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쿵!

황좌의 거대한 청동 대문이 안쪽으로 우그러지며 굉음을 토해냈다. 금빛이 찬란하던 뇌정전(雷霆殿)의 대전 안으로 가혹한 진풍(疾風)이 불어닥쳤다. 자욱한 먼지 구름을 가르고 모습을러낸 불청객들, 그 선두에는 무림맹의 처단자이자 가증스러운 위선자인 사공도가 서 있었다. 그의 등 뒤로 그림자처럼 늘어선 무림맹 정예 장로들의 검끝이 차가운 살기를 머금은 채 번뜩였다.

"결국 이곳까지 기어들어 왔구나, 사나운 쥐새끼 놈."

사공도의 목소리는 온화했으나, 그 눈빛만큼은 독사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기이하게 일렁이는 붉은 조각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사공도가 삼류 무인 시절, 이 마천의 장벽 외곽을 헤매다 뇌정전의 언저리에서 훔쳐내 무림맹에 바쳤던 고대 유물, '뇌신령(雷神令)'의 파편이었다.

천하를 속인 공헌의 상징이자, 그의 더러운 영생 야욕이 태동한 원죄의 조각. 사공도는 제단 중앙에 새겨진 고대 기하학적 문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 전각의 진짜 주인은 네놈과 같은 천한 표사가 아니다. 바로 천하의 대의를 짊어진 나 사공도란 말이다!"

사공도가 붉은 조각을 제단의 핵심 홈에 거칠게 밀어 넣었다.

끼이이잉!

귀를 찢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고대 결계의 문양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봉인이 유탈되는 불길한 소리가 대전 바닥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무림맹의 침탈자들이 성역의 문을 강제로 열어젖히는 파렴치한 현장이었다.

그 순간, 혁린의 귓가에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변덕스러운 웃음소리가 내려앉았다. 천뢰검에 깃든 영혼, 뇌령(雷靈)의 목소리였다.

-크하하핫! 보아라, 혁린! 저 하찮은 필멸자의 탐욕을! 벼락의 근원에 저토록 추잡한 오물을 묻히다니. 저 늙은 개가 네가 갈망하는 힘의 원류를 제 손아귀에 쥐려 하는구나! 감히 천벌의 권능을 도둑질하려는 꼴이라니, 가소롭기 짝이 없지 않느냐?

뇌령의 목소리에는 깊은 경멸과 광적인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벼락은 고결한 인과를 처단하고 업보를 씻어내리는 신성한 힘이었으나, 사공도가 펼쳐 보이는 무도(武道)의 실체는 오직 제 한 몸의 안위와 영생을 위한 도둑질에 불과했다.

-저놈의 목을 베어라! 심장을 꿰뚫고 그 피로 천뢰를 적셔라! 그러면 네 심장을 태우는 뇌적(雷積)의 고통도 잠시는 잊게 해 주마!

뇌령은 혁린의 영혼을 잠식하기 위해 끊임없이 번갯불의 유혹을 던졌다. 혁린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 같은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검을 쓸 때마다 수명을 갉아먹는 천벌의 기운, 뇌적이 심장을 옥죄어 오는 통증은 매 순간이 지옥이었다. 그러나 혁린은 이빨을 악물며 그 유혹을 눌러 내렸다. 고립무원의 불신 속에서도, 그가 지켜야 할 마지막 선이 있었다.

"콜록! 이…… 도둑놈 늙은이가 감히 어디서 수작질이냐!"

대전의 한구석, 침전하는 기형적인 독기와 붉은 마뢰의 폭풍 속에서 카칼칼한 목소리가 울렸다. 백소진이었다. 그녀는 혁린이 건넨 구명 내단 덕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여전히 전신에 퍼진 독기로 인해 안색이 창백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굳건히 대전의 입구를 가로막아 섰다.

손에 쥔 검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혁린, 네놈이 저 미친 영감탱이를 처단할 때까지 단 한 놈도 이 선을 넘지 못한다. 내 비록 삼류 표국의 가시내라 하여도, 신의가 무엇인지는 안다!"

