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전 시민이여, 강림 성좌의 가축으로 죽으라! 너희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찬란한 태양을 이 지상에 띄우겠다!"

붉은 노이즈와 함께 화면이 끊겼다. 아크델리 중앙 광장의 거대한 홀로그램 전광판이 깨진 액정 사이로 연기를 뿜었다.

동시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구름은 핏빛으로 굳어 있었고, 그 틈새로 황금색 액체가 비처럼 쏟아졌다. 그것은 자비로운 신의 은총이 아니었다. 지면에 닿자마자 콘크리트를 녹이고 가로수를 불태우는 초고온의 신성 화염이었다.

"으아아악!" "살려줘! 눈이, 눈이 안 보여!"

광장은 즉시 도살장으로 변했다.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던 남자의 어깨 위로 황금색 화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유기물이 타들어 가는 지독한 악취와 함께 그의 상반신이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사람들은 출구를 찾지 못해 서로를 짓밟았다. 가축 수송선에 몰린 짐승들의 몸부림과 다를 바 없었다.

연우는 타오르는 불길을 응시했다. 뺨을 스치는 열기가 가죽 재킷을 태울 듯이 뜨거웠다. 그의 그림자 속에서 검붉은 이빨 모양의 마력이 굶주린 개처럼 으르렁거렸다.

"드디어 대가리를 내미는군."

연우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그의 시선은 하늘이 아닌, 광장 동쪽 도로로 향했다. 그곳에서 엔진의 굉음이 들려왔다. 황금빛 전신 갑주를 입은 무장 집단이 열을 맞춰 나타났다. 골든 크라운 길드의 직속 폭격 부대였다. 그들은 피난민들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우물쭈물하는 놈들은 전부 쏴라! 성좌의 제단으로 가는 길을 지체하는 자는 이단으로 간주한다!"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대포 구경의 마도 총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탄환이 날아가 피난민들의 등을 꿰뚫었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들은 인간을 탈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단이 있는 아크델리 중앙역 방향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미끼들이 너무 빨리 죽으면 곤란한데."

연우가 가볍게 땅을 찼다.

그의 신형이 허공을 가르며 폭격 부대의 선두로 낙하했다. 지면이 쩍 갈라지며 먼지가 일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의 등장에 골든 크라운의 대원들이 총구를 돌렸다.

"어떤 놈이냐!"

답변 대신 연우의 오른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고유 권능, '사냥개의 발톱'을 전개합니다.]

어둠보다 짙은 흑적색의 갈퀴가 연우의 손가락 끝에서 돋아났다. 그것은 성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찬탈의 증표였다. 연우는 신형을 회전시키며 가장 가까운 대원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서걱.

쇠사슬을 끊는 소리와 함께 황금빛 투구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가 연우의 얼굴을 적셨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역학적인 궤적을 그리며 다음 표적의 흉부를 파고들었다.

철갑을 두른 가슴팍에 손가락을 박아 넣고 그대로 좌우로 찢었다. 단단한 마도 합금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내부의 장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이 괴물 같은 년이……!"

대원 하나가 검을 휘둘렀다. 검날에 깃든 황금빛 신성이 연우의 이마를 향해 쇄도했다.

연우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왼손을 뻗어 검날을 맨손으로 움켜쥐었다. 콰드득, 소리와 함께 검에 깃든 신성이 연우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찬탈이었다. 신성을 잃은 검은 평범한 고철로 변해 부서졌다.

"신을 사칭하는 것들의 힘은 언제나 맛이 없군."

연우가 검을 쥔 대원의 얼굴을 그대로 걷어찼다. 안면 뼈가 함몰되며 대원이 뒤로 고꾸라졌다.

그의 뒤를 따르던 엘리시아가 그림자 속에서 소리 없이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흑색 구체가 들려 있었다. 구체의 표면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깊은 미세 균열들이 가득했다. 균열 사이로 보랏빛 안개가 스며 나오며 연우의 주변을 감쌌다.

웅-.

연우의 뇌리를 찌르던 신성 오염의 통증이 한풀 꺾였다. 영혼의 붕괴를 막아주는 유일한 제동 장치였다.

