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열린 안마당 중앙 옥좌. 그곳에 올라앉은 무림맹주 맹진태의 화신이 오만한 안광을 뿌리며 한백령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화신의 주위로 흐르는 황금빛 검기가 대기를 찢어발겼다. 그 뒤를 엄호하듯 도열한 정예 수호단이 내뿜는 살기가 안마당을 무겁게 짓눌렀다.

백령의 단전이 수백 개의 송곳으로 찔린 듯 뒤틀렸다. 가슴속 깊은 곳에 깃든 천외인과경이 붉은빛을 뿜으며 거칠게 요동쳤다. 거울 표면에 실금 같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경고: 인과를 맺은 대상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관계의 파탄 조짐이 감지될 경우, 흡수한 내공이 역류하는 인과 반사(因果 反射)가 시작됩니다.]

턱 끝으로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남궁혜린과 제갈휘를 통해 흡수했던 순양기와 지략의 정수가 심맥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왔다. 기도가 막히고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배신은 곧 자멸이었다. 제갈휘가 단 한 순간이라도 마음을 바꾸어 그를 겨눈다면, 백령의 오장육부는 그 자리에서 터져 나갈 터였다.

제갈휘가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의 손가락이 기계 병기를 움켜쥐었다. 병기 하단의 철도끼 형상을 한 칼날이 푸른빛을 발하며 한백령의 등 뒤를 정조준했다.

“죽여라.”

옥좌 위의 화신이 읊조렸다.

“그리하면 가문의 영광과 해독제를 네 놈의 발밑에 바쳐 주마.”

제갈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핏발 선 눈이 한백령의 뒷모습에 박혔다. 백령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뇌리에 이전에 보았던 제갈휘의 비전 도면이 스쳐 지나갔다.

‘비검릉 봉인 해제용 영동 장치의 부품 도면.’

그것은 제갈휘가 남몰래 제작 중이던 극비의 물건이었다. 백령은 제갈휘가 쥔 장치의 구조를 단박에 알아챘다. 그 철도끼 칼날의 각도는 백령의 심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백령의 등 뒤를 지나, 맹진태의 화신과 연결된 가느다란 기운의 실타래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제갈휘의 거친 숨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내 가문의 가주는…….”

제갈휘가 이빨을 악물었다.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내가 스스로 쟁취한다. 위선자의 자비 따위는 필요 없다!”

그가 장치의 제어 레버를 강하게 당겼다.

콱!

푸른 광선이 대기를 가르고 나아갔다. 그것은 백령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 맹진태 화신의 호신강기 외곽을 정확히 타격했다.

그 순간, 백령의 내면을 찢어발기던 천외인과경의 진동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거울 표면의 균열이 순식간에 메워지며 더욱 투명하고 찬란한 빛을 발했다. 제갈휘의 흔들림 없는 신뢰가 인과의 사슬을 견고하게 묶은 것이다. 역류하던 내공이 일시에 정화되어 단전으로 회귀했다.

백령의 눈이 가늘어졌다.

옥좌 위의 화신이 내뿜는 벽령단의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아찔할 정도로 달콤한 침향. 그러나 백령의 감각은 그 향기 이면에 숨겨진 기운의 왜곡을 포착해 냈다.

‘가짜다.’

맹진태가 복용하는 벽령단은 가공할 내공을 주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맥을 좀먹는 시한폭탄이었다. 화신이 흘리는 기운은 웅장해 보였으나, 기경팔맥의 연결점마다 미세한 균열이 존재했다. 대화할 때마다 특정 음절에서 흐트러지는 호흡. 무공을 전개할 때 왼쪽 어깨 부근에서 발생하는 찰나의 정체.

그것이 위선에 가려진 맹진태 본신의 영적 약점이었다.

“어리석은 놈들이 결국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화신이 손을 뻗었다. 황금빛 검기가 비구름처럼 소용돌이쳤다.

남궁혜린이 대검을 고쳐 쥐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검강에 붉은 반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문 비전인 천화심법의 한계가 극에 달해, 역혈의 독기가 그녀의 맥로를 갉아먹고 있는 증거였다.

