 요양원 침입 및 살인 용의자입니다. 우리 보안팀은 정당방위로 처단하려던 것뿐입니다."
"정당방위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태성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는 지훈의 덜렁거리는 왼쪽 어깨를 일부러 거칠게 잡아채어 뒤로 꺾었다.
"윽!"
지훈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태성은 지훈의 손목에 쇠사슬이 부딪치는 차가운 수갑을 사정없이 채우며, 귓가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빠르게 읊조렸다.
"닥치고 가만히 있어, 이 새끼야."
동시에 태성의 억센 몸이 지훈과 은우의 앞을 완벽하게 가로막으며 사설 부대의 시야를 차단했다. 수사 1과 형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은우를 자연스럽게 군중 속으로 숨겨 퇴로를 열어주었다. 은우는 안경테를 가운데 손가락으로 치켜올리며, 지훈과 찰나의 눈빛을 교환한 뒤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현 시간부로 피의자 강지훈을 살인 및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신병은 서부서 수사 1과가 인계한다. 불만 있으면 정식으로 영장 끊어 와라, 민 실장님."
1과장이 가죽 재킷을 펄럭이며 민수현의 코앞에 체포영장을 들이밀었다. 민수현의 눈 밑에 기괴한 보조개가 파르르 떨렸다. 그의 왼손가락이 커프스단추를 쥐어뜯을 듯이 비틀어 댔다. 하지만 이미 경찰 병력이 복도를 장악한 상황에서 사설 경비대가 움직일 여지는 없었다.
지훈은 형사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질질 끌려가듯 복도를 빠져나왔. 차가운 요양원의 지하 공기가 멀어지고, 밤의 축축한 외기가 뺨을 때렸다.
* * *
경찰 호송차 내부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쇠창살 틈새로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들어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덜컹거리는 차체 바닥의 진동이 지훈의 뼈마디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태성이 지훈의 맞은편 시트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려다 말고, 차 창밖을 한 번 흘깃 본 뒤 지훈에게 손을 뻗었다.
"팔 내밀어."
태성이 지훈의 탈구된 왼쪽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참아라."
"하윽!"
뼈가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지훈의 전신이 활처럼 휬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마비되었던 손가락 끝에 서서히 뜨거운 피가 도는 감각이 되살아났다. 지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태성을 노려보았다.
"왜 도왔지?"
태성은 대답 대신 담배를 바닥에 짓이기며 낮게 읊조렸다.
"민수현 그 뱀 같은 새끼가 위에서 아주 단단히 손을 썼어. 검찰청 형사조정 부장검사 놈을 서부서로 직접 불렀다더군. 요양원 지하에서 발견된 불법 의료 장비랑 생체 실험 흔적들, 그거 몽땅 네 단독 범행이자 기억상실로 인한 발작으로 덮어씌울 작정이야. 지금 서부서 상층부방에서 합동 영장 사정 회의가 열리고 있어. 널 심문실에 처넣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해서 세상과 격리하겠다는 시나리오지."
지훈은 한쪽 눈을 찌푸렸다.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뇌세포가 비명을 질렀다. 범죄 설계도가 강제로 구동되며 망막 위에 푸른빛 홀로그램이 번쩍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홀로그램의 하단 구석, 지직거리는 노이즈 틈새로 낯익은 녹색 글자가 선명하게 깜빡였다.
`[User-designed 1092]`
1092.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지훈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뇌 깊숙한 곳, 얼어붙어 있던 기억의 빙하 밑에서 먼지 쌓인 서랍이 열리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 1092는 그의 옛 경찰 군번의 뒷자리였다.
'내가 타인에게 이식당한 저주가 아니었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 빌어먹을 '범죄 설계도'라는 시스템, 그리고 자신을 옥죄어 오던 완벽한 밀실의 누명들. 이 모든 파괴적인 시련을 설계한 진정한 배후는 다른 누구도 아닌, 과거의 자기 자신이었다. 거대 악 백야회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마저 완벽한 용의자로 만들어 적의 방심을 유도하려 했던 자해형 덫.
"강지훈, 정신 차려."
태성이 지훈의 뺨을 가볍게 쳤다. 지훈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과거의 자신이 설계한 게임이라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패가 준비되어 있을 터였다.