"연우 님, 동쪽에서 더 많은 병력이 오고 있습니다."

엘리시아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주변이 피바다가 되었음에도 그녀의 눈동자에는 동요가 없었다. 오직 연우의 등 뒤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상관없다. 어차피 저놈들 전부가 내 사냥감의 목줄이니까."

연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흑적색 마력이 수만 가닥의 실처럼 분화했다. 실들은 허공을 종횡무진으로 가르며 달려오던 폭격 부대원들의 사지를 관통했다.

푸학! 푸학! 푸하학!

뼈와 살을 관통하는 파열음이 광장에 가득했다. 단 한 번의 손짓에 수십 명의 무장 대원들이 꼬챙이에 꿰인 생선처럼 허공에 매달렸다. 그들이 흘린 피가 바닥에 고여 붉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구원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한 시민이 피 묻은 손을 뻗어 연우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려 했다.

"우리를 구하러 온 건가요? 제발, 제 아이가 저쪽에……."

연우는 그의 손을 가볍게 차서 치워버렸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착각하지 마."

연우가 몸을 돌려 아크델리 중앙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난 네놈들을 구하러 온 게 아니다. 내 사냥감을 가로채려는 도둑놈들을 죽이러 온 것뿐이지."

자비 없는 목소리가 지옥의 유황불보다 더 시리게 광장에 울려 퍼졌다.

***

아크델리 중앙역 승강장.

철로 위에는 거대한 장갑 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평범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열차의 외벽은 굵은 마법 사슬로 칭칭 감겨 있었고, 창문에는 쇠창살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것은 열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거대한 감옥, 혹은 도살장으로 향하는 가축 수송선이었다.

"타라! 어서 타!"

골든 크라운의 역무원 복장을 한 각성자들이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 끝에 닿은 시민들의 살점이 찢겨 나갔다.

그들은 울부짖으며 열차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이미 객차 내부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서로의 체온과 공포에 질린 호흡이 엉켜 객창에는 하얀 김이 서려 있었다.

"이 열차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제발 알려주십시오!" "조용히 해라, 가축 주제에 말이 많군. 수호성좌님의 제단으로 향하는 영광스러운 방목선이다."

역무원이 비웃으며 열차의 철문을 쾅 닫았다. 거대한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연우는 승강장 입구의 그늘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늘에 뜬 '태양의 찬란한 지배자'의 후광이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그 붉은 빛줄기들이 아크델리의 지표면을 뚫고 지하 깊숙한 곳으로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신성이 지중을 타고 흐르며 지맥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저 열차가 제단에 도착하는 순간, 영혼의 수확이 시작되겠지."

연우가 혼잣말을 읊조렸다.

"그럼 저들을 그냥 두실 건가요?"

엘리시아가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열차 하부의 거대한 차축에 닿아 있었다.

"그럴 리가."

연우가 차갑게 웃었다.

"제물들이 한 번에 다 타버리면 성좌의 격이 너무 커진다. 사냥개가 감당하기 힘든 크기로 먹이를 키울 필요는 없지. 사냥은 사냥꾼이 주도해야 하는 법이다."

법과 제도를 비웃으며 초법적 면책권을 주장하던 최태건. 그리고 그 배후에서 인간을 영혼 비료로 삼으려는 성좌. 그들의 계산을 어그러뜨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급책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연우가 성큼성큼 열차를 향해 걸어갔다.

"어? 저놈은 누구야! 차단해!"

보초를 서던 역무원들이 연우를 발견하고 무기를 치켜들었다.

연우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보초들의 사잇길을 통과했다.

스각.

서로의 목이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두 명의 역무원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들이 흘린 피가 철로를 적시기 전에, 연우는 열차의 앞머리, 동력 기관차 하부로 미끄러지듯 진입했다.

쿠구구구-.

동력로가 가동되며 거대한 쇳덩어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열차가 출발하려는 참이었다.

연우는 양손을 뻗어 열차의 핵심 차축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흑적색의 찬탈 불꽃이 치솟았다.

[찬탈한 신성 '황금의 저울'의 열을 방출합니다.]