백령이 소리 없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혜린의 어깨를 부드럽게 짚었다.

“남궁 소저.”

혜린이 움찔하며 백령을 보았다. 백령의 손끝에서 따스하고 순수한 순양기(純陽氣)가 흘러들어와 그녀의 막힌 맥로를 뚫어냈다.

“누르지 마십시오. 가문의 굴레도, 억눌린 역혈도. 그 흐름을 순양의 기운에 맡기고 뿜어내십시오.”

혜린의 눈동자가 깊게 흔들렸다. 이내 그녀의 검 끝에 섞여 있던 붉은 반점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대신 불순물 하나 없는, 완벽하게 정화된 순백의 순양검강이 거대하게 솟구쳤다. 가문의 비전 심법이 가진 치명적인 부작용을 백령의 기운이 완벽하게 상쇄한 것이다.

“가겠습니다, 백령 대협.”

혜린이 도약했다.

그녀의 순백색 검강이 대기를 가르며 맹진태의 화신을 향해 쏟아졌다.

동시에 백령은 품속에서 귀영문의 유산인 녹슨 단검을 꺼내 들었다. 이 단검은 일개 암살자의 무기가 아니었다. 낙양 분타 지하에 흐르는 거대한 영맥을 직접 자극하고 공명시킬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백령이 단검을 바닥에 강하게 꽂아 넣었다.

쿠구구궁!

대지가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지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영맥의 폭발적인 기운이 단검을 타고 지상으로 솟구쳤다. 푸른 기류가 안마당 전체를 뒤덮으며 맹진태 화신의 발밑을 단단히 묶었다.

“이것이…… 귀영문의 유산인가!”

화신이 당황한 듯 외쳤다.

제갈휘가 영동 장치를 휘둘렀다. 장치에서 방출된 푸른 파동이 화신의 호신강기를 끊임없이 교란했다.

“혜린, 정면을 맡아라!”

제갈휘의 외침과 함께 혜린의 검강이 화신의 정면에 격돌했다.

쾅!

눈이 멀 것 같은 섬광이 안마당을 가득 채웠다. 수호단 무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밀려났다. 화신은 혜린의 정화된 순양검강을 막아내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부어야 했다. 정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충돌이 그의 시야와 감각을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그 순간, 백령은 그림자가 되었다.

귀영문의 비전 보법이 대기 속에 흔적을 지웠다. 소리도, 기척도 없었다.

백령은 맹진태 화신의 좌측 후방, 호흡이 정체되는 가장 치명적인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그의 오른손 끝에 기운이 응축되었다.

그것은 남궁혜린의 천화검강에서 정화해 낸 극양의 순양기였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귀영문의 비정하고 날카로운 사파의 독기가 숨겨져 있었다.

정파의 도(道)와 사파의 살(殺)이 백령의 단전 안에서 완벽하게 융화되었다.

두 개의 이질적인 기운이 융합되어 무형(無形)의 검기를 이루었다. 빛나지 않으나 모든 것을 꿰뚫는 사나운 이빨이었다.

백령이 신형을 날렸다.

검이 허공을 갈랐다.

바람조차 일지 않았다.

서늘한 궤적이 맹진태 화신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가슴 정중앙에 꽂혔다.

화신의 눈이 크게 떠졌다. 황금빛 강기로 둘러싸여 있던 그의 가슴팍에 작고 검은 구멍이 뚫렸다.

“이, 이것은…….”

화신이 말을 잇지 못했다.

무형의 복합 검기가 그의 심장부에서 폭발했다. 맹진태가 자랑하던 호신강기가 거울이 깨지듯 처참하게 사방으로 비산했다.

퍼억!

한 줄기 파열음과 함께, 위선적인 무림맹주 맹진태의 화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세한 균열로 가득 찼다.

바스스스.

화신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한 줌의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바스러졌다. 그가 걸터앉아 있던 웅장한 옥좌 역시 형체를 잃고 무너져 내렸다. 정예 수호단은 그 압도적인 광경 앞에 무기를 떨어뜨린 채 공포에 질려 뒤걸음질 쳤다.