백소진의 거친 말투 뒤에 숨겨진 비장한 각오가 대전을 메웠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표방하며 무덤과도 같은 뇌정전의 입구에서 무림맹 장로들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혁린의 가슴 안쪽에서 미미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품속에 고이 간직한, 백소진이 건네주었던 용호표국의 가업 징표 '반쪽짜리 용호철전'이 닿아 있는 자리였다. 평생을 밑바닥 표사로 구르며 타인을 의심하고 고립 속에서만 살아왔던 혁린이었다. 그러나 지금, 제 한 목숨을 바쳐 자신을 지키려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던 지독한 불신의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나를 믿어주는 이가 있다. 그렇다면 내 어찌 이 인과(因果)를 외면하겠는가.'

세상의 업보를 제 몸으로 떠안겠다는 준엄한 의지가 혁린의 전신을 관통했다. 그것은 뇌적을 정화하는 유일한 열쇠이자, 진정한 무도의 깨달음이었다.

고오오오!

혁린이 대전의 핵심 제단이자, 인과 징벌의 제단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전신 경추에서 검은 혈독과 탁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벼락의 기운이 그의 척추를 타고 올라가 뇌신무예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었다.

두두두둑!

뼈가 맞춰지고 맥로가 넓어지는 극통이 몰아쳤다. 그러나 혁린의 심상은 그 어느 때보다 명징했다. 제6성, 뇌정환천(雷霆幻天)의 무공이 그의 육체와 무맥에 즉각적으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전신 경추의 마지막 해독이 완수되며, 혁린은 마침내 일류의 극치를 완성하는 제6의 자리에 안착했다.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백자색의 안광이 어두운 대전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추었다.

"으하하하! 마침내! 뇌전의 제어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같은 시각, 사공도는 붉게 타오르는 뇌신령의 파편을 완전히 활성화했다고 믿으며 광소를 터뜨렸다. 대전 사방의 청동 석상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혁린을 향해 거대한 무기를 치켜들었다. 사공도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마뢰가 대전의 결계를 장악하듯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이 천한 표사 놈아! 이제 네놈의 신검도, 그 목숨도 모두 나의 장생을 위한 제물이 될 것이다!"

사공도가 의기양양하게 외치며 뇌신령을 높이 쳐들었다. 붉은 번개가 대전의 천장을 가르며 혁린의 머리 위로 쏟아질 듯 요동쳤다. 정파의 명숙이라는 자가 부리는 가소롭고도 탐욕스러운 힘의 유희였다.

그러나 혁린은 그 파멸의 폭풍 속에서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설 뿐이었다. 그의 걸음걸이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툭.

혁린이 가볍게 오른발로 청동 바닥을 내리밟았다.

그 순간, 대전 전체를 뒤흔들던 붉은 마뢰의 광풍이 거짓말처럼 멈추어 섰다.

콰아아앙!

혁린의 발끝에서 시작된 백자색 천뢰가 해일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사공도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제어하려던 고대 결계의 흐름이, 단 한 번의 디딤으로 완벽하게 역전되었다. 진짜 벼락의 지배자가 내뿜는 무소불위의 위풍이었다.

바지직! 바직!

"어, 어찌 이런 일이……!"

사공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의 손에 쥐여 있던 고대 유물, 뇌신령의 붉은 조각이 자잘한 균열을 일으키더니 이내 한 줌의 붉은 모래가 되어 바스러져 내렸다. 사공도가 무림맹 지하에서 비장하게 소장하며 천하를 호령할 무기로 여겼던 보물이, 혁린의 진정한 뇌신 기백 앞에서 한낱 길가의 돌멩이만도 못하게 파괴된 것이다.

"도둑질한 힘으로 주인을 참하려 들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사공도."

혁린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으나, 대전 전체를 울리는 벼락의 진동을 담고 있었다.

천뢰검의 검신이 백자색 뇌전을 내뿜으며 길게 울었다. 사공도의 등 뒤에 서 있던 무림맹 장로들은 그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검조차 제대로 쥐지 못한 채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격이 달랐다. 삼류 표사 시절의 비루함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천하를 굽어보는 절대자의 풍모가 혁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공도는 자신의 평생 야욕이 단 한 순간에 산산조각 나는 것을 목도했다. 그의 눈에 광기와도 같은 독기가 서렸다. 가문도, 명예도, 영생의 꿈도 모두 이 괴물 같은 청년의 발밑에서 부서졌다. 이대로 물러설 사공도가 아니었다. 위선자의 유치한 자존심이 무너지자, 남은 것은 오직 동귀어진의 파멸적인 광기뿐이었다.

