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르며 날아간 전령조의 날갯짓이 남긴 잔영일까요. 제라드의 사주를 받은 밀사가 흘리고 간 음습한 기운이 눈 덮인 침엽수림 사이로 안개처럼 낮게 깔려 있었사옵니다. 불길한 예감에 목덜미가 서늘해졌으나, 지금 저에게는 그보다 더 눈앞에 닥친 큰 과제가 있었지요. 바로 에스카르트 공작가가 내어준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 윈터헤이븐 요새에 입성하는 일이었사옵니다.
사흘의 여정 끝에 마주한 요새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거대한 얼음 무덤 같았지요. 회색빛 석조 벽면은 오랜 세월 관리되지 않아 검푸른 이끼와 단단한 고드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깨진 창문 틈새로는 북부의 칼바람이 사나운 들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드나들고 있었사옵니다.
“레, 레티샤 님…… 저, 저는 정말 괜찮아요! 마수가 튀어나와도 이 빗자루로 머리를 확 쳐 버릴 테니까요!”
이름난 겁쟁이 유리엘이 제 몸뚱이만 한 마른나무 빗자루를 꼭 쥔 채 사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사옵니다.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으면서도, 저를 지키겠다고 제 앞을 가로막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눈물겨운지 모릅니다.
“고마워요, 유리엘.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제 이곳은 아주 따뜻해질 테니까요.”
제가 싱긋 웃어 보이며 요새의 무거운 목조 문을 밀어 열자, 매캐한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콧잔등을 훅 찔렀사옵니다. 사방이 음산한 어둠으로 가득 찬 방 내부를 보며 저는 소매를 걷어붙였지요.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버림받지 않으려면 나만의 온전한 안식처를 내 손으로 직접 일구어내야만 했사옵니다.
우선 가방에서 미리 챙겨 온 피치 핑크빛 보온 마석들을 꺼내어 방의 네 모퉁이에 조심스레 배치했사옵니다. 그러고는 마석의 표면을 가볍게 쓰다듬자, 은은한 봄날의 햇살을 닮은 살구색 온기가 방 안 가득 부드럽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지요. 얼어붙어 있던 공기가 몽글몽글하게 녹아내리며 달콤한 바닐라 향과 알싸한 계피 향이 섞인 훈훈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사옵니다.
유리엘은 신기한 듯 입을 벌린 채 방 안을 두리번거렸지요.
“와아…… 레티샤 님, 공기가 갑자기 포근해졌어요! 꼭 봄날의 과수원에 온 것만 같아요.”
“이제 시작인걸요. 유리엘, 저 먼지 쌓인 회색 커튼을 떼어내고 이 버터크림 색 천으로 새로 달아 줄래요?”
“네! 맡겨만 주세요!”
유리엘이 의자 위로 쪼르르 올라가 낡은 천을 걷어내는 동안, 저는 바닥에 가득한 검은 마기의 흔적들을 정화하기 시작했사옵니다. 손끝에서 피어오른 민트색 마력이 살포시 내려앉자, 바닥의 끈적하던 정체불명의 얼룩들이 하얀 이슬방울로 변해 증발했지요. 칙칙한 회색 벽면에는 파스텔 톤의 따스한 패브릭 액자들을 걸고, 구석에는 아기 마수들이 뒹굴며 놀 수 있도록 푹신한 양모 러그를 깔아 두었사옵니다.
어느새 음산하던 폐허는 동화 책 속 한 페이지처럼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분홍빛 보육실로 탈바꿈해 있었지요.
그때, 제 망토 주머니 속에서 작은 털 뭉치가 꼬물거리며 고개를 내밀었사옵니다.
“규우우……?”
불꼬리다람쥐 모카가 둥글고 까만 눈동자를 깜빡이며 주변을 살폈지요. 새로 바뀐 방 안의 훈훈한 온기를 느끼자마자, 녀석은 제 품에서 튀어나와 푹신한 양모 러그 위로 다이빙을 했사옵니다. 넓적하고 통통한 배를 바닥에 깔고 이리저리 뒹굴며 기분 좋게 갸릉거리는 소리를 내는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조금 전까지 쌓였던 피로가 봄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지요.
