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일지를 건드리면 발동하는 무림맹의 자멸 진식(自滅 陣式)이오!"

제갈휘의 갈라진 비명이 지하 공동의 균열을 타고 찢어지듯 울려 퍼졌다.

쿠구구궁!

바닥이 요동치며 천장에서 날카로운 낙석들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청동 문 너머에서 솟구친 불길은 붉다 못해 검은 마기(魔氣)를 품은 채 이글거렸다. 내력을 태워 버리는 극독의 화염. 무림맹주 맹진태가 비검릉의 추악한 비밀을 영원히 묻어버리기 위해 설계한 절멸의 함정이었다.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폐부를 찔러왔다.

한백령은 무너져 내리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의 외면은 대협의 그것처럼 동료들을 지키겠다는 결연함으로 가득 차 있었으나, 내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요동치고 있었다.

‘맹진태, 이 늙은 여우가 기어이 이곳을 통째로 묻으려 하는군.’

상황은 최악이었다. 뒤돌아갈 길은 완전히 차단되었고, 전방의 석벽 역시 붉은 진식의 낙인에 휩싸여 붕괴하기 직전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숨도 쉬지 못하고 타 죽을 것이오!"

제갈휘가 다급하게 소매를 뒤적였다. 그의 마른 손끝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놋쇠 뭉치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그가 남몰래 비검릉의 결계를 해제하기 위해 제작해 온 신형 영동(靈動) 장치였다.

지잉, 틱!

장치를 조작하던 제갈휘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장치 내부에서 톱니가 어긋나는 둔탁한 마찰음이 들렸다. 지열과 충격으로 인해 미세한 부품의 축이 이탈한 것이었다.

"제길! 열기 때문에 기어의 축이 휘었소! 결합이 풀렸단 말이오!"

제갈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눈가를 적셨다. 평소 철두철미하던 지략가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졌다. 이 장치는 비검릉의 영맥 흐름을 강제로 비틀어 진식을 무력화하는 유일한 도구였기에, 이것의 고장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때, 한백령이 그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백령의 소매 안에서 가죽으로 된 도면 한 장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지난날 제갈휘의 밀실을 비밀리에 탐색하며 확보해 두었던 영동 장치의 상세 설계 도면이었다.

"제갈 소협, 당황하지 마시오."

백령의 목소리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는 도면을 넓게 펼치지도 않은 채, 이미 머릿속에 완벽히 각인된 구조를 떠올리며 제갈휘의 손을 덮어쥐었다.

"우측의 보조 기어를 세 칸 비틀고, 좌측의 현철심(玄鐵芯)을 안으로 밀어 넣어야 하오. 축이 완전히 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고열로 고정핀이 일시적으로 팽창한 것뿐이오."

"어, 어떻게 그걸……?"

제갈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신이 남몰래 그리던 가문 비전의 도면을 백령이 쥐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 복잡한 역학 구조를 단박에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령은 대답 대신 제갈휘의 손에서 장치를 낚아챘다.

그의 손가락끝에서 정순한 순양기(純陽氣)가 가늘고 예리한 실처럼 흘러나왔다. 열기로 팽창한 놋쇠 부품을 급속히 냉각시키는 정밀한 내력의 통제였다.

치이익!

미세한 수증기와 함께 어긋났던 톱니바퀴들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철컥하는 명쾌한 기계음이 소란스러운 붕괴음 사이를 뚫고 울렸다.

"끝났소."

백령은 장치의 하단에 장착된, 쐐기 모양의 철도끼(鐵斧) 형상 부품을 움켜쥐었다. 그것은 진식의 핵심 혈처인 진안(陣眼)을 직접 타격하여 파쇄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의 종말부였다.

백령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단 한 걸음.

바람을 가르는 신법으로 사방을 휩쓰는 화염을 뚫고 들어갔다. 붉은 빛이 가장 짙게 뿜어져 나오는 바닥의 균열을 향해, 그의 손에 쥔 철도끼가 매섭게 꽂혔다.

