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앞에서 강건우의 투구 메커니즘이 실시간으로 교정된다. 타인의 숨겨진 육체적 한계치가 수치로 보이는 당신의 시야에, 건우의 '투구 밸런스' 수치가 기존의 42에서 85로 수직 상승한다. 입스(Yips)의 원인은 정신적 나약함이 아니었다. 부상 이후 수술 부위의 통증에 대비하느라 미세하게 뒤틀린 골반의 회전각, 그로 인해 어긋난 운동역학적 사슬(Kinematic Chain)이 투구 시 손가락 끝의 감각을 굳게 자물쇠질하고 있었을 뿐이다.
당신이 설계한 지옥 같은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은 그 사슬을 다시 엮어냈다. 디딤발이 지면 반발력을 단단히 지탱하자, 하체의 폭발적인 회전력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어깨를 거쳐 손가락 끝에 온전히 실린다.
*콰아아앙-!*
"154km/h."
스피드건의 액정이 붉은 숫자를 뱉어낸다. 포수 미트가 찢어질 듯한 파열음이 실내 연습장을 가득 채운다. 공기의 저항을 찢어발기며 홈플레이트 직전에서 지저분하게 솟구치는 포심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 정교한 투구 메커니즘이 완성되는 순간, 원석의 잠재력이 화산처럼 폭발한 것이다. 건우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자신의 손끝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본다.
하지만 그 희열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실내 연습장의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날 선 고급 구두 굽 소리가 적막을 깨트린다. 세련된 맞춤 정장 위로 풍기는 이질적인 시가 냄새. 거대 메이저 에이전시 '글로벌 스포츠 파트너스(GSP)'의 아시아 지사장, 송정한이다. 업계에서 유망주들의 피를 빨아 성장하는 '검은 포식자'로 악명 높은 사내였다.
송정한은 당신을 완벽히 무시한 채, 타월을 쥔 건우에게로 직진했다.
"강건우 선수.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154km/h라니, 대단해. 당장 메이저리그 산하 마이너 루키 리그가 아니라 싱글 A부터 시작해도 씹어먹을 구위야."
그가 품 안에서 고급 가죽 바인더에 끼워진 계약서를 꺼내 건우의 발밑에 툭 내려놓았다.
"이런 무명 에이전트와 손잡고 한국 2군 무대나 전전하기엔 어깨가 너무 아깝지 않나? 우리 GSP와 계약하면 당장 이적 보증금 50만 달러에, 메이저리그 구단들과의 즉각적인 쇼케이스를 보장하지. 저 친구가 메커니즘은 잘 잡아줬을지 몰라도, 과연 널 빅리그 플레이트에 세울 인맥과 자본이 있을까? 착각하지 마. 스포츠는 비즈니스고, 에이전트의 체급이 곧 선수의 몸값이야."
건우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린다. 이제 막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미완의 천재에게, 세계 최대 에이전시의 이름값과 당장 눈앞에 제시된 수억 원의 자금은 거역하기 힘든 중력과도 같다. 전형적인 사전 접촉(Tampering)이자, 신인 선수의 심리를 흔드는 야비한 가스라이팅이다.
당신의 특수 시야가 송정한이 내민 계약서를 투시하듯 훑는다. '마이너리그 옵션 강제 발동권', '부상 시 계약 해지 조항'... 화려한 겉포장 뒤에 숨겨진 잔인한 독소 조항들이 붉은 경고등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송정한이 당신을 돌아보며 비열한 미소를 짓는다.
"한태오 씨, 수고비 정도는 챙겨줄 용의가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시죠. 건우의 '진짜 성공'을 위해서 말입니다."
비열한 손길이 건우의 어깨를 낚아채려는 순간, 당신은 차가운 침묵을 깨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