동시에 아르카디아 요양원 VIP 명부에서 보았던 흐릿한 이름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강민우'. 그 차트 정보가 머릿속에서 경종을 울렸다. 자신이 반드시 구해야 할, 혹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동료의 존재가 그 이름 뒤에 숨겨져 있었다.
"과장님과 내가 심문실에 동석할 거다."
태성이 차갑게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 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어. 우리가 직접 도와줄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다. 심문실 안에서는 오직 네 주둥이 하나로 그 새끼를 무너뜨려야 해. 할 수 있겠냐?"
지훈은 어깨를 가볍게 돌렸다. 관절의 통증은 가시지 않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서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판이 깔렸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 * *
서부경찰서 특별 심문실의 공기는 무겁고 탁했다. 천장의 백색 형광등은 미세하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가운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철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지훈과 민수현이 마주 앉았다. 민수현의 뒤편에는 값비싼 맞춤 정장을 입은 부장검사와 서부서 수뇌부 간부들이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초리로 지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민수현은 여유로운 태도로 서류 가방에서 두꺼운 파일 뭉치를 꺼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강지훈 형사님. 아르카디아 요양원 지하의 불법 무단 침입, 기물 파손,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살인미수 사건까지. 이 모든 게 본인의 광증이 부른 참극이라는 증거들입니다. 본인은 기억상실이라고 우기고 싶겠지만, 물증과 목격자의 진술이 이렇게 확실한데 언제까지 오리발을 내밀 작정입니까?"
민수현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낄낄거리며 도발했다. 그의 눈 밑에 깊게 파인 기괴한 보조개가 실룩거렸다.
지훈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민수현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의 뇌 속에서 범죄 설계도가 구동되며 민수현의 신체 궤적을 실시간으로 연산하기 시작했다.
푸른색 격자선이 민수현의 전신을 감쌌다. 호흡수 분당 18회, 맥박 분당 82회. 겉으로는 완벽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왼쪽 어깨가 미세하게 위로 솟아 있었다.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민수현이 입을 열어 거짓 진술을 보태려는 순간, 그의 왼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왼쪽 손목의 은색 커프스단추를 만지작거리는 미세한 운동 틱 장애.
지훈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굳어졌다.
'걸려들었군.'
지훈은 즉시 입을 열지 않았다. 심문실 내부에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 10초, 20초, 30초.
침묵은 공기를 무겁게 만들고, 거짓을 말하는 자의 목구멍을 조여 오는 법이다. 민수현의 이마에 아주 미세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의 왼손가락이 커프스단추를 비트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지훈이 마침내 침묵을 깨고 차분하고도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민수현 씨. 사건 당일 22시부터 23시 사이, 아르카디아 요양원 VIP 병동에 전혀 출입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셨더군요."
"크힛, 당연한 소릴. 난 그 시간에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우리 백야 재단 후원회 분들과 식사 중이었습니다. 여기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참석자들의 사실확인서도 첨부되어 있어요. 검사님께서도 이미 확인하신 내용입니다."
민수현이 거만하게 턱을 치켜세우며 부장검사를 쳐다보았다. 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훈을 압박하듯 눈빛을 보냈다.
"그렇습니까?"
지훈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민수현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꿰뚫었다.
"그럼 첫 번째 질문을 드리죠. 당신이 제출한 그 일식집의 카드 결제 전표, 승인 시각이 22시 15분으로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당일 22시 10분부터 22시 40분 사이, 당신의 개인 휴대폰이 수신한 기지국 신호는 강남이 아니라 아르카디아 요양원이 위치한 북부 침엽수림 지대였습니다. 전파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당신의 몸은 강남에 있었는데, 당신의 영혼만 휴대폰을 들고 요양원을 배회한 겁니까?"
민수현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커프스단추를 만지던 손가락이 뚝 멈췄다.
"그, 그건 비서가 내 폰을 가지고 이동한 것뿐..."
"두 번째."
지훈이 민수현의 말을 가차 없이 자르며 두 번째 손가락을 펼쳤다.
"지금 당신이 필사적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 왼쪽 손목의 커프스단추.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제 단추더군요. 그런데 실밥이 엉망으로 뜯겨 나간 자국이 보입니다. 오늘 아침에 급하게 다시 다셨나 봅니다? 왜냐하면, 그 단추의 원래 짝은 사흘 전 아르카디아 요양원 지하 3구역 배수구 틈새에서 우리 수사팀에 의해 이미 수거되었기 때문입니다."
