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마력 섬광이 어둠을 가르고 벽면에 꽂혔다. 먼지 쌓인 콘크리트 벽이 무너지며 자욱한 분진이 일었다.
"움직이지 마라! 아크델리 특별경비구역 사령부다!"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각성 경비용병들이 무너진 벽 틈새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방패 전면에 새겨진 황금색 사법청 문양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백도훈 검사가 발부한 무허가 불법 성좌물 소지 및 납치 교사 혐의의 긴급 체포 영장이 집행되는 순간이었다. 수십 개의 붉은색 레이저 조준선이 연우의 이마와 심장에 고정되었다.
연우는 낡은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미동조차 없었다.
"이단자 한연우. 저항할 경우 현장에서 즉시 사살한다."
전술 대장의 외침이 빈 공터에 메아리쳤다. 그들의 가죽 부츠가 깨진 콘크리트 파편을 짓밟으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용병들의 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연우는 고개를 살짝 돌려 제 뒤편의 어둠을 보았다.
그곳에는 엘리시아가 서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는 가느다란 실처럼 엉킨 어둠이 감돌고 있었다. 품속에 단단히 쥐고 있는 흑색 구체 유물의 표면에는 미세한 균열 흔적들이 그물망처럼 퍼져 있었다. 간신히 폭주를 제어하고 있는 유물의 미약한 떨림이 연우의 신경을 자극했다.
연우는 눈짓으로 그녀를 제지했다. 엘리시아는 손끝의 마력을 지웠다. 그녀의 눈동자는 감정이 완전히 마비된 것처럼 무감각했다. 연우가 자신을 미끼로 던지든, 적들에게 넘겨주든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수갑."
연우가 짧게 한마디를 내뱉으며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전술 대장의 눈동자가 투구 너머로 크게 흔들렸다. 순순히 투항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기색이었다. 대장은 뒤편의 대원들에게 수작업으로 신호를 보냈다.
"체포해라. 구속 장치 작동해."
두 명의 용병이 신속하게 다가와 연우의 손목에 묵직한 금속 장치를 채웠다. 철컥, 하는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톱니바퀴가 맞물렸다. 성좌 '심판의 황금 저울'의 신성이 각인된 마력 제어 수갑이었다.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 차가운 냉기가 연우의 손목 뼈를 타고 올라와 마력 회로를 강제로 비틀어 막았다. 짓누르는 고통이 가해졌지만 연우의 안면 근육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수갑 내부에서 흐르는 신성의 파동을 조용히 관찰했다.
황금 저울의 신성. 사법적 권능을 모방한 하급의 힘이다. 사냥개의 발톱이 영혼 밑바닥에서 굶주린 이빨을 드러내며 요동쳤지만, 연우는 그것을 억눌렀다. 지금 삼킬 먹이가 아니었다.
"상황 종료. 피의자 신병을 확보했다."
대장이 무전기에 대고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승리감에 도취된 안도감이 묻어났다.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시스템 이단자를 손쉽게 제압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오만함을 자극하고 있었다.
용병들이 연우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일으켰다. 연우는 그들의 힘에 이끌려 순순히 걸음을 옮겼다.
폐공장 밖으로 나오자 빗줄기가 안면을 때렸다. 야외에는 수십 대의 장갑차와 사법청 차량들이 경광등을 붉게 밝히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 차량들 사이에서 빗속에 우산을 쓰고 서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세무 특별 수사관 서하진이었다.
그녀는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서류 가방을 부서질 듯 움켜쥐고 있었다. 가방 안에는 지난번 연우와 공조하며 확보했던, 최태건 길드의 고위직 탈세 루트가 적힌 합법적 우회 양식의 서류 초안이 들어 있었다.
서하진의 눈가가 잘게 떨렸다. 백도훈이 사법적 폭거를 저질러 한연우를 가두고, 자신들의 세무 수사 동력을 완전히 끊어버리려는 수작임을 그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공권력이 사유화된 현장을 목격한 그녀의 주먹에 핏줄이 돋아났다.