“모카, 마음에 드니?”
제가 미리 구워 둔 노릇노릇한 특제 도토리를 내밀자, 모카는 꼬리 끝에서 붉은 불꽃 스파크를 파지직 튀기며 제 무릎 위로 단숨에 뛰어올랐사옵니다. 두 볼이 터질 것처럼 도토리를 입안에 밀어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지요.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눈에 담으며, 저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시스템을 호출했사옵니다. 눈앞에 반짝이는 파스텔 핑크빛 UI 화면과 함께 [영혼 보육 대장]이 반투명한 책 형태로 부드럽게 펼쳐졌지요.
***
[ 영혼 보육 대장 - 등록 마수 정보 ] - 이름: 모카 (불꼬리다람쥐) - 상태: 안정 (신뢰도 급상승 중) - 영양 상태: 불균형 (성장기 영양 공급 필요) - 유전 정보: ※잠겨 있음※ [전설의 신수 유전핵] (해금 조건 미충족)
***
화면을 뜯어보던 제 눈이 순간 크게 떠졌사옵니다.
‘잠겨 있는 전설의 신수 유전핵……?’
이 작고 뽀짝한 불꼬리다람쥐가 단순한 하급 마수가 아니라, 전설 속의 정화 신수라는 뜻인가요? 가슴속에서 세찬 고동이 일기 시작했지요. 만약 이 유전핵을 깨울 수만 있다면, 제국의 무자비한 마수 말살 정책으로부터 모카를 완벽하게 지켜낼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녀석의 영양 상태를 최적으로 끌어올리는 솔루션이 시급했사옵니다. 저는 대장 하단에 반짝이는 [영양 상태 최적화 솔루션 실행] 버튼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했지요.
[솔루션을 실행합니다. 대상의 마력 순환을 돕기 위해 시술자의 생명 온도를 일부 변환합니다.]
머릿속에서 기계적인 안내음이 울림과 동시에, 모카의 몸 주변으로 따스한 황금빛 고리가 생겨나 돌기 시작했사옵니다. 녀석은 몸이 가벼워진 듯 꼬리를 살랑이며 기분 좋게 울음소리를 내었지요.
성공이었다는 기쁨도 잠시, 제 손끝에서부터 무시무시한 오한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사옵니다.
“아……!”
뼛속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추위가 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지요. 한빙증의 대가였사옵니다. 보육 대장의 솔루션을 실행할 때마다 찾아오는 이 잔혹한 형벌은, 매번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칼날 같은 고통이었사옵니다.
이가 딱딱 맞부딪치고 손톱밑이 퍼랗게 질려 갔지요.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서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사옵니다.
“레, 레티샤 님? 얼굴색이 왜 그러세요? 몸이……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요!”
먼지를 털던 유리엘이 깜짝 놀라 빗자루를 떨어뜨리며 제게 달려왔지요. 제 손을 잡은 유리엘이 가쁜 숨을 내쉬며 제 몸에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 주려 애썼으나, 평범한 인간의 체온으로는 뼛속 깊이 박힌 이 지독한 냉기를 조금도 녹일 수 없었사옵니다.
“하아, 윽…… 괘, 괜찮아요…… 잠시, 쉬면……”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지요.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방 안의 따스한 살구색 불빛마저 저 멀리 있는 아득한 별빛처럼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사옵니다.
‘추워…… 너무 추워…….’
전생에 차가운 보육원 골방에 홀로 버려졌을 때 느꼈던 그 처절한 고독과 한기가 온몸을 옥죄어 오는 것만 같았지요. 이대로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고, 차디찬 바닥에서 서서히 굳어 죽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가 심장을 짓눌렀사옵니다.
모카가 제 상태를 눈치채고 다급하게 제 뺨을 작은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두드렸으나, 녀석의 작은 온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한빙증을 이겨내기에 턱없이 부족했지요. 오직 마기가 정제된 디트리히 공작의 손길만이 나를 이 지독한 얼음 감옥에서 건져낼 수 있었사옵니다.
