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차의 엔딩은 좀 더 정숙했으면 좋겠군요."
송진우가 차단기 스위치를 아래로 꺾음과 동시에, 서버실을 채우고 있던 마지막 잔류 전력이 완전히 소멸했다. 기계들의 낮은 웅웅거림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공기 순환 장치가 정지하자, 사방은 끈적이고 무거운 질흑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완벽한 어둠이었다.
태윤은 눈을 깜빡였다. 시각이 차단된 눈동자 위로, 푸른색 반투명 텍스트가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LOG: 10회차 루프 진행 중] [수집된 단서 갱신: 서버실 수칙 14조 - 북동쪽 질식 함정 구역 및 남서쪽 수동 해제 레버 위치 확인] [주의: 사용자 뇌 전두엽의 사적 기억 아카이브 4.2% 추가 소실 진행 중]
어머니의 생신날 거실에 켜져 있던 촛불의 온기가 머릿속에서 모래알처럼 바스러져 흘러내렸다. 태윤은 은테 안경을 가볍게 치켜세웠다. 감정의 닻이 하나 더 끊겨 나갔지만,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기계적 이성이었다. 슬픔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눈앞의 사냥감을 해부하겠다는 냉혹한 의지만이 척수를 타고 흘렀다.
*스스스슥…… 스스스슥……*
북동쪽 모퉁이에서 가연성 비닐막이 쿨러의 잔여 기압에 흔들리며 내는 기괴한 마찰음이 고요를 깼다.
어둠 속에서 미세한 발소리가 들렸다. 송진우의 구두 앞코가 정전기 방지 매트 바닥을 스치는 소리였다. 발소리는 아주 완만하고 규칙적인 궤적을 그리며 서서히 북동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송진우는 이 어둠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이 철저히 계산된 알리바이의 일부라고 믿고 있을 터였다. 자신이 숨겨둔 '그것'이 영원히 어둠 속에 묻혀 있을 거라 확신하는 자 특유의 여유로운 보폭이었다.
"송 대리."
태윤이 어둠을 가르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의 톤은 낮고 일정했다.
움직이던 발소리가 뚝 멈추었다. 사방에 고인 어둠이 더 팽팽하게 당겨졌다.
"거기서 멈추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이 설계한 시나리오는 이미 첫 장부터 어긋나 있으니까."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강 대리님."
송진우의 목소리가 북동쪽 어둠 속에서 기어 나왔다. 조소를 머금은 듯한 어조였지만, 숨소리의 끝부분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여기는 비상 셧다운이 걸리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밀실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영양가 없는 대화가 아니라, 출구를 찾는 몸짓일 텐데요."
"출구라."
태윤이 조용히 실소를 흘렸다.
"출구를 막은 건 당신이지. 당신은 지금 우리가 북동쪽 질식 구역으로 기어 들어가 스스로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래야 내일 아침, 경찰들이 문을 열었을 때 기압 차로 일어난 '단순 질식 사고'로 완벽하게 위장될 테니까."
"소설을 쓰시는군요.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모함하는 건 사내 징계 사유라는 걸 잊으셨습니까?"
"증거?"
태윤의 손가락이 안경다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당신 오른쪽 소매 끝에 달린 은색 커프스링크. 알파벳 'S' 자 하단에 가로방향으로 깊게 패인 0.5밀리미터짜리 미세한 스크래치. 그거, 내가 몇 번째 루프에서 발견했는지 기억합니까?"
어둠 속에서 송진우의 거친 호흡이 들이켜지는 소리가 났다.
"그 스크래치는 당신이 오민혁 팀장의 캐비닛 안쪽 철제 모서리에 소매를 긁히며 생긴 흔적이야. 왜 거기 소매를 집어넣었을까? 오 팀장이 본사에 제출하려던 '신사업 기획안 수정 드래프트 파일'을 훔쳐내기 위해서였겠지."
"그건……."