콰앙!

일초(一秒).

장치에 내재된 해체 기믹과 백령의 무자비한 내력이 결합된 일격이 진안을 정면으로 관통했다.

칭-!

유리가 박살 나는 듯한 날카로운 음향이 공동을 가득 채웠다. 방 전체를 집어삼키려던 거대한 붉은 불꽃의 장벽이 일순간에 흐려지며 맥없이 주저앉았다. 전설적인 무림맹의 자멸 진식이 단 한 번의 파괴적인 타격으로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인가?"

제갈휘는 넋을 잃은 채 결계가 조각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했던 장치가, 백령의 손끝에서 완벽하게 완성되어 신화적인 결계를 해체해 버렸다. 경외심이 그의 척추를 타고 짜릿하게 흘러내렸다.

하지만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결계의 외벽은 깨졌으나, 허물어진 틈새로 지하 깊은 곳의 왜곡된 영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풍과 정체불명의 마기가 통로를 가득 메웠다.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남궁혜린이 검을 뽑아 들었다. 가문의 명예와 동료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그녀의 눈빛을 날카롭게 벼려놓았다. 그녀는 검강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스스스슥!

그녀의 검 끝에서 청아한 천화검강(天花劍罡)이 치솟았다. 그러나 검강의 푸른빛 사이로 핏빛처럼 붉은 반점들이 불규칙하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윽……!"

혜린의 미간이 고통으로 찌푸려졌다. 검기를 유지하려 할수록 가슴팍의 폐맥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통함이 엄습했다.

백령은 그녀의 검기를 보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다.

'천화심법의 고질적인 역혈이로군.'

남궁세가 비전의 천화심법은 극양의 기운을 다루지만,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가혹한 규율 탓에 역혈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검기에 섞인 붉은 반점은 바로 그 한계가 극에 달했음을 증명하는 가혹한 증표였다.

"혜린 소저, 검을 거두시오."

백령이 신속하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쏭긋 쥐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나를 믿으시오."

백령의 따뜻하고도 정순한 순양기가 그녀의 맥로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들었다. 폭주하던 천화심법의 열기가 백령의 기운에 녹아내리듯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혜린의 눈동자에 서려 있던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오직 백령을 향한 깊은 신뢰만이 남았다.

그녀의 신뢰가 깊어질수록, 백령의 가슴속에 깃든 천외인과경이 뜨겁게 공명했다.

백령은 반대쪽 손으로 품 안에서 낡고 녹슨 단검 한 자루를 꺼냈다. 과거 귀영문의 유산이자, 낙양 분타 지하 영맥을 공명시키는 진짜 열쇠였다.

그가 단검의 자루를 꽉 쥐고 바닥의 균열 사이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우우우웅-!

단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쇳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울하게 멸문당한 귀영문의 혼령들과, 무림맹에 의해 지하에 봉인되었던 사파 고수들의 넋이 내지르는 진혼의 노래였다.

단검을 통해 흘러나온 기운이 지하 영맥의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스스스스……

통로를 가로막고 있던 음산한 마기와 뒤틀린 화염이 거짓말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서로의 역량을 의심 없이 신뢰하고 결속된 세 사람의 기세, 그리고 사파의 정당한 후예인 백령의 기운 앞에, 비검릉의 오래된 영혼들이 마침내 길을 양보한 것이다.

"길이…… 열렸소."

제갈휘가 감탄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에는 백령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아직 방심할 단계가 아니오. 이 통로의 열기는 여전히 상상을 초월하오."

제갈휘의 경고대로, 갈라진 통로 좌우로는 여전히 맹렬한 불길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기운이 흐트러져도 전신이 타버릴 형국이었다.

세 사람의 신뢰와 의리가 극에 달한 순간, 백령은 가슴속 천외인과경을 완전히 개방했다.

인과경의 공명음이 그의 뇌리를 때렸다.