연우가 호송차로 향하며 그녀의 옆을 지나쳤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 연우의 검은 눈동자가 서하진을 향했다.
그 눈빛은 차갑고도 명확했다.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들어간 덫 속에서 덫을 부술 준비를 마친 맹수의 안광이었다.
'계획대로 움직여라.'
무언의 명령이었다. 서하진은 숨을 들이켰다. 들이닥친 절망 속에서 연우의 눈빛은 기묘한 확신을 주었다. 그녀는 움켜쥐었던 서류 가방을 고쳐 잡았다. 백도훈과 최태건이 법의 이름으로 연우를 옭아매려 한다면, 자신은 그 법의 구멍을 뚫어 그들의 목을 조를 세무적 탄환을 완성해야 했다. 서하진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철컥.
호송차의 두꺼운 철문이 닫히며 외부의 빛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
아크델리 중앙 검찰청 지하 4층. 특별 구금실.
사방이 마력 차단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방이었다. 벽면에는 사법청의 수호성좌인 '심판의 황금 저울'을 상징하는 저울 문양이 거대하게 음각되어 있었다. 그 문양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 빛줄기가 공중에 사슬 형태로 얽혀 연우의 전신을 결박하고 있었다.
연우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두꺼운 철문이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고급 수제 가죽구두의 규칙적인 발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연우의 머리맡에서 멈춰 섰다.
"결국 이렇게 뒹구는군."
오만한 목소리. 골든 크라운 길드의 수장, 최태건이었다.
그는 흠잡을 데 없는 맞춤 정장 차림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연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사법청 소속의 경비병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백도훈 검사의 묵인 하에 사법청 지하에 제집처럼 드나드는 권력이었다.
최태건이 픽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이단자 판정을 받고 쥐새끼처럼 구멍만 찾아다니더니, 고작 법 조각 하나에 묶여서 이 꼴이 되나? 네가 죽인 내 사도들의 몸값은 받아내야겠는데 말이야."
그는 품안에서 손바닥만 한 물건을 꺼냈다.
순백의 대리석으로 깎아 만든 인장이었다. 인장의 상단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저울과 칼의 형상이 얹혀 있었다. 성좌 '심판의 황금 저울'의 신성이 직접 깃든 신성 대리석 인장이었다.
최태건은 그 인장을 연우의 이마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지이잉.
인장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전류가 연우의 이마를 태울 듯이 번뜩였다. 살이 타는 듯한 미세한 악취와 함께 연우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게 뭔지 아나? 심판의 인장이다.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일 아침 청문회에서 이 인장이 네 영혼에 찍히는 순간 너는 합법적인 사형수가 된다. 네가 가진 그 알량한 힘도, 영혼도 전부 사법청의 자산으로 귀속될 거란 뜻이지."
최태건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인장으로 연우의 뺨을 툭툭 쳤다. 차가운 대리석의 감촉과 신성의 압박이 연우의 피부를 짓눌렀다.
"억울한가? 하지만 이게 이 세계의 룰이다. 법은 우리 편이고, 성좌는 우리 뒤에 있거든. 너 같은 무가호 쓰레기는 그냥 밟혀 죽는 게 순리야."
연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도, 분노도 없었다. 칠흑 같은 눈동자는 최태건의 얼굴을 그저 무가치한 사물을 보듯 건조하게 응시할 뿐이었다.
연우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성좌가 네 뒤에 있다고?"
"그래.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격을 가진 분이시지."
연우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비웃음이었다.
"너희 성좌도 네 세금 탈루까진 대신 내주지 못할 텐데."
최태건의 미소가 일순간 굳어졌다. 그의 눈동자에 노골적인 살기가 서렸다.
"뭐라 구겨댔냐, 지금?"
"귀가 먹었나. 네놈이 성좌의 이름을 팔아 사법청 뒤에 숨어봤자, 결국 인간의 법 위에 세워진 사육장일 뿐이라는 소리다."