"당신은 허위 보고서를 미끼로 던졌어. 오 팀장이 비자금 이중 장부를 서버실 백업 하드에 숨기도록 유도한 것도, 결국 이 서버실로 우리를 유인해 한꺼번에 매장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지. 당신이 올린 그 수정 드래프트 파일의 최종 수정 일시와 결재 경로 IP는 이미 내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 완벽하게 박제되어 있어."
태윤의 말 한마디가 떨어질 때마다 지독하게 건조한 논리의 칼날이 송진우의 목을 겨누었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었다. 열 번에 달하는 죽음의 아카이브에서 축출해 낸, 단 하나의 오차도 없는 물리적 사실의 나열이었다.
어둠 속에서 송진우가 소매를 거칠게 쓸어내리는 마찰음이 들렸다. 커프스링크를 손으로 가리려는 본능적인 방어 행동이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 소설입니다. 그깟 드래프트 파일이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이미 서버실 메인 드라이브는 포맷되었고, 당신들에겐 아무런 증거도 남아 있지 않아!"
송진우의 목소리에 가학적인 여유는 온데간데없고, 날 선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내가 아무 대책 없이 이 방에 들어왔을 것 같나?"
태윤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낮게 읊조렸다.
"당신이 지운 드래프트 파일의 원본 패키지는 이미 한설아 씨의 개인 외장 드라이브와 본사 감사팀 제보 예약 메일함에 동기화되어 있어. 오늘 밤 11시, 우리가 이 방에서 나가지 못하고 사망 판정을 받는 순간, 그 메일은 자동으로 발송된다. 당신이 그토록 감추려 했던 살인 공모와 비자금 횡령 정황 전체가 말이지."
"이, 이 개새끼가……!"
송진우의 발소리가 거칠게 흔들렸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자랑하던 소시오패스의 이성이 붕괴하기 시작하는 신호였다.
그 곁에서, 태윤의 곁을 지키고 서 있던 한설아가 침묵을 깨고 움직였다. 그녀의 호흡은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소심하고 유약한 계약직 사원의 껍데기 뒤에 숨겨진 기계적인 연산력이 마침내 작동한 것이다.
그녀는 매일 밤 복사기 안쪽에 숨겨둔 초소형 녹음기의 칩을 갈아 끼우던 그 정교한 손놀림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고출력 소포트라이트 손전등을 뽑아 들었다.
'지금이에요, 강 대리님.'
설아는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셋, 둘, 하나.
*탁!*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광선이 어둠을 찢고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아윽!"
강력한 LED 광축이 송진우의 확장되어 있던 안구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송진우는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일시적으로 시신경이 마비된 그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태윤의 망막 위에 떠오른 푸른색 홀로그램 경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스템 경고: 대상의 심박수 급증, 심리적 붕괴 감지] [예상 이동 경로 실시간 재연산 중……] [경로 수정: 파란색 안전 궤적 제거 -> 붉은색 돌발 공격 위험 궤적으로 강제 업데이트 완료]
태윤의 시야에 붉은색 실선이 송진우의 발끝에서부터 자신들의 위치를 향해 꺾여 들어오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송진우는 눈이 먼 상태에서도 소리가 난 방향, 즉 태윤이 서 있는 정면을 향해 무게중심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강 대리님, 피해!"
설아가 손전등을 쥔 채 다급하게 소리쳤다.
송진우의 품속에서 은빛으로 번뜩이는 얇고 날카로운 유선형 실루엣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일반적인 칼이 아니었다. 의료용 시술용 메스였다. 살점을 가장 소리 없이, 그리고 가장 깊숙이 도려낼 수 있는 살인마의 숨겨진 발톱이었다.
"너희 둘 다 여기서 못 나가! 같이 썩어 문드러지는 거야!"
송진우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메스를 움켜쥔 손을 앞으로 뻗으며 야수처럼 울부짖었다. 그의 신형이 붉은색 예측 경로를 따라 태윤의 심장을 향해 맹렬하게 쇄도했다.
피할 수 없는 궤적이었다.