그의 품이 간절했사옵니다. 그가 가진 그 무서우면서도 한없이 뜨겁던 열기가 미치도록 그리워졌지요.
“레티샤 님! 정신 차리세요! 각하를…… 각하를 불러올게요!”
유리엘이 울먹이며 문을 향해 뛰어가려던 그 찰나였사옵니다.
쾅!
요새의 튼튼한 참나무 문이 부서질 듯한 굉음과 함께 안쪽으로 거칠게 밀려 열렸사옵니다. 문틈 사이로 몰아친 것은 북부의 평범한 겨울바람이 아니었지요. 그것은 피비린내를 짙게 풍기는, 칠흑처럼 어둡고 끈적한 야생의 마기였사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고, 모카는 본능적으로 털을 바짝 곤두세우며 제 무릎 위에서 날카로운 경계음을 내질렀지요.
그 어둠의 무게를 뚫고 들어선 그림자는 디트리히 에스카르트 공작이었사옵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지요. 그의 흑발은 땀과 알 수 없는 액체로 젖어 이마에 헝클어져 있었고, 검은 가죽 갑옷 여기저기에는 아직 채 식지 않은 붉은 피가 얼룩덜룩하게 묻어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사옵니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으며,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마치 폭주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위태롭게 일렁이고 있었지요. 방금 전까지 사투를 벌이고 온 것이 분명했사옵니다.
피비린내와 함께 덮쳐오는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유리엘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기만 했지요.
디트리히의 붉게 충혈된 시선이 방 안을 거칠게 훑다, 이내 바닥에 쓰러져 오들오들 떨고 있는 저에게 머물렀사옵니다. 그의 입술이 비틀리며 낮고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지요.
“……레티샤.”
그가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바닥의 카펫이 그의 마기에 그슬려 검게 타들어 갔사옵니다. 그가 뿜어내는 마기가 저를 향해 해일처럼 덮쳐오는 순간, 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지요. 지금의 그는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이며, 까딱하면 이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짓밟아 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옵니다.
그가 내딛는 무거운 발걸음마다 바닥에 깔아둔 양모 러그가 붉은 불꽃에 그슬려 타들어 갔사옵니다.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가슴팍에서 흘러내린 피가 뚝, 뚝 떨어져 파스텔빛 방바닥을 붉게 적셨지요.
“각, 각하……!”
유리엘이 제 머리를 감싸 쥐고 구석으로 숨어들었으나, 제 시선은 오직 그에게만 고정되어 있었사옵니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안개 낀 빙하처럼 흐려져 있었고, 그 주위로 짙은 포도빛과 검붉은 장미색이 뒤섞인 혼탁한 마기가 일렁이고 있었지요. 그 모습은 영지를 지키는 위엄 있는 대공의 것이 아니었사옵니다. 그저 끝없는 저주와 광기라는 이름의 무덤 속에서 홀로 숨이 막혀 가며, 제발 자신을 꺼내달라 소리 없이 울부짖는 가여운 아이의 형상이었지요.
“으, 윽…….”
제 몸을 옥죄던 한빙증의 고통이 극에 달해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간 순간이었사옵니다.
그 소리에 반응하듯 디트리히의 고개가 번개처럼 저를 향해 꺾였지요. 이성을 잃은 야수의 본능이 자신을 구원해 줄 유일한 온기를 알아챈 것일까요. 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와 제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주저앉았사옵니다.
화르륵!
숨결마저 타오르는 듯한 뜨거운 열기가 제 얼굴에 닿았지요. 피비린내와 함께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그리고 쓸쓸한 밤의 숲을 닮은 매캐한 탄내음이 코끝을 진하게 찔렀사옵니다.
그가 커다랗고 굳은살 박인 손으로 제 창백한 뺨을 거칠게 움켜쥐었지요. 그의 손끝은 불덩이처럼 뜨거웠으나, 동시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사옵니다.
“……찾았다.”
그의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드는 순간, 눈앞에 은은한 라벤더 빛깔의 시스템 UI 화면이 격렬하게 점멸하며 경고음을 울렸사옵니다.
