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아래로 침전하는 전기의 대폭풍 속에서 그들을 구하려는 뇌신전의 문양 유적이 피를 대면하여 금색 아우라를 사방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청동 제단 바닥에 깊게 파인 기하학적인 선들이 혁린의 상처에서 흘러내린 진득한 선혈을 남김없이 집어삼켰다.

우르릉, 쾅!

지하 궁전 전체가 거대한 심장처럼 고동쳤다. 사공도가 절벽 위에서 떨어뜨린 붉은 낙뢰가 금색의 보호막에 부딪쳐 사방으로 비산했다. 찰나의 순간, 천뢰검의 심상 공간이 폭발하듯 팽창하며 혁린의 의식을 삼켜버렸다. 머릿속에서 수만 개의 번개가 부딪치며 굉음을 냈다.

마천의 장벽 가장 깊은 곳.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고대 뇌정전의 본전 바닥에 두 사람의 신형이 무겁게 처박혔다. 상처투성이의 육신이 청동 바닥을 쓸며 거친 소리를 냈다.

"커흑……!"

혁린은 찢어진 폐부로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입안 가득 고인 비린 피를 바닥에 뱉어냈다. 사방은 청동과 황금으로 도색된 거대한 기둥들이 끝없이 솟아오른 신비로운 신전이었다. 그러나 그 웅장함을 감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청동 바닥의 한기보다 품 안에 안긴 백소진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사공도의 비열한 혈독이 혁린의 단전을 옥죄어 기경팔맥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다. 한 줌의 내력조차 끌어올릴 수 없는 절대적인 무력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소진아. 정신 차려라, 소진아!"

혁린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백소진의 상태는 참혹했다. 영맥을 파고든 빙결의 독기가 목덜미를 타고 올라와 턱밑까지 푸른 서리를 피워내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하얀 김이 힘겹게 새어 나왔다.

그녀의 가슴팍 안쪽, 품속 깊은 곳에서 단단한 쇠붙이 하나가 손끝에 걸렸다. 과거 그녀가 건네주었던 용호표국의 가업 징표, '반쪽짜리 용호철전'이었다.

'사람을 믿지 마라. 믿는 순간 칼은 뒤에서 들어온다.'

밑바닥 삼류 표사 시절부터 뼈에 사무치도록 새겨온 생존의 법칙이었다. 타인에게 정을 주는 것은 곧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라 여겼다. 언제나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의 손패를 의심하고, 호의 뒤에 숨겨진 독니를 경계하며 살아온 삶이었다.

하지만 품 안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이 여인은 달랐다. 자신을 대신해 독을 뒤집어쓰고, 이 천 길 낭떠러지 아래까지 동행한 미련한 존재였다.

"혁…… 린……."

가늘게 감겨 있던 백소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열렸다. 초점을 잃어가는 가물거리는 눈동자가 혁린의 얼굴을 향했다. 그녀는 피투성이가 된 손을 들어 혁린의 뺨을 더듬었다. 손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 바보 녀석. 얼굴 꼴이…… 이게 뭐냐……."

"말하지 마라. 내력을 아껴야 산다."

"아니, 들어……."

백소진이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붉은 선혈이 그녀의 파란 입술을 적셨다. 그녀는 자신의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단전 깊은 곳에 남아 있던 마지막 영기를 쥐어짜 올렸다.

스스스슥.

그녀의 입술 사이로 영롱한 붉은빛을 띠는 작은 구슬 하나가 흘러나왔다. 용호표국의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마지막 비약이자, 그녀의 생명력을 지탱하던 구명 내단(救命內丹)이었다.

"이걸…… 삼켜라."

"무슨 짓이냐! 이건 네 목숨줄이다!"

혁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의심으로 가득 찼던 그의 마음벽에 거대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던 불신의 계율이, 목숨을 내어주는 그녀의 헌신 앞에서 처참하게 부서져 내렸다.

"시끄러워…… 잔소리 말고…… 삼켜……."

백소진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혁린의 턱을 벌렸다. 그리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구명 내단을 그의 입안 깊숙이 밀어 넣었다.