[맺어진 신뢰의 깊이가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인과의 결속을 매개로 아군의 무학적 정수를 연동합니다.]

백령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영적인 사슬이 혜린과 휘에게 연결되었다. 세 사람의 기운이 하나로 엮이기 시작했다.

남궁혜린의 천화검강의 기세, 제갈휘의 예리한 지혜와 기의 흐름을 읽는 안목, 그리고 백령의 완벽한 순양기가 인과경 속에서 융합되었다.

화아아아악!

세 사람의 주변으로 반투명한 은빛 장막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호신강기가 아니었다. 세 사람의 영혼이 엮여 만들어낸, 한계가 없는 인과의 장막이었다.

그 장막이 닿는 곳마다 맹렬하던 독화가 맥없이 사그라들었다.

"이건…… 믿을 수 없는 경지군."

제갈휘는 자신의 내력이 백령의 기운과 완벽하게 동화되어 흐르는 기이한 감각에 온몸을 떨었다. 평생 심맥 질환으로 무공의 정수를 맛보지 못했던 그에게, 이 순간의 결속은 경이로움을 넘어선 구원이었다.

장막을 두른 세 사람은 화염의 통로를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 과정에서 백령의 예민한 후각에 미세한 향기가 걸려들었다.

달콤하면서도 끝에 썩은 고기의 비린내가 섞인 기묘한 향.

'벽령단(碧靈丹)이군.'

맹주 맹진태가 복용하는 가문 특제의 영약. 그것은 일시적으로 가공할 내력을 끌어올려 주지만, 실상은 단전을 부식시키고 가짜 내공을 쌓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점을 품고 있었다. 그 향기가 이 깊은 지하 공동에까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은, 맹진태의 흔적이 머지않은 곳에 있음을 뜻했다.

백령의 입꼬리가 보이지 않게 비틀려 올라갔다. 위선자의 파멸이 멀지 않았다.

마침내 화염의 터널이 끝나고, 사방이 수십 장 넓이로 탁 트인 거대한 지하 안마당이 나타났다.

천장에는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야광석들이 기괴한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안마당의 중앙, 높게 솟은 검은 돌 제단 위에 옥좌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옥좌 위에는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금빛 도포를 걸치고, 머리에는 무림맹주의 관을 쓴 사내.

맹주 맹진태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본신(本身)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기운이 형상화된 본신 화신(化身)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그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차갑고 붉은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좌우로는 검은 갑주를 입은 무림맹의 정예 수호단, ‘혈위대’의 고수들이 삼엄하게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어리석은 쥐새끼들이 기어이 이곳까지 기어들어 왔구나."

옥좌에 앉은 맹진태의 화신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가 지하 공동 전체를 뒤흔들며 거대한 중압감으로 세 사람의 어깨를 짓눌렀다.

한백령은 옥좌 위의 화신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검자루를 쥐었다.

맹주 맹진태의 본신 화신이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스스스스……!

그의 손끝에서 황금빛 강기가 타오르듯 뿜어져 나왔다.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정파의 기운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코를 찌르는 역겨운 단내가 섞여 있었다.

백령의 코끝이 미세하게 실룩였다.

‘벽령단.’

화신이 뿜어내는 가공할 내력의 원천은 다름 아닌 가짜 내공을 유발하는 그 영약이었다. 겉보기에는 태산 같은 위압감이었지만, 백령의 예리한 감각은 그 흐름의 미세한 균열을 포착했다.

“남궁세가의 여식과 제갈가의 절름발이가 기어이 사파의 잔당과 손을 잡았구나. 천하 무림의 대의를 저버린 대가는 오직 죽음뿐이다.”

화신의 차가운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좌우에 늘어선 혈위대의 무사들이 신형을 날렸다.

파아앗!

열 줄기의 검은 그림자가 허공을 갈랐다.

전투는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적들이 쇄도했다.

검광이 번뜩였다.

백령이 신형을 날렸다.

순양의 검기가 뿜어졌다.

