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다음 날 아침.

성좌 세무 조정 위원회 특별 기소 청문회 법정.

두꺼운 철문이 좌우로 밀려 열리며 차가운 공기가 복도로 빠져나갔다. 아크델리의 유력 길드 수장들과 전 언론사 기자들이 빼곡히 들어찬 방청석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한연우는 호송관 네 명의 호위를 받으며 청문회장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양손에는 두꺼운 황금빛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사법청이 자랑하는 성좌 '심판의 황금 저울'의 신성이 각인된 특제 결계 수갑이었다.

철컥, 철컥.

걸음을 옮길 때마다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거칠게 긁었다. 사방에서 플래시 불빛이 폭포처럼 터져 나왔다. 연우는 눈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피고인석 너머, 재판장석 바로 아래에 버티고 선 백도훈 검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백도훈은 서류 뭉치를 정돈하며 안경테를 치켜올렸다. 그의 눈빛은 굶주린 뱀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피고인 한연우."

백도훈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청문회장 구석구석으로 뻗어 나갔다.

"그대는 성좌의 계약식에서 정식 가호를 거부당한 '시스템 이단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불명의 초법적 힘을 사용해 사법청의 공무를 방해하고, 사설 무력을 행사해 치안을 교란했다. 그대가 휘두른 힘의 신성 출처는 불분명하며, 이는 명백한 불법 신성 탈취이자 국가 보안법 위반이다."

백도훈이 서류 한 장을 들어 올렸다.

"성좌 가호자 특별 면책 제12조에 의거, 정식 등록되지 않은 각성자의 무력 사용은 예외 없이 사형 또는 영구 구금에 처한다. 피고인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신성 출처를 명확히 밝히거나,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방청석의 길드 수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는 이단자를 향한 노골적인 적개심과 멸시가 담겨 있었다. 성좌의 가호 아래 기득권을 누리는 그들에게, 독자적인 힘을 휘두르는 한연우는 존재 자체로 규격 외의 위협이었다.

연우는 가만히 서 있었다. 수갑이 채워진 손끝에서 미세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영혼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유 권능 '사냥개의 발톱'이 수갑에 흐르는 황금빛 신성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이 수갑 내부에서 번져 나갔다.

"신성의 출처라."

연우의 건조한 목소리가 청문회장의 소음을 뚫고 퍼졌다.

"그걸 묻기 전에,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자들의 자격부터 검증해야 하지 않겠나."

"피고인은 발언권을 얻지 않았다!"

백도훈이 법대를 탁 치며 소리쳤다. 하지만 연우는 그를 보지 않았다. 대신 방청석 앞줄에 앉아 있던 서하진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하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손에는 가죽 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와 가방을 열었다. 누렇게 바랜 종이 뭉치들이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검사님. 그리고 배석하신 위원회 위원 여러분."

서하진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종이 중 한 장을 집어 들어 백도훈의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이것은 골든 크라운 길드가 세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작성한 내부 자금 우회 양식의 초안 서류입니다. 3년 전, 백도훈 검사님이 직접 초안을 검토하고 사법청 명의로 합법적 예외 승인을 내려준 기록이기도 합니다."

백도훈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했다. 그의 손가락이 쥐고 있던 만년필을 꽉 움켜쥐었다.

"수사관. 지금 청문회의 본질을 흐리려는 건가? 저 서류는 공식 세무 감사에서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무혐의가 아니었습니다. 은폐였지."

서하진이 서류의 특정 구절을 손가락으로 강하게 두드렸다.

"서류 번호 402호. '성좌 헌납금 명목의 국외 자산 이전 처리에 관한 건'. 골든 크라운은 성좌 '황금의 군주'에게 바치는 공물이라는 명목으로, 아크델리 서부 방목장에서 거두어들인 수익 삼천억 원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해외 오프쇼어 가상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좌의 실소유주는 성좌가 아닙니다. 최태건 길드장의 개인 차명 계좌지요."

청문회장이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서슬 서렇게 울렸다.

"말도 안 되는 음해다!"

피고인석 옆자리에 앉아 있던 최태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주변의 공기를 찢었다. 그의 붉은 핏대가 목덜미까지 뻗쳐 있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세무 공무원 년이 감히 골든 크라운의 명예를 더럽혀? 그 계좌는 성좌님의 지상 대리인으로서 관리하는 신성 자금이다!"

"신성 자금이라면 왜 국세청의 비과세 승인 도장이 위조되었습니까?"

서하진이 또 다른 서류 한 장을 펼쳐 들었다.

"여기에 인쇄된 국세청장 직인은 위조된 것입니다. 백도훈 검사님이 사법청의 면책 특권을 이용해 세무 조사를 강제로 중단시키고, 위조된 서류를 합법적인 양식으로 둔갑시켰기 때문입니다. 즉, 골든 크라운은 지난 3년간 성좌의 이름을 팔아 삼천억 원을 탈세했고, 사법청은 이를 조직적으로 방조했습니다."

서하진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법정을 베어 갈랐다.

백도훈의 안면 근육이 잘게 떨렸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한연우를 이단자로 몰아 사형대로 보내려던 그의 사법적 올가미가, 도리어 자신과 골든 크라운의 목을 조르는 밧줄로 변해 있었다. 서하진이 던진 세무적 탄환은 정확히 그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연우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가 서하진에게 건넸던 서류 초안. 그것은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아니었다. 회귀 전, 골든 크라운이 성좌의 비호를 받으며 아크델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경제적 기반의 아킬레스건이었다. 현대 사회의 사법과 세무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자들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그들이 만든 법과 제도로 그들의 대가리를 깨부수는 것.

"백 검사."