꿀꺽.

내단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백소진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녀의 눈이 서서히 감기며 의식을 잃었다. 목덜미의 푸른 서리가 더욱 짙어지며 그녀의 생명력이 꺼져가는 등불처럼 흔들렸다.

"안 된다…… 소진아!"

혁린이 절규하듯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때였다. 입안에서 녹아내린 구명 내단의 온기가 식어버린 기경팔맥을 타고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약력이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린 여인의 온전한 정(情)이자, 억울한 자들을 구원하겠다는 인과의 힘이었다.

얼어붙었던 단전의 혈독이 그 온기에 녹아내리며 고치처럼 굳어 있던 뇌맥이 요동쳤다.

우우우웅!

황좌의 꼭대기, 어둠 속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였다.

"크하하하! 정말 눈물겨운 광경이로구나!"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변덕스러운 목소리가 뇌정전의 정적을 깨뜨렸다. 고대의 뇌령(雷靈)이 황좌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형태가 없는 번개의 형상이 기괴하게 일렁이며 혁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간의 알량한 감정 따위에 휘둘려 목숨을 버리다니. 혁린, 네놈도 결국 평범한 필부에 불과했단 말이냐?"

혁린은 뇌령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닥쳐라."

"화내지 마라. 오히려 축하해주러 온 것이니."

뇌령이 손가락을 퉁기자, 허공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고대의 비문이 떠올랐다.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번개의 기운이 서린 글자들. 그것은 뇌신무예 5성, '신무개현(神武開顯)'의 비문이었다.

"네 심장을 보아라. 이미 뇌적(雷積)이 한계에 달했다. 검을 한 번 더 쥐는 순간, 네 심장은 천벌의 번개에 타버려 재가 될 터. 하지만 저 여자의 온기와 이 비문의 힘을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모르지."

뇌령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빛났다.

"선택해라. 저 계집의 구명 내단으로 목숨만 연명하며 평생 삼류 표사로 숨어 살 것인가, 아니면 심장이 터져 나가는 고통을 감내하고 뇌신의 무맥을 완성할 것인가!"

혁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품 안의 백소진에게 머물러 있었다.

평생을 지독한 불신 속에서 고립되어 살아왔다. 아무도 믿지 않았기에 상처받지 않았고, 홀로 강해지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한 여인의 목숨이 담긴 온기였다.

이 은혜를 저버리고 구차하게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벼락의 힘을 얻기 전 짓밟히던 개 같은 삶과 다를 바가 없었다.

'더 이상 짓밟히지 않겠다. 더 이상 잃지 않겠다.'

혁린의 눈에서 번뜩이는 자색 광망이 뿜어내기 시작했다.

"뇌령."

"오호, 결정을 내렸느냐?"

"나는 둘 다 선택하겠다."

"뭐라?"

혁린이 천뢰검의 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검을 쥐자마자 심장 깊은 곳에 쌓여 있던 뇌적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혈관을 태우는 극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뼈마디가 으스러지고 살점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비명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혁린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가을날의 참혹한 냉기가 신전 사방에서 밀려들었다. 뇌정전의 고대 뇌전 기류가 혁린의 몸을 관통하며 강제로 뼈마디를 용해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보통의 무인이라면 진즉에 전신이 타버려 재가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혁린의 체내에는 백소진이 건넨 온기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가슴 안쪽의 용호철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그의 마음을 지탱했다.

그녀의 헌신과 은혜를 연료로 삼아, 폭주하는 뇌적을 정화의 불꽃으로 바꾸어 간다.

화르륵!

혁린의 단전에서 시작된 백자색의 불꽃이 기경팔맥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타들어 가던 혈관이 정제된 백자색 번개의 무맥(武脈)으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뼈는 더욱 단단해지고, 근육은 벼락의 속도에 맞춰 초인적인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일체기형(一體奇形)의 초적응 돌파.

한계를 맞이했던 수명의 불씨가 백소진의 온기를 만나 폭발적인 생명력으로 거듭난 것이다.

지잉!

