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타자들이 방망이를 가볍게 쥔 채 타이밍을 조율한다. 마운드 위, 당신의 유일한 구원이자 괴물이라 불렸던 투수 이건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전광판에 찍힌 최고 구속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다. 하지만 당신의 눈에 보이는 그의 신체 잠재력 수치는 위험할 정도로 붉게 점멸한다.

사방에서 목을 죄어오는 압박. 프런트가 들이민 독소조항 가득한 인센티브 계약 조건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당신에게 쏟아지는 악의적인 불법 약물 루머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무리수가 마각을 드러낸다. 당신은 한계를 지시했고, 건우는 그 고집에 순응하며 자신을 불태운다.

"플레이볼!"

주심의 콜과 함께 건우의 축족이 마운드를 거칠게 디딘다. 엉망이 된 투구 메커니즘. 홉업(Hop-up)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상체를 무리하게 꺾는 오버 서포트 딜리버리다. 릴리스 포인트가 완전히 흔들린 상태에서, 어깨 회전근개에 가해지는 전단 응력이 임계점을 돌파한다.

시속 158킬로미터. 공중의 공기 저항을 찢어발기며 날아가는 포심 패스트볼. 초당 회전수(RPM)는 2,600을 상회하지만, 그 무지막지한 물리적 반발력을 자아내기 위해 건우의 견갑골과 어깨 연부 조직은 비명을 지른다.

*뚝.*

둔탁한 파열음이 관중석의 함성에 묻혀 당신의 귀에만 비수처럼 꽂힌다. 공은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기도 전에 백스톱으로 사정없이 치솟고, 건우는 그대로 마운드 위에 쓰러져 어깨를 움켜쥔다.

그것으로 비극은 완성된다.

돌아온 진단명은 관절와순 파열 및 회전근개 완전 손상. 투수로서 사실상의 사망선고다. 단 한 번의 무모한 투구로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은 산산조각 나고, 괴물의 미래는 전신마비된 기어처럼 멈춰 선다.

"선수를 고기 방패로 삼은 사기꾼 에이전트."

언론의 헤드라인은 잔인하다. 악의적인 약물 루머는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무리한 투구를 강요해 유망주의 선수 생명을 끊어놓은 당신을 향해 여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진다. 구단들은 일제히 등을 돌린다. 당신과 맺었던 모든 에이전트 계약은 '신의성실 의무 위반' 조항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된다. 지지자들도, 당신을 믿고 따르던 유망주들도 싸늘한 침묵 속에 하나둘 떠나간다.

그라운드의 불이 모두 꺼진 텅 빈 밤. 먼지 쌓인 사무실 한구석에 남겨진 당신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다. 메이저의 패권을 쥐겠다던 야망의 대가는 너무나 쓰라리다. 업계에서 영구히 격리된 비장한 사기꾼, 한태오. 당신의 거대한 도전은 가장 처참한 추락으로 마침내 종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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