정파의 검법과 사파의 살수가 융합된 무형의 검기 앞에, 무림의 절대자라 불리던 맹주의 화신이 단 일격에 소멸한 것이다.

백령이 서서히 착지했다.

그의 옷자락이 가볍게 흩날렸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타인을 도구로 이용해 얻어낸 승리였으나, 그의 가슴속 천외인과경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뿜으며 무학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운은 길지 않았다.

바스러진 화신의 가루들이 허공에서 붉은빛을 발하며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우매한 것들…….”

사라진 화신의 목소리가 대기 전체를 울렸다. 그것은 본신의 영혼이 담긴 마지막 저주였다.

“나를 멸했다 하여 너희가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화신의 잔해가 미친 듯이 요동치며, 벽령단의 맹독성 기운과 가짜 내공의 폭발적인 잔여물이 한곳으로 뭉쳤다. 그것은 거대한 자폭의 진식이었다.

쿠르릉!

지하 깊은 곳, 귀영문의 단검이 꽂혀 있던 영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땅이 걷잡을 수 없이 갈라졌다. 안마당의 바닥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듯 무너져 내렸다. 단순한 붕괴가 아니었다. 비검릉 전체를 관통하는 영맥의 폭발이 낙양성 지반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지진의 파동이 낙양성 천지를 가득 채웠다. 성 전체의 심장이 세차게 흔들리는 거대한 진동 속에서, 백령 일행이 서 있는 대지가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암석 사이로 백령이 도약했다.

신형이 유선형을 그렸다.

순양강기가 백령의 전신을 감쌌다.

동시에 귀영문의 신법이 어둠을 갈랐다.

“백령 대협!”

남궁혜린의 비명이 무너지는 굉음에 묻혔다.

그녀의 몸이 허공에서 중심을 잃었다. 제갈휘 역시 심맥의 극통으로 인해 장치를 놓치고 추락하고 있었다.

백령은 망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을 잃는 것은 곧 자신에게 축적된 천외인과경의 힘을 통째로 상실하는 것과 같았다. 관계의 파탄은 아니더라도, 그들의 죽음은 결속의 소멸을 의미했다.

무엇보다, 맹진태를 파멸시키기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들이었다.

백령의 양팔이 번개처럼 뻗어나갔다.

오른손이 혜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왼손은 제갈휘의 덜덜 떨리는 기계 장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꽉 잡으십시오!”

백령의 나직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귓전에 박혔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혜린은 백령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그의 온기를 느꼈다. 제갈휘 역시 자신을 버리지 않은 백령의 손길에서 기묘한 전율을 느꼈다.

[인과의 공명이 극대화됩니다.] [남궁혜린의 신뢰도: 95%] [제갈휘의 신뢰도: 85%] [천외인과경이 진동하며 두 사람의 정수를 한층 더 깊이 흡수합니다.]

백령의 단전에서 폭발적인 내력이 솟구쳤다. 혜린의 정화된 극양의 기운과 제갈휘의 치밀한 기문둔갑의 혜안이 백령의 머릿속을 스쳤다.

추락하는 잔해들의 궤적이 백령의 눈에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낙석의 틈새.

기류의 흐름.

백령은 바닥에 꽂아두었던 녹슨 단검을 향해 진각을 밟았다. 허공에서 기운을 딛는 허공답보(虛空踏步)의 묘리였다.

단검의 자루를 낚아채는 순간, 분타 지하의 영맥이 단검을 매개로 백령의 전신과 동조했다.

슈우우웅!

세 사람은 거대한 낙석들과 함께 칠흑 같은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마어마한 중력이 전신을 짓눌렀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먼지와 돌가루가 눈을 멀게 했다.

얼마나 떨어졌을까.

쿵!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백령의 신형이 바닥에 닿았다. 그는 무릎을 굽혀 충격을 완화하며 두 사람을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커흑……!”

제갈휘가 바닥을 짚으며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그의 입가에서 붉은 선혈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혜린은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았으나, 이내 검을 지탱하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시선이 백령의 가슴팍을 향했다. 낙석에 긁혀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붉은 핏자국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혜린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저를 구하시려다…….”

