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흑적색 발톱이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살가죽이 타들어 가며 단백질이 타는 비린내가 진동했다. 뼈가 삐걱거리는 압박감이 심장 바로 앞까지 밀려들었다. 갈증의 사냥개 사도가 내뿜는 신성은 끈적하고 무거웠다. 놈의 눈 없는 아가리가 승리를 확신하듯 가로로 길게 찢어졌다.

그것이 놈의 패착이었다.

회귀 전, 수없이 겪었던 실전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역학의 궤적을 그렸다. 사도들의 돌격은 강력하지만 정직하다. 신성의 흐름이 집중되는 궤적만 읽으면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왼쪽으로 삼십 도 틀었다.

적색 발톱이 갈비뼈 표면을 긁으며 스쳐 지나갔다. 늑골이 미세하게 금 가는 감각이 척추를 타고 뇌로 올라왔다. 신음은 뱉지 않았다. 연우는 고통을 등가교환의 대가로 접수했다.

비껴간 공격의 반작용으로 사도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연우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검은 안개로 뒤덮인 오른손을 뻗었다. 손끝이 사도의 두꺼운 목줄기를 파고들었다.

가죽을 찢고 근육을 파쇄하는 감각이 손바닥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크르르륵!

사도가 비명을 지르며 하반신의 들개 머리들을 일제히 치켜세웠다. 서너 마리의 들개 아가리가 연우의 허벅지와 옆구리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연우는 왼발로 지면을 강하게 걷어찼다. 진흙탕이 사방으로 튀었다.

오른손에 힘을 주어 놈의 목뼈를 움켜쥐고 그대로 바닥을 향해 내리꽂았다.

콰직.

사도의 상체가 콘크리트 바닥에 처박혔다. 등 뒤의 들개 머리들이 허공을 흔들며 중심을 잃었다. 연우는 주저 없이 군화 굽으로 사도의 안면을 짓밟았다.

단단한 이빨이 부러져 나가고, 붉은 가죽이 터지며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사도는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하반신의 들개들이 연우의 종아리를 물어뜯으려 발악했다. 군화 바닥에 닿는 두개골의 감각이 으스러질 때까지 체중을 실어 내리눌렀다.

두 번, 세 번.

마침내 사도의 안면 중앙이 완전히 함몰되었다. 뼈가 산산조각 나며 뇌수 대신 붉게 빛나는 결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호성의 신성이 응축된 신핵이었다.

연우의 오른손이 본능적으로 꿈틀거렸다. 사냥개의 발톱이 피를 갈구하며 요동쳤다.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안개가 뱀처럼 굶주린 기세로 신핵을 감싸 안았다.

"삼킨다."

연우가 손가락을 구부려 신핵을 움켜쥐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결정체가 바스러졌다. 그 안에 담겨 있던 흑적색의 신성이 연우의 손바닥을 통해 영혼 속으로 폭발하듯 흘러들었다.

[고유 권능 '사냥개의 발톱(신성 찬탈)'이 작동합니다.] [수호성 '갈증의 사냥개'의 사도로부터 신성을 찬탈 중입니다.] [영혼의 격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뜨거운 마그마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극통이 전신을 지배했다. 눈앞이 번쩍이며 붉은색과 검은색의 환영이 교차했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었다. 가슴에 새겨진 이단의 낙인이 붉게 타오르며 살을 지져댔다.

[찬탈 완료.] [대상 수호성의 격 일부를 완전히 소화했습니다.] [영혼 등급이 '시스템 이단자(Heresy)'에서 '영강급(Spiritual Steel)'으로 비약적으로 초월 도약합니다.] [찬탈한 권능: '갈증의 추적'을 획득했습니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힘의 전율은 달콤했다. 마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밀도 높게 정체되어 전신을 순환했다. 힘의 크기가 두 배 이상 커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즉각적이었다.

머릿속에서 웅웅거리는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성이 흐려지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의 목을 찢어 발기고 싶다는 파괴적인 충동이 머리를 들었다. 마수화의 징후였다. 찬탈한 신성의 양이 너무 많았다. 영혼에 쌓인 신성 오염 수치가 한계치에 육박했다.

연우는 송곳니가 부러질 정도로 어금니를 악물었다. 입술 사이로 비린 피가 흘러내렸다.

"내 허락 없이…… 날뛰지 마라."

영혼 속에서 요동치는 짐승의 충동을 억지로 짓눌렀다. 뇌 속의 신경 세포 하나하나를 강제로 묶어두는 느낌이었다. 이성과 광기의 경계선에서 연우는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버텼다.

그때였다.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거대한 압박감이 광장을 덮쳤다.

단순한 기압의 변화가 아니었다. 공간의 장벽을 넘어, 우주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존재의 시선이 연우의 머리 위에 꽂혔다.

'갈증의 사냥개' 본체였다.

자신의 대리가 도살당하고 신성이 찬탈당한 것에 대한 성좌의 진노였다. 머릿속으로 수만 마리의 개가 동시에 짖어대는 듯한 이명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렸다.

— 벌레 같은 놈이 감히 신의 격을 탐하는구나. — 네놈의 영혼은 갈가리 찢겨 영원한 굶주림 속에서 울부짖으리라. — 도둑놈에게 허락된 결말은 오직 비참한 파멸뿐이다.

성좌의 목소리가 뇌수를 뒤흔들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통증에 연우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바닥의 진흙을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성좌의 비웃음과 조롱이 영혼의 오염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대로 주저앉으면 들개들의 먹이가 될 뿐이었다.

연우는 고개를 천천히 치켜올렸다. 하늘을 가득 메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눈동자를 향해 입꼬리를 뒤틀었다.