치익!

강철로 만들어진 두꺼운 차축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더니 물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초고온의 열기가 열차 하부의 모든 제동 장치와 동력 전달계를 영구적으로 파괴했다.

쿠앙! 쿠구국!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열차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출발하려던 거체가 앞으로 고꾸라지듯 쏠리며 선로를 이탈했다. 쇳소리가 사방을 찢을 듯이 울렸고, 객차의 철문들이 충격으로 인해 우그러지며 틈새가 벌어졌다.

"기, 기관차가 부서졌다! 탈출해!" "문이 열렸다! 나가야 해!"

내부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우그러진 틈새를 비집고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승강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연우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열차 하부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옷에는 그을음만이 묻어 있을 뿐, 상처 하나 없었다.

"멍청한 가축들이 드디어 도망칠 구멍을 찾았군."

연우는 피난민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냉철하게 주변의 마력 흐름을 쫓고 있었다.

그때였다.

열차의 뒤편, 찌그러진 무궤도 차량의 하부 음영 속에서 기이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스스스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그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찢어진 사법부의 제복.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는 뱀처럼 교활하게 빛나고 있었다. 백도훈 검사였다. 구금되어 있어야 할 그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물건이 연우의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인장이었다. 성좌의 가호가 깃든 진정한 전권의 증표, '성좌 밀약 전령 인장'이었다.

"흐흐…… 흐흐흐."

백도훈이 피 묻은 입술을 들어 올리며 기괴하게 웃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광기와 집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한연우.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사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순 없다. 이 인장이 있는 한, 이 아크델리의 모든 각성자는 내 손아귀에 있다."

그가 인장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인장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연우의 발목을 묶는 보이지 않는 사슬로 변했다.

"성좌 가호자 특별 면책 제12조의 이중 예외 위하 조항에 의거하여……."

백도훈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이 구역의 모든 '이단자'에 대한 법적 즉결 처형 권한을 발동한다. 네 목은 내 공적서의 가장 첫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백도훈의 음험한 웃음소리가 무너진 승강장의 잔해 사이로 비릿하게 울려 퍼졌다.

하늘의 붉은 태양이 더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법적 즉결 처형 권한을 발동한다. 네 목은 내 공적서의 가장 첫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백도훈의 음험한 웃음소리가 무너진 승강장의 잔해 사이로 비릿하게 울려 퍼졌다.

하늘의 붉은 태양이 더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연우는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황금빛 빛줄기가 사슬처럼 발목을 감싸 쥐고 있었다. 피부가 타들어 가는 극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연우의 표정은 평온했다. 감정은 얼어붙어 있었고, 이성은 칼날처럼 예리하게 작동했다.

"이중 예외 위하 조항이라."

연우가 건조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백도훈. 네가 직접 기안한 특별법이지."

"그래. 무법자인 너 같은 이단자를 합법적으로 도살하기 위해 만든 완벽한 올가미다."

백도훈이 인장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사슬이 연우의 살점을 파고들며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백도훈의 눈동자에 승리감이 서렸다.

"하지만 네가 간과한 게 하나 있어."

연우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발목의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가죽 장화가 찢겨 나갔다.

"그 조항의 주어는 '국가 사법 기관의 대리인'이다. 성좌와 사적으로 밀약을 맺은 배신자가 아니라."

"무슨 소리냐."

백도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서하진 수사관이 이미 네 집무실을 털었지. 네가 황금의 군주와 맺은 사적 계약서, 그리고 국가 승인을 받지 않은 신성 인장 취득 경위서까지 전부 확보했다."

연우가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쇠사슬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국가 행정망을 우회해 사적으로 신성과 결탁한 자는, 그 즉시 제12조의 면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것이 네가 법안에 심어둔 '이중 예외'의 본질이다. 넌 스스로를 피고인으로 기소한 셈이지."

백도훈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의 손에 들린 황금빛 인장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억지 부리지 마라! 나는 사법부의 수장이다! 내가 곧 법이다!"

백도훈이 비명을 지르며 인장을 앞으로 내뻗었다. 인장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마력이 구체 형태로 뭉치더니, 세 명의 거대한 사법 집행관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반투명한 황금빛 대검을 든 채 연우를 향해 쇄도했다.