“소저의 안위가 먼저입니다.”

백령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을 숨기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슴의 통증 따위는 천외인과경이 가져다주는 가공할 회복력 앞에서는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혜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의 손끝이 검자루를 쥐는 힘이 더욱 단단해졌다.

백령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거대한 지하 공동(空洞)이었다.

공기의 흐름이 무겁고 탁했다. 사방의 암벽에는 수천, 수만 자루의 녹슨 검들이 기괴한 각도로 박혀 있었다. 그것은 과거 무림맹이 토벌했다는 사파 고수들의 병장기들이었다.

“이곳이…… 진짜 비검릉(祕劍陵)이군.”

제갈휘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이 어둠 속의 무덤을 응시했다.

그러나 비검릉은 단순한 검의 무덤이 아니었다.

공동의 중앙에는 거대한 묵철(墨鐵)로 주조된 비전의 진식(陣式)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식의 중심에는 검붉은 액체가 들끓는 거대한 혈지(血池)가 존재했다.

백령의 눈이 가늘어졌다.

혈지의 사방으로 뻗어 나간 강철 사슬들. 그 사슬 끝에 매달려 있는 것들은 다름 아닌 인간의 형체들이었다.

“저, 저건…….”

혜린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뒤로 물러섰다.

사슬에 묶인 채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시신들. 그들의 의복은 제각각이었다. 사파의 거친 가죽옷부터 시작해, 정파 명문가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도포까지 존재했다.

제갈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저 자는…… 3년 전에 실종되었다던 형산파의 장로다. 그리고 저쪽은…….”

그들의 시신에서 흘러나온 가느다란 기운의 실타래가 혈지를 거쳐 중앙의 거대한 연단로(煉丹爐)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위선적인 무림맹주 맹진태의 추악한 영광. 그가 복용하던 가문 특제 벽령단(壁靈丹)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다.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무인들을 납치해 그들의 기운과 생명력을 정제해 만든 인혈(人血)의 영약.

“이것이…… 우리가 목숨을 바쳐 충성하던 무림맹의 진실이란 말인가.”

혜린의 목소리가 처참하게 갈라졌다. 그녀의 전신이 분노와 배신감으로 격렬하게 진동했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살인 병기로 길러졌던 그녀의 삶이, 이 거대한 위선 앞에서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었다.

백령은 묵묵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내면의 사파의 피가 기묘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정파다. 의(義)를 부르짖으며 뒤로는 산 사람의 피를 빠는 짐승들.

바로 그때였다.

웅성거리는 혈지의 검은 액체 속에서 불길한 기류가 솟구쳤다.

화신의 폭발로 흘러든 잔여 내공이 비검릉의 진식을 자극해 강제로 활성화시킨 것이다.

쿠구구구!

혈지 중앙의 연단로가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요동쳤다. 사슬에 묶인 시신들이 기괴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침입자…… 배제한다.”

기계음처럼 차가운, 그러나 귀를 찢는 듯한 괴성이 공동 전체를 뒤흔들었다.

혈지의 검은 액체들이 한곳으로 뭉치며, 수십 장에 달하는 거대한 혈수(血獸)의 형상을 이루어냈다. 비검릉에 갇힌 원혼들의 원념과 맹진태가 심어둔 수호 진식이 결합한 최악의 괴물이었다.

괴물이 뿜어내는 기세는 방금 전 소멸시킨 화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백령…….”

공동의 벽면에 새겨진 부적들이 일제히 붉게 타오르며, 멀리 낙양 총맹에 있을 맹진태 본신의 음성이 공간을 찢고 흘러나왔다.

“내 비밀을 본 자는 그 누구도 살려 보내지 않는다. 비검릉의 원혼들과 함께 영원히 썩어가거라!”

철컥!

동시에 그들이 들어온 상부의 통로가 거대한 석문으로 완전히 차단되었다.

사방은 꽉 막힌 거대한 감옥.

그 중심에서, 산 자의 생기를 탐하는 검은 혈수가 붉은 안광을 빛내며 세 사람을 향해 포효했다. 백령의 손에 들린 녹슨 단검이 불길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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