천뢰검이 전율하듯 울었다.

혁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더 이상 거칠고 사나운 번개가 아니었다. 지극히 순수하고 고결한, 백자색의 천뢰(天雷)였다. 심장에 쌓여 있던 뇌적이 눈 녹듯 사라지며, 그의 수명을 옥죄던 쇠사슬이 단숨에 부서져 나갔다.

뇌령의 형상이 경악으로 일렁였다.

"이, 이것은…… 뇌적을 스스로 제어하고 무맥으로 승화시키다니!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이런 인과의 역류를 버텨낸단 말이냐!"

혁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신을 감싸 안은 백자색 번개의 기류가 대지를 진동시켰다. 뇌신무예 5성 '신무개현'의 경지가 그의 뇌리와 육신에 완벽하게 각인되었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고요한 번개의 바다를 담고 있었다.

그는 백소진의 몸을 조심스럽게 청동 기둥 제단 옆에 뉘어놓았다. 그녀의 안색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단전을 채운 백자색 천뢰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아 빙결의 독기를 서서히 밀어내고 있었다.

"기다려라, 소진아. 금방 끝내마."

혁린이 고개를 돌려 뇌정전의 거대한 대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쿵! 쿵! 쿵!

그 순간, 황좌 너머 뇌정전의 입구를 봉인하고 있던 거대한 청동 대문이 거칠게 흔들렸다.

쿠구구구구!

대문에 새겨진 고대의 문양들이 붉은 빛을 발하며 비틀리기 시작했다. 귀를 찢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천하를 호령하는 무림맹의 정예 무인들이 방출하는 살기가 대전 안으로 쇄도했다.

쾅!

마침내 두꺼운 청동 대문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자욱한 먼지 폭풍을 뚫고,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온화한 미소 뒤에 잔혹한 탐욕을 숨긴 위선자. 무림맹의 처단자, 사공도였다.

그의 손에는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뇌신령'의 파편이 들려 있었다. 그 뒤로 무림맹의 정예 장로 수십 명이 삼엄한 검진을 전개하며 대전 안을 가득 메웠다.

사공도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혁린을 바라보며 기괴하게 웃었다.

"결국 여기까지 기어 들어왔구나, 혁린. 네놈이 가진 신검과 저 계집의 목숨, 그리고 뇌정전의 모든 비밀은 이제 내 것이다!"

사공도가 뇌신령의 파편을 치켜들자, 붉은 낙뢰가 그의 전신을 감싸 안으며 뇌정전의 공간을 강제로 뒤흔들기 시작했다. 위선으로 가득 찬 무림맹의 군세가 백자색 번개로 각성한 혁린을 향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사공도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청동 벽면에 부딪쳐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손에 들린 뇌신령의 조각이 피처럼 붉은 광망을 뿜어내며 뇌정전의 바닥에 새겨진 고대 기하학 문양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웅웅웅!

황금빛으로 빛나던 제단의 문양들이 순식간에 검붉은 마기로 오염되어 갔다. 사공도가 삼류 무인 시절 이 근처에서 훔쳐냈다는 뇌신령의 조각. 그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뇌정전의 방어 기전을 강제로 비틀어 조종할 수 있는 쐐기였다.

"이곳의 힘은 원래 내 것이어야 했다! 명문정파의 허울을 쓰고 개처럼 기어 다니던 세월도 오늘로 끝이다!"

사공도가 광소하며 뇌신령을 바닥의 중심 홈에 사납게 박아 넣었다.

콰르르릉!

뇌정전의 천장이 갈라지며 붉은 뇌전의 사슬들이 뱀처럼 기어 내려왔다. 제단 사방을 지키던 거대한 청동 석상들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폭발했다. 침입자를 멸하는 고대의 수호자들이 사공도의 파렴치한 통제 하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로들은 들어라! 저 역적 무리를 단 한 줌의 재도 남기지 말고 소멸시켜라!"

사공도의 추상같은 명령에, 무림맹의 정예 장로 장무극을 필두로 한 십여 명의 고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푸른 검강들이 대전의 어둠을 가르며 혁린을 향해 짓눌러왔다. 살기충천(殺氣衝天)한 형세였다.