연우가 결박된 사슬을 가볍게 흔들었다. 철렁이는 소리가 구금실을 울렸다.
"내일 청문회는 내 단두대가 아니다. 너희가 공들여 쌓아 올린 그 합법이라는 이름의 모래성이 통째로 무너지는 날이지."
"미친 새끼가 입만 살았구나."
최태건이 이빨을 드러내며 인장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황금빛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연우의 전신을 강타했다. 사슬이 연우의 살점을 파고들며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그러나 연우는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오히려 피가 흐르는 상처를 보며 그의 눈동자는 더욱 깊고 어두워졌다. 영혼 속에서 찬탈한 신성들이 그의 이성을 갉아먹으려 날뛰었지만, 연우는 지독한 정신력으로 그것을 제어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묘한 지배자의 오라가 구금실의 무거운 공기를 압도했다. 최태건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묶여 있는 것은 분명 사냥감인데, 포식자가 느껴야 할 위압감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태건은 침을 뱉으며 뒤를 돌았다.
"혀가 길군. 내일 청문회장에서 그 주둥이가 얼마나 더 나불거릴 수 있는지 보지. 뼈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으깨주마."
철문이 쾅 투박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다시 구금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연우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손목을 묶은 수갑을 내려다보았다.
'백도훈. 최태건.'
그들이 마련한 완벽한 사법의 올가미. 하지만 그것은 연우가 그들의 목을 한 번에 베기 위해 스스로 목줄을 내어준 것에 불과했다.
사냥터는 준비되었다.
***
다음 날 아침.
아크델리 특별 행정 법정.
성좌 세무 조정 위원회 특별 기소 청문회가 개최되는 본청 홀은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 조명 아래, 수많은 언론사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방청객 석에는 아크델리를 지배하는 상위 길드 수장들과 고위 행정 관료들이 거만한 자세로 배석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법정 중앙의 피고인석으로 향해 있었다.
단상 위에는 백도훈 검사가 차가운 법복을 입은 채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황금의 군주 화신인 최태건이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배석해 있었다.
"피고인 입장."
재판장의 선언과 함께 무거운 철문이 열렸다.
수많은 플래시 세례가 일제히 터져 나오는 법정 한가운데로, 양손에 묵직한 마력 억제 수갑을 찬 한연우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옷에는 어젯밤의 흔적인 양 붉은 핏자국이 점점이 박혀 있었으나,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떤 고위 성좌보다도 오만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이목이 사슬에 묶인 사냥개에게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철컥.
쇠사슬이 대리석 바닥을 긁었다.
연우가 피고인석의 철제 의자에 앉았다. 수갑의 사슬이 의자 다리에 고정된 굵은 쇠고리에 연결되었다. 사방에 배치된 사법청 경비병들이 일제히 무기에 손을 올렸다.
단상 위의 백도훈이 서류를 정리해 정돈했다. 그의 손끝은 단정했고, 법복은 한 치의 구겨짐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안경을 고쳐 쓰며 마이크를 앞으로 당겼다.
"피고인 한연우. 무허가 불법 성좌물 소지, 특별경비구역 내 공무집행방해, 그리고 골든 크라운 길드원에 대한 납치 및 상해 교사. 이상 세 가지 혐의로 즉결 기소한다."
법정 내에 나지막한 웅성거림이 퍼졌다. 방청석에 앉은 길드 간부들과 행정 관료들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백도훈이 단상 우측에 놓인 황금 저울 인장을 집어 들었다. 인장의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한 열기가 법정의 공기를 데웠다.
"본 청문회는 성좌 '심판의 황금 저울'의 대리 권한을 위임받아 진행된다.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영혼 검증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즉결 심판을 집행하겠다."
재판이 아니었다. 사법의 탈을 쓴 합법적 도살 선언이었다.