콰아아앙!

기공과 기공이 충돌했다.

대기를 가르는 파공음.

수호단원의 목이 꺾였다.

선혈이 비산했다.

남궁혜린 역시 검을 휘둘렀다. 백령의 순양기로 기맥을 정화한 그녀의 천화검강은 이전보다 한층 더 예리하고 묵직했다. 붉은 반점이 사라진 푸른 검강이 혈위대의 진형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제갈휘는 후방에서 신속하게 수인을 맺으며 소매 속의 암기들을 사출했다.

지잉! 틱!

백령이 수리해 준 영동 장치가 그의 손끝에서 가동되며, 혈위대 고수들의 내력 흐름을 교란하는 무계(無界)의 진법을 펼쳤다.

세 사람의 완벽한 합격지세(合擊之勢)였다.

단 일사의 흐트러짐도 없는 연격 앞에, 맹주 직속의 최정예인 혈위대 무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하찮은 발버둥이로구나.”

옥좌 위의 화신이 비웃음을 흘렸다.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팅-!

맑은 파동이 지하 안마당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순간, 공동을 가득 채우고 있던 벽령단의 달콤하고 썩은 향기가 급격하게 팽창하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 윽!”

갑자기 제갈휘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마른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입술이 퍼렇게 질려가며, 온몸의 뼈마디가 기괴하게 뒤틀렸다.

“제갈 소협!”

혜린이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맹렬하게 쏟아지는 화신의 황금빛 검기에 가로막혀 뒤로 물러섰다.

쿠구구궁!

바닥이 갈라지며 솟구친 검풍이 혜린의 옷자락을 찢었다.

백령은 쓰러진 제갈휘를 차갑게 응시했다.

제갈휘의 단전 부근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맹주의 화신이 내뿜는 벽령단의 향기와 완벽하게 공명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독한 덫이었다.

맹진태가 제갈휘의 심맥 질환을 치료해 준다며 내렸던 영약. 그것은 단순한 치료제가 아니었다. 제갈휘의 몸속에 벽령단의 맹독성 찌꺼기를 누적시켜, 언제든 그의 생사 여탈권을 쥐기 위한 맹주의 비열한 수단이었다.

“제갈휘.”

화신의 붉은 안광이 제갈휘를 내리눌렀다.

“네 놈의 썩어가는 심맥을 붙잡아 두고 있던 것이 누구의 은혜인지 잊었느냐. 내 기운의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네 놈의 단전은 그 자리에서 터져 나갈 것이다.”

제갈휘의 전신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의 입가에서 검붉은 선혈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살고 싶다면…….”

화신이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한백령을 가리켰다.

“네 손으로 저 사파 잔당의 목을 베어라. 그리하면 해독제와 함께 가문의 가주 자리를 약조하마.”

안마당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백령의 가슴속에 깃든 천외인과경이 불길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거울의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가듯, 내면의 기운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경고: 인과를 맺은 대상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관계의 파탄 조짐이 감지될 경우, 흡수한 내공이 역류하는 인과 반사(因果 反射)가 시작됩니다.]

백령의 단전이 욱씬거리며 요동쳤다. 남궁혜린과 제갈휘를 통해 흡수했던 강력한 순양기와 지략의 정수가 일순간에 흐트러지며 심맥을 압박해 왔다.

배신은 곧 파멸이다.

제갈휘가 단 한 순간이라도 백령을 배신하겠다는 마음을 품는다면, 백령은 그 자리에서 온몸의 맥로가 터져 죽음에 이르게 된다.

제갈휘가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의 손끝이 한백령이 수리해 주었던 영동 장치를 움켜쥐었다. 장치 하단에 장착된 날카로운 철도끼 형상의 칼날이 푸른 안광 아래 차갑게 빛났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고통과 갈등으로 피가 고인 제갈휘의 눈동자가 한백령을 향했다.

그의 손에 쥔 기계 병기가 백령의 등 뒤를 겨누며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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