민수현의 얼굴에서 핏기가 한순간에 가셨다.
"국과수 감정 결과, 배수구에서 발견된 단추의 틈새에서 당신의 표피 세포와 함께, 살해당한 피해자의 혈흔 DNA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당신이 그 시각 강남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면, 당신의 커프스단추는 어떻게 그 피비린내 나는 지하 밀실 배수구에 떨어져 있었을까요?"
"이, 이건 모함이야! 누군가 내 단추를 훔쳐서..."
민수현의 목소리가 가늘게 갈라지며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뒤에 서 있던 부장검사의 미간이 좁혀지며 서류를 내려다보는 손길이 바빠졌다. 참관실 안의 공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마지막 세 번째."
지훈이 의자를 뒤로 젖히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맹수의 그것이었다.
"당신이 기어코 숨기려 했던 아르카디아 요양원 내부의 이중 대장. 'User 1092'가 해킹하여 확보한 요양원 메인 서버의 백업 데이터에는 당신이 직접 전자 서명한 VIP 임상 실험체 '강민우'의 이송 승인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승인서가 전송된 IP 주소는 바로 당신이 사용하던 요양원 실장실의 전용 컴퓨터였고, 전송 시각은 당일 22시 30분이었습니다."
지훈이 테이블을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민수현 씨. 당신은 강남에 있었습니까, 아니면 내 동료의 뇌를 주무르던 지하 실험실에 있었습니까? 검수관분들 앞에서 직접 자백해 보시지."
"이... 이 더러운 형사 새끼가...!"
민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며 폭발했다. 그의 완벽했던 알리바이가 단 세 마디의 정교한 팩트 폭격 앞에 추풍낙엽처럼 찢겨 나가자,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것이다.
* * *
우당탕탕!
민수현이 돌연 비명을 지르며 철제 테이블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무거운 테이블이 비명에 가까운 굉음을 내며 옆으로 넘어졌고, 서류들이 공중에 사방으로 흩날렸다.
"으아아아악!"
광기에 휩싸인 민수현이 이성을 잃고 지훈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지훈의 멱살을 움켜잡고 거칠게 뒤흔들었다. 지훈의 덜렁거리는 왼쪽 어깨에 다시 한번 극심한 통증이 가해졌지만, 지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민수현의 광기 어린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네놈이 뭘 알아! 강지훈! 넌 어차피 여기서 살아서 못 나가! 내가 널 여기서 쏴 죽여도 난 무죄로 풀려날 수 있어! 감히 백야회를 건드려? 네놈과 네 옆에 있는 쓰레기 동료 새끼들 전부 산 채로 머리통을 따서 요양원 거름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내가 직접 네놈의 그 잘난 뇌를 도려내 주마!"
민수현이 지훈의 얼굴에 침을 튀기며 기괴한 폭언과 협박을 마구 쏟아냈다. 뒤에 서 있던 부장검사와 경찰 간부들이 경악하여 민수현을 뜯어말리려 했지만, 이미 통제력을 잃은 민수현은 지훈의 목을 조르며 날뛰었다.
하지만 그 수라장 같은 순간에도, 지훈은 비명을 지르거나 반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 서늘하고도 기괴한 미소를 본 민수현이 멈칫하며 등줄기에 오한을 느끼는 찰나.
지훈이 민수현의 귓가에 대고 낮고 차갑게 속삭였다.
"잡았다, 이 새끼야."
"뭐...?"
민수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는 순간, 심문실 천장 구석, 스프링클러 배관의 어두운 그늘 틈새에서 초소형 카메라의 녹색 작동등이 선명하게 깜빡였다.
동시에, 서부경찰서 내부 통신망의 해킹 프로토콜을 타고 이 심문실의 실시간 영상과 음성이 주요 언론사 사회부 기자들의 단체 단톡방과 대형 유튜브 시사 스트리밍 채널로 고스란히 송출되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백야회의 서열 2인자 민수현은 살인 협박과 불법 생체 실험 자백을 온 세상이 듣는 앞에서 악을 쓰며 쏟아내고 있었다.
민수현의 눈동자에 뒤늦은 파멸의 공포가 서리며 천장의 카메라를 돌아보는 순간, 심문실의 무거운 철문이 거칠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