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퍽! 비명에 가까운 포구음이 지하 실내 훈련장 전체를 흔든다.

강건우의 손끝을 떠난 포심 패스트볼이 대기를 무참히 찢어발기며 극단적인 라이즈 무브먼트를 그렸다. 포수가 가까스로 미트를 치켜 올려 공을 걷어낸다.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솟구쳐 오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분당 회전수(RPM) 2,580대의 강력한 수직 무브먼트다.

지독한 입스(Yips)에 갇혀 릴리스 포인트마저 잃어버렸던 그 무명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폼이다. 190cm 거구의 신체 역학적 밸런스가 마운드 위에서 온전히 폭발하고 있다. 네가 설계한 정교한 멘탈 프로그램과 피칭 메커니즘 수정이 강건우의 잠재력을 완전히 해방한 것이다.

이 각성의 신호탄이 비공식 스카우팅 리포트를 타고 국내 야구계 수면 위로 치솟자,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대형 스폰서십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당장 언론을 통해 재기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할 준비도 끝났습니다."

테이블 맞은편, 깔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대기업 계열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의 총괄 상무가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를 밀어 넣는다. 앞 표지에 적힌 계약 총액 20억 원이라는 숫자가 화려하게 번뜩인다. 얼핏 보면 무명 투수에게 과분한 구원의 손길 같지만, 에이전트인 네 눈을 속일 수는 없다.

계약의 이면에는 독소 조항들이 교묘한 난수표처럼 얽혀 있다. 해외 진출 시 발생하는 포스팅 금액의 40% 리베이트 요구, 초상권과 마케팅 권한의 전권 영구 양도, 그리고 선수 보호를 명목으로 한 독점적 재계약 우선권까지. 그들은 강건우를 최고의 투수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폭등하기 직전의 괴물을 싼값에 가두어 거대한 양도금 차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다.

꼼수를 부리는 자본의 서늘함이 방 안의 공기를 얼려버린다. 상무는 만년필을 가볍게 두드리며 대답을 종용한다.

"이 업계 생리 잘 아시잖습니까. 대기업의 미디어 파워와 스폰서십 없이는, 아무리 날고 기는 유망주라도 유리천장에 막힙니다. 서명하시죠."

그의 부드러운 눈빛 뒤에는 제안을 거절할 시 언론 플레이를 통해 강건우의 과거 부상 이력과 입스 조작 찌라시를 퍼뜨리겠다는 서슬 퍼런 협박이 깔려 있다. 옆에 앉은 강건우가 떨리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거대 자본이 들이민 교묘한 족쇄가 당신의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당신의 시선이 차갑게 내려앉은 계약서 모서리에 닿았다. 상대의 미소 뒤에 숨은 패를 완전히 읽어낸 순간, 전장의 주도권을 쥘 승부처가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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