인장에 새겨진 신성이 공명하자 법정 천장에 거대한 황금빛 저울의 환영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저울의 천칭이 한연우를 향해 기울어졌다. 보이지 않는 물리적인 압박이 연우의 어깨와 척추를 짓눌렀다.
연우의 척추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목덜미를 타고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영혼 밑바닥에서 찬탈한 신성들이 저울의 파동에 반응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뇌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지만, 연우는 턱관절에 힘을 주어 신음을 삼켰다. 안면 근육은 여전히 죽은 것처럼 고요했다.
"피고인은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가."
백도훈의 질문은 형식적이었다. 그의 손가락은 이미 판결문에 인장을 찍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인장이 찍히는 순간, 저울의 신성은 연우의 영혼을 강제로 귀속시킬 터였다.
그때, 법정 좌측 구석에서 의자가 뒤로 밀리는 마찰음이 날카롭게 울렸다.
"이의 있습니다."
서하진이었다.
그녀는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검은색 서류철을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법정에 배석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백도훈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다. 최태건의 입꼬리에서 여유로운 미소가 일순간 사라졌다.
"수사관 서하진. 여기는 세무서가 아니다. 사법청의 즉결 심판에 특별 수사관의 개입 권한은 없다."
백도훈의 목소리가 낮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명백한 경고였다.
"권한이 있습니다."
서하진이 망설임 없이 법정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들고 있던 서류철을 피고인석 앞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서류들이 헤쳐지며 백도훈의 시야에 들어찼다.
"피고인 한연우가 소지한 것으로 기소된 무구와 자산은, 어제 자로 국세청 특별조사국이 압류 처분한 '골든 크라운'의 비과세 누락 자산입니다. 즉, 사유 재산이 아닌 국가 압류 물품입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또한 여기, 백도훈 검사님이 직접 결재하신 '성좌 가호자 특별 면책 제12조'의 세부 시행령 조항이 있습니다."
서하진이 서류의 특정 구절을 가죽 장갑 낀 손가락으로 강하게 짚었다.
"성좌의 가호를 받는 대리인이라 할지라도, '국가 세무 의무를 3회 이상 고의로 기피하고 일천억 원 이상의 탈세를 저지른 자'의 자산은 면책 대상에서 즉시 제외된다. 골든 크라운은 지난 3년간 성좌 헌납금을 핑계로 삼천억 원을 탈세했습니다."
법정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기자들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따라서 골든 크라운의 모든 자산은 소유권이 박탈된 불법 장물이며, 이를 확보한 한연우는 사법청의 기소 대상이 아니라, 국가 세무 조사를 도운 공익 협조자로 분류됩니다. 법 조항 그대로입니다, 검사님."
최태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의자가 바닥에 쓰러지며 굉음을 냈다.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 나와 주변의 공기를 찢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조용히 하십시오, 최태건 길드장. 여기는 법정입니다."
서하진은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채 단상 위의 백도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백도훈 검사님. 본인이 직접 입안하고 사법청에 통과시킨 특별 면책 조항의 이중 예외 규정입니다. 설마 사법청의 수장이 자신이 만든 법을 스스로 부정하시지는 않겠지요?"
백도훈의 안면 근육이 잘게 떨렸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차갑게 굳어졌다.
한연우를 합법적으로 옭아매어 죽이기 위해 촘촘하게 짜놓았던 법의 그물이, 도리어 자신들과 골든 크라운의 목줄을 조르는 올가미로 변해 있었다. 서하진이 던진 세무적 탄환은 정확히 그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 혼란의 중심에서, 한연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철컥. 철컥.
그의 손목을 결박하고 있던 황금빛 사슬에서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사냥개의 발톱이 굶주린 이빨을 드러내며 수갑에 각인된 '심판의 황금 저울'의 신성을 무서운 속도로 역침식하고 있었다. 사슬의 빛이 서서히 바래가며 잿빛으로 변했다.
연우가 굳어버린 백도훈과 살기를 뿜어내는 최태건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이제, 기소석에 앉아야 할 게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