혁린은 대답 대신 천뢰검을 비스듬히 내려 잡았다.

그의 시선은 날카로운 검날을 타고 적들의 목덜미로 향했다. 백소진을 등 뒤에 둔 이상, 단 한 걸음의 물러섬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의 심장 속에서 백자색의 뇌맥이 고요하게,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진동했다.

"어리석은 놈들."

혁린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바람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스윽.

그가 첫 보를 내딛는 순간, 대전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무림맹 장로들이 펼친 촘촘한 검망이 혁린의 구사하는 기이한 신법 앞에서 허무하게 갈라졌다.

파앗!

그것은 번개의 속도였다. 눈이 그 궤적을 쫓기도 전에, 혁린의 신형은 이미 장로들의 검진 한가운데로 파고들어 가 있었다.

"무, 무슨 속도가……!"

장무극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혁린의 손목이 가볍게 회전했다. 천뢰검의 검신을 타고 순백의 벼락이 한 줄기 선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뇌신무예 5성, 신무개현(神武開顯). 초식명, 천뢰뇌격(天雷雷擊).

쩍! 번쩍!

콰아아앙!

단 한 번의 휘두름이었다. 의성어와 무공의 궤적만이 허공을 갈랐다.

백자색의 벼락이 대전을 휩쓸자, 무림맹 장로들이 전개했던 검강들이 유리창처럼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들이닥치던 고수 삼 인의 상체가 그대로 뒤로 꺾이며 청동 바닥을 쓸었다. 그들의 검은 녹아내려 쇳물로 변해 있었다.

"커헉!" "이, 이 말도 안 되는 위력은……!"

격화소양(隔靴搔癢)에 불과했던 과거의 무공이 아니었다. 백소진의 구명 내단과 인과의 채무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완성된 진짜 뇌신의 힘이었다. 혁린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자색 안광이 무림맹 무인들의 기세를 단숨에 압도했다.

사공도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이 괴물 같은 놈이……! 장로들은 물러서지 마라! 뇌신령의 권능으로 저놈을 찢어 발겨라!"

사공도가 뇌신령이 박힌 제단 제어반을 향해 자신의 독문 내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붉은 조각이 터질 듯이 팽창하며, 제단 사방의 청동 석상들이 거대한 무기를 치켜들고 혁린을 향해 돌진했다. 석상 하나하나가 일류 고수를 능가하는 파괴력을 품고 있었다.

동시에, 사공도의 음흉한 눈빛이 혁린의 등 뒤,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백소진에게 닿았다.

"비겁한 놈이 어디를 보느냐."

혁린이 이를 갈며 신형을 날리려던 그 찰나였다.

우르르릉!

뇌정전의 가장 깊은 심부, 황좌의 뒤편에 굳게 닫혀 있던 태고의 석문이 기이한 진동과 함께 스스로 열리기 시작했다. 사공도가 강제로 주입한 붉은 마기와 혁린의 순수한 백자색 천뢰기가 충돌하며, 이곳에 봉인되어 있던 진짜 파멸의 기제가 깨어난 것이다.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 둥! 둥!

그것은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뇌정전 전체를 무너뜨릴 듯한, 태고의 신수가 내뿜는 무자비한 분노의 파동이었다. 사공도의 손에 들린 뇌신령의 파편이 통제를 잃고 사방으로 붉은 균열을 일으키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 아니! 이럴 리가 없다! 내가 전당의 주인이다! 내가!"

사공도가 비명을 질렀으나, 이미 뇌정전의 고대 결계는 완전히 폭주하고 있었다.

붉은 마뢰와 백자색 천뢰가 뒤엉켜 대전 전체를 삼키는 거대한 전개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일촉즉발의 대재앙이었다.

그 혼돈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석문 너머 어둠 속으로부터 두 개의 거대한 황금빛 안광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혁린과 사공도를 내려다보았다. 인간의 지혜로는 감히 측량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신성(神性)과 살의가 대전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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