연우가 한 걸음 내딛었다. 수갑의 사슬이 무겁게 울렸다.

"이제 대답해 보시지. 불법 신성 취득이 죄라면, 성좌의 이름을 도용해 국가의 세금을 훔치고 사익을 채운 저 자들은 무슨 죄에 해당하지?"

백도훈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방청석의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백 검사님! 골든 크라운의 탈세 의혹을 묵인한 것이 사실입니까?" "특별 면책 조항 제12조가 대기업 길드의 탈세용 구멍으로 사용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정이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최태건의 얼굴은 분노로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황금빛 마력이 폭력적으로 일렁이며 주변의 의자들을 뒤흔들었다.

서하진은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채 단상 위의 백도훈과 최태건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가 품 안에서 붉은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무거운 철제 도장을 꺼내 들었다. 관할 세무 감사관의 강제 집행 직인 도장이었다.

쾅!

서하진이 도장을 법대 위에 거칠게 내던졌다. 묵직한 쇳소리가 청문회장의 소음을 단숨에 잠재웠다.

"세무 특별 수사국의 권한으로 선포합니다."

서하진이 품에서 꺼낸 또 다른 서류를 높이 들어 올렸다.

"골든 크라운 길드가 소유한 아크델리 서부 '특별 영토 방목장'의 모든 자산에 대해 즉각적인 강제 압류 및 동결 처분을 집행합니다. 또한, 탈세 자금의 원천이 된 방목장 내부의 모든 시설을 불법 건축물 및 무허가 영혼 수확 시설로 규정하고 폐쇄 조치합니다."

"이 무슨 미친 짓거리야!"

최태건이 단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대리석 단상이 쩌적 갈라지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방목장은 성좌 '황금의 군주'께서 하사하신 성역이다! 세무서 따위의 종이 쪼가리로 거기를 건드리겠다고? 당장 그 입 찢어버리기 전에 꺼져!"

"성역이 아닙니다."

서하진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이 서류를 보십시오. 골든 크라운은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 방목장을 성좌의 직할 영토가 아닌, 길드 소유의 '사유 농업 지대'로 등록했습니다. 법적으로 그곳은 성역이 아니라 단순한 사유지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세법에 따라, 일천억 원 이상의 탈세를 저지른 법인의 사유지는 즉시 압류 대상입니다. 법 조항 그대로입니다, 최태건 길드장."

최태건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의 온몸을 감싼 황금빛 마력이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법치국가의 행정망이 굳건히 작동하는 현대 사회에서, 성좌의 가호라는 초법적 권위도 결국 시스템의 톱니바퀴 위에서만 작동할 수 있었다. 골든 크라운이 세금을 아끼기 위해 꼼수를 부렸던 행정 서류가, 이제 그들의 성역을 합법적으로 철거하는 포클레인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방청석의 길드 수장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성좌의 영토를 사유화하여 탈세를 저질러왔기 때문이다. 골든 크라운이 무너지면, 다음 타겟은 자신들이 될 것이 분명했다.

"저게 말이 돼? 성좌의 영토를 세금 문제로 압류한다고?" "골든 크라운이 멍청하게 꼬리를 밟힌 거야. 면책 조항을 저런 식으로 우회하다니..." "사법청은 도대체 뭘 한 건가? 백도훈 검사가 돈을 받고 뒤를 봐준 게 확실하군."

수군거림이 비난의 함성으로 변해갔다. 법정의 공기는 완전히 한연우와 서하진의 손으로 넘어와 있었다.

최태건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연우를 노려보았다. 연우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최태건. 네가 자랑하던 그 대단한 성역이, 고작 종이 몇 장에 찢겨 나가는 기분이 어떠냐."

"이 새끼가..."

최태건의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가 청문회장에 작게 울렸다. 그의 자존심은 완전히 조각나 있었다. 전 언론과 세관 직원들, 그리고 자신을 우러러보던 다른 길드 수장들 앞에서 단숨에 불법 탈세 조직의 수괴로 격하당한 굴욕은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손이 품 안으로 들어갔다.

바스락.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붉게 빛나는 황금빛 펜던트였다. 성좌 '황금의 군주'가 그의 화신에게 내린 절대 전령 소환 인장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마력석이 아니었다. 성좌의 의지를 지상에 직접 강림시키기 위한 금단의 매개체였다.

백도훈이 최태건의 손을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최 길드장! 멈추게! 여기서 그걸 쓰면..."

"시끄러워!"

최태건이 고함을 질렀다. 그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고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법이고 세금이고 다 비켜라. 성좌님의 힘 앞에서는 그 어떤 법도 의미 없다!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

최태건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콰득!

황금빛 펜던트가 그의 손안에서 무참히 박살 났다.

순간, 청문회장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사방의 유리창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천장에 매달린 대형 샹들리에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바닥에서부터 묵직한 진동이 올라왔다.

우우웅...!

박살 난 펜던트 조각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액체가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거대한 저울의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신성이 청문회장 전체를 짓눌렀다. 방청석에 있던 기자들과 길드 수장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크헉...!" "이, 이게 무슨 힘이지?"

공간이 왜곡되며 붉은빛과 황금빛이 뒤섞인 결계가 법정 전체를 감싸 안았다. 그것은 성좌의 의지가 지상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 혼란의 중심에서, 한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손목을 묶고 있던 황금빛 구속구가 마침내 한계에 달해 쩍 갈라졌다. 잿빛으로 변한 사슬 파편들이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연우가 자유로워진 손을 가볍게 털었다. 그의 영혼 속에서 '사냥개의 발톱'이 굶주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성좌의 거대한 신성이 눈앞에 차려진 만찬처럼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결국, 목줄을 스스로 끊는군."

연우가 최태건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안광이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