"짖어봐야 기어내려 오지는 못하는군."

말소리는 건조했고, 단호했다.

"목을 씻고 기다려라. 조만간 사냥하러 갈 테니."

연우의 영혼에서 뿜어져 나온 차가운 살기가 성좌의 정신적 압박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회귀 전, 성좌들의 군대를 홀로 상대하며 단련된 불굴의 의지였다. 신성 오염으로 흔들리던 정신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수렴되었다.

우주 너머의 시선이 불쾌한 듯 꿈틀거리더니, 이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아직은 직접 간섭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했다.

하늘을 뒤덮던 거대한 압박감이 사라지자, 빗소리가 다시 귓가를 채웠다.

연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러진 갈비뼈가 숨을 쉴 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을 유발했지만, 걸음을 옮기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저벅, 저벅.

빗물을 밟는 군화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구덩이 너머에서 어둠을 뚫고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단정한 정장 차림 위에 얇은 우비를 걸친 서하진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광장 바닥에 널브러진 사설 암살단원들의 시체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으스러진 사도의 잔해를 빠르게 훑었다.

그녀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하지만 비명이나 공포의 기색은 없었다. 원칙주의자다운 냉정함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태가 생각보다 커졌군요."

서하진이 연우의 앞에 멈춰 서며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연우의 가슴팍, 핏물과 검은 안개로 얼룩진 상처에 머물렀다.

"괜찮습니까?"

"죽지 않았다."

연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가라앉아 있었다. 신성 오염을 억누르느라 목구멍 끝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서하진은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품 안에서 방수 처리된 서류 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사도의 사체 옆에 떨어져 있던 가죽 가방을 발끝으로 툭 쳤다. 골든 크라운의 사설 암살단장이 품고 있던 물건이었다.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장부입니다."

서하진이 가방을 열어 내부의 서류들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골든 크라운 길드가 성좌 세무 조정 위원회와 결탁하여 아크델리 난민들의 영혼을 비과세 자산으로 우회 등록한 영수증 초안이군요. 과세 표준을 완전히 무시한 불법 거래 증거입니다."

"그걸로 쓰레기들의 목을 죌 수 있나?"

"목을 죄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습니다."

서하진이 서류를 챙겨 가방에 넣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투에는 사적인 감정이 배제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집념은 뜨거웠다.

"성좌 가호자 특별 면책 조항 제12조도 국가 재정법과 세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까지 면책해주지는 않습니다. 이 자료가 청문회에 제출되는 순간, 최태건의 자금줄은 법적으로 동결될 겁니다."

"아직 부족해."

연우가 서하진을 똑바로 응시했다. 핏발 선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압박했다.

"최태건은 법만으로 죽일 수 있는 놈이 아니다. 놈의 뒤에는 더 큰 성좌가 버티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은 놈들의 손과 발을 묶는 가장 완벽한 족쇄가 될 겁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짐승을 사냥하는 건 당신의 몫이겠죠."

서하진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녀는 연우가 자신을 법률적 방패로 이용하듯, 자신 역시 연우를 탈세 길드 단죄를 위한 칼날로 쓰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철저한 상호 이용 관계. 그것이 두 사람의 동맹을 유지하는 끈이었다.

"좋다."

연우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저들의 더 큰 돈줄을 찢겠다. 준비해 둬라."

"기대하죠."

서하진이 가방을 닫았다.

그 순간, 바닥에 쓰러진 암살단장의 시체 품 안에서 찌르르하는 고주파음이 울렸다. 무선 기기였다.

연우는 몸을 숙여 사체의 품을 뒤졌다. 빗물에 젖은 소형 무전기가 손에 잡혔다. 채널은 골든 크라운 길드의 보안 주파수로 고정되어 있었다.

연우가 무전기의 수신 버튼을 눌렀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너머로, 극도로 분노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낮고, 포악하며, 가래가 끓는 듯한 음성. 골든 크라운 길드장, 최태건이었다.

— 야. 들려? 왜 보고가 없어? 사도는 어떻게 됐어?

최태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수호성의 사도가 소멸하면서 느낀 신성의 공백을 그 역시 감지한 것이 분명했다.

— 야! 대답해! 찬탈자 새끼 목은 땄냐고!

연우는 무전기를 입가로 가져갔다. 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사도는 방금 내가 먹었다."

무전기 너머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빗소리만이 스피커의 노이즈를 채웠다. 잠시 후, 이성을 잃은 듯한 최태건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 이 개 같은 새끼가…… 네놈이 감히 성좌의 대리인을……!

"다음은 네 차례다, 최태건."

연우가 건조하게 선언했다.

— 닥쳐! 네놈이 아무리 날뛰어봐야 껍데기뿐인 이단자다! 야, 이 비서! 지금 당장 지하 감옥으로 가!

최태건의 명령이 다른 라인을 통해 흘러나오는 듯, 무전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

— 감옥에 묶어둔 그 계집, 엘리시아! 그년 당장 수술대로 끌고 가라! 성좌 봉인구의 비밀을 당장 불게 해! 안 불면 뇌를 헤집어서라도 기억을 추출해 내! 지금 당장!

뚝.

무전이 강제로 끊겼다.

빗속에서 연우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엘리시아. 회귀 전, 성좌의 전속 제물로 바쳐져 영혼이 깨졌던 여자. 그리고 지금, 최태건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그의 다음 사냥의 핵심 열쇠.

연우가 무전기를 손아귀로 쥐어짜 부쉈다. 부서진 플라스틱 파편이 진흙 바닥으로 흩어졌다.

"사냥터가 바뀌었군."

연우의 칼날 같은 시선이 어둠 너머, 골든 크라운의 본거지가 있는 아크델리 중앙 가 구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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