역학적인 궤적이 허공을 갈랐다. 첫 번째 집행관의 대검이 연우의 어깨를 사선으로 베어 내렸다.

연우는 상체를 뒤로 젖히며 궤적을 피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오른손이 대검의 날을 측면에서 후려쳤다.

쿠웅.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대검의 방향이 비틀렸다. 연우는 그 반동을 이용해 신형을 회전시키며 집행관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흑적색의 발톱이 돋아났다.

푸스스.

발톱이 집행관의 흉부를 관통했다. 신성으로 이루어진 신체가 찬탈의 힘에 이끌려 연우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혼을 찢는 마력이 연우의 혈관을 타고 흐르며 오염도를 끌어올렸다.

머릿속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일었다. 연우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마수의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그때, 엘리시아가 연우의 등 뒤로 다가왔다. 그녀의 품에 안긴 흑색 구체가 기이한 고동을 쳤다. 구체의 균열 사이로 흘러나온 차가운 기운이 연우의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폭주하려던 이성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연우 님, 집중하십시오. 아직 두 마리 남았습니다."

엘리시아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정표가 되었다.

연우는 바닥을 차며 남은 두 집행관의 사이로 도약했다. 공중에서 신형이 번개처럼 꺾였다. 그의 발끝이 한 집행관의 턱을 타격했고, 동시에 오른손의 발톱이 다른 집행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서걱.

두 구의 신성 형상이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연우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지면에 착지한 연우의 발목을 묶고 있던 황금 사슬 역시 광업적인 파편이 되어 스러졌다.

"이, 이럴 리가 없다……."

백도훈이 뒷걸음질 쳤다. 그의 손에 든 인장의 빛이 급격히 흐려지고 있었다. 법적 명분을 잃은 신성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것이 연우와 서하진이 설계한 사법적 단죄의 결과였다.

"네가 만든 법의 올가미에 목이 졸리는 기분이 어떠냐, 백도훈."

연우가 피가 흐르는 발목을 이끌고 백도훈에게 다가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느렸지만, 압도적인 살기가 승강장을 가득 채웠다.

"살려다오. 내가, 내가 도울 수 있다! 최태건의 진짜 제단이 어디 있는지, 그가 성좌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전부 말하겠다!"

백도훈이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그의 오만한 자존심은 이미 진흙탕 속에 처박혀 있었다.

"필요 없다. 네놈의 주둥이가 없어도, 내 발톱이 직접 그놈들의 목을 찾아낼 테니까."

연우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흑적색의 마력이 백도훈의 심장을 겨냥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승강장 천장을 덮고 있던 붉은 구름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뭉치기 시작했다. 아크델리 전체를 짓누르던 격(格)의 압박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했다.

[아크델리 특별지구 전체에 '태양의 찬란한 지배자'의 강림 결계가 완성됩니다.] [시스템 경고: 격의 차이가 너무 거대합니다. 생존 확률이 극도로 희박합니다.]

뇌리를 때리는 시스템의 경고음과 함께, 백도훈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의 눈과 입에서 황금빛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아아아악! 성좌시여! 약속이 다릅니다! 제 영혼을……!"

백도훈의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육체가 황금색 불꽃에 휩싸여 재가 되었다. 그가 쥐고 있던 전령 인장이 공중에서 산산조각 나며, 그 파편들이 거대한 포탈의 형상을 이루었다.

포탈 너머로, 지름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불타는 눈동자가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사냥개 놈이 결국 발톱을 들이밀었구나."

지진 같은 목소리가 아크델리 전역을 뒤흔들었다. 성좌의 본체가 직접 차원의 장벽을 찢고 강림하기 시작했다. 승강장의 철로가 녹아내려 붉은 용암의 강을 이루었다.

연우는 타오르는 용암 너머의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그의 심장 속에서 찬탈한 신성들이 폭주하듯 날뛰기 시작했다.

과연 이 거대한 격의 신을 혼자의 힘으로 도살할 수 있을 것인가. 연우는 검자루를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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