태윤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대신, 무게중심을 오른쪽 아래로 급격히 꺾었다. 시야를 가로지르는 붉은색 예측 선이 그의 움직임에 맞춰 실시간으로 비틀렸다.
서걱.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태윤의 왼쪽 어깨 부근 와이셔츠 천이 길게 찢어졌다. 살을 저미는 서늘한 감각과 함께 뜨거운 혈액이 솟구쳐 옷감을 적셨다. 가벼운 찰과상이었지만, 상처 부위가 타는 듯이 아려 왔다.
태윤은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극도로 고조된 아드레날린이 통증을 마비시켰다. 그는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뻗어 송진우의 메스를 쥔 손목을 낚아챘다.
"이 손 놓으십시오, 강 대리님!"
송진우가 이를 악물고 팔을 비틀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안면 근육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태윤은 대답하는 대신 악력에 힘을 주며 송진우의 손목뼈를 그대로 꺾어 내렸다. 관절이 비명 지르는 소리와 함께 메스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날카로운 금속음을 냈다. 송진우가 반대편 주먹으로 태윤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둔탁한 충격에 태윤의 상체가 흔들렸다. 그 틈을 타 송진우가 발을 뻗어 한설아가 들고 있던 고출력 손전등을 걷어찼다.
*쨍그랑!*
바닥을 굴러다니던 손전등의 유리가 깨지며 마지막 광원이 완전히 소멸했다. 사방은 다시 완전한 암흑으로 뒤덮였다.
그 순간, 머리 위의 천장 노즐에서 요란한 기계음이 울렸다.
*피이이이이—!*
마치 수천 마리의 뱀이 동시에 우는 듯한 파찰음과 함께, 차갑고 무거운 이산화탄소 가스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스 분사와 동시에 서버실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하강했다. 입을 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서늘하게 흩어졌다.
[위험: 산소 농도 15.8%로 급감] [경고: 저산소증으로 인한 의식 상실까지 남은 시간 120초]
태윤은 어둠 속에서 한설아의 차가운 손목을 움켜쥐었다.
"남서쪽으로."
그녀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태윤의 이끌림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은 서버 랙 사이의 좁은 통로를 질주했다. 어둠 속에서도 태윤의 뇌리에 각인된 3D 맵이 정확한 경로를 제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남서쪽 모퉁이. 벽면에 설치된 노란색 철제 상자가 주황색 비상 경보등의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수동 해제 레버가 있는 곳이었다.
태윤이 상자의 철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그러나 레버를 잡으려던 그의 손끝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이건……."
한설아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균열이 일었다.
수동 해제 레버 위에는 기괴할 정도로 두꺼운 적색 플라스틱 클램프가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클램프의 구멍을 관통한 황동색 자물쇠가 레버의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자물쇠 전면에 붙은 백색 태그에는 붉은색 글씨가 선명했다.
[DANGER: DO NOT OPERATE (위험: 조작 금지)] [사내 안전 관리 수칙 제22조에 의거, 본 설비는 LOTO(Lockout/Tagout) 규정에 따라 잠금 조치됨.]
태윤의 흐려져 가는 시야 위로 푸른색 시스템 텍스트가 경고음을 울리며 점멸했다.
[사내 안전 관리 수칙 제22조 (잠금장치 및 표지판 작업 예외 조항)] [- LOTO 장치가 체결된 동력 및 안전장치는 전용 해제 열쇠 없이 인위적인 물리적 타격으로 파손을 시도할 경우, 시스템 보호를 위해 해당 구역은 즉시 영구 폐쇄(Deadlock) 상태로 전환된다.]
"LOTO 공정이라니……."
한설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송진우가 미리 손을 써 둔 거군요. 열쇠 없이 이 자물쇠를 강제로 부수면, 서버실 문은 영원히 잠겨요. 우리 힘으로는 절대 열 수 없는 기계적 폐쇄 상태가 되는 거라고요."
"정답입니다, 한설아 씨."
