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바닥 안에서 스마트폰이 비명에 가까운 진동을 울려 댄다. 액정 위로 야구 전문 기자들의 이름과 각 구단 스카우트 팀장들의 연락처가 쉴 새 없이 교차한다.
[단독] ‘지옥에서 온 파이어볼러’ K군, 고교 시절 상습 폭행 의혹… 피해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증언.
실명만 가렸을 뿐, 최근 155km/h의 강속구를 뿌리며 급부상한 우완 재활 투수라는 조건은 단 한 사람, 강건우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찌라시 수준의 인터넷 매체에서 시작된 불씨는 순식간에 포털 메인을 장악하며 활활 타올랐다. 가해자로 낙인찍힌 선수의 멘탈을 부수고, 드래프트 가치를 한순간에 제로로 만들겠다는 악의적인 템퍼링 공작. 배후에는 지난번 고배를 마셨던 대형 에이전시, ‘지안 스포츠’의 썩은 냄새가 짙게 풍겼다.
"태오 형... 저 진짜 아니에요. 그때 돈 잃어버린 피해자 애 도와주려다가 싸움이 붙었던 게 전부에요. 합의도 다 끝났고, 학교 폭력 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던 일인데..."
마운드 위에서 굳건히 서 있던 강건우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소년의 눈빛에 서린 것은 억울함과 공포다. 손끝의 감각이 생명인 투수에게 급격한 심리적 동요는 치명적이다.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구질을 가졌어도 그저 150km짜리 배팅볼로 전락할 뿐이다. 실제로 조금 전 던진 건우의 피칭은 평소의 회전수(RPM) 2400에 한참 못 미치는 2100대 수준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수치화된 강건우의 잠재력 그래프가 붉은색 경고등을 켜며 요동친다.
프로 스포츠계에서 ‘학폭’은 단순한 리스크가 아니다. 1차 드래프트 잔여 배제는 물론, 유망주에게 투자되는 수억 원의 계약 가치를 증발시키는 사형 선고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프라이빗 쇼케이스를 불과 사흘 앞둔 시점. 적들은 가장 아프고 치명적인 타이밍을 골라 칼을 꽂았다. 여론은 이미 법적인 실체나 증거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자극적인 마녀사냥의 불길에 장작을 던져댈 뿐이다.
구단 스카우트들의 압박 섞인 문의와 팬들의 비난 성명서가 빗발치는 와중, 당신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한다. 지안 스포츠가 언론사에 뿌린 보도자료의 IP와 제보자의 동선을 추적한 기초 데이터가 당신의 태블릿 PC에 정리되어 있다.
이 더러운 진흙탕 싸움에서 건우를 구해내고 메이저리그로 향하는 문을 열어야 한다. 정공법으로 진실을 밝히며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모든 외부 잡음을 단번에 압도할 압도적인 실력으로 정면 돌파할 것인가.
당신은 깊은 호흡 끝에 흔들리는 강건우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결정의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