"크흐흐…… 으하하하하! 그래, 내가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

사공도가 품속에서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검은 침을 꺼내 자신의 심장에 사정없이 박아 넣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지막 내력이 대전 지하 깊숙한 곳으로 연결된 도선(導線)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쿠구구구구!

대전의 사방을 지탱하던 거대한 청동 기둥 가닥들마다 붉은 빛이 명멸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공도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전 전체에 촘촘히 매설해 두었던 천하 비전의 환단 화약(丸丹 火藥)이었다.

"모두 함께 이 고대의 무덤 속에 묻히는 거다! 혁린! 너도, 저 계집도, 이 천고의 전각도 전부 먼지가 되어 사라져라!"

사공도가 광소하며 격발의 마지막 단계를 밟았다.

치이이익!

도선을 타고 타들어 가는 불꽃이 대전의 기둥들을 향해 맹렬히 달리기 시작했다. 백소진이 숨을 들이켜며 혁린을 바라보았고, 혁린의 눈동자에 붉은 화약의 폭열이 비쳐 들었다. 무너지기 직전의 뇌정전, 그 절대적인 파멸의 찰나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콰아아앙!

첫 번째 폭음이 동쪽 청동 기둥의 허리를 꺾어 놓았다. 천장을 떠받치고 있던 거대한 석조 대들보가 균열을 일으키며 수천 근의 낙석을 쏟아냈다. 자욱한 석회 가루와 유황 냄새가 순식간에 대전을 가득 메웠다.

연쇄 폭발의 서막이었다. 사공도가 심어 둔 화약은 단순한 화공(火攻)의 도구가 아니었다. 뇌정전의 영맥을 끊어내고 지반 자체를 무너뜨려 일대를 거대한 무덤으로 만들려는 가공할 음모였다.

"혁린……!"

백소진이 비틀거리며 검을 바닥에 짚었다. 충격파로 인해 대전 바닥이 파도치듯 요동치자, 독기에 침식된 그녀의 가냘픈 신형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 했다.

스윽.

넘어지기 직전, 억세고 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언제 다가왔는지, 혁린이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쏟아지는 낙석과 폭사하는 불꽃 속에서도 얼음처럼 차갑고 고요했다.

"내 뒤에 서라."

짧은 한마디였으나, 그 안에는 태산보다 무거운 신뢰가 담겨 있었다. 평생을 불신과 고립 속에서 살아온 사내의 입에서 나온, 최초의 약속이었다.

백소진은 붉어진 눈으로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검게 그을린 뺨과 단단하게 다물린 입술. 사내의 가슴팍 안쪽에서 은은하게 붉은 빛을 발하는 반쪽짜리 용호철전의 온기가 그녀의 손끝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크하하핫! 미련한 놈! 그 하찮은 계집과 함께 저승길 동무라도 하겠다는 거냐? 당장 검을 휘둘러 탈출해라! 벼락의 힘을 극대화하면 이 무덤쯤은 뚫고 나갈 수 있다!

뇌령이 혁린의 뇌리에서 광증을 터뜨리며 다그쳤다. 약자를 버리고 오직 강자로서의 생존만을 도모하라는 잔혹한 속삭임이었다.

하지만 혁린은 답 대신 천뢰검의 자루를 고쳐 쥐었다. 그가 한 걸음을 내딛자, 심장 깊은 곳에 도사린 뇌적(雷積)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혈관을 찢는 듯한 극통을 선사했다.

"커흑……!"

입가로 흘러내리는 한 줄기 핏방울. 수명을 갉아먹는 천벌의 기운이 그의 전신을 옥죄어 왔다. 그러나 혁린은 멈추지 않았다. 약자를 버리고 구걸한 생존은 결국 사공도와 같은 위선자의 길로 통할 뿐임을, 그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인과(因果)의 채무를 피하지 않겠다. 그것이 그가 택한 절대자의 무도였다.

위이이잉!