어둠 저편, 서버 랙 모퉁이에서 젖은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다. 송진우가 깨진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아내며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작고 정교한 황동색 열쇠 하나가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그 레버를 열 수 있는 열쇠는 오직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지요. 내 손안에 있는 이것."
송진우가 기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가스의 압력 때문에 그의 목소리 역시 서서히 갈라지고 있었다.
"강 대리님은 참 똑똑하십니다. 매번 내 설계를 망가뜨려 놓고, 이번에도 비자금 장부니 수정 드래프트니 하는 것들로 나를 코너에 몰았죠. 하지만 법과 규칙은 결국 그것을 완벽하게 다루는 자의 편입니다."
그가 열쇠를 쥔 손을 북동쪽 모퉁이를 향해 뻗었다. 그곳은 가연성 비닐막이 펄럭이며 기압 차로 인해 고농도의 소화 가스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짙게 고이는 질식의 지옥이었다.
"가져가 보십시오. 저 안으로 들어가서 세 걸음만 걸으면 폐포가 얼어붙어 질식하겠지만 말입니다."
송진우는 망설임 없이 열쇠를 어둠 속으로 던져버렸다. 황동색 열쇠가 포물선을 그리며 북동쪽의 짙은 가스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쨍강.*
차가운 바닥에 열쇠가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렸다.
"이제 끝났습니다. 60초 뒤면 당신들의 뇌는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겁니다. 이번 루프의 기억뿐만 아니라, 자아 자체가 완전히 소멸하는 거지요."
송진우가 벽에 기대어 주저앉으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음에도, 태윤을 완벽하게 파멸시켰다는 사실에 극도의 가학적 희열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산소 농도 13.2%.
태윤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심장이 갈비뼈를 찢을 듯이 요동쳤고, 전두엽 한구석이 칼로 도려내는 듯이 아파 왔다. 또 하나의 사적인 기억 조각이 지워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대학 시절 동기들과 찍었던 사진의 구도와 색감이었다.
그러나 감정이 거세된 뇌세포는 폭주하는 엔진처럼 마지막 연산을 멈추지 않았다.
'서버실 비상구 시스템 예외 조항.'
태윤은 10회차 루프의 데이터베이스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단서 하나를 강제로 인출했다.
[서버실 비상구 시스템: 화재 경보 시 자동 개방 및 셧다운 차단 지연 긴급 예외 조항]
사내 소방 안전 수칙 제18조. 가스식 소화 설비가 작동 중이더라도, 구역 내에 실제 '화재'가 감지될 경우 시스템은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여 모든 물리적 잠금장치(LOTO 포함)를 무력화하고 비상구를 강제 개방한다.
태윤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는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끝에 걸린 것은 오늘 오후 오민혁 팀장의 책상에서 눈여겨보고 챙겨두었던 가스식 터보 라이터였다.
태윤은 라이터를 꺼내 들고 북동쪽 모퉁이, 가연성 비닐 보호막이 펄럭이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강 대리……?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송진우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이곳은 지금 고농도의 질식 가스와 서버 랙에서 발생한 미세 분진이 가득 찬 밀실이야."
태윤이 라이터의 금속 덮개를 젖혔다.
*틱.*
"여기서 불꽃을 일으키면, 체류하고 있던 잔류 산소와 분진이 결합해 순간적인 분진 폭발이 일어난다. 화재 경보가 울려 문은 열리겠지만, 네 몸뚱이는 형체도 없이 타들어 가겠지!"
송진우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바닥을 기어 뒤로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 서려 있던 여유가 순식간에 공포로 뒤덮였다.
"알고 있어."
태윤이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의 은테 안경 너머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두려움도, 생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계적인 집념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태윤은 가연성 비닐막 바로 앞까지 라이터를 가져갔다.
"그러니까, 비켜."
그의 손가락이 라이터의 점화 스위치를 지그시 눌렀다.
파란색 고온의 불꽃이 어둠을 찢고 피어오르는 순간, 비닐막이 붉은빛을 받으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