***
[ ! 위기 - 특수 관찰 대상의 상태 이상 ] - 이름: 디트리히 에스카르트 - 상태: 마기 폭주 임계점 도달 (자아 붕괴율 92%) - 유전 정보: [고대 마수 인도자의 혈통] (공명 대기 중) - 솔루션: 시술자와의 즉각적이고 깊은 신체 접촉을 통한 마기 정제.
※ 경고: 시술자의 현재 체온이 너무 낮아, 대상의 광폭화된 마기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마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극도의 주의를 요합니다.
***
화면에 떠오른 붉은 경고창을 보며 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사옵니다. 이대로 그를 밀어내면 제 한빙증도 치유할 수 없고, 그 역시 광기에 사로잡혀 자멸하고 말 것이 자명했지요. 도망치고 싶은 회피 본능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렸으나, 제 뺨을 만지는 그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외로움이 제 발목을 붙잡았사옵니다.
이 남자는 나와 닮아 있었지요. 가문이라는 무거운 굴레에 묶여 버림받지 않기 위해, 미쳐가지 않기 위해 홀로 피를 흘리며 버텨온 외로운 영혼이었사옵니다.
“각하…… 부디 정신을…….”
저는 떨리는 두 손을 뻗어, 오히려 그의 넓은 목덜미를 조심스레 감싸 안았사옵니다.
찰나의 순간, 얼음과 불꽃이 맞부딪치는 듯한 격렬한 충격이 전신을 관통했지요.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들던 냉기가 그의 뜨거운 품 안에서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온몸의 혈관을 타고 찌릿한 전율이 흘렀사옵니다. 마치 차가운 겨울 바다에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몽환적인 감각이었지요.
“하아…… 윽!”
디트리히가 낮게 신음을 흘리며 제 어깨에 이마를 묻었사옵니다. 그의 몸을 휘감고 있던 검붉은 마기가 제 손끝을 타고 흘러들어와 민트색의 맑은 온기로 정화되기 시작했지요. 그의 거칠던 호흡이 서서히 잦아들고, 광기로 번들거리던 눈빛에 희미하게 이성의 빛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사옵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핑 돌며, 그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려던 바로 그때였지요.
웅웅웅―!
요새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정체모를 거대한 진동이 시작되더니, 이내 윈터헤이븐 전체를 강하게 흔들기 시작했사옵니다.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지요. 그것은 요새 외곽에 쳐진 마법 결계가 강제로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비명 횡사 같은 파동이었사옵니다.
동시에 요새 정문 방향에서 찢어지는 듯한 나팔 소리와 함께, 쇠붙이가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음이 칼바람을 타고 보육실 안까지 생생하게 흘러들었지요.
“……쯧, 벌써 들이닥쳤군.”
제 품 안에서 간신히 이성을 찾은 디트리히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읊조렸사옵니다. 그의 품에서 전해지던 온기가 순식간에 서늘한 살기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제 심장은 다시금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했지요.
“각하……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디트리히는 저를 제 품에서 떼어내며 창밖의 어두운 눈보라 속을 매섭게 노려보았사옵니다. 그곳에는 횃불을 든 무수한 그림자들이 요새의 성벽을 포위하듯 좁혀오고 있었지요.
“제국 중앙 감시단이다. 쥐새끼 같은 밀사 놈이 기어코 정보를 흘린 모양이군.”
디트리히가 검 자루를 꽉 쥐며 이빨을 갈았사옵니다.
아직 보육원의 정비도 끝나지 않았고, 모카의 유전핵조차 깨우지 못한 이 무방비한 상태에서 제국의 말살 칼날이 우리 목전에 도달한 것이었사옵니다. 만약 마수를 정화하는 제 능력이 저들에게 발각된다면, 반역죄로 즉시 처형당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지요.
성문이 무너지는 거대한 파열음이 요새에 메아리치는 순간, 디트리히가 제 손목을 무섭게 움켜잡으며 낮게 르릉거렸사옵니다.
“레티샤, 당장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