혁린의 전신에서 백자색 천뢰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제6성 뇌정환천(雷霆幻天)의 극의가 그의 검끝을 타고 허공에 거대한 번개의 그물을 짜 올리기 시작했다.

"가당치 않다! 한낱 인간이 천붕(天崩)의 재앙을 막아서려 드느냐!"

피투성이가 된 채 제단 구석에 쓰러져 있던 사공도가 광소를 터뜨렸다. 그의 심장에 박힌 검은 침이 검붉은 마기를 뿜어내며 폭발의 속도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콰콰콰쾅!

마침내 대전 중앙을 지탱하던 마지막 대들보가 무너지며, 수만 조각의 거대한 암석들이 폭우처럼 혁린과 백소진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대지 전체가 침강하는 절체절명의 파멸이었다.

"뇌정환천(雷霆幻天)—— 무간뢰옥(無間雷獄)!"

혁린이 검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찰나의 순간, 대전 전체가 눈이 멀 것 같은 백색의 방전(放電)으로 가득 찼다. 혁린의 검끝에서 뻗어 나간 수천, 수만 갈래의 번갯줄기가 허공에서 그물처럼 얽히며 떨어지는 암석들을 공중에서 그대로 격쇄해 나갔다.

쿠릉! 콰르릉!

바위가 번개에 맞아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벼락의 장벽이 그들의 머리 위를 완벽하게 차단한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가히 신역(神域)에 가까운 무위였다.

"이, 이럴 수가…… 천벌의 힘을 이토록 완벽하게 다룬단 말인가……!"

사공도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영생과 힘의 본질이, 눈앞의 삼류 표사 출신 애송이에 의해 현신하고 있었다. 질투와 공포가 그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바작! 바지직!

그러나 기적의 대가는 가혹했다. 낙석을 막아내는 매 순간마다 혁린의 심장에 쌓인 뇌적이 임계점을 향해 치달았다. 그의 피부 틈새로 붉은 혈선이 돋아나며 핏방울이 배어 나왔다. 전신의 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에 혁린의 신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혁린! 더 이상 무리하면 네 심장이 터져 버릴 것이다!"

백소진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조금만…… 더 버텨라."

혁린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안광은 흐려지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사공도가 마지막 남은 내력을 쥐어짜 내어 혁린의 등 뒤, 무방비 상태인 백소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의 손끝에는 독문 무공인 음독조(陰毒爪)의 시퍼런 독기가 서려 있었다. 동귀어진마저 실패할 위기에 처하자, 혁린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비열한 기습을 감행한 것이다.

"죽어라, 이 년!"

"비겁한 놈이 끝까지……!"

혁린이 급히 검을 회수하려 했으나, 머리 위를 받치고 있는 뇌옥의 결계를 거두는 순간 낙석이 그들을 덮칠 터였다. 검을 거둘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찰나.

스아아아—

그때, 혁린의 품속에 있던 반쪽짜리 용호철전이 기이한 진동과 함께 백색의 안개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안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백소진의 전신을 감싸 안았고, 사공도의 독조가 안개에 닿는 순간 강력한 반발력과 함께 사공도의 신형을 뒤로 밀쳐냈다.

"아니, 이것은…… 용호표국의……!"

사공도가 경악하며 비틀거리는 순간, 뇌정전의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스르릉!

그러나 무너진 것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었다. 천장이 붕괴되며 드러난 것은, 마천의 장벽 너머 밤하늘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거대한 먹구름과 그 안에서 요동치는 백자색의 천뢰(天雷)였다.

지하의 봉인이 깨어짐과 동시에, 대자연의 진짜 벼락이 뇌정전을 향해 내리꽂힐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것은 혁린이 마주해야 할 최종적인 심판이자, 세상의 모든 인과를 무너뜨릴 이중 겁절(二重 劫劫)의 시작이었다.

우르르릉! 쾅!

하늘과 땅이 동시에 울부짖었다. 사공도는 무너지는 잔해 속에 갇힌 채 광기 어린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혁린은 피를 토하면서도 천뢰검을 움켜쥔 채 대지를 딛고 섰다.

과연 이 천지의 분노 속에서, 혁린은 백소진을 구하고 자신의 질서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무자비한 천벌의 불길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인가.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거대한 번갯기둥이 뇌정전의 중심을 향해 무자비하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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